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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는 시간, 수중의 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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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쾅—!


머리 위 침실 천장의 대들보가 무거운 충격과 함께 미세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지하 밀실까지 생생하게 전해졌다. 청언은 무경검의 검손잡이를 꽉 쥔 채, 어둠이 짙게 깔린 지하 통로를 향해 휠체어를 급격히 기동했다.


지하 석조 통로의 경사면을 오르는 휠체어의 바퀴가 비명을 지르듯 굴렀다. 태음경맥의 마비로 인해 하반신은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혈의 뒤틀림은 칼로 후비는 듯한 고통을 선사했다. 하지만 청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일각이라도 지체한다면 침상에 누워 있는 대역 무영의 목숨은 물론, 이중첩자로서 쌓아 올린 모든 판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터였다.


쿵! 콰아아앙!


그가 침실 바닥의 비밀 통로 입구를 빠져나와 장막 뒤로 몸을 숨긴 찰나, 침실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자욱한 먼지 구덩이 속에서 흑색 야행복을 입은 사내들이 거미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그들의 선두에 선 사내, 얼굴에 사선으로 깊은 흉터가 새겨진 자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둘렀다. 백장로가 고용한 사파 최고의 살수, 사마귀였다.


“흐흐흐, 병신 소교주 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모두 뿌려라!”


사마귀의 명령과 함께 살수들이 품속에서 백색 가루가 담긴 주머니를 던져 허공에 터뜨렸다. 사파의 치명적인 독가루, 골수산(骨髓散)이었다. 가루가 닿는 곳마다 비단 장막과 목조 가구들이 치익 소리를 내며 검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뼈를 녹이고 경맥을 흐물흐물하게 만드는 극독의 연기가 침실 안을 가득 메웠다.


침상 위에 누워 있던 대역 무영이 극독의 연기에 질식해 격렬하게 기침을 터뜨렸다.


“쿨럭! 쿨럭! 대체…… 누구냐!”


무영은 소교주의 병약한 목소리를 흉내 내며 필사적으로 침상 구석으로 몸을 피했지만, 사마귀는 자비가 없었다. 그의 손에 쥔 혈령검(血靈劍)이 붉은 검광을 뿜어내며 무영의 목덜미를 향해 무섭게 떨어졌다.


‘안 된다!’


청언은 휠체어에 앉은 채 소매를 털었다. 손가락 반지에 연결된 극도로 가늘고 질긴 백은사(白銀絲)가 허공을 가르며 사마귀의 목을 향해 채찍처럼 날아갔다. 은밀 제압술인 무영사혈(無影絲穴) 초식이었다.


깡—!


그러나 예리한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튈 뿐, 백은사는 사마귀의 목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사마귀의 야행복 내부에 만년한철로 짜인 사슬 갑옷이 입혀져 있었던 것이다. 반동으로 인해 청언의 손가락 끝에서 붉은 선혈이 배어 나왔다.


“흐흐흐, 휠체어 뒤에 숨은 쥐새끼가 있었군. 네놈이 진짜 소교주 무경이렷다!”


사마귀가 고개를 돌려 청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의 신형이 붉은 안개처럼 흔들리더니 청언의 휠체어를 향해 폭발적으로 쇄도했다. 양옆에서 다른 세 명의 자객들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들고 청언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휠체어의 바퀴 축이 골수산 독무에 부식되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기동력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청언은 이빨을 악물었다. 대역 무영은 이미 독가루를 마셔 각혈하며 쓰러져 있었고, 자객들의 칼날은 사방에서 그의 목을 겨냥하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무공을 숨기는 연극은 이제 끝이었다. 여기서 일어서지 않는다면, 모두가 죽는다. 황실의 명령도, 여동생 아란의 목숨도, 지하에 갇힌 유설아의 안위도 지킬 수 없다.


‘봉인을 푼다.’


청언은 단전 깊은 곳에 가두어 두었던 두 가지 상충하는 기운을 동시에 해방했다. 황실 금의위의 정순한 내력인 진무신결(眞武神訣)의 금빛 기운과, 마교의 광포한 마기인 역천마공(逆天魔功)의 검붉은 기운이 그의 전신 경맥을 타고 폭풍처럼 들이쳤다.


그가 천천히, 휠체어 손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두둑, 우드득!


태음경맥의 막힌 기혈이 강제로 뚫리며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극통이 하반신을 지배했다. 피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으나, 청언의 신형은 대지 위에 바위처럼 굳건히 섰다. 다리가 마비되었다는 거짓 진실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네놈…… 다리가 멀쩡했단 말이냐!”


사마귀가 경악하며 혈령검을 내리쳤다.


청언은 대답 대신 무경검(無境劍)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신 위로 금빛의 정기와 검붉은 마기가 기이한 태극의 형상을 그리며 소용돌이쳤다. 두 기운이 검 끝에서 충돌하며 발생하는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광풍을 만들어냈다. 정사합일의 융합 절기, 무경천선(無境天線)이었다.


스으으읍—.


천지를 가르는 듯한 정적 속에서, 단 한 줄기의 가느다란 빛선이 허공을 갈랐다. 화려한 검광도, 거대한 폭음도 없었다. 오직 빛과 어둠이 뒤섞인 선 하나가 사마귀의 신형을 관통했을 뿐이었다.


스각.


사마귀의 혈령검이 단숨에 두 조각으로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이어서 그의 단단한 한철 사슬 갑옷과 상체가 일직선으로 갈라지며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사파 최고의 자객이라 불리던 자가 단 한 검에 절명한 것이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남은 자객들이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청언은 무경보법(無境步法)을 전개하여 어둠 속의 그림자처럼 그들의 등 뒤를 파고들었다. 검날이 소리 없이 허공을 그을 때마다 자객들의 목덜미에서 피가 솟구쳤다. 단 삼 호흡 만에 침실 내부를 습격한 열 명의 자객들이 모두 싸늘한 시체로 변해 바닥에 뒹굴었다.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지 않은 완벽한 학살이었다.


“쿨럭! 컥……!”


전투가 끝나자마자 청언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검은 선혈을 크게 토해냈다. 무리하게 정사와 사파의 상충하는 내력을 융합한 대가는 가혹했다.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치고 전신의 경맥이 찢어지는 듯한 내상이 그를 덮쳤다. 휠체어는 이미 자객들의 공격과 독가루에 완전히 파손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스스슥.


그때, 그림자 속에서 아묵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는 처참한 침실의 잔해와 소교주의 각혈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으나, 이내 침착하게 수화를 그려 보였다.


‘백장로의 순찰대 수십 명이 천장의 붕괴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일각도 남지 않았습니다.’


청언은 입가에 묻은 피를 거칠게 닦아내며 아묵의 어깨를 짚고 일어섰다.


“아묵, 시체들을 모두 흑수 늪지대(흑수 늪지대) 깊은 곳에 유기해라. 흔적을 지워라. 그리고 무영을 데리고 지하실로 피해라.”


“……!”


“나는 유설아를 데리고 나간다. 백장로가 들이닥치면 내 정체는 물론, 다리가 멀쩡하다는 사실까지 모두 탄로 난다. 지금은 퇴로를 열어야 한다.”


청언은 품속에서 서둘러 천면인피면구(천면인피면구)를 꺼내 얼굴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천면환령술(천면환령술)을 시전하여 얼굴 근육을 미세하게 조정했다. 창백하고 잔혹한 소교주 무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거칠고 단단한 기품을 지닌 방랑 검객 ‘양무의’의 얼굴로 변화했다. 목소리 성대 역시 우두둑 소리를 내며 변조되었다.


그는 무경검을 가죽 장포 속에 숨긴 채, 지하 비밀 밀실로 신속히 내려갔다.


지하 감옥 내부에는 이미 상층에서 흘러내린 미세한 골수산 독무의 잔향이 퍼져 있었다. 철창 안의 유설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하고 있었다.


“콜록! 콜록…… 대체 위에서 무슨 일이……”


철컥!


양무의로 변장한 청언이 철창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거칠게 유설아의 손목을 묶고 있던 백은사를 끊어냈다.


“양…… 양 소협?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유설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큰 눈망울을 감동과 경악으로 물들였다. 자신을 구하러 온 방랑 검객 양무의가 사실은 소교주 무경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였다.


“설명할 시간이 없소. 마교의 살수들이 전각을 습격했고, 백장로의 군대가 이리로 들이닥치고 있소. 나를 믿는다면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하오.”


청언은 힘이 빠져 비틀거리는 유설아의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았다. 유설아는 그의 묵직하고 따뜻한 품에 안기며 본능적으로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비록 마교의 소굴이었지만, 양무의라는 사내의 존재 자체만으로 그녀의 마음속 깊은 불안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쿠구구궁—!


머리 위 지상에서 백장로의 군대가 무경전의 철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무거운 진동이 지하 밀실까지 흔들었다.


“이쪽이오!”


청언은 유설아를 이끌고 지하 통로의 막다른 길에 위치한 차가운 연못, 한벽담(한벽담) 앞으로 달렸다. 뼈를 얼릴 듯한 차가운 한기가 연못 표면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물속 깊은 곳에 외부의 강과 연결되는 비밀 수중 동굴이 존재했다.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하오. 숨을 참으시오.”


유설아는 차가운 물빛을 보며 순간 겁에 질렸으나, 양무의의 단호하고 슬픈 안광을 마주하자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풍덩—!


두 사람은 얼음처럼 차가운 한벽담의 수중으로 몸을 던졌다. 암흑 같은 어둠과 뼈를 깎는 오한이 전신을 덮쳐왔다. 수중 통로 한벽담의 차가운 물속에서, 천면인피면구를 쓴 심청언이 유설아의 손을 잡고 물속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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