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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만드는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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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먼지가 눈처럼 내려앉는 어둠 속, 한태오는 왼쪽 어깨를 감싸 쥐었다. 가죽 채찍에 찢겨 나간 살점이 공기 중의 소금 분진과 만나 욱신거리는 화끈한 고통을 뿜어냈다.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지만, 태오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지금은 엄살을 부릴 여유조차 없었다.


제3노역동의 식수 배급 코인은 전량 몰수되었고, 남은 시간은 단 사흘. 120명의 노예가 물 한 방울 없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오빠…… 어깨에서 다시 피 냄새가 나.”


품에 안겨 있던 리나가 보이지 않는 연갈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속삭였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대신, 그녀의 청각은 기괴할 정도로 민감했다. 태오의 미세한 호흡 변화와 옷자락이 쓸리는 소리만으로도 상처가 덧났음을 알아챈 것이다.


“괜찮아, 리나. 그냥 조금 쓸린 것뿐이야.”


태오는 리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품 안을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제이드의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왔다는 낡고 녹슨 구리 송곳이었다. 평범한 송곳처럼 보였지만, 태오의 머릿속에 이 세계의 물리 법칙이 정렬되자 전혀 다른 가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리는 미세한 마력 전류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전도체였다.


‘지하 300m 아래에 흐르는 점토질 대수층을 뚫으려면, 먼저 눈이 필요하다.’


맹목적인 굴착은 독성 황산염 오염수를 건드리거나 지반 붕괴를 유발할 뿐이다. 지하의 수기 흐름을 시각화해 줄 장비, ‘지반 투시 마력 안경’의 제작이 시급했다.


태오는 어둠을 틈타 노역동 구석에 누워 있던 두 사람에게 은밀히 다가갔. 한 사람은 산만한 덩치에 그을린 피부를 가진 베테랑 대장장이 브론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부스스한 금발을 한 영리한 소년 한스였다.


“브론, 한스. 나랑 거래를 하지.”


태오의 나직한 목소리에 브론이 콧방귀를 꼈다.


“노예 꼬맹이가 무슨 거래를 하겠다는 거냐? 사흘 뒤면 다 같이 말라 죽을 판에.”


“사흘 뒤에 죽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다면?”


태오는 제이드의 구리 송곳 끝으로 소금 바닥을 긁어 기하학적 도형과 복잡한 수치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대 수자원공학의 광학 렌즈 굴절 공식과 프레임 설계도였다.


“이건…… 뭐지?”


브론의 눈이 커졌다. 평생 쇠를 두드려온 장인의 직관이 도면의 비범함을 알아챈 것이다.


“이것은 미세한 수기의 흐름을 빛의 굴절로 변환해 시각화하는 도구의 설계도다. 브론, 네 제련 기술이라면 이 구리 프레임을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단조해낼 수 있겠지? 그리고 한스, 네 날랜 몸이라면 경비대 통신실 폐기함에서 고순도 구리선과 광산 최하층의 마력 석영 결정을 훔쳐 올 수 있을 거다.”


“공차…… 규격화……?”


브론은 태오가 설명하는 현대적 설계 개념에 문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중얼거렸다. 수용소의 조잡한 연장들과 달리, 태오가 요구하는 오차 범위는 소름 끼치도록 정밀했다.


“미쳤군.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말라 죽는 것보단 낫겠지.”


브론이 거친 손을 뻗어 태오의 송곳을 쥐었다. 소년 한스 역시 푸른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경비대 통신실의 야간 교대 시간은 정확히 삼경이야. 그때 보초들의 틈새가 생겨.”


리나가 벽 너머의 미세한 발소리 주기를 분석해 결정적인 타이밍을 제공했다. 태오는 즉시 한스에게 경비대 통신실의 순찰 루틴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이송 경로를 짜주었다.


삼경이 되자, 한스는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환기구를 타고 통신실 배후로 침투했다. 경비견이 으르렁거리는 일촉즉발의 순간이 있었지만, 태오가 일러준 사각지대를 이용해 간신히 폐기함에서 고순도 구리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시각, 제3노역동 구석에서는 브론의 은밀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브론은 가죽 누더기를 기워 만든 비밀 차폐막을 치고 소형 간이 가마를 가동했다. 붉은 불꽃이 차폐막에 가로막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사이, 브론은 태오가 지정한 수치에 맞춰 구리 프레임을 정밀하게 단조해나갔. 망치질 소리가 날 때마다 노예 자치회 대원들이 일부러 쇠사슬을 흔들며 소음을 지워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리나가 갑자기 태오의 소매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오빠! 장화 소리가 들려. 다섯 명…… 아니, 여섯 명이야. 보초 교대 시간이 아냐. 순찰 주기가 평소보다 5분 빨라졌어!”


“뭐라고?”


태오의 뇌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5분의 오차. 경비대의 무작위 순찰 루틴 변경이었다. 이대로라면 30초 뒤에 순찰대가 이 방 앞을 지나가게 되고, 가마의 미세한 연기와 열기를 들키게 된다. 들키는 즉시 전원 처형이었다.


“브론, 당장 가마를 꺼! 한스, 구리선을 숨겨!”


태오는 급박하게 소리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마의 불은 껐지만, 아직 공기 중에 남아 있는 매캐한 열기와 이산화탄소 냄새는 숨길 수 없었다. 간수들의 횃불이 복도 모퉁이를 도는 실루엣이 철문 틈새로 비치기 시작했다.


‘공기의 대류 현상을 이용해야 한다.’


태오는 바닥에 흩어져 있던 소금 가루와 석회 분진을 눈여겨보았다. 뜨거운 열기는 위로 상승하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는다. 경비병들이 들고 오는 횃불의 열기는 강한 상승 기류를 만들어낼 것이다.


“모두 담요를 털어라! 소금 먼지를 공중으로 날려!”


태오의 지시에 노예 자치회 대원들이 일제히 소금기가 가득한 낡은 양가죽 담요를 허공에 대고 거칠게 흔들었다.


콜록! 콜록!


순식간에 노역동 내부가 뿌연 소금 먼지로 가득 찼다. 바로 그 순간, 철문 격자창 너머로 간수의 횃불이 들이밀어졌다.


“이 새끼들이 야밤에 왜 이렇게 시끄러워? 들이쉬는 숨소리조차 아껴라!”


간수가 소리쳤지만, 횃불의 뜨거운 열기가 노역동 내부의 소금 먼지를 급격히 위로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짙은 안개 같은 시야 교란 장벽을 형성했다. 먼지 장막에 가로막혀 간수의 시야에는 매캐한 연기도, 브론의 간이 가마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간수들은 소금 먼지에 눈을 찌푸리며 기침을 해대더니, 수색을 포기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쳇, 소금 가루가 왜 이렇게 날려. 가자.”


철제 장화 소리가 멀어지자, 태오는 참았던 기침을 터뜨렸다. 허파가 찢어질 것 같은 만성 기침이 이어졌다. 소금 가루를 직접 뒤집어쓴 대가였다. 브론의 비밀 가죽 차폐막 역시 가마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타버려 소실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헛되지 않았다.


브론이 거친 손으로 완성된 구리 프레임을 태오에게 건넸다. 태오의 설계대로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맞물린, 정교한 구리 와이어 회로가 프레임 테두리를 감싸고 있었다. 한스는 품 안에서 조심스럽게 마력 석영 결정을 꺼내놓았다.


태오는 떨리는 손으로 구리 프레임의 안구 홈에 마력 석영 결정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으려 했다. 이 결정만 결합하여 미세 수기 공명을 맞추면 마침내 ‘지반 투시 마력 안경’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찰나.


쾅——!


제3노역동의 육중한 철문이 굉음과 함께 안쪽으로 부서지듯 열렸다.


“이 더러운 쥐새끼들이 야밤에 뭘 모의하고 있는 거냐?”


가죽 채찍을 손에 쥔 채,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는 감시조장 루퍼스와 그의 특별 야간 수색 조가 무기를 치켜든 채 방 안으로 난입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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