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들의 영웅, 도로의 지배자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 사무실의 밤은 깊었으나, 신태호 순경의 붓끝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숯검댕이가 된 채 유치장에 처박힌 소요파 외문장로 장철웅의 구금 조서, 그리고 소요파 가문을 향해 발송할 천문학적인 액수의 과태료 고지서가 놓여 있었다.
“공공기물 파손 미수, 특수공무집행방해, 거기에 수년 전 발생한 무등록 밀수선 뺑소니 치사 사건까지……. 아버지, 이 장철웅이라는 자는 법대로 처리하면 평생 감옥에서 썩어도 모자랍니다.”
태호의 말에 옆에서 붉어진 눈으로 찌그러진 비선 명판을 움켜쥐고 있던 양아버지 신동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동수의 가슴속에 맺힌 한이 태호의 철저한 행정적 서류 작업 위에서 서서히 법의 칼날로 제련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요파 가주 임진태가 성주에게 뇌물을 써서 이 자를 빼내려 들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저들이 감히 힘으로 공권력을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금융적으로 숨통을 조여야 합니다.”
태호는 즉시 ‘가압류 및 가산세 부과 조항’을 발동했다. 단속 카메라 파손 미수에 따른 특별 수리비와 공공기물 훼손 방지 부담금을 합산하여 소요파 가문에 청구한 금액은 무려 5만 영석. 납기일은 단 사흘이었고, 하루만 연체되어도 복리로 3%의 가산세가 붙는 무시무시한 행정 처분이었다. 이 조항이 발동되는 순간, 소요파가 자랑하는 영석 광산의 지분조차 합법적으로 압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자금줄이 묶이면 아무리 오만한 문파라도 고개를 숙이게 마련이지.”
태호는 만족스럽게 고지서에 치안대 공식 인장을 찍은 후, 순찰을 위해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를 걸치고 머리에는 노란색 안전모를 깊게 눌러썼다. 아직 천도성의 하늘은 무법지대였고,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도로 위의 무질서’가 가득했다.
* * *
천도성 동문 상공, 백운(白雲)이 흐르는 공중 도로의 교차로는 오늘도 난장판이었다. 신호등 결계가 버젓이 붉은빛을 깜빡이고 있음에도, 고위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비검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교차로를 쌩쌩 통과했다.
그 무질서한 하늘길 한구석에서, 낡고 녹슨 비검 한 자루가 힘겹게 고도를 유지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비검 뒤편에는 거대한 목재 배달 상자가 밧줄로 위태롭게 묶여 있었고, 그 위에는 하급 배달 수도자 임철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비켜라! 이 천한 배달 벌레 놈이 어디서 감히 길을 가로막느냐!”
갑자기 뒤편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소요파의 문양이 선명한 붉은색 개조 비검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소요파의 내문제자 중 한 명인 난폭한 수도자였다. 그는 우측 차선으로 정속 비행하던 임철수의 비검을 들이받을 듯이 스치고 지나갔다.
“앗! 조심하십시오!”
임철수가 다급히 비검의 방향을 틀었으나, 난폭한 비검이 뿜어낸 영력 풍압에 밀려 중심을 잃고 허공에서 뒤집어졌다. 묶여 있던 배달 상자가 풀어지며 천도성 시장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수백 개의 영약 약병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오색 연기를 뿜어냈다.
“아, 안 돼! 내 배달 물품이……!”
임철수가 비검 위에서 무릎을 꿇으며 비명을 질렀다. 가해자인 소요파 제자는 멈추기는커녕 허공에서 껄껄 웃으며 속도를 높여 달아나려 했다.
그때였다. 요란한 사이렌 경보음과 함께 빨갛고 파란 경광등 빛을 번쩍이며 태호의 ‘특수 개조 순찰 마차’가 하늘을 날아와 붉은색 비검의 앞길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교통사고 유발 및 현장 도주 시도 감지. 운전자, 즉시 비검의 시동을 끄고 착륙하십시오!”
마차의 확성 장치를 통해 태호의 서늘한 목소리가 공역에 울려 퍼졌다. 태호는 마차에서 내려 공중에 서서 붉은색 비검을 탄 소요파 제자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지극히 이성적이면서도 차가운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이봐, 범인 순경 놈아! 감히 소요파의 내문제자인 나의 앞길을 막아서는 것이냐? 저 배달 벌레 놈이 느려터지게 날아가서 내 진로를 방해한 것이니, 사고의 책임은 저놈에게 있다!”
소요파 제자가 검을 만지작거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태호는 이미 품속에서 영력 측정 자를 꺼내 허공의 잔류 궤적을 측정하고 있었다.
“교통사고 조사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가해 차량, 제한 속도 시속 60km 구역에서 시속 150km로 과속 주행. 피해 차량의 우측 차선 정속 주행 중 무단 차선 변경 및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후방 추돌 유발. 과실 비율은 가해 차량 100% 대 피해 차량 0%입니다.”
“과실 비율? 100%? 그딴 해괴한 단어가 제국의 법전에 어디 있단 말이냐!”
“제국 도로교통법 제21조, 앞지르기 방법 위반 및 제48조 안전운전 의무 위반입니다. 또한 현장 도주 시도죄와 공무원 위협죄가 가산되어, 벌금 500영석과 함께 피해자의 파손된 배달 물품 가치 1000영석에 대한 100% 배상 명령을 내립니다. 즉결 처분입니다.”
태호가 품속에서 ‘추적식 과태료 빨간 딱지’를 꺼내 들자, 소요파 제자가 격분하여 검을 뽑으려 했다.
“이 미친 순경 놈이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군!”
“검을 뽑으시는 순간, 제국 개국 율법 석판에 의거해 ‘공무집행방해 천벌 유도’가 작동합니다. 오늘 밤 하늘에서 번개를 맞고 숯검댕이가 되고 싶으시다면 기꺼이 뽑으십시오.”
태호가 드높이 치켜든 율법 석판이 붉고 푸른 인과율의 빛을 내뿜자, 소요파 제자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어젯밤 외문장로 장철웅이 번개를 맞고 유치장에 갇혔다는 소문은 이미 가문 내에 파다했다. 결국 그는 침을 뱉으며 품속에서 영석 주머니를 꺼내 태호의 발밑으로 던졌다.
“쳇! 더러운 범인 놈들!”
소요파 제자가 비검을 돌려 황급히 사라지자, 태호는 바닥에 떨어진 영석 주머니를 주워 허공에 허탈하게 서 있던 임철수에게 다가갔다.
“이 배상금으로 파손된 영약을 변상하십시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임철수는 영석 주머니를 받아들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아…… 순경 고리님. 정말 감사합니다. 매번 저 오만한 소가주들과 내문제자들의 폭주 때문에 배달 상자가 부서져도, 상단이나 문파에서는 저희 하급 수도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벌금을 뜯어갔습니다. 법이 저희 같은 천한 자들을 지켜준 것은 평생 처음입니다.”
임철수가 비검 위에서 넙죽 절을 올렸다. 태호는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천도성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많은 하급 배달 수도자들의 억울한 현실을 직시했다. 그들은 난폭 비행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들이었다.
“임철수 씨. 앞으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러분 스스로도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태호는 즉시 신동수의 대장간에서 장철웅의 과태료 재원으로 대량 제작한 노란색 ‘영력 충격 흡수 안전모’와 ‘영력 안전띠’를 임철수에게 건넸다.
“이 안전모는 추락 시 머리의 영혼을 완벽하게 보호해 주고, 이 안전띠는 비검에 몸을 고정해 급제동 시 튕겨 나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오늘부터 배달 수도자들은 비검 탑승 시 이 장비들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합니다. 대신, 최초 보급은 무상입니다.”
“무상 보급이라고요? 이 귀한 법보들을요?”
“규칙을 지키는 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공권력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하늘길에서는 무조건 ‘비검 우측통행 의무화’를 준수하십시오. 서로 마주 오는 비검들이 차선만 지켜도 사고의 구십 퍼센트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임철수는 노란색 안전모를 머리에 쓰고 영력 안전띠를 허리에 동여매며 감격에 겨워 목이 메었다.
“순경 고리님! 제가 천도성의 모든 배달원 동료들을 모으겠습니다. 저희의 목숨을 지켜주는 이 법을 준수하겠다고 모두에게 전하겠습니다!”
사흘 뒤, 천도성 동문 광장 상공에는 기적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엉덩이에 영력 안전띠를 단단히 맨 하급 배달 수도자 수백 명이 일사불란하게 비검을 탄 채 우측 차선으로 정렬하여 비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임철수를 중심으로 ‘천도성 신속 배달원 동맹’을 공식 조직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배달 상자에 태호가 나누어 준 야광 반사 띠를 붙였고, 하늘 위에서 법규를 위반하고 난폭 운전을 일삼는 폭주 비검들을 감시하는 단속반의 ‘비공식 공중 정찰 네트워크’를 자처했다.
“과장님! 서문 상공에서 소요파의 푸른색 비검 세 대가 우측통행을 무시하고 역주행 중입니다!”
“동문 교차로에서 미등록 비검이 신호 결계를 위반하고 과속 주행했습니다!”
배달원들이 전음으로 실시간 제보를 보낼 때마다, 태호의 단속 카메라는 오차 없이 과속 차량들을 채증해 빨간 딱지를 날려 붙였다. 천도성의 하늘길이 서서히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으로 정렬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질서의 확립은, 뒤에서 천도성의 하늘을 사유지처럼 지배하던 소요파 가주 임진태에게는 거대한 위기이자 굴욕이었다.
소요파 본청 대강당. 자줏빛 가죽 관복을 입은 가주 임진태가 탁자를 내리치며 격분했다. 그의 손에는 단속반에 구금된 외문장로 장철웅의 수리비 배상 고지서와, 미납 시 가문의 핵심 영석 광산을 가압류하겠다는 태호의 공식 경고장이 들려 있었다.
“겨우 범인 순경 놈 하나 때문에 가문의 장로가 갇히고, 이제는 저 천한 배달 벌레 놈들까지 가문의 비검 앞을 가로막으며 법을 논한단 말이냐! 이것은 가문의 위신을 무너뜨리고 수선 세계의 약육강식 천도를 부정하는 반역이다!”
임진태의 눈에서 살기 어린 영력이 뿜어져 나왔.
“성주부의 위평관 감사관과 조율이 끝났다. 저 단속반 청사를 무력으로 밀어버리고 법을 폐지해야 한다. 군소 문파들을 선동해라. 범인이 제정한 교통법이 수도자들의 영력을 제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음모라고 소문을 퍼뜨려라!”
그날 밤,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 사무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임철수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 그의 노란색 안전모는 찌그러져 있었고, 얼굴에는 붉은 혈흔이 묻어 있었다.
“순경 고리님! 큰일 났습니다! 소요파 가주 임진태가 천도성의 서른 개 군소 문파들을 선동했습니다!”
태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임철수를 바라보았다.
“선동이라니요? 구체적으로 무슨 일입니까?”
“저들이…… 저들이 무기를 들고 공중 대열을 이루어 단속반 청사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범인이 만든 교통법을 폐지하고 단속 카메라를 모두 부수겠다며, 청사를 무력으로 점거하려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수십 명의 무장 수도자들이 하늘을 뒤덮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임철수의 절박한 외침과 동시에, 사무실 창문 너머 밤하늘에서 수십 자루의 비검이 뿜어내는 날카로운 검광과 무수한 수도자들의 고함 소리가 천도성의 어둠을 찢으며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수 개조 순찰 마차의 사이렌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호는 조용히 영력 경광봉을 쥐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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