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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쥐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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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고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마법 경보음이 보관실 사방의 백색 대리석 벽면을 타고 광기 어린 비명처럼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심어둔 율리우스의 추적 인장이 붉은빛을 뿜어내며 요동치고 있었다.


보관실 외부 복도 너머에서 철갑옷이 부딪치는 다급한 소리와 거친 군화 소리가 들려왔다. 수초 내로 성기사들과 이단 심문관들이 이 방을 포위할 터였다.


일반적인 침입자라면 공포에 질려 제자리에서 얼어붙었겠지만, 이도진의 심장은 차분하게 뛰고 있었다. 생명수 에센스를 전량 복용한 덕분이었다. 매일 밤 가슴을 찢어발기던 성마 반발의 흉통이 씻은 듯이 사라지자,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석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다. 나에게는 무력이 없으니까.’


도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보관실 내부의 구조를 훑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성도 대성당 지하의 건축 설계 도면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서기 시절, 먼지 쌓인 역사서와 설계 문서를 암기해 둔 보람이 있었다.


기사들이 철문을 부수고 들이닥치기 직전, 도진은 황금 분수대 안착대 뒤편의 음영 구역으로 몸을 날렸다. 그곳에는 성당의 환기용 공기 순환 수로로 이어지는 작은 석조 덮개가 있었다. 일반적인 성인 기사라면 갑옷 무게와 체구 때문에 진입조차 꿈꾸지 못할 좁은 통로였지만, 마르고 날렵한 체구의 서기 소년에게는 완벽한 탈출구였다.


철커덕! 쾅!


“침입자다! 성물을 수호하라!”


거구의 성기사들이 보관실 문을 부수고 난입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도진은 덮개를 소리 없이 닫고 어두운 환기 수로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먼지가 가득한 통로를 기어가면서도, 그는 자신의 오른손 끝을 바라보았다. 생명수 에센스를 들이킬 때 묻어난 영롱한 신성 에테르의 향기가 미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향기…… 쓸모가 있겠군.’


도진은 셔츠 안쪽의 여분 천 조각을 찢어 오른손 끝에 묻은 에테르 잔해를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그리고 그 천 조각을 품속에 깊이 밀어 넣었다. 율리우스가 파놓은 덫에 걸려 발각될 위기에 처했지만, 그는 이미 이 위기를 역이용해 자신을 노리는 도서관 내부의 적을 치워버릴 정밀한 설계를 완성하고 있었다.


* * *


새벽 네 시 반. 대도서관 서기 dormitory의 개인실.


창가 너머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밝아오고 있었다. 도진은 서둘러 찢어진 가죽 예복을 숨기고, 깨끗하게 세탁된 서기복으로 갈아입었다. 에센스의 효능 덕분에 안색은 평소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그는 거울을 보며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소울링크의 붉은 사슬 낙인이 피부 위에서 미세하게 붉은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도진은 서랍 깊은 곳에서 가죽 목걸이 형태의 ‘소울링크 완화용 초커’를 꺼내 목에 둘렀다. 초커 안쪽에 박힌 미세한 침들이 목덜미의 혈맥을 찌르며 찌릿한 통증을 유발했다.


“윽…….”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침 자극이 소울링크의 급격한 대미지 역류를 완화하고 마력 흐름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도진은 품속의 실버 컴파스를 꽉 쥐었다.


‘은밀한 마력 차단법.’


컴파스에서 흘러나오는 은빛 에너지가 도진의 호흡을 타고 목덜미로 흘러들었다. 그러자 깜빡이던 붉은 사슬 문양이 피부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거울 속에는 그저 목에 가죽 초커를 두른, 조금 병약해 보이는 평범한 하급 서기 소년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도진은 차분하게 방을 나와 대도서관 2층의 자료 정리실로 향했다. 그가 책상에 앉아 낡은 고서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가 모퉁이 너머로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졌다.


쥐새끼 같은 눈매, 마르고 날카로운 코.


동료 서기이자 대주교 세력의 밀고지기인 요나스였다. 요나스는 도진이 무사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의 맥박이 급격히 빨라지고,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도진의 ‘감정 분석’에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요나스, 네놈이 밤새 내 뒤를 밟고 줄리안 부제에게 밀고했겠지.’


요나스의 품속에는 줄리안에게 밀고의 대가로 받은 금화 주머니가 묵직하게 들어 있는 듯, 걸을 때마다 미세한 금속 마찰음이 들렸다. 도진은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렸다. 사냥감이 제 발로 덫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어라, 도진 서기. 밤새 어디 좋은 데라도 다녀왔나 봐? 안색이 아주 좋아졌어.”


요나스가 비아냥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옷깃에서는 밤새 도서관 지하 수로를 서성이며 묻은 축축한 이끼 냄새가 풍겼다.


“요나스 서기님도 밤새 고생이 많으셨던 모양이네요. 옷깃에 흙이 많이 묻었습니다.”


도진은 담담하게 대꾸하며,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무겁고 먼지 낀 고대 제국어 사전들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고의로 비틀거리며 요나스의 어깨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앗! 조심하라고, 이 나약한 고아 녀석이……!”


요나스가 짜증을 내며 도진을 밀쳐내려 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접촉 순간, 도진의 날렵한 손가락이 움직였다.


수년간 훼손되기 쉬운 고대 금서들을 정밀하게 다루며 다듬어진 도진의 손끝은 기사들의 검술보다도 정교했다. 도진은 요나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품속에서 꺼낸 신성 에테르가 묻은 천 조각을 요나스의 넓은 소매 안쪽에 은밀히 비벼 묻혔다.


그리고 어젯밤 요나스가 훔쳐 가려 했던 도서관 내부의 미공개 고대 금서 한 권을, 요나스의 깊은 로브 주머니 속으로 소리 없이 미끄러뜨려 넣었다. 모든 과정은 단 1초 만에 완료되었다. 요나스는 자신이 어떤 덫에 걸렸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옷을 털며 도진을 쏘아붙였다.


“칠칠치 못하긴. 평생 서기 나부랭이로 썩을 놈 같으니라고.”


“죄송합니다, 요나스 서기님.”


도진은 고개를 숙이며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머릿속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


쾅—!


그때, 대도서관의 육중한 오크나무 문이 난폭하게 열리며 한 무리의 성당 병사들과 심문관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선두에 선 자는 찬란한 금빛 자수가 새겨진 백색 사제복을 입은 청년, 줄리안 부제였다.


그는 신성력을 증폭시켜 주는 루비 사제 지팡이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며 차가운 안광을 번뜩였다.


“이단 심문소의 명령이다! 대도서관 내부의 모든 서기들은 동작을 멈추고 제자리에 엎드려라!”


자료 정리실에 있던 서기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다. 요나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줄리안 부제의 앞으로 달려가 고개를 숙였다.


“줄리안 부제 대인! 제가 말씀드린 쥐새끼가 바로 저기 있습니다!”


요나스가 도진을 가리키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이도진이라는 놈이 밤마다 지하 금역을 드나들며 사악한 주술을 부렸습니다! 어젯밤 성물 보관소의 결계가 뚫린 것도 분명 저놈의 짓이 틀림없습니다! 저놈의 목덜미를 보십시오! 이단과 계약을 맺은 사악한 붉은 낙인이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줄리안 부제의 시선이 도진에게 고정되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권력욕과 탐욕, 그리고 자신보다 영리한 도진을 짓밟겠다는 잔인한 희열이 가득 차 있었다.


“이도진. 최하급 서기 주제에 감히 성스러운 성당의 물건을 훔치고 이단과 내통해?”


줄리안이 성큼성큼 다가와 도진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5성 신성력의 묵직한 압박감이 도진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도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줄리안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부제 대인, 저는 그저 밤새 방에서 고서를 해독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모함입니다.”


“시끄럽다! 요나스의 확실한 밀고가 있었다. 네놈의 옷을 찢어서라도 그 더러운 낙인을 확인해 주지!”


줄리안 부제는 광소하며 도진의 서기복 깃을 난폭하게 잡아 찢어 발겼.


찌이이익—!


하얀 천 조각들이 허공에 휘날리며 도진의 쇄골과 목덜미가 고스란히 대기 중에 노출되었다. 요나스는 승리를 확신하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고, 주변의 서기들은 숨을 죽였다.


그러나.


“……무슨?”


줄리안 부제의 미소가 굳어졌다. 요나스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찢어진 옷깃 사이로 드러난 도진의 목덜미는 너무나도 깨끗했다. 가죽 초커가 둘러진 자리 아래에는 그 어떤 붉은 사슬 문양도, 주술의 흔적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희고 창백한 살결만이 새벽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을 뿐이었다.


은밀한 마력 차단법과 소울링크 완화용 초커의 완벽한 이중 차단 효과였다. 줄리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손가락에 신성 탐지 마법을 둘러 도진의 목에 가져다 대었지만, 그 어떤 마력 반응도 감지되지 않았다. 도진이 실버 컴파스의 에너지를 미세하게 방출해 탐지 주파수를 완벽히 흡수 상쇄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럴 리가 없다! 요나스, 네놈이 분명히 붉은 사슬이 새겨진 걸 보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줄리안이 당황하여 요나스의 멱살을 잡았다. 요나스는 사시나무 떨듯 떨며 도진을 가리켰.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놈은 분명 이단입니다! 제가 밤마다 피 냄새를 맡았고……!”


그때, 도진이 차분하게 옷깃을 여미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부제 대인, 요나스 서기는 최근 저를 시기하여 터무니없는 모함을 일삼아 왔습니다. 오히려…… 어젯밤 성물 보관소의 경보가 울렸을 때, 요나스 서기님의 행적이 더 수상하지 않습니까?”


“뭐라?”


“요나스 서기님의 소매를 보십시오. 대성당 지하 깊은 곳의 성물 보관소에서만 풍기는 특유의 순수한 ‘신성 에테르’ 향기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의 깊은 주머니 속에 묵직한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 같군요.”


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을 지키던 성당 헌병대의 대장이 코를 킁킁거렸다.


“……확실히, 이 자의 소매에서 성소 특유의 에테르 향이 강하게 풍깁니다.”


헌병대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성물 도난 사건은 이단 심문소조차 함부로 덮을 수 없는 성당 최고의 중죄였다.


“아, 아닙니다! 이건 모함입니다! 저는 어젯밤 보관소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요나스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헌병들이 순식간에 그의 양팔을 제압했다. 대장이 요나스의 로브 깊은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스스슥.


그리고 꺼내진 것은, 황금빛 룬 문자가 화려하게 새겨진 대도서관 금역의 ‘비밀 금서’였다.


털썩!


요나스의 품에서 줄리안 부제에게 받은 묵직한 금화 주머니와 함께, 훔쳐낸 금서가 바닥으로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대도서관 금역의 서적을 무단으로 반출하려 한 흔적에, 성물 보관소의 에테르 향기까지…….”


헌병대장이 차갑게 선언했다.


“요나스 서기. 너를 성물 절도 및 금서 무단 반출 혐의로 체포한다.”


“아닙니다! 이건 이도진이 심어둔 함정입니다! 줄리안 부제 대인, 저를 도와주십시오! 대인께서 시키신 대로……!”


“닥쳐라, 이 더러운 절도범 놈이!”


줄리안 부제는 요나스가 자신과의 유착 관계를 폭로하려 하자 황급히 지팡이로 그의 입을 내리쳐 막아버렸다. 요나스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헌병들에게 무자비하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처참한 울부짖음이 도서관 회랑을 따라 멀어져 갔다.


자료 정리실 내부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줄리안 부제가 이빨을 갈며 도진을 노려보았지만, 헌병들에게 끌려가며 비명을 지르는 요나스의 울음소리에 묻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돌려야 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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