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서 먼지 안 나는 교통과 장부
성주부의 문양이 선명하게 박힌 육중한 마차 바퀴가 치안대 앞마당의 진흙을 짓이기며 멈춰 섰다. 마차의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비단 관복을 터질 듯이 차려입은 사내와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관료가 거만한 기세로 내렸다. 성주 독고위의 심복이자 부패한 세무관인 탁세관, 그리고 감사관 위평관이었다. 그들의 뒤로는 성주부 직속의 갑옷 입은 군사 수십 명이 삼엄하게 도열해 단속반 청사를 순식간에 포위했다.
“공무 집행이다! 모두 동작 그만!”
탁세관이 기름기 흐르는 얼굴에 돋보기를 걸치며 우렁차게 호통을 쳤다. 그의 손에는 성주부의 감사 공식 인장이 붉은빛을 뿜으며 들려 있었다. 청사 내부에서 만두를 씹고 있던 치안대장 방성우는 성주부 군사들의 살기 어린 기세에 기겁하여 허겁지겁 마당으로 뛰어내려 왔다.
“아이고, 탁 대감님! 위 감사관님! 이 깊은 밤에 예고도 없이 어찌 이런 군세까지 이끌고 오셨습니까?”
방성우가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며 손을 비벼댔지만, 위평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무시하며 단속반 청사 내부를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머리에는 노란색 안전모를 쓴 채 꼿꼿이 서 있는 신태호 과장에게 머물렀.
“치안대장 방성우, 그리고 공중교통과장 신태호.”
위평관이 품속에서 붉은 직인이 찍힌 감사 명령서를 펼쳐 들었다.
“성주부 소가주 독고현 님을 비롯한 황도의 고귀한 수도자들의 비검을 무단으로 압수하고, 막대한 영석 과태료를 사적으로 징수해 횡령했다는 제보가 접수되었다. 이에 성주님의 특별 명령에 의거하여, 교통과가 징수한 과태료 영석 금고를 즉각 동결하고 회계 장부 일체를 압수 수색하겠다.”
탁세관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없다더니, 딱 그 꼴이로군. 하급 순경 주제에 감히 성주부의 권위에 도전해 과태료를 뜯어내더니, 결국 제 주머니를 채우기 위함이었어. 군사들은 당장 교통과의 영석 보관소 금고를 봉쇄하라!”
“예, 대감!”
성주부 군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청사 내부로 진입하려 하자, 방성우는 겁에 질려 태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신 과장! 내 뭐라던가! 성주의 아들을 건드리면 이렇게 된다고 하지 않았나! 당장 금고 열쇠를 넘겨주고 죄를 자백하게! 성주님께 빌면 목숨만은 건질지도 모르네!”
방성우의 비겁한 애원에도 태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가 붉고 푸른 경광등 빛깔로 서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태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품속에서 황금빛 문양이 새겨진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을 넌지시 치켜들었다.
“성주부 감사관실에 고합니다.”
태호의 목소리는 지극히 정중하면서도, 뼈를 찌를 듯이 차가운 이성이 담겨 있었다.
“제국 세무행정법 제4조에 의거, 관청에 대한 감사는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될 수 없으며, 특히 야간에 군사를 동원해 공공 치안 기관의 금고를 강제로 봉쇄하려는 행위는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합니다. 당장 군사들을 물리십시오.”
“이 미천한 순경 놈이 어디서 법을 논하느냐!”
위평관이 격분하여 축기기 2성의 영력을 폭발시켰다. 그의 눈가에 푸른 빛이 감돌며, 상대의 문서적 취약점을 찾아내 탄핵하는 정신 무공인 ‘심안수색결(심안수색결)’이 발동되었다.
“법조문 뒤에 숨어봤자 소용없다! 너희가 징수한 과태료의 액수와 금고에 남아 있는 영석의 숫자가 단 1영석이라도 맞지 않는다면, 그 즉시 너희 전원의 목을 반역죄로 베어버릴 것이다!”
태호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현대 한국에서 음주운전 단속 수치를 속이려는 취객들과, 영수증 한 장으로 감사를 피하려던 부패 관료들을 숱하게 상대해 온 베테랑 경찰의 영혼이 그의 가슴속에서 비웃고 있었다.
“미영 씨.”
태호가 나지막이 부르자, 청사 문 뒤에서 안경을 코끝에 걸친 행정 서기관 김미영이 단정한 걸음걸이로 걸어 나왔. 그녀의 양손에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제본된 거대한 가죽 장부 두 권이 들려 있었다.
“과장님,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김미영이 책상 위에 장부를 쿵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탁세관은 코방귀를 꼈다.
“흥, 조잡하게 급조한 장부로 성주부의 정밀 세무 감사를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어디 한 번 털어보자꾸나!”
위평관과 탁세관이 주판과 돋보기를 들고 장부를 펼쳐 들었다. 그들은 교통과가 허술하게 적어놓은 일기장 같은 수첩을 예상하고 있었다. 선협 세계의 일반적인 문파나 관청 장부란 대개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음’이라는 단식 부기 형태의 조잡한 기록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부의 첫 페이지가 펼쳐지는 순간, 위평관과 탁세관의 안색이 동시에 굳어졌다.
“이…… 이게 무슨 해괴한 낙서란 말이냐?”
위평관이 침을 꿀컥 삼켰다. 장부에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기묘한 격자무늬 표와 함께, 좌측과 우측으로 완벽하게 분할된 수치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차변(차변)과 대변(대변). 자산, 부채, 자본, 그리고 세입과 세출.
현대 한국 경찰청 회계 감사에서도 10원짜리 하나 틀리지 않기로 유명했던 태호의 ‘복식부기(복식부기)’ 시스템이었다.
“설명해 드리지요.”
태호가 정중하게 돋보기를 고쳐 쓰며 장부를 가리켰다.
“저희 공중교통과가 징수한 모든 과태료는 단식 부기가 아닌 복식부기 원리에 따라 기록됩니다. 차변에는 징수한 현금 영석의 증가가 기록되고, 대변에는 과태료 수입이라는 세입 계정이 실시간으로 대조됩니다. 모든 전표는 제갈현 어르신이 설계한 속도 카메라의 영성 캡처 시간, 주태백과 독고현의 위반 주파수 일련번호, 그리고 박취객 요원의 음주 측정 도수와 정확히 연동되어 일련번호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김미영이 옆에서 깃털 붓을 팽이처럼 돌리며 차갑게 덧붙였다.
“현재 교통과 금고에 보관된 영석은 정확히 상급 영석 45개, 중급 영석 120개, 하급 영석 342개입니다. 여기에 오늘 독고현 소가주에게서 압수한 백운 마차의 임시 보증금 평가액까지 대조하면, 장부상 대차대조표의 오차율은 정확히 ‘영(0)%’입니다. 털어서 먼지를 내고 싶으시다면, 소수점 셋째 자리의 영맥 파동까지 직접 계산해 보시지요.”
“그, 그럴 리가 없다! 이 장부가 가짜일 수도 있지 않느냐!”
탁세관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주판을 미친 듯이 퉁기기 시작했다. 탁세관은 성주부에서 수십 년간 뇌물 장부를 관리하며 나름 수리에 밝다고 자부하는 자였다. 하지만 차변과 대변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며, 자금의 출처와 흐름이 거미줄처럼 완벽하게 증명되는 현대식 복식부기 앞에서는 그의 얄팍한 주판질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위평관 역시 자신의 ‘심안수색결’을 가동해 장부의 빈틈을 찾으려 눈을 부릅떴으나, 수치의 나열이 너무나도 기하학적이고 수학적으로 완벽하여 오히려 골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며 뒤로 비틀거렸다.
“으윽…… 머리가…… 이 무슨 해괴한 진법 같은 장부란 말이냐!”
“가짜 장부라고 의심하신다면, 성문 앞 단속 카메라의 영성 기록 원부와 대조해 드리겠습니다.”
태호가 차분하게 말하며 영력 경광봉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전에, 역으로 제가 탁 세무관님께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태호의 서늘한 질문에 탁세관이 주판을 멈추고 흠칫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내게 무엇을 묻겠다는 말이냐? 난 성주부의 정당한 세무관이다!”
“탁 세무관님이 품속에 소지하고 계신 성주부 공식 세무 인장 말입니다.”
태호가 경광봉의 영력을 관제실의 메인 영성 스크린으로 발사했다. 스크린 위에 천도성 전역의 하늘길 지도와 함께 기묘한 영력 주파수 궤적들이 붉은 선으로 펼쳐졌다. 이것이 바로 태호의 비기, ‘영성 IP 역추적술(영성 IP 역추적술)’이었다.
“최근 천도성 상공에서 무등록 스텔스 비선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고순도 장물 영석을 밀수입하려다 적발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밀수선들의 항로와 영성 주파수를 역추적해 본 결과, 아주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되었습니다.”
태호가 스크린의 특정 좌표를 지목하자, 붉은 점들이 하나로 모이며 탁세관의 실시간 주파수와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진동하기 시작했다.
“밀수선들이 세관 검문소를 통과할 때마다 사용한 면세 마법 각인의 주파수가, 바로 탁 세무관님이 소지하신 그 세무 인장의 고유 영성 파동과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즉, 탁 세무관님은 성주부의 세무 책임자라는 직권을 남용하여, 소요파가 불법 채굴한 장물 영석의 유통을 눈감아주고 면세 전표를 조작해 성주의 비자금을 세탁해 오셨습니다.”
“무,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냐! 증거가 어디 있다고!”
탁세관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품속의 비단 주머니를 다급히 움켜쥐었다.
“증거는 방금 탁 세무관님이 숨기려 하신 그 품속 비단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이중 장부, 그리고 제 손에 있는 주태백의 면세 술병입니다.”
태호가 품속에서 주태백에게 압수했던 성주부 면세 도장이 선명한 술병을 꺼내 들었다.
“제국 세무법 제98조 탈세 및 이중 장부 작성, 그리고 직권남용 혐의입니다. 위평관 감사관님, 감사하러 오셨으니 이 자리에서 성주부의 진짜 부패 현행범을 직접 확인해 보시지요.”
위평관은 태호가 제시한 완벽한 영성 주파수 증거와 탁세관의 사시나무 떨듯 떠는 태도를 보고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음을 직감했다. 장부를 털어 교통과를 해체하려 했던 세무 감사가, 역으로 자신들의 목줄을 죄어오는 사법적 덫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탁…… 탁세관! 네 이놈, 정말 이런 비리를 저지른 것이냐!”
위평관이 살기 위해 급히 탁세관의 꼬리를 자르려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위 감사관님! 이건 성주님이 시켜서……!”
당황한 탁세관이 실언을 내뱉으려 하자, 태호가 번개처럼 손을 뻗어 탁세관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태호의 품속에서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이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폭발하며 탁세관의 체내 영력을 완전히 결박했다.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탁세관, 당신이 관리하던 진짜 이중 장부를 압수하겠습니다.”
태호가 탁세관의 품속에서 붉은 비단 주머니를 가차 없이 뜯어냈다. 주머니의 이중 잠금 결계를 풀고 그 안에서 먼지 쌓인 가죽 장부 한 권을 꺼내 드는 순간, 탁세관은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성주님이 날 죽이실 게다! 난 끝장이야!”
태호가 압수한 비밀 이중 장부의 첫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 장부 내부를 들여다보던 태호의 맑은 눈동자가 순간 예리하게 번뜩였다. 그곳에는 성주 독고위가 소요파 가주 임진태와 결탁하여 벌여온 천문학적인 규모의 불법 영석 밀수 카르텔, 그리고 그 자금이 흘러 들어간 황도의 비밀 차명 계좌 목록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청사 마당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호는 장부를 꽉 쥐며 어둠에 잠긴 천도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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