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전용 백운 하늘길의 철거와 율사의 합류
천도성 동문 검문소 앞 진흙 바닥은 흑풍적 도적단이 흘린 검은 영석 기름과 부서진 비검 파편으로 엉망진창이었다.
마만수와 대원들이 억류된 흑조 비선 주위를 포위하고 도적들을 포박하는 서슬 퍼런 풍경 속에서, 신태호는 손에 쥔 가죽 주머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주머니 안에서 꺼낸 ‘흑풍적과 소요파의 장물 세탁 거래’ 영수증 바닥에는 성주부의 붉은 비밀 인장이 밤하늘의 사이렌 불빛 아래에서 선명하고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과장님, 이거 진짜 성주 독고위 대감의 비밀 직인이 맞습니다.”
김철수 순경이 노란색 안전모를 조심스레 벗어 땀을 닦으며 속삭였다. 그의 눈빛에는 거대한 배후를 잡았다는 흥분과 동시에, 성주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태호가 영수증을 도포 안감 품속 깊은 곳에 밀어 넣는 순간이었다.
두구두구두구—!
동문 대로 너머 안개 낀 밤하늘을 뚫고, 육중한 영력 마차 여러 대가 요란한 바퀴 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다. 마차의 전면에는 성주부의 공식 문양이 새겨진 황금빛 깃발이 거칠게 휘날리고 있었다. 마차가 검문소 마당에 급정거하자, 문이 열리며 화려한 비단 관복을 입은 날카로운 눈매의 사내가 내렸다.
성주 독고위의 심복이자, 교통과의 즉결 처분권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부패한 감사관 위평관이었다.
“현 시간부로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의 모든 단속 업무를 정지한다!”
위평관이 황실 감사 공식 인장이 찍힌 두꺼운 두루마리를 펼쳐 들며 벼락같이 호통을 쳤. 그의 등 뒤로 성주부 직속의 중무장 호위 무사 수십 명이 어검을 한 채 살기등등한 기세를 뿜어냈다.
“감사관 대감! 이,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치안대장 방성우가 뚱뚱한 체구를 흔들며 마차에서 허겁지겁 내려와 위평관의 앞에 넙죽 엎드렸다.
“성주님의 직속 명령이다. 공중교통과장 신태호는 사소한 교통법을 남용하여 성내 명문가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권력을 남용했다. 이에 감사관실은 교통과의 즉결 처분권을 잠정 정지하며, 징수한 과태료 금고와 모든 장부를 압수한다. 방 대장, 당장 서명 날인해라!”
위평관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 명령서를 방성우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방성우는 성주의 분노가 두려워 덜덜 떨며 품속에서 치안대장 직인을 꺼내 들었다.
“신 과장! 내 뭐라던가! 성주님을 거스르면 이렇게 된다고 하지 않았나! 장부와 열쇠를 내놓게!”
방성우가 서명하려 붓을 쥐는 순간이었다.
“하위 관청의 조작된 감사 서류 따위가 황실의 대율(大律)을 덮으려 드는구나.”
맑고 차가운, 마치 옥쟁반에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동문 광장의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안개 속에서 창백한 얼굴에 단정한 백색 유학자 옷을 입은 선비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은은한 황금빛 서기가 흘러넘치는 두꺼운 책자가 들려 있었다. 황실의 법률을 담당하다 권력 투쟁에 밀려 천도성으로 좌천된 천재 율사, 서우진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성주부의 공무에 감히 끼어들다니!”
위평관이 눈살을 찌푸리며 심안수색결의 푸른 빛을 눈가에 띄웠다. 하지만 서우진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들고 있던 책자를 위평관의 이마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황제 폐하께서 친히 하사하신 제국 개국 헌법 제1조 3항. 황실이 공인한 치안관의 즉결 처분권은 지방 성주의 사적 조례나 감사 명령으로 제한할 수 없다. 감사관 위평관, 네놈이 들고 있는 서류는 상위법 우선 원칙에 의거, 이 황제 하사 율법서 앞에서는 한 조각의 휴지틀에 불과하다.”
웅—!
서우진이 율법서를 펼치자, 눈부신 황금빛 결계 장막이 동문 광장 전체를 뒤덮었다. 위평관이 들고 있던 성주부 감사 인장의 영력이 그 빛에 닿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소멸해 버렸다.
“어, 어찌 황실의 유배자가 황제 하사품을 지니고 있단 말이냐!”
위평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방성우는 기겁하여 붓을 떨어뜨렸고, 성주부 호위 무사들의 기세 위압도 단숨에 꺾였다.
태호는 노란색 안전모를 톡톡 두드리며 서우진의 옆으로 다가섰다. 맑은 눈의 광인 특유의 차가운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려 있었다.
“율사 서우진 대인. 합류가 다소 늦으셨습니다.”
“길목이 무뢰배들의 사설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어서 말이지. 하지만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기에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한 것 같군.”
서우진이 단정한 백색 소매를 휘날리며 위평관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감사관 위평관. 네놈이 성주의 사주를 받아 이 엄정한 단속을 방해하려는 진짜 이유를 내가 밝혀주랴? 독안룡의 품속에서 나온 장물 세탁 영수증에 성주부의 인장이 찍혀 있더군. 성주 독고위가 사적으로 공공 하늘길을 차단해 구축한 ‘성주 전용 백운 하늘길’이 바로 소요파와 도적단의 핵심 밀수 경로였다는 사실을 황실 사법부에 상소문으로 올린다면, 네놈의 목은 몇 개나 버틸 수 있겠느냐?”
“이, 이 무슨 당치 않은 반역의 모함인가!”
위평관이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황실 최고 율사였던 서우진의 날카로운 법리적 지적과 명백한 물증(영수증) 앞에, 그의 비열한 감사 꼼수는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태호는 품속에서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을 꺼내 들어 공중에 띄웠. 석판이 붉고 푸른 경광등 빛을 내뿜으며 뇌신곡 밤하늘을 엄숙하게 밝혔다.
“감사관 위평관. 귀하의 감사 명령은 상위법 위반으로 원천 무효입니다. 오히려 귀하와 성주 독고위는 공용 하늘길을 무단으로 점용하고 사설 장막을 설치하여 제국의 물류를 마비시킨 중죄를 범했습니다.”
태호가 오른손의 영력 경광봉을 서쪽 하늘, 성주 전용 백운 하늘길이 위치한 곳을 향해 단호하게 가리켰.
“제국 도로교통법 제45조. 공용 공역에 대한 무단 점용 및 사설 차단막 설치 행위에 대해, 공중교통과는 현 시간부로 ‘불법 도로 점용 행정대집행’을 선포합니다. 대원들은 즉시 출동하여 성주의 불법 황금 바리케이드를 철거하십시오!”
“오, 오냐! 철거해라!”
지켜보던 평민 상인들과 배달 수도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성주의 특권 아래 막혀 있던 하늘길이 마침내 열린다는 소식에 광장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기동 견인팀, 전진!”
마만수가 거대한 완력을 자랑하며 ‘특수 개조 순찰 마차’의 시동을 걸었다. 고성능 청정 비선유 엔진이 우렁찬 굉음을 내뿜으며 빨갛고 파란 사이렌 불빛을 사방으로 뿌렸다. 마만수는 마차 후면에 장착된 묵직한 ‘강제 견인 영석 쇠사슬’을 움켜쥐고 백운 하늘길의 황금 차단막을 향해 날아갔.
철커덕! 쾅!
자기 흡수 합금으로 제련된 쇠사슬이 성주의 전용 결계막에 명중했다. 순간, 성주부의 오만한 특권을 상징하던 황금빛 방어 장막이 붉은 스파크를 튀기며 순식간에 대지로 방전되어 꺼져버렸다.
“끌어내려라!”
마만수가 기합을 넣으며 사슬을 잡아당기자, 수십 년간 일반 상선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있던 육중한 황금색 바리케이드가 뿌리째 뽑혀 먼지를 뿜으며 지상 광장 바닥으로 처참하게 추락했다.
쿵—! 쿠콰과광!
황금 장막이 무너지며, 가로막혀 있던 아름다운 백운 하늘길이 마침내 천도성 상공에 활짝 개방되었다. 대기하고 있던 수백 대의 일반 상선들과 낡은 비검을 탄 배달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개방된 도로를 향해 일제히 비행하기 시작했다.
“과장님! 우리가 해냈습니다! 성주의 전용 도로를 우리가 직접 철거했습니다!”
김철수 순경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평민 상인들은 기쁨에 겨워 단속반 청사 앞으로 몰려와, 밤새 고생한 대원들에게 쑥떡(쑥떡)과 영약 차를 돌리며 대대적인 축제를 벌였다. 위평관과 성주부 군사들은 주민들의 분노 어린 눈총을 피해 꼬리를 내리고 어둠 속으로 비굴하게 도망쳤다.
태호는 주민이 건넨 따뜻한 쑥떡을 한 입 베어 물며, 개방된 백운 하늘길을 평화롭게 날아가는 상선들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의 도로교통법 기억이 이 세계의 진정한 도(道)로 정착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쉬이이이이이잉—!
축제 분위기가 가득하던 동문 광장 상공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급강하하며, 뼈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서리 바람이 몰아쳤다.
하늘길 한복판에 푸른색 무복을 입은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의 검수 한 명이 비검 위에 서서 하강하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일곱 자루의 보검이 북두칠성의 궤적을 그리며 무시무시한 푸른 검기를 뿜어낸 채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검선문의 독보적인 검도 천재이자 대사형, 검무흔이었다.
검무흔은 일곱 자루의 보검을 태호의 코앞을 향해 정렬시키며, 온 광장을 얼려버릴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
“천한 딱지 순경 놈은 들어라. 신성한 검수의 혼이 깃든 비검에 구질구질한 차량 번호판을 달라는 것은 우리 검선문과 모든 검수의 명예를 모욕하는 짓이다! 내 오늘 검수의 도(道)를 걸고, 네놈에게 정식으로 공중 결투를 신청한다! 검을 뽑아라!”
일곱 자루의 보검이 내뿜는 서슬 퍼런 검강이 태호의 이마 바로 앞을 겨누는 순간, 광장의 축제 소음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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