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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는 소가주도 뚜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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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검 끝에 가루가 되어 사라져라!”


시속 300km가 넘는 초고속으로 돌진하는 적광선풍검(赤光旋風劍)의 끝자락이 신태호의 이마 바로 앞까지 육박했다. 축기기 1성의 폭발적인 영력이 뿜어내는 붉은 검광은 천도성 동문 앞 광장의 밤하늘을 피비린내 나는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임소백의 얼굴에는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감히 가문의 권세도 없고, 영력 한 줌 없는 미천한 범인 순경 주제에 소요파 소가주의 앞길을 가로막은 대가였다. 부딪치는 순간 저 건방진 노란 도포는 뼈와 살이 분리되어 흔적도 없이 파쇄될 것이 분명했다.


찰나의 순간, 태호의 이마와 적광선풍검의 검끝 사이에 남은 거리는 단 한 뼘.


하지만 태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에 들린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이 눈부신 황금빛을 내뿜으며 찬란하게 깨어났다. 석판에 새겨진 제국 개국 공신들의 고대 율법 문양이 허공에 거대한 황금색 인장 형태로 펼쳐졌다.


위이이이이잉—!


그것은 천도(天道)가 보장하는 절대적인 인과율의 방어 장막, ‘공무집행 절대 안전지대’의 발동이었다.


적광선풍검의 붉은 검광이 태호의 신체 반경 5미터 경계선에 닿는 순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파괴적인 기세로 요동치던 임소백의 모든 영력이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숯불처럼 순식간에 ‘치익!’ 소리를 내며 꺼져버린 것이다.


“어…… 어어?”


임소백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흔들렸다. 비검을 지탱하던 붉은 기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영맥의 흐름이 대지로 강제 접지되어 완전히 방전된 비검은 허공에서 급격하게 시동이 꺼진 고철덩어리로 변했다.


쿠웅!


비행 능력을 상실한 적광선풍검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춰 서며 꼬꾸라졌다. 시속 300km의 관성을 이기지 못한 임소백의 몸이 비검 위에서 붕 떠올랐다.


“으아아아악!”


임소백은 허공에서 꼴사납게 대여섯 바퀴를 회전하며 날아가더니, 동문 광장의 진흙 바닥 위로 정확하게 안면 마찰을 감행했다.


철퍼덕!


“커헉!”


사방으로 흙먼지와 진흙탕이 튀었다. 화려한 금빛 도포는 순식간에 누런 진흙 범벅이 되었고, 소요파 소가주의 오만한 콧대는 바닥에 제대로 부딪쳐 붉은 코피를 뿜어냈다.


광장에 모여 있던 평민 마부들과 배달 수도자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천도성의 무법자로 군림하던 소요파 소가주가 단속반 순경 앞에서 개구리처럼 처박히는 꼴을 보게 될 줄이야. 누구도 믿지 못할 황당한 광경이었다.


스윽.


흙먼지 속에서 태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머리에 쓰인 노란색 안전모는 흠집 하나 없었고, 노란색 야광 반사 도포는 밤하늘 아래에서 여전히 눈부시게 번쩍이고 있었다. 태호는 한 손에 붉고 푸른 빛이 교차로 깜빡이는 영력 경광봉을 든 채, 진흙 밭에서 허우적거리는 임소백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지극히 정중하면서도, 동시에 은은한 광기가 서려 있는 ‘맑은 눈의 광인’ 그 자체였다.


“퉤! 퉤! 이, 이 미친 범인 놈이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임소백이 입안에 가득 찬 진흙을 뱉어내며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분노로 눈이 뒤집힌 그는 허리에 찬 보검을 뽑으려 손을 뻗었다.


“내 당장 네놈의 목을 베어 개먹이로 주겠다!”


사설 호위대 무사들도 무기를 쥔 채 태호를 향해 짓쳐 들려 했다. 하지만 태호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품속에서 가죽 장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맑고 나지막한, 그러나 광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귀에 똑똑히 박히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정신 공격 비기, ‘법조문 들이밀기’였다.


“제국 도로교통법 제148조. 단속 중인 교통 치안관에 대한 물리적 위해 시도 및 무기 소지 위협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합니다. 또한, 공무 수행 중인 공직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미수죄로 가중 처벌되며, 이는 황실 사법부의 즉각적인 구속 수사 사유입니다.”


태호가 석판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자, 허공에 붉은색 법률 글귀들이 떠올라 임소백의 머리 위를 무겁게 짓눌렀다. 황실 개국 공신들의 인과율이 서린 석판의 기세 앞에, 임소백은 가슴이 답답해지며 기가 꺾이는 것을 느꼈다.


“무슨 개소리냐! 천도성에서는 소요파의 힘이 곧 법이다!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느냐? 소요파의 가주이신 임진태 대인이다! 성주조차 내 아버지를 보면 고개를 숙이거늘, 한낱 말단 순경 주제에 감히!”


임소백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전형적인 권세가 자제의 발악이었다.


태호는 지극히 공무원적인 톤으로 대꾸했다.


“네, 소요파 가주 임진태 대인 말씀이시군요. 전산 조회 결과, 아버님 역시 지난달 공용 하늘길 무단 주차로 벌금 200영석이 체납되어 있으십니다. 부자가 아주 모범적인 체납자 집안이시군요.”


“이, 이 미친놈이 진짜……!”


“그보다 피의자 임소백 씨. 현재 안면이 붉게 상기되어 있고, 횡설수설하며, 몸에서 고농도의 영약주(靈藥酒) 냄새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음주 비행 금지 조항 위반 혐의가 강력히 의심됩니다. 음주 측정을 실시하겠습니다.”


태호가 품속에서 대나무로 만든 음주 측정용 호각 주전자를 꺼내 임소백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여기에 숨을 깊게 3초간 불어넣어 주십시오. 불응 시 음주 측정 거부로 간주되어 현장에서 즉시 비행 면허가 취소되고, 5,000영석의 과태료가 추가 부과됩니다.”


“내가 왜 저딴 대나무 통에 주둥이를 대야 한단 말이냐! 저리 치우지 못해!”


임소백이 거칠게 손을 휘둘러 대나무 통을 쳐내려 했다.


태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피의자 임소백, 정당한 음주 측정 요구에 대한 최종 거부 의사 확인.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 위반으로 면허 취소 처분 및 즉결 과태료 5,000영석 부과를 집행합니다.”


태호는 품속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는 부적 한 장을 꺼냈다. ‘추적식 과태료 빨간 딱지’였다.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빨간 딱지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임소백의 이마 한복판에 ‘착!’ 하고 달라붙었다.


“아악! 이게 무슨 요술이냐!”


임소백이 비명을 지르며 이마의 딱지를 떼어내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딱지는 그의 피부에 완전히 밀착되어 영력의 열기로 타오르고 있었다. 딱지에 새겨진 인과율 잠금 진법이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우웅—!


임소백의 몸 주변으로 붉은색 사슬 모양의 영력 장막이 얽혀들었다. 그의 단전에 모여 있던 축기기 영력의 10%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으며 봉인되었다.


“내, 내 영력이……! 단전의 기 흐름이 막혔다! 이 사악한 마도(魔道)의 부적을 당장 떼어내지 못할까!”


임소백은 기겁하며 가문의 비전 심법인 ‘적광비검결’을 억지로 가동해 딱지를 강제로 태워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가 영력을 쥐어짜 낼 때마다, 이마의 딱지에서 붉은 스파크가 튀며 경고음이 울렸다.


삐비비빅!


[경고: 납부기한 이전 무단 훼손 시도 감지. 일일 3%의 복리 가산세 적용 시작. 영력 추가 봉인 20% 집행.]


“커헉!”


단전이 다시 한번 조여들며 임소백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영력의 총 30%가 완전히 잠겨버린 것이다. 이제 그는 축기기 고수가 아닌, 겨우 연기기 하급 수도자 수준의 영력밖에 쓸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태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주의 사항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본 과태료 딱지는 벌금을 전액 납부하고 치안대 공인 인장을 찍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든 영력으로든 절대 제거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때려 하실수록 가산세와 영력 잠금 비율이 복리로 늘어나오니, 가급적 빠른 납부를 권장합니다.”


“이…… 이 악마 같은 놈……!”


임소백은 이마에 빨간 딱지를 붙인 채 부르르 떨었다. 그의 화려했던 위엄은 간데없고, 이마에 붉은 부적을 붙인 우스꽝스러운 강시의 꼴이 되어 있었다.


태호는 이제 바닥에 처박혀 있는 적광선풍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검 전면에 장착된 붉은 영력 핵 부위에서 미세한 스파크가 일고 있었다. 태호는 다가가 비검을 툭툭 차며 말했다.


“도로교통법 제130조에 의거, 난폭 비행 및 음주 측정 거부에 사용된 범행 도구인 비검 ‘적광선풍검’은 현장에서 강제 압수 및 견인 조치합니다. 벌금 완납 및 20시간의 교통안전 교육을 이수하기 전까지는 반환되지 않습니다.”


“안 돼! 그 검은 우리 가문에서 단 열 자루만 제작된 한정판 보검이란 말이다! 가격만 해도 수만 영석인데 그걸 압수하겠다고?!”


임소백이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태호는 이미 품속에서 무전 결계 칩을 꺼내 들고 있었다.


“동문 초소, 여기는 신태호 순경. 동문 광장에 불법 주정차 및 음주 비행 차량 한 대 확보했다. 즉시 견인 마차를 이쪽으로 보내라. 차종은 적광선풍검, 색상은 적색이다.”


저 멀리서 치안대의 견인 마차가 요란한 종소리를 울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임소백은 피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영력은 봉인되었고, 가문의 자랑이자 자신의 목숨과도 같던 한정판 비검은 견인차에 실려 압수당할 처지였다. 주위의 평민들은 이미 킥킥거리며 소요파 소가주의 비참한 몰락을 구경하고 있었다.


“소가주님…… 걸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소요파의 사설 호위무사들이 다가와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영력이 봉인되어 날 수도 없고, 비검마저 빼앗겼으니 이제 그가 황도로 돌아갈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두 발로 진흙 길을 걷는 것.


“내…… 내가 걸어가라고? 이 임소백이 평민들처럼 땅바닥을 기어가란 말이냐!”


임소백이 절규했지만, 이마의 빨간 딱지는 여전히 불길하게 번쩍이고 있었다. 결국 그는 사설 무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마에 빨간 딱지를 붙인 채 터덜터덜 흙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문의 호위대 수십 명을 거느리고 뚜벅이 신세가 되어 걸어가는 소가주의 뒷모습은 천도성 역사상 가장 눈물겹고 우스꽝스러운 굴욕의 명장면이었다.


광장에는 평민들의 시원한 폭소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태호는 멀어져 가는 임소백의 뒷모습을 보며 묵묵히 수첩에 단속 일지를 기록했다.


‘첫 번째 단속 완료. 역시 법 앞에서는 소가주도 한 명의 운전자에 불과하다.’


그가 압수된 적광선풍검을 견인 마차에 싣기 위해 비검을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태호의 예리한 눈이 비검의 하단, 즉 영력 엔진(영력 핵) 부근의 미세한 틈새를 포착했다.


일반적인 비검이라면 존재하지 않아야 할 인위적인 이중 덮개였다. 현대 경찰 시절, 대포차와 밀수 차량의 비밀 수납고를 귀신같이 찾아내던 태호의 직업적 본능이 요동쳤다.


태호는 경광봉의 끝끝으로 비검 하단의 미세한 홈을 툭 건드렸다.


철컥.


작은 소리와 함께 비밀 덮개가 열리며, 그 안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는 정교한 청동 패 한 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태호가 허리를 숙여 청동 패를 주워 올렸다. 패의 전면에는 천도성의 공식 문양과 함께 정밀한 영성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서우진 율사에게 나중에 전해 들은 황실의 기밀 양식과 일치하는 물건.


[위조 성주부 전용 통행패]


태호의 눈동자가 차갑게 좁혀졌다.


이것은 성내의 모든 검문소와 세관을 단속 없이 무사통과할 수 있게 해주는 가짜 통행증이었다. 소요파의 소가주가 타는 비검 깊숙한 곳에 위조된 성주부의 통행패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


단순한 과속 폭주 단속으로 시작된 사건의 배후에, 천도성 성주부와 소요파가 유착된 거대 영석 밀수 카르텔의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리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태호는 위조 통행패를 주머니 깊숙이 넣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는 천도성의 하늘길은, 이제 단순한 교통 정리를 넘어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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