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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사냥개, 이단심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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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쏟아지는 단비는 축복이었으나, 공학자에게 자연의 자비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 신기루와 같았다.


바위산 정상에서 일어난 대폭발의 여파로 붉은 장막이 걷히고 내리기 시작한 비는, 메마른 게헤나 사막의 소금 대지를 차갑게 적셨다. 아샤족 전사들과 탈출 노예들은 빗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기적이라 부르짖고 있었지만, 한태오—노예 제이드의 육체에 빙의한 그의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윽……!”


태오는 신음하며 무릎을 꿇었다. 마력 루프를 대지에 강제 접지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강력한 마력 역류의 대가는 참혹했다. 그의 오른팔은 마치 수천 개의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듯한 극심한 마비 증세와 함께 뒤틀려 있었다. 피부 아래로 푸른색 마력 전류의 잔상이 지르르 소리를 내며 간헐적으로 맥동했다. 게다가 왼쪽 어깨의 채찍 상처는 다시 벌어져 붉은 피가 남루한 양가죽 누더기를 적시고 있었다.


“제이드!”


사샤가 다급히 다가와 태오의 마비된 오른팔과 피로 얼룩진 어깨를 부축했다. 그녀의 차가운 단검 끝에는 아직 카심의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몸이 엉망이군. 제단의 폭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건가?”


“마력…… 전류의 전위차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신경 마비일 뿐이니 걱정 마십시오.”


태오는 이빨을 악물며 대답했다. 그의 오른쪽 눈에 장착된 ‘지반 투시 마력 안경’의 우측 렌즈 가장자리에서 불길한 미세 균열이 지르르 소리를 내며 더 깊게 갈라졌다. 안경의 인터페이스 화면에는 빨간색 경고등이 가쁘게 깜빡이고 있었다.


[경고: 마석 렌즈 균열율 42%. 과부하 가동 시 완전 파손 및 안구 영구 손상 위험.]


태오는 안경을 만지며 차가운 빗물로 얼굴에 묻은 피눈물 잔해를 닦아냈다. 비 비린내 섞인 흙냄새가 코끝을 스쳤지만, 그 청량함 뒤로 사막 저편에서 밀려오는 불길한 살기가 느껴졌다.


“제이드 형, 가야 합니다! 전령 소년 핀이 보낸 신호입니다!”


한스가 빗속을 뚫고 달려와 태오의 손을 잡았다. 그의 뺨에는 제단 폭발 때 스친 고온 증기 화상의 붉은 흔적이 선명했다. 한스의 손끝이 공포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교단 본당의 군세가 국경을 넘어 이곳으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선봉에 선 자는…… 교단 최고의 사냥개라 불리는 이단 심문관 크로이츠(Kreutz)입니다!”


태오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단이 파괴되어 인공 가뭄의 실체가 폭로되었으니, 교단으로서도 자신들의 종교적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무력을 동원해 목격자들을 말살하려 할 터였다.


“타릭 대족장님께 전하십시오. 야영지의 남은 노예들과 부족민들을 이끌고 즉시 퇴각해야 합니다. 목적지는 국경 장벽 초소 너머의 카르낙 영지입니다.”


태오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마비된 오른팔은 완전히 감각을 잃어 허공에 무력하게 늘어져 있었지만, 그의 지성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 * *


비를 뿌리던 먹구름은 사막의 뜨거운 상승 기류에 밀려 순식간에 흩어졌다. 단 몇 시간 만에 게헤나 사막은 다시 뜨거운 자외선이 내리쬐는 지옥으로 되돌아왔다.


태오 일행이 도달한 곳은 낮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극한의 죽음의 지대, ‘붉은 모래 사구 지대’였다. 발을 디딜 때마다 푹푹 꺼지는 유동 사구는 피난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120명의 노예 대열과 아샤족의 노약자들은 극심한 피로와 탈수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둥…… 둥…… 둥…….


그때, 붉은 모래 언덕 저편에서 대지를 흔드는 웅장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사막의 지평선 위로 은빛 철갑옷을 입은 기병대의 무리가 아지랑이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중심에 선 사내. 검은 철갑옷 위에 붉은색 이단 심문관 망토를 휘날리는 냉혹한 인상의 30대 사내, 크로이츠였다. 그의 손에는 마력의 흐름을 추적하는 황동제 ‘신성 나침반’이 들려 있었고, 나침반의 바늘은 태오가 있는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며 맥동하고 있었다.


“이단 사술로 신성한 제단을 파괴하고 비를 내린 죄인들이 저기 있구나.”


크로이츠의 차가운 목소리가 사막 바람을 타고 협곡 입구까지 전해졌다. 그의 뒤로 거대한 대검을 등에 멘 철혈의 기사단장 가르시아(Garcia)가 성기사단을 이끌고 돌격 자세를 취했다.


“성기사단이여! 이단 부역자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단죄하라!”


가르시아의 포효와 함께 은빛 기병대가 무서운 속도로 붉은 사구를 돌파해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은빛 갑옷 위로 강력한 신성 방어막이 전개되며 대기 중의 모래바람을 튕겨냈다.


“막아야 해!”


사샤가 단검을 꼬셔 잡으며 돌격하려 하자, 태오가 마비되지 않은 왼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안 됩니다! 정면 대결은 자살행위입니다. 저들의 신성 방어막은 아샤족의 화살이나 물리적인 무력으로는 뚫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아샤족 전사들이 날린 장거리 저격 화살들이 가르시아의 방어막에 부딪쳐 힘없이 꺾여 나갔다. 물리적인 힘의 격차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당하라는 건가?”


사샤가 이빨을 갈며 물었다.


“아닙니다. 자연의 법칙을 무기로 쓸 차례입니다.”


태오는 지반 투시 안경의 다이얼을 돌려 ‘지열 분포 열화상 감지’ 모드를 켰다. 안경 우측 렌즈의 균열을 통해 붉은색 노이즈가 지르르 튀었지만, 이내 눈앞의 지형이 온도의 고저에 따라 붉은색과 푸른색의 열화상 이미지로 매핑되었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빛을 받은 사구 표면의 온도는 섭씨 52도에 달했다. 하지만 그들이 서 있는 협곡 깊숙한 곳, 지하 공동 배출구 너머의 온도는 섭씨 8도에 불과했다.


온도 차 44도.


뜨거운 사막 기류와 지하 공동의 차가운 냉기가 이 좁은 협곡 병목 구간에서 충돌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기상학에서 말하는 급격한 열역학적 대류 현상, 즉 국소적 저기압의 형성과 강력한 회오리바람의 유도였다.


이것이 바로 태오가 계산해낸 ‘기압 차 풍향 유도 법칙’의 실체였다.


“사샤! 저 협곡 배출구를 가로막고 있는 수밀 바위벽으로 가십시오! 내 신호에 맞춰 그 벽을 무너뜨려 지하 공동의 냉기를 일시에 방출시켜야 합니다!”


“알았다!”


사샤는 망설임 없이 절벽을 타고 날렵하게 기어올라 바위벽 뒤에 자리를 잡았다.


태오는 품 안에서 아끼던 ‘기압식 모래 폭발 장치’ 세 동을 꺼냈다. 가스 동굴에서 실측했던 기압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하게 압력을 조율해 둔 장치들이었다. 그는 오른팔의 신경 마비 통증을 억누르며, 왼손으로 장치들의 인계철선을 협곡 바닥에 고정했다.


은빛 기병대의 말발굽 소리가 귓전을 때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가르시아의 대검 ‘단죄의 이빨’이 뿜어내는 서늘한 투기가 태오의 뺨을 스쳤다. 적들이 협곡 병목 구간의 임계 지점에 완벽히 정렬되는 순간.


“사샤! 지금입니다! 무너뜨리십시오!”


태오의 외침과 동시에 사샤가 바위벽의 고정 쐐기를 단검으로 강타했다.


콰르릉—!


수밀 바위벽이 무너지며, 지하 깊은 곳에 갇혀 있던 섭씨 8도의 차갑고 습한 냉기가 협곡 좁은 틈새를 타고 폭포수처럼 지상으로 분출되었다.


그 순간, 섭씨 52도의 지상 고열 기류와 지하의 급속 냉기가 충돌하며 협곡 내부의 기압이 순식간에 폭락했다. 급격한 기압 차로 인해 대류 현상이 극대화되며, 협곡 사이에 거대한 공기 소용돌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이잉—!!!


“폭발 장치 가동!”


태오가 인계철선 레버를 당겼다.


퍼어어어엉—!


세 동의 기압식 폭발 장치가 연쇄적으로 터지며, 장치 내부에 압축되어 있던 고압의 공기가 방출되었다. 폭발 장치 위에 덮여 있던 날카로운 규사와 고운 붉은 모래 수만 톤이 공중으로 폭사되었다.


폭사된 모래 먼지들은 기압 차로 형성된 거대한 회오리바람의 중심핵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 2초 만에, 협곡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적색 모래 소용돌이 장막이 형성되었다.


“크아악! 눈을 뜰 수가 없다!”


“말들이 광분한다! 대열을 유지해라!”


돌격하던 성기사단의 은빛 기병대가 거대한 모래 장막 속에 갇혔다. 초속 30미터에 달하는 강력한 모래 회오리는 말들의 시야를 완벽히 차단했고, 날카로운 규사 가루들은 신성 방어막의 표면을 사정없이 긁어내며 마찰 스파크를 일으켰. 말들이 공포에 질려 앞다리를 치켜들며 날뛰었고, 기병대의 완벽하던 돌격 대열은 단숨에 와해되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마법이 아니다! 물리적인 기압의 변화야!”


모래바람 속에서 기사단장 가르시아가 대검을 휘두르며 포효했으나, 자연의 거대한 역학적 흐름 앞에서는 그의 압도적인 무력조차 갈 길을 잃고 발이 묶일 뿐이었다.


“해냈어……!”


한스가 모래 먼지 속에서 환호했다.


하지만 태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안경 우측 렌즈의 균열 너머로, 모래 소용돌이를 우회하여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단 하나의 붉은 실루엣이 투사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단 심문관 크로이츠.


그는 신성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태오의 미세한 수기 주파수를 따라, 모래 폭풍의 와류를 기묘한 각도로 우회하며 좁혀오고 있었다. 그의 검은 철갑옷과 붉은 망토가 모래 먼지를 뚫고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공학의 기지라…… 해괴한 기술을 쓰는구나, 이단자여.”


크로이츠가 차가운 안광을 빛내며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날에서 흘러나오는 신성 투기가 태오의 이마에 서늘한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태오는 마비된 오른팔을 움켜쥔 채, 마지막 협곡 입구의 굳게 닫힌 목책 장벽 앞에 멈춰 섰다. 뒤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막다른 절벽이었다. 크로이츠의 검날이 태오의 목덜미를 향해 무섭게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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