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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우물의 축복과 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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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라! 파이프 지지대를 놓치지 마!”


한태오의 쇳소리 섞인 외침이 갈라진 화강암 구덩이 위로 들이쳤다.


지이이이잉—!


오른쪽 눈에 장착된 지반 투시 마력 안경의 우측 렌즈가 파열될 듯한 고주파 음을 내며 푸른 안광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렌즈 중앙을 가로지른 미세한 균열이 수압의 진동과 동조하여 지르르 떨릴 때마다, 관자놀이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편두통이 태오의 뇌를 유린했다. 왼쪽 어깨에 새겨진 채찍 상처가 다시 터져 붉은 피가 남루한 양가죽 누더기를 적셨지만, 태오는 밸브의 황동 레버를 쥔 손을 결코 놓지 않았다.


바닥이 울리고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사막의 노예들이 감히 뚫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화강암 장벽, ‘통곡의 벽’ 너머에 갇혀 있던 수백 기압의 지하 대수층이 마침내 자유를 얻어 요동치고 있었다.


“단테! 밧줄을 묶어라! 그레그, 이중관 케이싱을 밀어 넣어!”


“으오오오옷!”


시추 조장 단테가 포효했다. 드릴 비트의 반동으로 이미 양손바닥 가죽이 처참하게 찢어져 붉은 피가 흑철 해머와 밧줄을 적시고 있었지만, 그는 이빨이 부러져라 악물며 목제 삼각대의 도르래를 온몸으로 지탱했다. 강철 삽날대장 그레그와 대원들이 밧줄을 당겨 두껍고 묵직한 외관 철관을 굴착 구멍 내부로 압입했다.


태오는 안경 너머로 실시간 렌더링되는 청색의 수압 격자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대수층 내부의 정수압은 무려 28기압. 예상치인 25기압을 초과한 초고압이었다. 이 압력을 제어하지 못하면 쇠파이프가 대포알처럼 솟구쳐 야영지 전체를 파괴하고 장비들을 고철로 만들 터였다.


‘압력 평형을 맞춰야 한다. 베르누이 정리와 연속 방정식을 대입해 방출 유량을 미세 조정한다!’


태오는 차갑고 명징한 이성으로 수압 평형 밸브 조절 공식을 머릿속으로 연산했다. 그는 황동 방출 밸브의 핸들을 잡고 미세하게 회전시켰다. 딱 12도. 메인 관로의 압력을 보조 바이패스 라인으로 분산시키는 각도였다.


쿠우우우웅—!


귀를 찢는 듯한 수증기 분출음과 함께, 굴착공 틈새로 뿜어 나오던 흙탕물이 순식간에 우회 배관을 타고 분사되었다. 요동치던 흑철 시추기가 마침내 안정을 찾으며 지면에 단단히 안착했다. 외관 철관과 내관 목관 사이의 틈새로 송진 밀폐 접착제가 흘러들어 가며 오염수층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격리 차단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이내, 쉭쉭거리는 공기 빠지는 소리가 청량하고 웅장한 물 흐르는 소리로 변해 고요한 우물 성역을 가득 채웠다.


“……뚫었다.”


그레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태오는 숨을 헐떡이며 품 안에서 브론이 주조해 준 ‘피스톤식 이중 작동 양수 펌프’의 메인 레버를 연결했다. 은 합금 체크 밸브와 실린더가 장착된 이 혁명적인 기계 장치는 저지대의 지하수를 진공 흡입력으로 끌어올릴 준비를 마쳤다.


“단테, 레버를 저어라.”


단테가 피 묻은 손으로 펌프의 긴 무쇠 레버를 힘차게 상하로 흔들기 시작했다.


철컥, 슉. 철컥, 슉.


실린더 내부에서 팽팽한 진공 흡입음이 울려 퍼졌다. 실린더 내부의 사막 도마뱀 가죽 패킹이 송진 접착제의 끈적한 밀폐력과 결합하여 단 한 방울의 공기 누출도 허용하지 않고 압력을 빨아올렸다.


그리고 세 번째 왕복이 끝난 순간.


콰아아아아아—!


양수 펌프의 토출구에서 붉은 사막의 태양광을 받아 에메랄드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차갑고 맑은 지하수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소금기 하나 없이 차갑고 신선한, 지하 300미터 아래의 대수층이 품고 있던 진짜 청정수였다.


“물이다! 진짜 물이야!”


“소금기가 없어! 달아! 물이 달다!”


야영지를 둘러싸고 있던 아샤족 부족민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우물가로 달려들었다. 그들은 흙먼지가 묻은 손으로 맑은 물을 움켜쥐며 입에 들이부었다. 가뭄으로 목숨을 잃어가던 아이들과 쓰러져가던 말들이 맑은 수분을 들이키며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대족장 타릭은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굳어 있었다. 평생 동안 가뭄은 비의 신이 내린 신성한 징벌이라 믿으며 오직 기도와 순응만을 바쳐왔던 그였다. 하지만 눈앞의 기적은 기도가 아닌, 이 나약한 노예가 설계한 목재 삼각대와 쇠붙이들의 정밀한 계산 끝에 터져 나온 물리적 실증이었다.


타릭이 천천히 걸어와 태오 앞에 섰다. 그의 위엄 있는 얼굴에는 깊은 인지부조화와 함께,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경외심이 서려 있었다.


“……네놈이 진짜로 대지의 뼈를 뚫고 물을 불러냈구나, 노예 제이드.”


타릭이 자신의 청동 늑대 지팡이를 지면에 꽂으며 고개를 숙였다.


“은혜는 물로 갚고 원수는 피로 갚는 것이 사막의 율법. 오늘부로 너는 우리 아샤족의 은인이자 ‘물 인도자’다. 부족의 무력은 영원히 너를 비호할 것이다.”


태오는 피눈물이 말라붙은 오른쪽 눈가를 훔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사막에서 자신을 지켜줄 가장 강력한 군사적 우군을 공학적 실증으로 완전히 포섭해낸 순간이었다.


* * *


우물의 성공으로 아샤족 야영지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여동생 리나는 부족의 안전 가옥에서 렌 의사가 조제해 준 사막 약초와 차가운 청정수를 마시며 뺨에 붉은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리나는 품에 안고 있던 구리선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태오의 손을 꼭 쥐었다.


“오빠…… 물 흐르는 소리가 정말 예뻐요. 오빠가 날 살렸어.”


“아니야, 리나.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우린 반드시 이 지옥 같은 수용소를 탈출할 거야.”


태오는 리나의 이마를 짚어주며 낮은 만성 기침을 토해냈다. 소금 먼지와 과도한 정신력 소모로 인해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그의 뇌는 쉴 새 없이 다음 단계를 연산하고 있었다.


‘바르토 수용소장이 이 우물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야영지의 평화는 길지 않아.’


태오는 축제의 열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사샤와 함께 야영지 진입로인 좁은 협곡 길목으로 향했다. 그는 품 안에서 소금 결정 동굴에서 획득한 기압 대류 데이터 수치가 적힌 양필지 조각을 꺼내 들었다.


“사샤, 이곳에 덫을 놓아야겠습니다.”


“덫? 이 좁은 협곡 입구에 말인가?”


사샤가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차가운 사막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그렇습니다. 바르토가 보낼 추격대나 약탈자들은 기마 무력을 앞세워 이 좁은 입구로 돌격해올 겁니다. 우리는 물리적인 화약 없이도 놈들을 완벽히 제압할 무기가 필요합니다.”


태오는 13화에서 실측했던 지하 가스 분출 시의 기압 팽창 데이터를 대입했다. 고압으로 압축된 공기를 도마뱀 가죽 수조에 모아두었다가 일시에 개방하면, 좁은 협곡 지형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풍압을 유도할 수 있었다. 그 풍압에 모래와 날카로운 돌가루를 섞어 넣는다면, 살상력을 지닌 공학적 산탄 부비트랩인 ‘기압식 모래 폭발 장치’가 완성되는 것이다.


태오와 아샤족 전사들은 밤새도록 협곡 바위 틈새에 압축 공기 가죽 수조를 매설하고, 가느다란 인계철선(Tripwire)을 황동 압력 차단 밸브에 연결했다. 사막의 건조한 모래 입자가 천연의 탄환이 되어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단 몇 시간 만에 피의 현실로 다가왔다.


* * *


삼경(자정 직후), 야영지 외곽을 감시하던 사샤의 뼈 피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밤공기를 찢었다.


피이이이이—!


“습격이다! 횃불을 꺼라!”


태오의 외침과 동시에 야영지의 불빛들이 순식간에 암전되었다. 저 멀리 협곡 입구 너머로 수십 개의 붉은 횃불 무리가 거대한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폭풍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 선 자는 온몸에 흉측한 문신을 새기고 해골 장식을 걸친 거구의 사내, 사막 약탈자 두목 카심(Kasim)이었다. 바르토 수용소장에게 거액의 골드를 받고 아샤족 야영지의 양수 설비를 파괴하라는 청탁을 받은 무자비한 청부업자였다.


“다 찢어발겨라! 양수기 쇠붙이들을 전부 부수고, 우물 파는 노예 놈을 생포해라!”


카심이 제국 장교에게서 약탈한 거대한 장검을 치켜들며 포효했다. 도적단의 거친 기마대가 마차를 부수고 양수 펌프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해왔.


“부족의 성역을 더럽히는 쥐새끼들!”


사샤가 검붉은 사막 로브를 휘날리며 바위 위로 도약했다. 그녀가 시위를 당기자 바람의 뼈 피리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들이 도적들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했다. 아샤족 전사들이 결사적인 방어선을 구축하며 화살 세례를 퍼부었지만, 카심이 이끄는 도적단의 숫자는 압도적이었고 기마대의 정면 돌격력은 아샤족의 보병 방어선을 야금야금 뭉개버리며 전진했다.


두다다다당—!


말발굽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도적들의 횃불이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와 붉은 열기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비켜라, 이 미개한 유목민 년아!”


카심이 거대한 장검을 휘두르며 사샤의 단검을 튕겨냈다. 압도적인 완력의 충격에 사샤가 뒤로 밀려나며 바위에 등을 부딪쳤다. 카심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에메랄드빛 청정수를 뿜어내고 있던 피스톤 양수 펌프의 청동 파이프라인을 향해 장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칼날이 양수 설비의 턱밑까지 다가온 절체절명의 순간.


태오는 바위 그늘 뒤에서 피 흘리는 왼쪽 어깨를 움켜쥔 채, 인계철선과 연결된 최종 황동 압력 밸브 레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안경 너머로 카심의 돌격 궤적과 압축 공기 수조의 분사각이 완벽한 일직선상에 정렬되는 0.1초의 찰나가 투시되었다.


‘지금이다.’


태오가 레버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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