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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킁킁거리면 딱지가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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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성 동문의 허름한 나무 초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만취한 축기기 고수 주태백의 비검이 정면으로 들이받고 간 자리에는 오직 시꺼먼 그을음과 부서진 목재 잔해만이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참혹한 잿더미 한가운데서, 기묘한 붉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호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잔해를 들쳐내자, 붉은 빛의 진동을 일으키는 작은 석판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조각을 손에 쥐는 순간, 태호의 품속에 있던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이 공명하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머릿속으로 묵직한 인과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도교통령의 법적 정당성이 강화되었습니다. ‘즉결 처분권’의 권한 범위가 확대됩니다.]


태호는 석판을 품에 넣으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초소는 무너졌으나, 법치의 칼날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과장님, 초소가 날아갔는데 오늘 단속은 쉬는 겁니까?”


부하 순경 김철수가 찌그러진 노란색 안전모를 긁적이며 물었다. 태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단속에 휴일은 없다. 초소가 없으면 움직이는 초소를 쓰면 된다. 그리고 오늘 밤 단속을 위해 특별히 모셔온 인재가 있지.”


태호의 시선이 순찰 마차 뒤편에서 웅크리고 있던 한 노인에게 향했다. 딸기코처럼 붉은 코를 킁킁거리며 낡은 도포를 대충 걸친 노인, 전직 알코올 중독 수도자이자 현 단속반 특별 요원인 박취객이었다.


“킁킁…… 과장님, 저기 동쪽에서 이십 년 된 백화엽주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축기기 초입의 풋내기가 마신 게 분명하군요.”


박취객이 코를 실룩거리며 말하자, 김철수가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르신, 정말 코만 킁킁거려서 음주 여부를 알 수 있단 말입니까?”


“허허, 이 젊은 친구가 내 ‘영약 냄새 감별 호흡법’을 무시하는군. 내 평생 천도성의 온갖 영약 술을 마시며 영맥을 망가뜨렸지만, 그 덕에 대기 중에 기화된 미세한 알코올과 영약 성분을 들숨 한 번으로 필터링하는 ‘후각진결’을 완성했단 말이지. 내 코를 피해 갈 수 있는 취객은 이 수선 세계에 존재하지 않네.”


태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박 요원, 오늘 밤 선포한 ‘음주 비행 즉시 압수령’의 첫 번째 가두 단속을 개시합니다. 순찰차 시동 거십시오.”


양아버지 신동수가 대장간에서 군용 마차를 개조해 만들어 준 ‘특수 개조 순찰 마차’의 지붕 위에서 적색과 청색의 경광등이 요란하게 번쩍이기 시작했다. 새로 장착된 사이렌이 황도의 밤하늘을 우렁차게 흔들며 도로 위의 모세의 기적을 유발했다.


이동식 음주 단속 검문소는 순식간에 공중 도로 한복판에 구축되었다.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를 입은 단속 대원들이 경광봉을 흔들며 날아오는 비검들을 멈춰 세웠다.


단속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사이다의 연속이었다.


“정지. 음주 단속 중입니다. 비검에서 내려서 코를 대십시오.”


한 명문가 자제가 거만하게 비검 위에서 콧방귀를 꼈다.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길을 막느냐! 난 술 따위 마시지 않았다!”


그때 박취객이 슥 다가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품속에서 ‘영력 측정 호각 주전자’를 꺼내 불었다.


삑—!


주전자 주둥이에서 시뻘건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허공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


[만취 수준: 혈중 영약 농도 0.08% 초과. 50년산 화룡단약주 복용.]


“어, 어떻게 알았지?!”


“이놈아, 화룡단약주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청명차를 마셔봤자 내 코는 못 속인다! 과장님, 이놈 만취입니다!”


태호가 가차 없이 가죽 수첩을 펼쳤다.


“음주 비행 즉시 압수령 제1조 위반. 현행범으로 비검을 압수하고 10년간 비행 면허를 취소합니다. 내리십시오.”


“이, 이럴 수가! 내 비검!”


명문가 자제들이 울부짖으며 비검을 빼앗기는 광경이 연이어 벌어졌다. 천도성의 밤하늘은 단속반의 사이렌 소리와 적발된 수도자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바로 그때, 저 멀리 황궁 앞 백운 대로 상공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백은색 마차 한 대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저공 비행으로 돌진해 왔다. 마차 주위에는 구름을 조종하는 백운천공결의 기류가 휘감겨 있었고, 마차 창문 틈새로 최고급 영약 술인 ‘천년빙하옥주’의 지독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박취객의 코가 미친 듯이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킁킁…… 과장님! 대물이 옵니다! 저건 단순한 만취가 아니라 인사불성 수준입니다! 마신 술은 천년빙하옥주, 안주로는 영수 육포를 씹었군요!”


태호는 즉시 경광봉을 들어 올리며 마차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정지! 성주부 백운 대로 순찰반이다! 즉시 시동을 끄고 착륙하라!”


마차가 급정거하며 허공에 거친 기류 소용돌이가 일었다. 마차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화려한 백은 갑옷을 입고 눈이 풀린 청년이 고개를 내밀었다. 성주 독고위의 금쪽같은 아들이자 성주부의 소가주, 독고현이었다.


“어떤 천한 범인 순경 놈들이 감히 내 마차를 막아서는 것이냐!”


독고현은 술기운에 몸을 비틀거리며 마차 난간을 붙잡았다.


박취객이 주전자 호각을 불자, 이번에는 시뻘건 연기를 넘어 검붉은 폭발 기류가 허공에 뿜어졌다.


[인사불성 만취: 혈중 영약 농도 0.15% 초과. 천년빙하옥주 다량 복용.]


“과장님, 이 자는 당장 면허 취소에 구금 처분을 내려야 할 극악무도한 음주 운전자입니다!”


박취객의 외침에 독고현이 비틀거리며 품속에서 번쩍이는 청동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성주부 특혜 청동패’였다.


“이 눈먼 범인 놈들아! 이게 보이지 않느냐? 내 아버지가 바로 이 성의 주인이신 독고위 성주님이시다! 이 청동패만 있으면 천도성 안의 모든 검문소는 무사통과란 말이다! 감히 내 앞길을 막아? 당장 무릎 꿇지 않으면 성주부 병력을 동원해 너희 단속반 청사를 통째로 날려버리겠다!”


독고현은 기고만장하여 청동패를 쥔 손으로 김철수 순경의 뺨을 치려 들었다.


단속 대원들이 성주의 권세와 청동패의 위압감에 겁을 먹고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성주부의 병력이 움직인다면 단속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였다.


하지만 태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가 붉고 푸른 경광등 빛으로 서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태호는 번개처럼 손을 뻗어 독고현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악!”


독고현이 비명을 질렀다. 범인의 아귀힘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압박이었다. 태호의 품속에서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독고현의 체내 영력을 일시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성주부 소가주 독고현.”


태호가 맑은 눈의 광인 특유의 차갑고 정중한 목소리로 법조문을 읊기 시작했다.


“제국 도로교통법 제44조 음주 비행 금지 위반. 제148조 공무 수행 중인 치안관에 대한 특수 협박 및 공무원 폭행 시도 혐의. 현행범으로 즉각 체포하며, 제게 부여된 황실의 ‘즉결 처분권’에 의거하여 귀하의 비행 면허를 취소하고 탑승하신 호화 백운 마차를 현장에서 압수 견인합니다.”


“이, 이 미친 순경 놈이 정말 죽고 싶어 발악을 하는구나! 도망쳐라! 마차를 가속해라!”


독고현이 비명을 지르며 마차 내부의 영력 가속 장치를 억지로 가동하려 했다. 마차가 붉은 광운을 뿜으며 공중으로 급상승하려던 바로 그 순간, 태호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


“마만수 대원! 견인 고리 거십시오!”


“예, 과장님! 견인 들어갑니다!”


마차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구의 대원 마만수가 우람한 팔근육을 꿈틀거리며, 신동수가 제련한 ‘강제 견인 영석 쇠사슬’을 허공으로 힘차게 투척했다.


철커덕!


묵직한 자기 흡수 합금 사슬이 백운 마차의 후면 영맥 축에 정확히 엉켜 붙었다. 그 순간, 마차에 흐르던 화려한 백색 구름 영력이 사슬을 타고 대지로 방전되기 시작했다. 지지직거리는 강력한 정전기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고, 그 반동으로 마만수의 가죽 장갑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끄응……! 어림없다, 이놈들아!”


마만수가 이빨을 악물고 사슬을 잡아당기자, 비행 동력을 잃은 백운 마차가 ‘콰당!’ 소리를 내며 지상 진흙 바닥으로 처참하게 추락해 처박혔다. 화려한 은빛 장식들이 부서져 나가며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내, 내 백운 마차가……!”


독고현이 부서진 마차 문을 열고 기어 나오며 피눈물을 흘렸다. 태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다가가 그의 이마에 붉은색 ‘압류 빨간 딱지’를 찰딱 붙여버렸다. 딱지가 붙는 순간, 독고현의 체내 영맥의 10%가 인과율의 사슬에 묶여 강제로 잠금 처리되었다.


“아으윽…… 영력이…… 영력이 안 흐른다!”


독고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훌쩍였다. 태호는 순찰 마차 뒤편에서 낡고 삐걱거리는 평민용 지상 수레(자전거) 한 대를 꺼내 독고현의 앞에 들이밀었다. 수레의 손잡이에는 노란색 안전 반사띠가 대충 둘러져 있었다.


“마차는 국고로 임시 압수되었으니, 성주부까지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대여해 드리는 이 지상 수레를 타고 가십시오. 헬멧 착용은 필수입니다.”


백은 갑옷을 입은 화려한 소가주 독고현이 이마에 빨간 딱지를 붙인 채, 눈물을 훔치며 삐걱거리는 자전거 페달을 밟고 밤거리를 쓸쓸히 나아갔다. 수레바퀴가 굴러갈 때마다 ‘끼이익, 끼이익’ 소리가 처량하게 울려 퍼졌다. 천도성 평민들은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며 참아왔던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사이다 같은 승리의 기쁨도 잠시였다.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듯 성주부로 돌아가는 독고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우진 율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태호의 옆으로 다가왔다.


“신 과장, 성주의 아들을 이 정도로 굴복시켰으니 독고위 성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걸세. 자신의 비리가 담긴 면세 술병과 아들의 압수 수색에 분노해, 조만간 관청의 공권력을 이용해 우리를 합법적으로 찢어발기려 들 걸세.”


“어떤 방법으로 말입니까?”


태호가 맑은 눈을 깜빡이며 묻자, 서우진이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차갑게 대답했다.


“성주부 직속의 부패한 세무관들과 감사관들을 총동원해 우리 교통과의 과태료 금고를 털고, 회계 장부의 꼬투리를 잡아 조직 자체를 공중분해 시키는 ‘표적 세무 감사’를 개시할 걸세. 내일 아침이면 성주부의 세무 마차들이 들이닥칠 거야.”


태호는 품속의 석판을 만지작거리며 맑은 눈의 광인 미소를 지었다. 더 거대한 정계의 음모와 행정적 보복이 목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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