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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박동을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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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의 목덜미를 감싸 쥔 붉은 사슬 문양이 어둠 속에서 불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컥……! 아, 윽……!”


비명이 가슴에 턱 막혔다. 도진은 전신을 엄습하는 가공할 극통에 제단 바닥을 볼품없이 뒹굴었다. 가슴뼈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인도가 살점을 지져 대는 듯한 가학적인 고통이 들이쳤다. 목에 새겨진 붉은 사슬 낙인은 단순한 문양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심장을 직접 옥죄고 흔드는 영혼의 족쇄였다.


공기마저 얼려버릴 듯한 아샤의 살의와, 모든 것을 불태우려는 서은하의 성스러운 투기가 제단 위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어 부딪치고 있었다. 그 두 최강자가 서로를 향해 품는 증오가 강해질수록, 소울링크의 마법적 통로를 타고 도진의 심장으로 흘러드는 대미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었다.


두 여인의 살기 어린 침묵 속에서, 도진의 호흡이 완전히 정지했다. 심장이 거칠게 불규칙한 박동을 치더니, 이내 굳어버린 돌처럼 멈추려 했다.


[경고: 계약자 간의 맥박 및 마력 주파수 불일치 발생.]

[위험: ‘심장 동조 임계점’ 돌파. 이도진의 심장 정지 잔여 시간—30초.]


‘미치겠군…….’


도진은 전신이 굳어가는 와중에도 ‘통각 차단’ 능력을 필사적으로 가동했다. 뇌 신경을 타고 흐르는 극심한 고통을 일시적으로 차단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첫 박동에서 심장마비로 기절해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을 터였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야 너머로, 가슴을 움켜쥔 채 신음하는 서은하와 아샤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들은 소울링크의 규칙에 따라 도진이 느끼는 고통의 25%를 공유하고 있었다. 대륙 최강자들에게는 미미한 수치여야 했지만, 도진이 느끼는 고통이 ‘즉사급’이었기에 그녀들 역시 심장을 짓눌리는 듯한 억눌린 비명을 흘리고 있었다.


“이…… 교활한 마족 첩자 녀석이……!”


서은하가 이를 악물며 성검 천광의 자루를 꽉 쥐었다. 기사로서의 본능, 그리고 성당에서 평생 교육받은 이단 척결의 신념이 그녀의 이성을 지배했다. 은하는 이 사악한 결속을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술자인 도진의 목을 베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서릉—!


황금빛 검기가 대지를 긁으며 도진의 목을 향해 비스듬히 치켜세워졌다. 은하가 도진을 베기 위해 검에 힘을 주는 순간, 그녀의 내면에 서린 살기가 도진의 심장을 직격했다.


“커흑……!”


도진의 입에서 한 움큼의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심장이 완전히 멈춰버리는 감각에 도진의 눈동자가 뒤집히기 직전, 소울링크의 절대적인 역류 법칙이 가동되었다.


쿵—!


“아아악!”


검을 내리치려던 서은하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도진의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의 25%가 사슬을 타고 고스란히 그녀의 심장으로 역류한 것이다. 은하는 성검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숨을 쉬지 못하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자신이 도진에게 가하려던 살의가 고스란히 자신을 죽이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기묘한 인과였다.


“하, 하찮은 인간 기사 녀석. 그 정도 고통도 못 견디고 엄살이냐.”


아샤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자존심 강한 마족 사천왕이었다. 이따위 사슬에 묶여 인간의 통증을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가 지독한 굴욕이었다. 아샤는 자신의 심연 마력을 강제로 끌어올려 도진의 심장에 주입해, 이 나약한 인간의 심장을 강제로 뛰게 만들려 했다.


“그 사슬을 억지로 부수려 하지 마라, 마족!”


서은하가 핏발 선 눈으로 소리쳤다.


“그 이질적인 마력이 이 소년의 몸에 닿는 순간, 성마 반발로 인해 우리 셋 다 영혼이 찢겨 나갈 것이다!”


실제로 아샤의 검은 마기가 도진의 혈맥으로 미세하게 흘러들자마자, 은하가 뿜어내던 신성력의 잔재와 부딪치며 도진의 체내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상극의 두 에너지가 부딪치는 마찰열은 도진의 전신 경맥을 태워버릴 기세로 요동쳤다. 도진의 전신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며 모세혈관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진짜 죽는다.’


도진의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통각 차단으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생명력이 바닥을 드러내며 영혼이 육체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극도의 무력감이 덮쳐왔다. 심장 동조 임계점의 붉은 경고등이 머릿속에서 요란하게 깜빡였다.


그 암흑의 심연 속에서, 맑고 차가운 푸른빛 영체가 도진의 무의식 세계를 부드럽게 깨웠다.


[바보 같은 녀석. 고작 이 정도 시련에 영혼의 끈을 놓을 셈이냐?]


대도서관 최하층 금역에 얽매여 있던 고대 조율자의 영혼 사서, 헬레나의 목소리였다. 반투명한 푸른빛 로브를 입고 지적인 안경을 쓴 그녀가 도진의 심상 세계 한가운데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헬레나…… 사제님……”


[네 심장은 평범한 인간의 것이 아니다. 성력과 마력, 그 어떤 극단적인 힘이라도 수용하고 조율할 수 있는 ‘공명하는 심장’의 그릇이지. 전생의 지혜를 떠올려라. 사슬의 흐름을 지배하는 것은 무력이 아니라, 오직 너 자신의 박동이다.]


“박동을…… 지배하라고요?”


[두 아내들의 심장 소리를 들어라. 그녀들의 분노와 불안이 소울링크를 타고 네게 유입되고 있다. 네 심장 박동을 그녀들의 맥박과 동기화해 강제로 진정시켜라. 그것이 최초의 조율자가 완성했던 비전이다.]


헬레나의 영혼이 도진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맑은 지혜의 마력이 도진의 얼어붙어가던 신경계를 깨우며 하나의 고대 호흡 공식의 흐름을 그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심장 박동 동기화 호흡법……!’


도진은 눈을 번쩍 떴다. 현실의 차가운 석실 바닥에서 그의 흐려지던 눈동자에 차갑고 고요한 안광이 서렸다. 통각 차단 패시브 덕분에 이성을 유지한 그는, 극도의 침착함을 유지하며 주변의 맥박 소리에 집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서은하의 심장은 성당의 규율에 묶인 기사답게 빠르고 날카로운 금속성 파동을 그리며 뛰고 있었다. 반면 아샤의 심장은 파괴적인 마성에 잠식되어 불규칙하고 웅장한 불꽃의 파동을 뿜어내고 있었다. 두 극단적인 심장 주파수가 소울링크의 통로 안에서 서로를 갉아먹으며 도진의 심장을 찢어발기고 있었던 것이다.


도진은 깊고 느리게 숨을 들이쉬었다.


습— 하—.


그가 호흡을 가다듬자, 그의 가슴 중앙에서 미세한 붉은색 파동이 맥박에 맞춰 잔잔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도진은 자신의 심장 박동수를 분당 60회로 강제로 고정했다. 전신 경맥을 열어 유입되는 두 여인의 살기와 불안을 자신의 조율 주파수 안으로 끌어들였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네놈.”


아샤가 가슴을 쥐어짜며 도진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폭주하던 마성이 도진의 기묘한 호흡 소리에 맞춰 강제로 진정되는 기이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도진은 대답하지 않고 오직 호흡에만 집중했다. 들숨과 날숨의 주기가 일정해질수록, 도진의 가슴 한가운데서 푸른 신성력과 검은 마기가 소용돌이치며 서로의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성마 조화 순환식.’


도진은 본능적으로 두 이질적인 힘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시각화했다. 왼쪽 팔에는 은하의 차가운 신성력을, 오른쪽 팔에는 아샤의 뜨거운 심연 마기를 배치했다. 그리고 두 힘을 심장을 매개로 삼아 서로 상쇄시키며 부드러운 원형으로 회전시켰다.


쿵. 쿵. 쿵.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도진의 강제 고정된 심장 박동에 맞춰, 서은하와 아샤의 가슴에 박힌 사슬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두 여인의 불규칙하던 맥박이 도진의 분당 60회 박동 주기에 맞춰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내…… 심장 소리가 멋대로 조율되고 있어…….”


서은하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평생 신성력의 훈련을 쌓아온 그녀로서도 타인의 호흡 하나에 자신의 맥박이 완벽하게 종속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무력의 강함과는 궤를 달리하는, 생명의 근원을 쥐고 흔드는 초월적인 조율의 권능이었다.


스르릉, 철컥.


세 사람의 심장 박동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 석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숨 막히는 살기와 고통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은하와 아샤의 가슴을 옥죄던 사슬의 불길한 붉은 빛이 서서히 은은하고 따뜻한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시스템 안정: 소울링크 대미지 분산율 25%의 완화 결계가 활성화됩니다.]

[알림: 심장 동조 임계점 위기 해제. 맥박 주파수가 안정 상태로 진입했습니다.]


도진은 가슴을 누르던 무거운 철판이 치워진 듯한 안도감에 길게 숨을 내쉬었다. 비록 심장 판막에 미세한 흉터가 새겨지고 신경계 과부하로 인해 사지가 일시적으로 저릿하게 마비되었지만, 마침내 즉사의 위기에서는 완벽하게 벗어난 것이다.


“하아…… 하아……”


도진은 피 묻은 입술을 닦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염좌가 생긴 발목과 내상의 여파로 인해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시 비틀거렸다.


그때, 두 쌍의 시선이 도진에게 집중되었다.


서은하는 검을 바닥에 짚은 채, 경악과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이성은 이 나약한 서기 소년이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절대적인 인질이자 지배자가 되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아샤 역시 신비로운 자줏빛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도진의 목에 새겨진 사슬 문양을 응시했다. 마족 사천왕으로서 겪은 굴욕감 속에서도, 도진이 보여준 기적적인 에너지 조율 능력에 묘한 지적 호기심과 소유욕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너…… 정체가 뭐냐? 일개 성당의 하급 서기가 어찌 이런 고대 제국의 금기 주술을 다루는 거지?”


아샤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은하 역시 성검 천광의 자루를 쥔 채 도진의 답변을 기다렸다.


도진은 두 최강자 여인의 눈빛 뒤에 숨겨진 미세한 불안감과 경외심을 ‘감정 분석’ 능력으로 정확히 읽어냈다. 그녀들은 지금 자신들의 목숨이 이 약한 소년의 호흡 하나에 묶였다는 사실에 극도의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내 정체는 중요하지 않아.”


도진이 백발이 살짝 섞인 귀밑머리를 쓸어 넘기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부터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이지. 내가 죽으면 너희도 죽는다. 반대로 너희가 다치면 나도 죽어.”


그 기묘한 침묵 속에서, 세 사람 사이의 팽팽한 대치 상태가 유지되던 찰나.


쿠구구구구궁—!


머리 위쪽 천장에서 다시 한번 거대한 균열음이 터져 나왔다. 제단의 마력이 침하하면서 지하 석실의 붕괴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집채만 한 거대한 낙석들이 굉음을 내며 도진과 두 여인의 주변으로 사정없이 떨어져 내렸다.


“치앗……!”


서은하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성검으로 도진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바위 파편을 쳐냈다. 아샤 역시 짜증 섞인 비명을 지르며 어둠의 장막을 펼쳐 낙석의 궤적을 비틀었다.


도진은 가슴을 쥐어짜며 붉은 사슬의 서를 품속에 단단히 찔러 넣었다. 사지가 마비된 상태에서 탈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또 다른 위기가 그들을 덮쳐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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