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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오는 포위망과 짐승의 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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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개의 철제 장화 소리가 어두운 광산 벽면에 불길한 반사음을 내며 웅장하게 메아리쳤다.


지하 공동 폐광 구역의 서늘하고 축축한 화강암 아치 아래, 차가운 침묵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방금 전까지 터져 나온 지하수의 경이로움에 환호하던 대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굳어졌다. 동굴 내부에는 여전히 정수용 활성탄 다중 필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참나무 활성탄의 신선하고 명징한 나무 냄새와 차가운 청정수의 수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그 평화는 지상에서 밀려오는 폭력적인 군화 소리에 단숨에 깨져버렸다.


“윽……!”


한태오는 말없이 자신의 왼쪽 어깨를 움켜쥐었다. 가죽 누더기 사이로 붉은 피가 배어 나오며 채찍 상처가 타들어 가듯 욱신거렸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보다 더 그를 괴롭히는 것은 오른쪽 눈가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리였다.


지리리릿, 지직.


지반 투시 마력 안경의 우측 렌즈와 구리 프레임의 연결부에서 미세한 마력 누출음이 일었다. 고압 수압을 제어하느라 과부하가 걸린 안경의 균열은 이미 렌즈 중앙을 가로질러 아슬아슬하게 번져 있었다. 눈앞의 시야가 푸른색 격자망과 붉은색 노이즈로 교차하며 뇌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편두통이 밀려왔다. 태오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이성을 붙잡았다.


“태오 형! 큰일 났어요!”


비밀 통로의 좁은 환기구 틈새로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빠져나온 전령 소년 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과 흙먼지가 뒤섞여 엉망이었다.


“소장 바르토가 직접 무장 경비대 전원을 이끌고 서쪽 폐광 구역으로 진입했습니다! 간수들이 마력 탐사 추를 들고 바위벽을 두들기며 오고 있어요! 게다가…… 그 뒤에 마수 훈련사 브루노가 있습니다!”


“브루노라고?”


구석에서 환자들의 상태를 돌보던 의사 렌이 약초 가방을 든 채 사색이 되어 다가왔다.


“제이드, 브루노는 교단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사냥개 ‘그레이 하운드’ 무리를 부리는 자입니다. 그 짐승들은 단순한 사냥개가 아닙니다. 지하 깊은 곳의 미세한 수분과 인간의 체취를 냄새로 추적하는 괴물들이에요. 우리의 은신처 입구가 주상절리와 점토벽으로 완벽히 위장되어 있어도, 이 물 냄새를 맡는다면 단숨에 들통나고 말 겁니다!”


렌의 말은 정확했다.


태오는 고개를 돌려 다중 필터의 토출구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나와 임시 저수조를 채우고 있는 맑은 물을 바라보았다. 짠내와 황산 냄새로 가득한 지옥 같은 소금 광산에서, 이토록 순수하고 차가운 청정수의 수기와 신선한 참나무 활성탄의 향은 어둠 속의 등대나 다름없었다. 마수들의 후각에는 거대한 횃불처럼 보일 터였다.


“렌 선생님, 진정하십시오.”


태오는 냉철하게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공학자는 위기 상황일수록 감정을 배제하고 데이터를 읽어야 한다.


“간수들이 가진 마력 탐사 추는 지반의 밀도 차이를 읽는 도구일 뿐입니다. 이 두꺼운 화강암 아치와 우리가 위장해 둔 점토벽의 밀도는 외부 암반과 거의 일치하도록 배합되었습니다. 탐사 추만으로는 이 입구를 찾지 못합니다. 문제는 마수의 후각입니다.”


태오는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허리춤에서 낡은 구리 청음봉을 꺼내 화강암 바닥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귀를 대고 눈을 감았다.


수맥 음향 탐지술(Water Sound Detection).


지하 수류의 흐름을 읽던 감각을 지상 역학으로 전환하여, 대지를 타고 전해지는 미세한 주파수를 청각적으로 렌더링하기 시작했다. 동굴 내부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안경의 균열 소음을 머릿속에서 강제로 소거했다.


둥…… 둥…… 둥…….


둔탁한 철제 군화의 진동이 구리관을 타고 뇌리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묵직한 발소리 사이로, 불규칙하고 가쁜 짐승들의 거친 호흡음과 발톱이 소금 바위를 긁는 날카로운 고주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거리 120미터. 진입 속도 초속 1.1미터. 다섯 마리의 마수가 서쪽 갱도 분기점에서 이쪽 방향으로 직진하고 있다.”


태오가 눈을 뜨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푸른 안광이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났다.


“놈들이 물의 냄새를 맡고 정확한 벡터 방향을 잡았다. 이대로 두면 3분 내로 이 청동 입구 앞까지 도달할 것이다.”


“대장! 정면 수성전을 벌여야 합니까? 곡괭이를 들겠습니다!”


행동대장 라울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쇠 곡괭이를 치켜들었다. 강철 삽날대원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연장을 쥐었다. 하지만 태오는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안 됩니다. 무력 충돌은 우리의 위치를 완벽히 자백하는 꼴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 대규모 노예들을 이끌고 국경을 돌파할 준비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철저히 은폐해야 합니다.”


“하지만 물 냄새를 어떻게 숨깁니까? 바람도 통하지 않는 이 밀폐된 동굴에서 물 향기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스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외쳤다.


태오의 뇌리 속에서 현대 화학과 열역학 공식들이 가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냄새를 지울 수 없다면, 놈들의 후각 수용체를 물리적으로 마비시켜야 한다.’


마수의 코는 인간보다 수만 배 민감하다. 그것은 강력한 무기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점막이 극도로 발달해 있다는 것은, 자극성 화학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가해지는 물리적 타격 역시 수만 배로 증폭된다는 뜻이었다.


태오는 고개를 들어 천장 틈새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상층부 소금 정제 공정에서 흘러나와 노란색 결정을 이루며 뚝뚝 떨어지는 강산성의 황산염 오염수(Sulfuric Acid Wastewater)가 고여 있었다. 그리고 아지트 구석에는 채굴해 둔 고순도 암염(소금, NaCl) 자루들이 쌓여 있었다.


‘황산($H_2SO_4$)과 염화나트륨($NaCl$)의 반응.’


머릿속에서 화학 반응식이 선명하게 렌더링되었다.


$$H_2SO_4 + NaCl \rightarrow NaHSO_4 + HCl\uparrow$$


황산염 오염수에 소금을 섞고 미세한 열을 가하면, 염화수소($HCl$) 가스가 발생한다. 염화수소 가스는 공기 중의 수분과 만나는 즉시 강산성의 염산 수증기로 변한다. 마수들이 이 가스를 흡입하는 순간, 그들의 민감한 코 점막은 순식간에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일시적으로 감각을 완전히 상실할 터였다.


“브론, 제나! 당장 저 천장의 황산 오염수를 양동이에 담아라! 주드, 암염 자루를 가져와 잘게 빻아라! 서둘러야 한다!”


태오의 다급한 지시에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브론이 천장 균열부 아래에 양동이를 바쳐 노란 독성 오염수를 받아냈고, 주드는 암염 덩어리를 무거운 돌로 쳐서 고운 가루로 만들었다.


태오는 청동 입구의 틈새로 기어갔다. 한스 2세가 위장해 둔 점토벽의 미세한 환기 구멍들이 보였다. 외부의 공기가 안으로 유입되는 길목이었다.


“여기에 황산 오염수를 붓고, 소금 가루를 투입합니다. 화학 반응이 시작되면 가스가 발생할 겁니다. 주드, 가스가 외부로만 빠져나가고 내부로는 역류하지 않도록 젖은 가죽 패킹과 송진 접착제로 아지트 안쪽 틈새를 완벽히 밀폐해라!”


“예, 대장!”


주드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송진 접착제를 틈새에 바르며 완벽한 밀폐벽을 형성해 나갔다.


태오는 노란 황산수가 담긴 양동이에 소금 가루를 사정없이 들이부었다.


치이이이이—!


소금이 황산액에 닿자마자 기괴한 거품이 일며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색의 염화수소 가스가 좁은 암반 틈새를 타고 외부 갱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주드가 안쪽 밀폐를 마쳤기에, 아지트 내부의 대원들은 가벼운 기침을 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외부 통로는 이미 치명적인 화학적 장벽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태오는 안경을 ‘지열 분포 열화상 감지’ 모드로 전환했다.


지이잉—!


우측 렌즈의 균열을 통해 푸른 마력 불꽃이 튀며 눈가에 따끔한 통증이 일었지만, 이내 외부 갱도의 온도가 시각화되어 나타났다. 가스가 외부 공기와 반응하며 미세한 열을 내뿜는 흐름이 붉은색 아지랑이처럼 갱도 바닥을 타고 낮게 깔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아지랑이 너머로, 다섯 개의 거대한 열원(熱源)이 포착되었다.


마수 그레이 하운드들이었다.


놈들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소금 바닥을 디디며, 코를 땅에 밀착한 채 침을 흘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로 붉은 마력 채찍을 손에 쥔 사육사 브루노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렌더링되었다.


“더 빨리 움직여라, 이 게으른 짐승들아!”


브루노의 거친 목소리가 바위벽을 타고 미세하게 흘러들었다.


“이 근처다. 물 냄새가 이 서쪽 폐광 구역에서 가장 강하게 풍기고 있어! 제이드 놈의 쥐구멍을 찾아내면 소장님께서 황금 코인을 내리실 것이다!”


마수들의 선봉이 마침내 청동 입구 앞 10미터 지점까지 도달했다. 놈들은 맑은 물 향기를 맡고 흥분한 듯 꼬리를 흔들며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그 순간.


놈들이 태오가 설계한 화학적 가스 장벽의 경계선에 발을 들여놓았다.


“크으으으응……?”


가장 앞장서던 마수가 코를 몇 번 킁킁거리더니,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서며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염화수소 가스가 녀석의 젖은 콧구멍 속으로 유입되는 순간, 공기 중의 수분과 결합해 즉석에서 강산성 염산 수증기로 변한 것이다. 마수의 극도로 민감한 후각 점막에 염산이 닿은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깽! 깽깽!”


마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대가리를 처박고 미친 듯이 뒹굴기 시작했다. 녀석의 코와 입에서 붉은 피가 섞인 거품 침이 뿜어져 나왔다.


뒤따라오던 다른 마수들도 예외는 없었다. 공기 중에 가득 찬 자극성 가스를 들이마신 녀석들은 일제히 재채기를 터뜨리며 머리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점막이 타들어 가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후각 세포가 마비되자, 녀석들은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채 아수라장이 되어 서로를 들이받았다.


“무슨 일이야! 왜 이러는 거냐!”


뒤따라오던 브루노가 경악해 채찍을 휘둘렀다.


“이 멍청한 놈들아! 앞으로 가! 저 벽 너머에 물이 있단 말이다!”


브루노가 마수들을 붉은 채찍으로 강타하며 강제 수색을 지시했지만, 마수들은 주인의 명령보다 생존 본능이 앞섰다. 후각을 잃고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는 마수들은 브루노의 채찍질을 피해 오히려 뒤쪽 갱도로 폭주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 이 괴물 녀석들이 미쳤나! 멈춰라! 멈추지 못해!”


브루노가 당황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마수들을 쫓아 뒤로 퇴각했다. 철제 장화 소리와 짐승들의 비명 소리가 서서히 멀어져 갔다.


“……따돌렸습니다.”


한스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저앉았다. 대원들의 얼굴에도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


하지만 태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 안경 너머로 투사되는 열화상 화면을 응시하던 그의 미간이 굳어졌다.


“아니, 아직 한 마리가 남았다.”


태오의 나지막한 경고와 동시에.


쿠우우웅!


청동 입구를 위장해 둔 바깥쪽 점토벽에 묵직한 충격이 가해졌다.


마수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점막이 두꺼운 우두머리 그레이 하운드 한 마리가 가스의 고통 속에서도 광분하여,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물 냄새의 원천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 온 것이었다.


가스의 통증으로 인해 미쳐버린 짐승은 눈이 뒤집힌 채, 청동 입구를 가로막은 화강암 바위 틈새를 향해 날카로운 앞발톱을 들이밀었다.


서걱! 서걱! 서걱!


날카로운 발톱이 위장 점토벽을 긁어내며 흙먼지가 아지트 내부로 들이쳤다. 짐승의 거친 숨소리와 바위를 긁는 소름 끼치는 긁는 소리가 화강암 아치를 타고 동굴 전체에 불길하게 울려 퍼졌다.


주드가 송진 접착제로 메워둔 이음새 틈새로 짐승의 검붉은 주둥이가 미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피를 흘리며 으르렁거렸다.


태오는 한쪽 눈의 고글을 고쳐 쓰며 차가운 땀을 흘렸다. 가스 장벽은 놈들의 후각을 마비시켰지만, 이미 광분한 짐승의 물리적인 굴착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위장벽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가스 장벽만으로는 부족해. 놈들을 완전히 격퇴하고 입구를 사수할 더 강력한 물리적 차단벽이 필요하다.’


태오의 시선이 시추 파이프 끝단에 연결된 고압의 황동 방출 밸브를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수백 기압의 지하수가 잠든 대수층의 압력이 그의 손끝에서 맥동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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