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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카메라를 부수러 온 장로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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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는 위조 통행패를 주머니 깊숙이 넣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는 천도성의 하늘길은, 이제 단순한 교통 정리를 넘어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성주부의 문양이 찍힌 위조 통행증이라…….”


지방 성주와 토착 거대 가문인 소요파가 유착하여 세금을 내지 않고 고순도 영석을 밀수하고 있었다. 전생에 대한민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동료를 잃고 평생을 도로 위의 정의를 위해 살았던 베테랑 교통경찰 신태호. 그의 직업적 감각이 뇌릿속에서 위험 경보를 요란하게 울려댔다. 하늘을 무법지대처럼 날아다니며 평민들을 짓밟는 선인들의 오만함 배후에는, 이처럼 썩어 빠진 행정적 부패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한들, 당장 시속 300km로 폭주하는 놈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속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력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태호는 즉시 발걸음을 옮겨 천도성 변두리에 위치한 ‘신씨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 문을 열자 뜨거운 화염의 열기와 함께 쾅! 쾅! 하는 묵직한 망치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숯검댕이를 온몸에 묻힌 채 가죽 앞치마를 두른 우람한 체구의 사내, 태호의 양아버지 신동수가 곰방대를 물고 망치질을 멈추었다.


“태호냐? 야밤에 대장간에는 어쩐 일이냐? 네가 주문한 노란색 안전모는 마음에 들더냐?”


“아버지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정밀 부품 제작을 의뢰하러 왔습니다.”


태호는 품속에서 제갈현 진법가와 함께 밤새 구상한 설계도를 펼쳐 놓았다. 대장간 구석에서 돋보기를 쓰고 고문서를 뒤적이던 하얀 수염의 노학자, 은퇴한 진법 대가 제갈현이 흥미롭다는 듯 다가왔다.


“허어, 신 순경. 이것이 자네가 말하던 ‘무인 영석 과속 단속 카메라’라는 법보의 설계도인가?”


“그렇습니다, 제갈 어르신. 매번 제가 경광봉을 흔들며 현장에 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인력 부족을 해결하려면 자동화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이 장치는 초당 100만 번의 영성 스캔을 통해 공역을 통과하는 비검의 속도를 수학적으로 역계산하고, 제한 속도인 시속 60km를 초과하는 즉시 운전자의 얼굴과 비검의 일련번호를 붉은 글씨로 허공에 채증하여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신동수가 곰방대를 깊게 빨아들이며 설계도를 들여다보았다.


“속도를 측정하는 것까지는 제갈 노장의 진법으로 가능하다 치자. 하지만 오만한 수도자들이 저 작은 기계 상자를 보고 속도를 줄이겠느냐? 오히려 검기를 날려 부숴버릴 것이 뻔하다.”


태호가 맑은 눈의 광인 특유의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노리는 바입니다. 이 카메라의 외관은 아버지가 제련하신 가장 단단한 철갑으로 감싸주십시오. 그리고 제갈 어르신, 이 카메라의 작동 회로를 제가 가진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의 인과율과 직접 동기화해 주십시오.”


제갈현이 안경을 고쳐 쓰며 침을 꿀컥 삼켰다.


“율법 석판의 인과율이라니…… 설마?”


“그렇습니다. 제국 개국 초기의 절대 법보인 석판의 권위를 이 카메라에 연동하는 순간, 카메라는 제국의 공식 사법 기물이 됩니다. 즉, 이 카메라를 물리적으로 훼손하려 드는 모든 행위는 천도(天道)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여, 현장에서 즉시 뇌전의 천벌을 맞게 되는 함정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허어억! 단속 장비 자체가 천벌의 방패가 된다는 말인가! 기발하군, 지독할 정도로 기발해!”


제갈현은 학구열에 불타올라 돋보기를 빛내며 진법 나침반을 꺼내 들었고, 신동수는 과묵하게 망치를 쥐고 용광로의 불길을 지폈다.


사흘 밤낮 동안 대장간의 망치 소리와 진법의 푸른 광풍이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대장간 한복판에 높이 3미터에 달하는 웅장하고도 기괴한 장치가 탄생했다. 단단한 현철 장갑으로 온몸을 감싸고, 전면에는 거대한 영성 수정 렌즈가 박혀 있으며, 상단에는 빨갛고 파란 경광등 결계가 흐르는 최초의 ‘영석 과속 단속 카메라’였다.


태호는 동문 수문장 조삼도의 협조를 얻어, 천도성 동문 상공 가장 목 좋은 길목에 이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날 밤, 어둠이 천도성을 완전히 뒤덮었을 때였다.


동문 초소 내부의 정밀 영성 스크린을 감시하던 태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스크린 위로 미세한 영맥의 왜곡 파동이 여러 개 포착되었다. 야간 투명 은신 부적을 붙이고 은밀하게 다가오는 무리들이었다.


“과장님, 정말로 쥐새끼들이 움직입니다!”


부하 순경 김철수가 긴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상대로군. 소가주가 딱지를 끊기고 비검까지 압수당했으니, 소요파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장비를 물리적으로 파괴해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전형적인 무림인들의 꼼수다.”


태호는 차분하게 영력 경광봉을 만지작거리며 모니터를 응시했다.


어둠을 뚫고 동문 상공 단속 카메라 앞으로 다가온 인물은 소요파의 무력을 담당하는 외문장로, 장철웅이었다. 거구의 체구에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한 그는 등 뒤에 거대한 현철 광풍도(玄鐵狂風斧)를 메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검은 복면을 쓴 소요파 무사 10명이 비검을 탄 채 대기하고 있었다.


“흐흐흐, 겨우 이딴 조잡한 쇠상자 하나 때문에 우리 소가주께서 흙탕물을 구르며 걸어오셨단 말이지?”


장철웅이 허공에 떠 있는 단속 카메라를 바라보며 잔인하게 비웃었다.


“한낱 범인 순경 놈이 황실의 낡은 석판 하나 믿고 기고만장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이 쇠상자를 흔적도 없이 가루로 만들어 버려라! 천도성 상공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장철웅이 등 뒤의 거대한 도끼를 뽑아 들었다. 축기기 3성의 강력한 영력이 도끼날에 주입되자, 주변의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광포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광풍파쇄공(狂風破碎功)!”


장철웅이 고함을 지르며 단속 카메라의 렌즈를 향해 거대한 도끼를 내리쳤다. 도끼날 끝에서 방출된 파괴적인 검강이 카메라를 반파시키기 직전의 찰나.


단속 카메라 상단의 빨갛고 파란 경광등 결계가 미친 듯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메라 내부에 매설되어 있던 율법 석판의 인과율 회로가 전격 가동되었다.


위이이이이잉—!


[경고: 제국 공식 사법 기물에 대한 무단 파손 및 테러 행위 감지. 도로교통법 제148조 및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즉각적인 천벌 집행을 개시합니다.]


장철웅의 도끼가 카메라의 현철 장갑에 닿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천도성 전체를 흔들었다.


콰르릉—!!!


밤하늘에 적청색(赤靑色)의 거대한 벼락 수십 갈래가 소용돌이치며 내리쳤다. 천도의 공무집행방해 인과율 번개였다. 번개는 장철웅이 휘두른 현철 도끼의 금속 날을 매개체로 삼아, 그의 몸속 영맥을 타고 사정없이 흘러내려 갔다.


“끄아아아아아악!!!”


장철웅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축기기 3성의 도력으로 번개를 막아보려 버텼으나, 천도가 보장하는 사법 인과율 번개 앞에서는 어떠한 마법도, 도력도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했다.


도끼를 잡은 그의 두 손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온몸의 뼈마디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강력한 전류가 몰아쳤다. 장철웅의 붉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치며 숯검댕이처럼 타들어 갔다.


“자, 장로님!!!”


뒤에서 대기하던 소요파 무사들이 기겁하며 그를 도우려 다가왔다. 하지만 전류는 장철웅의 몸을 타고 공기 중의 자력을 매개로 주변의 무사들에게까지 연쇄적으로 전도되었다.


파지지직! 콰쾅!


“어버버버버!”

“엄마야!!!”


복면을 쓴 무사 10명이 단체로 비검 위에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며 꼴사납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밤하늘 아래에서 적청색 번개에 감전되어 연기를 뿜어내며 바르르 떠는 그들의 비주얼은 기괴하면서도 포복절도할 만큼 우스꽝스러웠다.


툭. 투두둑.


결국 장철웅을 비롯한 소요파 습격조 전원이 전신 마비 상태가 되어 비검에서 떨어져 동문 광장의 흙바닥 위로 꼴사납게 추락했다. 그들이 떨어지며 일으킨 먼지 구덩이 속에서 매캐한 탄내가 진동했다.


스윽.


초소 문이 열리며, 노란색 안전모를 쓴 신태호 순경과 기동대원들이 수갑을 든 채 걸어 나왔다. 태호의 등 뒤로는 양아버지 신동수가 자신의 카메라가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곰방대를 물고 뒤따르고 있었다.


“어이쿠, 야간 등화관제 위반에 무단 침입, 그리고 대망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사법 기물 파손 미수죄까지. 종합 선물 세트 수준이군요.”


태호가 바닥에서 바들바들 떨며 연기를 뿜어내는 장철웅의 앞으로 다가갔다. 장철웅은 전신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숯검댕이가 된 얼굴로 태호를 올려다보며 이빨을 부딪쳤다.


“이…… 이 짓궂은…… 놈…… 감히…… 소요파를…….”


“장로님, 기물 파손 배상금 청구서가 가문으로 발송될 예정이니 걱정 마십시오. 현철 장갑에 미세한 흠집이 났으니 배상금이 꽤 나올 겁니다.”


태호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장철웅의 포박을 지시했다. 대원들이 쇠사슬 수갑으로 그들을 묶는 사이, 태호는 습격자들의 소지품을 수색하기 위해 장철웅의 도포 품속을 거칠게 뒤적였다. 불법 무기나 밀수품의 추가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서류 몇 장과 영석 주머니를 꺼내던 태호의 손끝에, 품속 깊은 안감 속에 숨겨져 있던 차갑고 묵직한 금속 물체가 걸렸다.


태호가 그것을 끄집어냈다.


그것은 불타는 듯한 그을음이 잔뜩 묻어 있고, 심하게 찌그러진 구리 재질의 비선(飛船) 명판이었다. 명판 표면에는 붉은색으로 정교하게 각인된 일련번호와 함께 소요파의 은밀한 밀수선 표식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순간, 태호의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아버지 신동수의 곰방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어…… 어어?”


신동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시며, 평소의 과묵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두 눈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우람한 그의 거구가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


“아버지? 왜 그러십니까?”


태호가 의아해하며 찌그러진 명판을 바라보았다. 신동수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태호의 손에 들린 명판을 거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의 눈물샘에서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이…… 이 번호…… 이 붉은 문양…… 내가 똑똑히 기억한다…….”


신동수가 장철웅의 멱살을 움켜쥐며 절규하듯 소리쳤다.


“수년 전…… 내 집을 완전히 박살 내고, 내 아내…… 태호의 어머니를 깔아뭉개 죽이고 달아났던 그 뺑소니 밀수선……! 그 배의 일련번호가 바로 이것이다!!!”


광장에 차가운 정적이 가라앉았다.


태호의 머릿속에 수년 전 천도성에 불시착했던 무등록 영석 밀수선 사고의 참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옥이 완파되고, 가슴 따뜻했던 양어머니 한정혜가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었던 그 비극. 그 사고의 가해 선박이 바로 소요파의 밀수선이었고, 그 배를 몰고 달아난 파렴치한 뺑소니범이 바로 눈앞에 쓰러져 있는 소요파 외문장로 장철웅이라는 잔인한 진실.


태호의 맑았던 눈동자가 순간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으며, 한 치의 온기도 남지 않은 극도의 차가운 눈빛으로 변했다.


그는 천천히 장철웅을 내려다보았다. 단속 카메라 파괴 작전의 유쾌한 소탕 현장은, 이제 평생을 간직해 온 가족의 한을 풀어야 하는 잔인하고 서늘한 법적 단죄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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