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폭주, 초소를 깨부수다
두두두두두—!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 청사 마당으로 성주부의 공식 인장이 찍힌 육중한 마차들이 내려앉았다. 마차를 끌던 영수(靈獸)들이 거친 콧김을 내뿜을 때마다 마당의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내린 자는 차가운 눈매를 지닌 감사관 위평관이었다. 그 뒤로 기름기 흐르는 얼굴에 둥근 안경을 얹은 성주부 세무 책임자 탁세관이 거드름을 피우며 걸어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성주 독고위의 직인이 찍힌 붉은색 감사 명령서가 들려 있었다.
“공중교통과장 신태호는 당장 나와 장부를 대령하라!”
위평관의 서슬 퍼런 호통에 청사 안에서 대기하던 치안대장 방성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기어 나왔다. 방성우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아이고, 감사관 대감! 이 깊은 밤중에 어찌 여기까지 왕림하셨습니까? 저희 교통과에는 아무런 비리도 없습니다요!”
“시끄럽다! 군소 문파들을 억압하고 불법으로 영석을 갈취했다는 고발이 성주부에 접수되었다. 당장 교통과의 영석 금고를 동결하고 회계 장부를 압수하겠다!”
탁세관이 뚱뚱한 손가락으로 청사 내부를 가리키며 윽박질렀다. 방성우는 쩔쩔매며 태호에게 눈치를 보냈다. 하지만 태호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노란색 안전모를 고쳐 쓰고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를 단정하게 정리하며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빨갛고 파란 빛을 뿜어내는 영력 경광봉이 들려 있었다.
“성주부 감사관님.”
태호가 특유의 맑은 눈의 광인 눈빛을 빛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정당한 공무 수행이시라면 장부는 언제든 공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 교통과의 과태료 수입은 제국 법령에 따라 독립 재원으로 분류되므로 금고 동결은 법적 근거가—”
“닥쳐라! 일개 하급 순경 주제에 감히 성주님의 명령에 토를 다느냐!”
위평관이 검을 뽑아 들 기세로 한 걸음 다가섰다. 일촉즉발의 행정적 대치 상황. 탁세관이 군사들에게 금고 봉인을 지시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저 멀리 동문 상공에서 귀를 찢을 듯한 광포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아앙—!
“와하하하! 취한다, 취해! 천하의 도(道)가 내 발아래 있구나! 비검이여, 더 빨리 날아라!”
밤하늘의 구름을 붉은 영력으로 찢어발기며 나타난 것은 한 자루의 거대한 비검이었다. 그 위에는 붉그스레한 얼굴에 머리가 산발이 된 사나운 인상의 장년인이 한 손에 술병을 든 채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축기기 2성의 알코올 중독 고수, 주태백이었다.
그는 고대 약선 술을 잔뜩 들이켜고 완벽하게 만취한 상태였다. 비검의 속도는 이미 시속 250km를 초과하고 있었다. 갈지자로 밤하늘을 난도질하던 주태백의 비검은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채, 무서운 속도로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 도주 궤적의 끝에 있는 것은 바로 태호가 근무하던 동문 나무 초소였다.
“어, 어어? 저게 뭐야!”
“피해라! 미친 비검이 떨어진다!”
마당에 있던 성주부 군사들과 감사관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야시장에서 노점을 열고 있던 평민 상인들도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하지만 비검의 낙하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피하지 못한 몇몇 상인들이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위험해!”
태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피할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붉은 검광이 그의 시야를 가득 메운 순간, 태호는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영력 경광봉을 눈이 보이지 않을 속도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경광봉 회전 반사막!”
웅웅웅웅웅—!
태호의 전방에 빨갛고 파란 빛이 교차하는 거대한 구형의 반사 결계가 순식간에 형성되었다.
쿠콰아아아앙—!
주태백의 비검이 동문 나무 초소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모든 전설이 시작되었던 허름한 나무 초소가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거대한 나무 파편과 먼지 폭풍을 뿜어냈다. 폭발하는 영력의 파편들이 칼날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슈슈슈슉! 깡! 깡!
반사막에 부딪힌 나무 기둥 파편과 영력 잔해들이 100%의 위력으로 튕겨 나가며 대지로 방전되었다. 결계 뒤에 서 있던 태호의 노란 야광 도포는 먼지 바람에 거세게 휘날렸지만, 그의 신체에는 단 한 줄기의 상처도 나지 않았다.
자욱한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동문 초소는 흔적도 없이 완파되어 잿더미가 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미처 피하지 못한 평민 상인들이 파편에 맞아 신음하고 있었다. 한 어린아이가 넘어져 피를 흘리며 울부짖는 소리가 태호의 고막을 때렸다.
순간, 태호의 뇌리에 묵직한 이세계 빙의 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빗소리, 요란한 사이렌, 피비린내 나는 아스팔트 위의 잔해. 그리고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숨을 거두었던 동료 경찰관의 마지막 모습.
‘음주 운전은…… 살인이다.’
태호의 맑았던 눈동자가 한 치의 온기도 남지 않은 극도의 차가운 눈빛으로 가라앉았다.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직업적 트라우마와 준법정신의 분노가 얼음처럼 차갑게 폭발했다.
“끄어억…… 아깝도다! 명주(名酒)를 흘렸구나!”
잿더미 속에서 주태백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는 이마에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을 뿐, 여전히 취기가 가시지 않은 눈으로 술병을 흔들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비검에 올라타 뺑소니를 치려 도주 비행을 준비했다.
“거기 멈춰.”
태호가 흙먼지를 헤치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발걸음에는 축기기 고수의 영력 위압 따위는 가볍게 씹어버리는 서늘한 기세가 서려 있었다.
“이 미천한 범인 순경 놈이 감히 누구 앞을 가로막느냐! 내가 바로 축기기의 고수 주태백이거늘!”
주태백이 혀 꼬인 소리로 호통을 치며 비검을 가속하려 했다.
태호는 대답 대신 성큼성큼 다가가 주태백의 비검 앞머리를 밟고 올라섰다. 그리고 주태백이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제국 도로교통법 제44조 위반. 혈중 영약 농도 측정 거부 및 음주 비행, 그리고 도심 저공 비행으로 인한 기물 파손 및 인명 상해 혐의.”
“이, 이놈이 미쳤나! 놔라!”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태호가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주태백을 지상으로 가차 없이 내리꽂았다.
쿵!
주태백은 진흙 바닥에 처참하게 처박히며 비명을 질렀다. 태호는 재빠르게 그의 손목에 영력 수갑을 채우고, 그가 품고 있던 ‘천일취 술호리병’을 낚아챘다.
주태백을 완벽히 제압한 태호가 술병을 살펴보던 중, 그의 눈이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술병 바닥에 붉은색 마법 각인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문양이 보였다.
[천도성주부 면세(免稅) 특허]
성주 독고위의 공식 직인이 찍힌 면세 표식이었다. 성내의 음주 비행을 단속해야 할 성주부가, 오히려 부패한 유착을 통해 고수들에게 면세 술을 공급하며 그들의 무법 비행을 조직적으로 묵인해 왔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였다.
태호는 고개를 들어 마당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감사관 위평관과 탁세관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이미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태호는 압수한 술병을 그들에게 들어 보이며, 천도성 하늘 전체를 향해 서늘하고도 뻔뻔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오늘부로 천도성 공역 전체에 ‘음주 비행 즉시 압수령’을 선포한다. 성주부든, 명문 가문이든 예외는 없다. 술 마시고 비검에 타는 자는 그 즉시 지상 수레 신세로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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