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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안광의 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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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스의 차가운 시선이 태오가 손에 쥐고 있던 구리 프레임과 마력 석영 결정을 향해 천천히 내리꽂혔다.


노역동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얼어붙는 것 같았다. 횃불의 붉은 그림자가 루퍼스의 흉측한 얼굴을 비추며 기괴하게 일렁였다. 그의 손에 쥔 가죽 채찍이 바닥의 소금 바위를 쓸며 스스스 하는 불길한 소리를 냈다.


태오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왼쪽 어깨의 채찍 상처가 욱신거리며 타는 듯한 통증을 뿜어냈다. 들키면 끝장이다. 이 조잡하지만 정교한 구리 뼈대와 마석 결정을 들키는 순간, 이단 사술을 모의했다는 누명을 쓰고 즉시 소금벽에 매장당할 것이다.


루퍼스가 한 걸음 들이밀었다. 그의 가죽 장화가 소금 바닥을 짓밟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그 손에 든 건 뭐지, 제이드? 당장 내놓아라.”


그의 목소리에는 굶주린 하이에나 같은 탐욕과 의심이 가득했다. 태오는 손가락뼈가 하얗게 바래도록 구리 프레임을 꽉 쥐었다. 머릿속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다. 무력은 제로에 가깝다.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공학적 틈새나 변수가 필요했다.


바로 그 순간, 태오의 품에 안겨 있던 리나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리나의 귀는 노역동 내부의 모든 미세한 주파수를 감지하고 있었다. 루퍼스의 가죽 옷이 쓸리는 소리, 그의 거친 호흡, 그리고 노역동 구석 벽면에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있던 녹슨 철제 파이프의 진동까지.


리나는 오빠의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것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상황을 직감했다. 리나가 은밀하게 태오의 손가락을 꾹 눌렀다. ‘내가 시선을 끌게.’라는 신호였다.


리나가 갑자기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악! 뱀이에요! 지네가 조장님 발밑으로 기어가요! 빨간 사막 지네가 조장님 바지춤으로!”


“뭐, 뭐라고?!”


루퍼스의 안색이 단숨에 흙빛으로 변했다. 게헤나 사막의 소금 지네는 단 한 번의 물림으로도 성인 남성을 몇 분 만에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독충이었다. 미신과 독충에 극도의 공포를 지닌 루퍼스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뒤로 펄쩍 뛰어올랐. 그의 무거운 군화가 허공을 휘젓고, 수색조 경비병들도 횃불을 아래로 들이밀며 우왕좌왕했다.


“어디냐! 어디 있어!”


그 0.1초의 짧은 틈새를 태오는 놓치지 않았다.


태오는 만성 기침을 크게 터뜨리며 몸을 앞으로 웅크렸다.


“콜록! 쿨럭! 으흑……!”


기침 소리로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를 완벽히 은폐하며, 태오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구리 프레임과 마력 석영 결정을 바닥의 깊은 균열 틈새로 밀어 넣었다. 제이드의 육체에 남아 있던 대지 감각이 그 틈새의 깊이와 각도를 정확히 짚어냈다. 소금 먼지가 덮인 어두운 바위 틈새 속으로 부품들이 완벽히 사라졌다.


“지네가 어디 있다는 거냐, 이 눈먼 계집년이!”


발밑을 샅샅이 살피던 루퍼스가 독충이 없음을 확인하고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속았다는 사실에 그의 얼굴이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화풀이를 하듯 태오의 왼쪽 어깨를 가죽 장화로 사정없이 걷어찼.


“끄학!”


태오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채찍 상처가 다시 찢어지며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상처 부위가 소금 먼지와 쓸려 비명이 절로 나왔지만, 태오는 필사적으로 틈새를 몸으로 가렸다.


“사흘이다. 사흘 뒤에 물을 찾아내지 못하면 너희 남매는 물론이고 이 노역동의 쥐새끼들 모두가 말라 죽을 줄 알아라.”


루퍼스는 태오의 남루한 가죽 누더기를 대충 걷어차며 수색했지만, 틈새 깊숙이 박힌 물건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침을 뱉고는 수색조를 이끌고 거칠게 철문을 닫으며 나가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잠겼다.


노역동 내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오빠…… 괜찮아?”


리나가 더듬거리며 다가와 태오의 피 묻은 어깨를 안아주었다. 태오는 턱을 바르르 떨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리나. 네 덕분에 살았어.”


태오는 서둘러 바위 틈새에서 구리 프레임과 마력 석영 결정을 꺼냈다. 다행히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단조된 구리 프레임은 멀쩡했다. 브론과 한스가 긴장된 얼굴로 다가왔다.


“제이드, 지금 당장 조립해야 하네. 간수들이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몰라.”


브론의 말에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력 석영 결정을 구리 프레임의 안구 홈에 맞추었다. 현대 수자원공학의 광학 렌즈 설계 공식이 머릿속에서 홀로그램처럼 회전했다. 렌즈의 곡률과 구리 와이어의 저항 값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어야 했다.


딸깍.


마침내 결정이 프레임에 완벽히 고정되었다.


태오는 완성된 안경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눈에 착용했다. 안경 측면의 구리선 테두리가 그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기동한다.”


태오는 제이드의 육체에 잔류해 있던 대지의 미세한 마력을 구리선 회로로 흘려보냈다. 현대의 지질공학 지식과 이세계의 마력이 충돌하며 결합하는 순간이었다.


‘수기 공명 각성(水氣 共鳴 覺醒).’


화아아악!


갑자기 오른쪽 눈이 인두로 지지는 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태오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오른쪽 눈에서 뜨거운 피눈물이 흘러내려 뺨을 적셨다. 뇌 세포 하나하나가 과부하로 타버릴 것 같은 극심한 편두통이 엄습했다. 이세계의 조잡한 마력 회로가 현대 수자원공학의 방대한 연산 데이터를 감당하느라 일어난 역류 현상이었다.


“제이드! 괜찮은가?!”


브론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태오는 손을 저어 그를 제지했다. 피눈물 너머로, 그의 오른쪽 눈동자가 서늘하고 투명한 푸른 안광(靑色 眼光)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상이 변했다.


어둡고 칙칙하던 소금 광산의 벽면이 서서히 반투명해지더니, 그 위로 촘촘한 청색 격자망(Grid)이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현대의 3D CAD 인터페이스가 그의 시야에 완벽하게 구현된 것이다.


‘3D 지층 구조화 렌더링(3D Geological Structure Rendering).’


태오는 경이로움에 숨을 들이쉬었다. 대지를 바라보자, 바위의 밀도와 공극률, 단층 균열들이 정밀한 수치와 등고선으로 시각화되어 뇌리에 직접 주입되었다. 소금 바위의 단단한 주향과 경사가 삼각함수의 그래프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태오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지면 아래를 투시하기 시작했다.


지하 10m…… 50m…… 100m…….


시야가 대지의 단층을 뚫고 끝없이 내려갔다. 어둠뿐이던 땅속이 청색 광선으로 이루어진 입체 지도로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하 300m 깊이에 도달했을 때 태오는 뇌리가 짜릿해지는 전율을 느꼈.


지하 300m 아래, 거대한 암반층 사이에 갇혀 있는 엄청난 규모의 푸른 빛무리.


‘점토질 대수층 지하수(粘土質 帶水層 地下水)다!’


수용소 전체를 적시고도 남을, 차갑고 맑은 원수가 거대한 수압을 품은 채 맥동하고 있었다.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땅 아래에는 분명히 거대한 생명의 원천이 실재하고 있었다. 태오는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태오의 푸른 안광이 대수층 바로 윗부분을 렌더링하는 순간, 그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


청정 대수층 바로 위, 지하 250m 지점에 짙고 탁한 노란색의 열화상 신호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광산 상층부의 소금 정제 공정에서 스며나와 고인 강산성의 ‘황산염 오염수(黃酸鹽 汚染水)’ 레이어였다.


“이런 미친…….”


태오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흘러나왔.


황산염 오염수층은 청정 대수층을 얇은 점토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벽히 누르고 있었다. 유체의 압력 구배를 고려할 때, 상부 오염수층의 수압이 하부 청정수보다 미세하게 높았다.


이 지질학적 구조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만약 일반적인 수직 시추를 통해 일직선으로 구멍을 뚫는다면, 시추관이 황산염 오염수층을 관통하는 순간 강산성의 독성수가 청정 대수층으로 쏟아져 흘러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하수는 영구적으로 오염되어 비소와 황산염이 가득한 죽음의 독물로 변해버린다. 물을 마시려던 120명의 노예는 물론이고 변경 부족들까지 전부 몰살당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지질학적 함정이었다.


“제이드, 왜 그러나? 물이 없는 건가?”


한스가 불안한 얼굴로 태오의 소매를 붙잡았다.


“아니, 물은 있어. 그것도 아주 많이.”


태오는 피눈물을 닦아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바로 위에 독물이 흐르고 있어. 수직으로 뚫으면 물이 아니라 독약을 마시게 된다. 땅 아래의 진실은 기도가 아니라 정밀한 계산으로 뚫어야 해.”


태오는 머릿속으로 삼각함수 공식을 기동했다. 주향과 경사각을 연산하여, 황산염 오염수 포켓을 완벽히 우회할 수 있는 ‘사선 사면 굴착 경로’를 도출해야 했다.


‘경사각 42도, 서북 방향으로 사선 시추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태오는 안경의 3D 렌더링 화면을 따라 시선을 이동했다. 사선 시추를 시작하기 위한 최적의 지반 지지력과 공간을 갖춘 장소. 그곳은 경비대의 감시망이 닿지 않는 폐쇄된 구역인 ‘지하 공동 폐광 구역(地下 共同 廢鑛 區域)’이었다.


“브론, 한스. 장비를 챙겨라. 폐광 구역으로 가야 한다. 그곳이 우리의 시추 기지다.”


태오의 단호한 지시에 브론과 한스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예 자치회 대원들의 엄호 아래, 세 사람은 어둠을 틈타 노역동 지하의 무너진 벽 틈새를 통해 폐광 구역의 좁은 암반 통로로 은밀히 진입했다.


축축하고 시큼한 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어두운 동굴 내부. 태오는 안경의 푸른 안광에 의지해 한 걸음씩 나아갔.


하지만 그들이 폐광 구역의 넓은 공동으로 들어서려는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철컥.


그림자의 손에 쥐어진 거대한 무쇠 곡괭이가 지면을 긁으며 서늘한 쇳소리를 냈다. 횃불도 없는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두 눈동자.


그는 수용소에서 수십 년간 오직 자신의 감(感)과 경험만으로 우물을 파왔던 베테랑 노예 굴착조 조장, 라울(Raul)이었다.


라울이 무쇠 곡괭이를 치켜세우며, 태오의 얼굴에 박힌 기괴한 구리 안경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우물 파는 장인의 구역에 허락도 없이 발을 들이는 쥐새끼들이 누구냐 했더니, 제이드 너였군. 그 눈에 참 해괴한 장난감을 얹고서 어디를 기어들어 가려는 거지?”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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