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파 무단 비행 훈련장 철거 대치
새벽 3시의 천도성 동문 앞 대로는 차가운 밤이슬과 알싸한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과장님, 선이…… 선이 자꾸 삐뚤어집니다요. 이 솔이 너무 무거워서 손목이 시큰거립니다.”
화선문의 차세대 천재 진법가이자 위조의 달인이라 불리던 화강백은 현재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채 울먹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빗자루만 한 무쇠 솔이 쥐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노란색 야광 영력 도료가 걸쭉하게 묻어 있었다. 이마에는 ‘벌금 미납자 강제 노역’이라 적힌 빨간 딱지가 선명하게 붙은 채였다. 영맥의 70%가 묶여 버린 탓에 붓질 한 번 할 때마다 범인과 다름없는 피로가 온몸을 짓눌렀다.
“화강백 씨. 자꾸 엄살 부리면 도로법 제45조 기물 훼손 및 노역 태만 조항을 적용해 가산 벌금 50영석을 추가하겠습니다. 중앙선은 법치주의의 척도입니다. 1인치라도 흐트러짐 없이 곧게 칠하십시오.”
노란색 안전모를 쓴 신태호는 품속에서 가죽 장부를 꺼내 들며 기계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옆에서 감시를 맡은 김철수 순경은 든든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광봉을 흔들었다. 화강백은 다시 눈물을 훔치며 대로 바닥에 황금빛 차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강백의 무쇠 솔이 바닥을 스칠 때마다, 그의 입술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주변에 성주부 호위대원들의 감시가 소홀해진 것을 확인한 화강백이 슬그머니 태호의 가죽 장화 옆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극도로 낮추었다.
“과장 나리…… 진짜 내 노역 일수를 사흘만 감경해 주는 것 맞소?”
“제보의 가치에 따라 행정 조례에 의거, 합법적인 감경 조치를 검토하겠습니다.”
태호의 차분한 대답에 화강백은 침을 꿀컥 삼키며 밤하늘의 서쪽 공역을 가리켰다.
“소요파 가주 임진태가 오늘 밤…… 아니, 정확히는 오늘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질 무렵에 거대한 영석 밀수선단을 가동할 예정이오. 단순한 밀수가 아니오. 성주 독고위가 직접 전용 차로인 ‘성주 전용 백운 하늘길’의 결계와 감시망을 일시적으로 꺼주기로 밀약을 맺었단 말이오. 그들은 당신이 동문에 설치한 과속 카메라를 완벽하게 우회해서 황도로 직행할 계획이오.”
태호의 맑은 눈동자가 순간 깊은 밤하늘의 사이렌 불빛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성주부와 소요파의 직접적인 밀수 공조. 그리고 그들이 사적으로 독점하던 백운 하늘길의 불법 개방.
“하지만 나리, 그 길목으로 가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거대한 장벽이 있소.”
화강백이 몸을 바르르 떨며 속삭였다.
“임진태가 순찰반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백운 하늘길로 향하는 공용 고속 하늘길 한복판에 대규모 방어 장막을 치고 ‘소요파 무단 비행 훈련장’을 구축해 버렸소. 지금 그 일대 상공은 소요파 제자들의 난폭 비행으로 완전히 마비되어 평민 상선들과 배달 수도자들이 단 한 대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소.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성주부는 묵인하고 있지요. 그 장벽을 뚫지 못하면 오늘 밤 밀수선단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할 것이오.”
태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쪽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과연, 저 멀리 서쪽 하늘길 경계선에 붉고 푸른 기류가 거대하게 얽혀 흐르며 공용 공역을 무단으로 가로막고 있는 형상이 투시안에 어렴풋이 걸려들었다.
공용 하늘길을 사유지처럼 점거하고 장막을 쳐서 법의 감시를 피하려는 기득권의 오만함. 그것은 현대 한국에서 불법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무단 점거하던 악질 폭력 조직들의 행태와 정확히 일치했다.
태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김철수 순경.”
“예, 과장님!”
“신동수 아버님의 정비창에 연락해 기동대원 마만수와 벌금 징수 집행관 육중철을 즉시 호출하십시오. 행정 안전 장비를 완비하고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공용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하고 평민들의 통행권을 침해한 불법 가설 장막을 철거하러 갑니다. 법령 제72조에 의거한 ‘불법 도로 점용 행정대집행’을 실시합니다.”
***
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녘, 천도성 서쪽 상공의 공용 고속 하늘길 초입.
과연 화강백의 말대로 그곳은 거대한 아수라장이었다. 평소라면 수많은 영석 배달 수도자들과 도화상단의 중소형 상선들이 일사불란하게 정속 비행을 하던 공용 공역 한복판에, 거대한 청동 기둥 수십 개가 허공에 박힌 채 붉은색 방어 장막을 뿜어내고 있었다.
장막 전면에는 황금색으로 ‘소요파 전용 비행 훈련장 - 무단 진입 시 격추’라는 오만한 글귀가 새겨진 대형 바리케이드가 하늘길을 완벽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아니, 공용 고속도로 한복판에 문파 훈련장을 짓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당장 길을 열어주십시오! 화물이 썩어 들어갑니다!”
“닥쳐라! 이 미천한 장사꾼 놈들이 감히 소요파의 신성한 훈련 영역에 침범하려 드느냐! 저 아래 우회로로 돌아서 가라!”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붉은색 소요파 도포를 입은 내문제자들이 비검을 탄 채 평민 상인들을 향해 검기를 뿜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우회로라고 가리킨 곳은 험난한 하강 기류가 휘몰아치는 절벽 골짜기였다. 그곳으로 마차를 몰았다가는 추락 참사가 일어날 것이 뻔했다. 평민 수도자들과 배달원들은 억울함에 가슴을 치면서도 소요파의 강력한 무력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요란하고 뻔뻔한 사이렌 경보음이 아침 공기를 찢으며 울려 퍼졌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빨갛고 파란 LED 경광등을 사방으로 번쩍이며, 신동수가 제련한 ‘특수 개조 순찰 마차’가 공중 도로 가이드라인을 타고 미끄러지듯 나타났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노란색 안전모를 쓴 신태호와 기동대원들이 차례로 내렸다.
태호의 등 뒤에는 거구의 체구에 우람한 힘줄을 번뜩이는 견인 대장 마만수와, 검은 철갑옷을 입고 얼굴에 험악한 흉터를 지닌 집행관 육중철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빨간 압류 딱지 뭉치와 묵직한 쇠사슬이 들려 있었다.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입니다. 도로법 제41조 및 제72조 위반. 허가받지 않은 공용 하늘길 무단 점용 및 사설 장막 설치 혐의로 즉각적인 행정대집행 철거를 선언합니다.”
태호의 차갑고 정중한 목소리가 확성 결계를 타고 공역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무어라? 어떤 겁 없는 놈이 감히 소요파의 영토에 발을 들이느냐!”
붉은 장막 너머에서 거대한 도끼를 등 뒤에 멘 붉은 머리의 사내가 비검을 타고 짓쳐 나왔다. 소요파의 무력을 담당하는 외문장로, 장철웅이었다.
그는 얼마 전 성주 독고위가 서명해 준 ‘임시 도력 회복 보증서’를 통해 유치장에서 일시 석방된 상태였다. 비록 영맥의 일부가 아직 태호의 딱지에 의해 잠겨 있었으나, 가문의 권세를 믿고 다시 기고만장해진 상태였다. 장철웅은 태호의 노란 안전모를 보자마자 이빨을 부드득 갈았다.
“네놈이구나! 그 미친 딱지 순경 놈! 성주의 아들을 견인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이곳은 우리 소요파가 성주부의 묵인 하에 정당하게 확보한 가문의 사설 영역이다! 당장 그 조잡한 마차를 돌려 꺼지지 않으면, 내 현철 광풍도로 네놈들의 목을 단번에 베어버리겠다!”
장철웅이 등 뒤의 거대한 도끼를 쥐자, 강력한 축기기 3성의 광풍 강기가 사방으로 몰아치며 공중 도로의 기류를 뒤흔들었다. 주변의 평민 수도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태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품속에서 황금빛 황실 직인이 찍힌 공식 문서를 펼쳐 들었다.
“장철웅 씨. 귀관이 제시한 성주부의 묵인서는 제국 공용 도로법 제3조 ‘황실 직속 공용 공역의 사적 점용 금지’ 상위법에 의거해 원천 무효입니다. 또한 귀관은 현재 보석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불법 도로 점용을 주도하고 있으므로, 즉각적인 가중 처벌 대상입니다.”
“이 법조문밖에 모르는 융통성 없는 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소요파 무사들은 들어라! 결계막을 강화하고 저 미천한 범인 놈들을 당장 격추하라!”
장철웅의 명령에 소요파 제자들이 일제히 청동 바리케이드에 영력을 주입했다. 붉은 장막이 한층 더 붉게 타오르며, 접근하는 모든 비행 물체를 파괴할 듯한 날카로운 스파크를 튀기기 시작했다. 거대한 청동 바리케이드가 영력의 힘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하늘길을 완전히 밀봉했다.
“과장님, 저 결계막의 온도가 너무 높습니다! 일반 철거 도구로는 다가가기도 전에 녹아내릴 겁니다!”
김철수 순경이 철거용 망치를 들고 다가가려다 결계의 반동 영력 풍압에 밀려 뒤로 나자빠지며 비명을 질렀. 엉덩방아를 찧은 철수가 울상을 지었다.
장철웅은 그 모습을 보며 호탕하게 웃어젖혔.
“하하하! 보아라! 이 청동 바리케이드 결계는 금단기 고수의 타격도 버텨내는 가문의 비전 방어막이다! 범인 놈들이 감히 손가락 하나 댈 수 있을 것 같으냐!”
태호는 차분하게 뒤를 돌아보며 마만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만수 대원. 신동수 아버님이 제작하신 특수 장비를 가동하십시오.”
“예, 과장님.”
마만수가 과묵하게 대답하며, 어깨에 메고 있던 거대하고 무거운 사슬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주머니가 열리며 은백색으로 번쩍이는 거대한 ‘강제 견인 영석 쇠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슬의 고리마다 고대 검총 공역의 자력 광석을 제련해 만든 ‘자기 흡수 합금’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 은은하고 푸른 방전 스파크가 흐르고 있었다.
“거인강력공, 가동.”
마만수가 기합을 넣자, 그의 양팔이 순간적으로 두 배 이상 부풀어 오르며 핏줄이 터질 듯 솟구쳤다. 축기기 1성의 육체 단련 외공이 폭발하며 주변의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저, 저게 무엇이냐?”
장철웅이 미세한 불안감을 느끼며 도끼를 고쳐 쥐었다.
“행정대집행 강제 철거 및 견인을 시작합니다.”
마만수가 우람한 팔을 휘둘러 은백색의 강제 견인 사슬을 청동 바리케이드를 향해 힘껏 투척했다.
슈우우우우웅—!
거대한 사슬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가 소요파의 붉은 장막 결계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강력한 영력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장철웅의 예상과 달리, 사슬이 장막에 닿는 순간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치이이이이이이익—!
마치 뜨거운 불판에 얼음물이 닿은 듯한 소리와 함께, 청동 바리케이드에 흐르던 화려하고 강력한 붉은 영력들이 사슬 고리에 박힌 자기 흡수 합금 속으로 급격하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합금이 자력과 영력을 흡수해 대지로 강제 방전시키는 성질을 발휘한 것이다.
“어, 어라? 결계의 영력이 왜 빠져나가는 거지? 내 영맥이 방전되고 있어!”
결계를 유지하던 소요파 제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비검 위에서 비틀거렸다. 바리케이드를 굳건히 지키던 붉은 장막이 순식간에 빛을 잃고 투명하게 바래지더니, 이내 파스스 깨져 나갔다.
“마만수 대원, 인양하십시오.”
태호의 명령에 마만수가 사슬 고리를 순찰 마차 후면의 강철 견인 고리에 단단히 고정했다.
“엔진 가속.”
김철수가 순찰 마차의 조종간을 잡고 ‘고성능 청정 비선유’ 엔진을 최대로 가동했다.
부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앙—!
빨갛고 파란 경광등이 번쩍이며 순찰 마차가 엄청난 추진력으로 전방을 향해 돌진했다.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허공에 박혀 있던 거대한 청동 기둥들과 바리케이드가 기괴한 마찰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궁—!
“안 된다! 결계를 사수해라! 사슬을 끊어라!”
장철웅이 비명을 지르며 현철 광풍도를 휘둘러 사슬을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태호가 그보다 빠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품속에서 황금빛 문양이 새겨진 ‘공중 안전 율법 석판’을 높이 치켜들었다.
“경고합니다. 사법 집행 중인 기물에 대한 물리적 훼손 시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며, 즉각적인 인과율 천벌을 유도합니다.”
우르릉—!
맑은 아침하늘 위로 갑자기 먹구름이 끼며, 적청색의 거대한 번개 줄기가 장철웅의 머리 위에서 번뜩였다. 일전에 천벌을 맞고 전신 마비를 겪었던 장철웅은 그 무시무시한 뇌전의 기세를 보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히, 히익! 번개다! 또 번개야!”
장철웅이 비명을 지르며 도끼를 쥔 손을 바르르 떨며 뒤로 물러섰다. 감히 도끼를 내리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장로가 겁을 먹고 주저하는 사이, 순찰 마차의 추진력이 극대화되었다.
콰과과과광—!
마침내 공용 하늘길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청동 바리케이드와 가설 기둥들이 뿌리째 뽑혀 나가며 공중에서 비참하게 붕괴했다. 사방으로 청동 파편들이 비산하며 아래 골짜기로 추락했다.
소요파가 자랑하던 무단 비행 훈련장의 장막이 단 몇 분 만에 합법적인 행정 철거 앞에 완전히 박살 나 버린 것이다.
“불법 가설물 철거 완료.”
태호는 차분하게 가죽 장부를 넘기며 육중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육중철 집행관. 잔여 기물 및 위반자들에 대한 행정 처분을 집행하십시오.”
“예, 과장님.”
집행관 육중철이 험악한 미소를 지으며 철갑 장갑을 낀 손으로 빨간 딱지 뭉치를 쥔 채 소요파 제자들에게 다가갔. 제자들은 겁에 질려 비검을 타고 도망치려 했으나, 육중철의 벼락같은 호통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도로법 제72조 위반! 도로 무단 점용 공범들에게 각각 벌금 500영석과 벌점 80점을 부과한다! 또한 위반에 사용된 비검들은 전원 압류 처분한다!”
육중철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제자들의 이마와 비검 본체에 빨간 딱지를 사정없이 붙여버렸다.
착! 착! 착! 착!
“아악! 내 영력이 잠겨요 장로님!”
“비검의 시동이 안 걸립니다!”
빨간 딱지가 붙은 비검들이 시동을 잃고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 계류장으로 하나둘씩 추락하기 시작했다. 소요파의 오만한 제자들이 졸지에 뚜벅이 신세가 되어 땅바닥을 구르는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연출되었다.
장철웅은 박살 난 훈련장 잔해와 포박당하는 제자들을 보며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가문의 자존심이 범인 순경들의 빨간 딱지와 쇠사슬 앞에 완전히 짓밟혀 버렸다.
“네놈들…… 감히 소요파의 이름을 더럽히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가주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천도성 전체를 피로 물들이실 것이다!”
“소요파 가주 임진태 씨에게도 동일한 도로법 위반 방조죄 및 가산세 고지서가 발송될 예정이니 안심하십시오.”
태호는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고지서 한 장을 장철웅의 이마에 툭 붙여주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수백 명의 평민 상인들과 배달 수도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단속반 만세!”
“법치주의 만세! 드디어 길이 뚫렸다!”
상선들이 활짝 열린 공용 하늘길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주행을 시작했고, 천도성 서쪽 하늘은 오랜만에 찾아온 완벽한 질서와 평화로 가득 찼다.
***
같은 시각, 천도성 서쪽 구역에 위치한 웅장한 소요파 가문의 본성 내부.
“콰아아아아앙—!”
가주 처소의 붉은 목재 탁자가 임진태의 강력한 손바닥 일격에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전신에서는 축기기 5성 극의의 광포한 영력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무엇이라?! 훈련장이 철거당해? 장철웅이 또다시 그 미천한 순경 놈에게 이마에 딱지가 붙은 채 쫓겨났단 말이냐!”
“가, 가주님…… 그뿐만 아니라 집행관이라는 자가 들이닥쳐 훈련장에 있던 제자들의 비검 수십 대를 불법 점용 혐의로 전부 압수해 가 보관소에 처박아 두었습니다요…….”
보고를 올리던 내문제자가 사르르 떨며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임진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목덜미를 부여잡았다. 아들 임소백의 비검이 빼앗기고, 장로가 벼락을 맞고, 이제는 가문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 설치한 훈련장 장막마저 범인들의 쇠사슬에 묶여 견인당했다. 가문의 위신이 천도성 바닥에서 걸레짝처럼 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훈련장이 철거되었다는 것은, 자신들이 은밀히 준비하던 야간 밀수 경로인 백운 하늘길의 초입이 단속반의 시야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그 범인 놈들이 감히 소요파의 목줄을 쥐려 들다니.”
임진태가 눈을 서늘하게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주 독고위에게 전음을 보내라. 약속대로 오늘 밤 삼경(밤 11시), 백운 하늘길의 모든 관청 감시 결계를 완전히 차단하라고 해라. 우리는 성주부 전용 스텔스 밀수선단을 즉시 가동한다.”
그가 차갑게 명령을 내리자, 어둠 속에서 소요파의 정예 무사들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단속반 놈들이 훈련장 철거로 기세등등해 있을 때가 가장 방심한 순간이다. 오늘 밤, 가문의 모든 장물 영석을 스텔스 선단에 싣고 백운 하늘길을 통해 황도로 강행 돌파한다. 만약 그 노란 도포를 입은 범인 순경 놈이 다시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임진태의 입가가 잔인하게 비틀어졌다.
“법이고 석판이고 간에, 흔적도 없이 갈아 마셔 하늘의 가루로 만들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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