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 미착용으로 체포된 일류 살수
성주부의 부패한 세무관 탁세관을 횡령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성주 독고위의 비자금 이중 장부를 확보한 지 정확히 세 시간이 지났다.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 청사의 밤은 여전히 낮보다 뜨거웠다.
빨갛고 파란 경광등 불빛이 어두운 마당을 쓸쓸히 비추는 가운데, 태호는 교통과 사무실 책상에 앉아 압수한 이중 장부의 미세한 영성 주파수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행정 서기관 김미영이 여전히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안경을 고쳐 쓰며 주판을 퉁기고 있었다.
“과장님, 장부 분석 결과 성주부와 소요파가 밀수한 영석의 규모는 상급 영석만 수만 개에 달합니다. 황도의 좌의정 권도필의 계좌로 흘러간 정황도 완벽하게 박제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성주가 아니라 제국의 어떤 고위 관료라도 목이 날아갈 물증입니다.”
김미영의 깐깐한 목소리에 태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리에는 여전히 노란색 안전모가 쓰여 있었고, 어깨에는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가 엑스자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태호는 품속에서 은은한 황금빛을 내뿜는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완파된 동문 초소의 잿더미 속에서 회수한 석판 조각과 공명한 이후, 석판의 표면에는 더욱 정교한 인과율의 문양들이 스스로 꿈틀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주 독고위와 소요파의 임진태는 지금 피가 마르고 있을 겁니다.”
태호가 맑은 눈의 광인 특유의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밀 장부가 털렸다는 건 자신들의 숨통이 단속반의 손에 쥐어졌다는 뜻이니까요. 벼랑 끝에 몰린 쥐가 가장 먼저 할 행동이 무엇이겠습니까?”
옆에서 무한 가죽 가방을 정리하던 부하 순경 김철수가 번뜩 눈을 빛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물리적인 입막음, 즉 과장님을 노린 암살 시도입니다!”
“정답입니다, 철수 씨. 소요파의 소가주 임소백은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고, 가문은 파산 위기입니다. 그 성격에 거액의 비자금을 털어서라도 천도성 최고의 살수를 고용해 제 목을 베려 들겠지요. 이미 사공팔의 지하 정보망을 통해 일류 살수단인 ‘흑살무’가 움직였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김철수가 긴장된 침을 삼키며 허리의 수갑을 만졌다.
“그렇다면 청사의 경비를 대폭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성주부 호위대도 언제 밀고 들어올지 모르는 판국에, 일류 살수까지 침투한다면 범인인 과장님의 신변이 극도로 위험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미 대비는 끝났습니다.”
태호는 창밖의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살수들이 침투할 때 가장 선호하는 경로가 어디겠습니까? 정문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진 않겠지요. 하늘의 어둠을 틈타, 비검의 소음을 최소화하고 극도로 낮은 고도로 활공하여 침실 창문이나 지붕을 뚫고 들어오는 것이 그들의 정석입니다. 즉, ‘무단 저공비행’과 ‘야간 등화관제 위반’의 극치라는 말입니다.”
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밤바람이 그의 노란 야광 도포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그래서 오늘 오후, 신동수 아버님과 제갈현 어르신을 모시고 제 처소 주변 반경 50미터 공역에 특수 결계를 매설해 두었습니다. 이름하여 ‘야간 무단 저공 침입 센서’와 ‘영력 안전띠 미착용 감지 결계’입니다.”
김철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예? 암살 방어 결계가 아니라, 안전띠 미착용 감지 결계요?”
“수선 세계의 살수들은 자신들의 은형공(隱形功)에 절대적인 자부심을 가집니다. 어떤 영력 탐지 진법도 자신들의 살기와 영맥을 숨기면 뚫을 수 없다고 믿지요.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살기를 숨겨도, 그들이 하늘을 날기 위해 사용하는 ‘물리적 비행 도구’와 ‘신체적 탑승 상태’ 자체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태호가 경광봉을 가볍게 흔들자, 그의 처소 마당 상공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영성 주파수 그물망이 밤하늘 아래에서 은밀하게 일렁였다.
“저 결계는 침입자의 영력이나 살기를 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탑승자가 ‘영력 안전 끈(안전띠)’을 제대로 착용했는지, 그리고 규정 고도인 15미터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기계적으로 스캔하는 생활 밀착형 단속 결계입니다. 살수가 은형술을 펼치며 침투할 때, 과연 귀찮게 비행 안전띠를 매고 들어올까요?”
김철수가 무릎을 탁 쳤다.
“아! 살수들은 신속한 움직임과 기습을 위해 몸을 묶는 안전띠 따위는 절대로 매지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은신술로 몸을 숨겨봤자,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고도 10미터로 날아오는 순간 저 결계는 그를 ‘악질 교통법규 위반 차량’으로 인식해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게 되어 있습니다. 살수의 자존심을 교통안전 규칙으로 짓밟아버리는 함정이지요.”
태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밤공기를 가르는 음산한 살기가 청사 북쪽, 태호의 사적 처소가 위치한 숲속 상공에서부터 은밀하게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 * *
천도성 최고의 살수단 ‘흑살단’의 단주이자, 수십 년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일류 살수 흑살무는 어둠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있었다.
그는 임소백에게서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거액의 상급 영석을 선금으로 받고 이번 임무를 수락했다. 상대는 영력 한 푼 없는 미천한 범인 순경 신태호. 성주부의 세무관까지 체포하며 기고만장해 있는 건방진 놈의 목을 베어 소요파의 위신을 세우는 일은, 흑살무에게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하찮은 범인 놈이 법치주의니 뭐니 떠들며 수도자들을 옥죄더니, 결국 제 무덤을 파는구나.”
흑살무는 어둠 속에서 검은색 스텔스 가죽 슈트를 몸에 밀착시키고, 영맥의 파동을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비기 ‘흑살은형공’을 전개했다. 그의 신체는 밤하늘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어 육안으로는 물론, 그 어떤 고위 수도자의 영적 감지 진법으로도 포착할 수 없는 무(無)의 상태가 되었다.
그는 소음을 유발하는 비검 대신, 바람의 흐름을 타고 소리 없이 활공할 수 있는 특수 개조된 검은색 스텔스 날개 장치를 등 뒤에 펼쳤.
스으으읍.
흑살무는 기류를 타고 태호의 처소 마당을 향해 미끄러지듯 하강했다. 고도는 지상으로부터 단 10미터. 나무들 사이를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며 침실 창문으로 단숨에 들이닥칠 계획이었다.
그의 품속에는 상대의 영맥을 일격에 마비시켜 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만들 ‘흑살 비수’가 서늘한 독기를 품은 채 빛나고 있었다.
“끝이다, 신태호.”
흑살무가 처소 지붕 위를 통과해 마당 한복판으로 진입하는 바로 그 찰나였다.
갑자기 그의 머리 위 허공에서 기하학적인 적색과 청색의 영성 문양들이 번쩍이며, 천도성 전체를 뒤흔들 듯한 요란한 굉음이 폭발했다.
위이이이이이잉—!
삐이이이이이익—!
“허억?!”
흑살무는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에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은형술이 깨지며 그의 검은 형체가 허공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사방에서 붉고 푸른 경광등 빛이 그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비추었고, 처소 지붕에 장착된 대형 확성 결계에서 귀가 터질 듯한 기계음 경보가 사자후처럼 쏟아져 나왔.
[경고! 경고! 반경 50미터 이내 무단 저공 침입 비행체 감지!]
[탑승자의 영력 안전띠 미착용 확인! 도로교통법 제32조 위반 현행범 적발! 즉시 비행을 멈추고 착륙하십시오!]
“이, 이 무슨 해괴한 진법이란 말이냐!”
흑살무는 평생 수많은 명문 세가와 고수들의 방어 진법을 뚫어보았지만, 침입자의 살기나 영력이 아닌 ‘안전띠 미착용’을 감지해 비명을 지르는 진법은 머리털 나고 처음 보았다. 게다가 그 경보음의 데시벨이 어찌나 우렁찬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고 체내의 영맥이 진동 소음에 부르르 떨렸다.
“빌어먹을! 기습은 건넜군!”
정체가 탄로 난 이상 속전속결뿐이었다. 흑살무는 이를 악물고 등 뒤의 스텔스 날개를 퍼덕이며 태호의 침실 창문을 향해 광속으로 강하했다. 그의 손에 쥔 흑살 비수가 붉은 살기를 뿜어내며 창문을 깨부수고 진입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 침실 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를 입은 태호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는커녕, 야간 단속 중 불량 폭주족을 발견한 베테랑 교통경찰의 덤덤하고 뻔뻔한 표정만이 가득했다.
“야간 등화관제 위반에, 고도 제한 불이행, 그리고 안전띠 미착용까지. 아주 악질적인 삼관왕이시군요.”
태호가 정중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손에 쥔 영력 경광봉을 가볍게 회전시켰다.
“죽어라, 범인 놈아!”
흑살무가 허공에서 몸을 날리며 비수를 태호의 목덜미를 향해 내리꽂았다. 일류 살수의 전력 투구 기습. 비수 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색 살기가 공기를 찢으며 태호의 피부에 닿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태호의 도포 안감에 장착되어 있던 소형 법보, ‘호신용 경광막 발전기’가 상대의 시속 100km 이상의 급격한 물리적 타격을 감지하고 즉각 작동했다.
웅—!
태호의 신체를 중심으로 적색과 청색의 빛나는 구형 보호막이 번개처럼 전개되었다.
카아아아앙—!
흑살무의 비수가 보호막에 부딪치는 순간, 쇠가 부딪치는 굉음과 함께 붉고 푸른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흑살무는 마치 거대한 무쇠 성벽을 들이받은 듯한 엄청난 반동 충격을 느끼며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끄아악!”
비수가 허공으로 튕겨 날아갔고, 흑살무의 몸은 보호막의 반사 충격력에 밀려 마당의 진흙 바닥 위로 볼품없이 뒹굴었다.
“지금입니다, 철수 씨! 덮치십시오!”
태호가 경광봉을 흔들며 외치자, 처소 주변의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철수와 단속 대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공무집행방해 및 무단 저공 침입 현행범 체포 실시!”
김철수가 ‘단속용 무한 가죽 가방’에서 황금빛 영성 그물을 꺼내 들고 신속보법을 전개해 흑살무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투척했다.
“이 천한 순경 놈들이 감히!”
흑살무가 바닥에서 일어나 그림자 사슬을 펼쳐 저항하려 했으나, 그물이 그의 몸을 덮치는 순간 그물에 내장된 영맥 차단 회로가 그의 온몸을 꽁꽁 얽맸다.
스파아아아크!
“크으으윽! 영력이…… 영맥이 꼬인다!”
그물에 닿는 순간 체내의 영력이 거꾸로 흐르며 마비되는 강력한 접지력 앞에, 일류 살수 흑살무는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마당의 흙바닥에 완전히 포박당한 채 처박혔다. 단속 대원들이 달려들어 그의 양팔을 뒤로 꺾고 철제 수갑을 철컥 소리가 나도록 채웠다.
김철수가 땀을 닦으며 호쾌하게 웃었다.
“과장님! 현행범 흑살무, 완벽하게 체포 완료했습니다!”
태호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엎드려 있는 흑살무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영력 경광봉의 붉은 불빛을 살수의 얼굴에 들이대며, 품속에서 가죽 수첩과 깃털 붓을 꺼내 들었다.
“자, 단속 조서를 작성하겠습니다. 성명, 흑살무. 직업, 무등록 불법 청부업자.”
흑살무가 진흙 밭에서 고개를 쳐들며 눈을 붉게 희번덕였다. 수십 년간 천하를 오싹하게 만들었던 일류 살수의 자존심이, 단지 ‘비행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는 황당한 교통 위반 센서에 걸려 사이렌 소리 속에 포박당했다는 사실에 피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으으윽…… 내 비록 네놈의 요상한 진법에 걸려 비참하게 묶였으나, 흑살단의 명예는 죽음으로 지킨다! 나를 고용한 배후가 누구인지는 내 목이 잘려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흑살무가 기세등등하게 외치자, 태호는 정중하게 안경을 고쳐 쓰며 덤덤하게 대꾸했다.
“말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소요파의 임소백 소가주가 보낸 자객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관심 있는 건 당신의 품속입니다.”
태호가 눈짓을 하자, 김철수가 신속하게 흑살무의 스텔스 가죽 슈트 주머니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어, 어딜 만지는 거냐! 이 천한 순경 놈들이 감히 살수의 몸을 수색하다니!”
흑살무가 발악했지만, 김철수의 손끝은 가차 없었다. 잠시 후, 김철수의 손이 흑살무의 품속 깊숙한 비밀 안감에 닿았고, 그 안에서 묵직하고 단단한 황금빛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들었다.
“과장님! 살수의 품속에서 기묘한 황금 전표와 문양이 새겨진 비밀 두루마리가 나왔습니다!”
김철수가 건넨 두루마리를 받아 든 태호의 눈동자가 순간 예리하게 번뜩였다.
두루마리의 표면에는 천도성 성주 독고위의 개인 인장과 함께, 지하 경제의 큰손인 레이싱 브로커 사공팔의 비밀 문양이 붉은색 밀랍으로 정교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태호가 밀랍을 깨고 두루마리를 펼치자, 그 안에서 은밀하게 진동하는 영성 주파수와 함께 황금빛 글귀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천도성 상공 비밀 서킷 초대장]
[귀하를 밤마다 성주부의 비호 하에 열리는 죽음의 불법 레이싱 대회에 초대합니다. 판돈 영석 10만 개 장전 필수.]
“이것은…….”
옆에서 지켜보던 김철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태호의 입가에 맑은 눈의 광인 특유의 서늘하고도 통쾌한 미소가 걸렸다.
“성주 독고위와 사공팔이 밤마다 고위 관료 자제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판돈을 굴리는 ‘지하 비밀 레이싱 서킷’의 진짜 초대장이군요. 살수에게 청부 대금 대신 이 귀한 도박판 초대장을 수수료로 건넨 모양입니다.”
태호는 황금 두루마리를 조용히 말아 가죽 가방에 넣으며 경광봉의 불빛을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길게 쏘아 올렸다.
“철수 씨, 기동대원들을 전원 소집하십시오. 오늘 밤, 천도성 하늘을 무법지대로 만들던 진짜 거물들의 비밀 트랙을 통째로 폐쇄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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