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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병목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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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대 공중교통과 사무실의 유리창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천도성의 어두운 밤하늘을 붉고 푸르게 물들이며 다가오는 무수한 검광들. 그것은 소요파 가주 임진태의 선동에 넘어가 무기를 들고 몰려오는 군소 문파 수도자 백여 명의 비검 대열이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기세는 금방이라도 말단 치안대 청사를 통째로 가루로 만들어버릴 듯 흉포했다.


“신 순경! 신태호! 이 미친놈아! 당장 서명해!”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뚱뚱한 체구의 치안대장 방성우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뛰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관직 박탈과 공중교통과 해체 서약서가 들려 있었다. 관복 단추는 이미 몇 개가 터져 나간 상태였다.


“밖을 봐라! 저 미친 선인들이 칼을 뽑고 몰려오고 있어! 당장 저들이 원하는 대로 단속을 중단하고 장철웅 장로를 석방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해라! 안 그러면 우리 목이 먼저 날아간다!”


방성우는 겁에 질려 쩔쩔매며 태호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서류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태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책상 위에 단정하게 정렬해 둔 과태료 고지서 뭉치를 톡톡 두드려 맞출 뿐이었다. 그의 머리에 쓰인 노란색 안전모는 형광등 불빛을 받아 차갑게 빛나고 있었고,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과장님.”


태호가 특유의 맑은 눈의 광인 눈빛을 빛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도로 위의 폭도들과 타협하는 순간, 법치는 죽습니다. 그리고 제 사전에 ‘단속 중단’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이 고집불통 대포리 같은 놈이! 저들은 하늘을 가르는 수도자들이야! 법 따위가 저들의 칼날을 막아줄 것 같으냐!”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굴복시키는 겁니다. 김철수 순경, 준비는 끝났나?”


태호의 부름에 구석에서 안전모를 꽉 조여 매고 있던 열혈 순경 김철수가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예, 과장님! 제갈현 어르신과 함께 교차로 상공에 ‘병목 현상 유도 진법’의 주파수 세팅을 완전히 마쳤습니다! 저탄소 녹색 영석 오십 개를 가동 동력으로 장전 완료했습니다!”


“좋아. 출동한다.”


태호는 옆에 서 있던 홍보 및 교육관 나팔수를 돌아보았다. 나팔수는 긴장된 표정으로 거대한 황금빛 마법 나팔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


“나팔수 대원, 자네의 목소리가 천도성 하늘 전체에 울려 퍼져야 하네. 준비하게.”


“예, 예! 과장님! 목청 터지도록 불어보겠습니다!”


태호가 청사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자, 밤하늘을 가득 메운 무장 수도자들의 고함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들이닥쳤다.


“범인 순경 놈들은 당장 나와라!”

“하늘은 수도자의 도(道)가 흐르는 곳이다! 감히 미천한 법률 따위로 선인들의 비검을 묶으려 드느냐!”

“단속 카메라를 당장 철거하고, 장철웅 장로를 무조건 석방하라!”


백여 자루의 비검이 내뿜는 서슬 퍼런 검광이 청사 마당을 붉게 불태우고 있었다. 그 최전선에는 소요파의 사주를 받은 군소 문파의 난폭한 수도자들이 비검을 타고 위아래로 출렁이며 위협적인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태호는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면서도 차분하게 시계를 확인했다. 밤 11시 45분. 야간 무단 집회 및 대열 비행 단속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모두 주목.”


태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신호와 함께, 청사 상공의 거대한 공중 교차로를 감싸고 있던 허공의 기류가 순간적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웅—!


제갈현 진법가가 설계한 ‘병목 현상 유도 진법’이 가동된 것이다. 순간적으로 교차로 반경 백 미터 이내의 공기 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며, 마치 끈적끈적한 물엿처럼 변해버렸다.


“어, 어라? 비검이 왜 이리 뻑뻑하지?”

“영력이 흐르는데 속도가 안 난다!”


시속 150km가 넘는 속도로 위협적으로 돌격해오던 폭도들의 비검이 순간적으로 시속 10km 미만으로 급감했다. 기류의 저항이 너무나 강해진 탓에, 비검의 양력이 상실되며 갈지자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들이 촘촘하게 줄을 지어 날아오던 ‘대열 비행’ 상태였다는 점이었다.


“야! 앞 차! 왜 갑자기 멈춰!”

“나도 안 가고 싶어서 안 가는 게 아니야! 으아악! 뒤에서 밀지 마!”


쿵! 콰당탕!


선두 비검이 멈춰 서자, 안전거리를 전혀 확보하지 않고 바짝 붙어 날아오던 후미의 비검들이 차례대로 선두 비검의 꼬리 날개를 들이받기 시작했다.


“아악! 내 한정판 비검 꼬리날개가!”

“누가 내 범퍼 들이받았어! 어떤 새끼야!”

“앞 차 출발 안 하냐! 빵빵 좀 울려봐라!”


순식간에 청사 상공 교차로는 백여 대의 비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뒤엉킨 거대한 공중 교통 정체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수도자들은 서로의 비검이 부딪치고 엉키자 이성을 잃고 서로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칼을 빼 들고 위협하려 해도, 공간이 너무 좁고 빽빽하게 밀착되어 있어 칼을 휘두를 최소한의 반경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리하게 강력한 검강을 뿜어냈다가는 바로 옆에 있는 동맹 문파의 비검을 폭파해 자폭할 판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병목의 지옥.


이 황당하고 코믹한 정체 소동을 지켜보던 태호가 천천히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옆에서 나팔수가 황금빛 마법 나팔을 치켜들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뿌우우우우웅—!


벼락같은 나팔 소리가 정체 구역 전체를 강타하며 수도자들의 고함을 일시에 잠재웠다. 이어 태호가 나팔수의 확성 결계에 대고 지극히 사무적이고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에서 알립니다. 현재 상공 교차로에 정체되어 계신 수도자 여러분은 제국 도로교통법 제15조, 사전 신고 없는 10대 이상의 무단 대열 비행 위반 및 제38조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연쇄 추돌 사고 유발 현행범들입니다.”


“뭐, 뭐라고? 이 범인 순경 놈이 감히 우리를 가두고 장난질이냐!”


한 폭도가 정체 속에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태호는 맑은 눈을 번뜩이며 고지서 한 장을 높이 들어 올렸다.


“또한, 현재 여러분이 점거하고 계신 구역은 황실 지정 긴급 피난 수로이자 공용 교차로입니다. 무단으로 도로를 점용하여 불법 집회를 개최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 및 도로 무단 점용죄에 해당합니다. 지금 즉시 비검의 영력을 끄고 하강하지 않을 시, 범칙금이 일 분마다 복리로 가산됩니다.”


“가, 가산세라고? 그게 무슨 개소리냐!”


“김철수 순경, 집행하게.”


태호의 지시에 김철수와 단속 대원들이 일제히 품속에서 ‘추적식 과태료 빨간 딱지’를 꺼내 들었다. 대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묶여 있는 폭도들을 향해 가차 없이 빨간 딱지를 날려 붙이기 시작했다.


튱! 튱! 튱!


“으아악! 이마에 뭐가 붙었어!”

“내 비검에 빨간 딱지가! 어? 내 영력의 십 퍼센트가 잠겼다!”


빨간 딱지가 이마와 비검 몸체에 달라붙는 순간, 인과율적 잠금 진법이 작동하여 수도자들의 체내 영력이 강제로 동결되기 시작했다. 미납일이 불어날수록 가산세가 복리로 누적된다는 경고 문구가 그들의 머릿속에 붉은 글씨로 선명하게 박혔다.


“이, 이 딱지는 벌금을 내기 전엔 절대 안 떨어진다! 영력이 잠겨서 수련도 안 돼!”

“소요파 놈들이 그냥 머릿수만 믿고 밀어붙이면 겁먹고 도망칠 순경이라며! 이게 무슨 꼴이냐!”


정체 속에서 수도자들 사이에 급격한 심리적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력으로 청사를 점거하려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매 분마다 불어나는 벌금 폭탄과 잠겨버린 영력에 대한 공포가 그들을 잠식했다.


“내, 내가 왜 소요파 놈들 꼬임에 넘어가서 이 고생인지……! 순경 고리님! 저 서명하겠습니다! 안전 운전 서약서 쓸 테니까 제발 딱지 좀 떼어주십시오!”

“나도 벌금 낼 테니 견인 좀 해줘! 비검이 엉켜서 내려갈 수가 없어!”


수도자들은 서로 앞다투어 비검에서 내려 지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청사 마당은 순식간에 과태료 고지서에 서명하고 안전 비행 서약서를 작성하려는 수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대규모 무장 폭동이 평화적이고도 엄청난 세수 확보를 동반한 과태료 징수식으로 종결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이 믿기지 않는 광경을 지켜보던 치안대장 방성우는 입을 벌린 채 굳어 버렸다.


“저, 저 미친놈…… 저걸 저렇게 해결한다고?”


태호는 산더미처럼 쌓인 과태료 영수증과 서약서를 정리하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소요파의 무력 선동은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평화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태호의 품속에서 은밀한 전음 주파수가 진동했다. 성주부의 양심적인 서기 배정철의 다급한 전음이었다.


[신 순경님! 큰일 났습니다! 폭동이 실패하자 성주 독고위가 극도로 분노했습니다. 성주의 사주를 받은 깐깐한 감사관 위평관이 지금 교통과의 과태료 금고를 동결하고, 공권력 남용 프레임을 씌워 부서 자체를 찢어발기기 위해 비밀 표적 감사 서류를 완성하여 청사로 출발했습니다! 지금 당장 장부를 압수하러 들이닥칠 겁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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