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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문 화강백의 위조 번호판 유통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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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곡의 진흙바닥에 대기 중인 적청색 천벌 기류가 하늘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가운데, 설도현의 성주부 호위대는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신태호가 전개한 ‘공무집행 절대 안전지대’와 머리 위에 대기 중인 천벌 번개는 축기기 고수들의 무력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설도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턱끝으로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듯한 팽팽한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진 성주부 서기 배정철의 비밀 전음은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감사관 위평관이 단속반의 권한을 강제로 정지시키기 위해 지하 기록실에서 행정 서류 조작에 착수했다는 첩보. 무력 대치가 길어져 위평관의 ‘활동 정지 명령서’가 정식으로 발부되는 순간, 태호가 쥔 법적 방패는 힘을 잃게 될 터였다.


태호는 맑은 눈동자를 굴리며 주머니 속에 넣어둔 임소백의 위조 성주부 전용 통행패를 지긋이 만졌다.


‘위평관이 행정적인 칼자루를 쥐기 전에, 성주부와 소요파의 유착을 증명할 더 확실하고 거대한 사법적 현장 적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열쇠는 이 조잡한 위조 통행증을 만든 자에게 있어.’


태호는 품속에 성주부 비밀 뇌물 장부를 단단히 갈무리한 뒤, 대치 중인 설도현을 향해 지극히 정중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 호위대장님. 제국 율법 석판의 천벌은 공무를 방해하려는 자에게 예외 없이 임합니다. 귀관들이 법을 지켜 이 자리에 멈춰 서 있는 동안, 저는 또 다른 긴급 사법 집행을 위해 이동하겠습니다. 만약 단 한 걸음이라도 안전지대를 침범할 시, 머리 위의 적청색 뇌전이 귀관들의 영맥을 즉시 방전시킬 것임을 다시 한번 엄숙히 고합니다.”


설도현은 이를 갈았으나, 머리 위에서 웅웅거리는 천벌 기류의 자력 파동을 보며 차마 검을 움직이지 못했다. 태호는 마만수에게 전돈만의 압수 마차를 이곳에 철저히 계류시키고 대치 상태를 유지하라 지시한 뒤, 김철수 순경과 함께 특수 개조 순찰 마차에 올라탔다.


부릉! 고성능 청정 비선유 엔진이 우렁찬 굉음을 내뿜으며 순찰 마차가 안개 속으로 은밀히 빠져나갔다.


마차 조종간을 잡은 김철수가 다급히 물었다.


“과장님! 위평관 대감이 서류를 조작하기 전에 성주부로 쳐들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태호는 조수석에서 가죽 장부를 펼쳐 천도성 동문의 단속 기록을 빠르게 훑었다.


“성주부로 바로 가는 것은 저들의 홈그라운드로 들어가는 격이다. 합법적인 감사관의 권위를 깨부수려면, 그 감사가 ‘범죄 은폐용 표적 감사’임을 증명할 명백한 위조 공범을 현장 체포해야 해. 철수야, 최근 동문 상공에 설치된 ‘번호판 자동 인식 결계’에 이상 경보가 여러 번 울렸던 것 기억하나?”


“아! 예, 기억합니다. 동일한 등록 번호를 가진 비검 세 대가 동시에 성문을 통과하려다 결계에 걸려 도망쳤던 사건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때 수거한 위조 번호판의 마법 각인 흔적을 분석한 결과, 이 천도성에서 그런 정교한 위조와 주파수 왜곡을 동시에 행할 수 있는 진법가는 단 한 명뿐이다. 화선문의 수석 제자이자, 자칭 예술가라 불리는 화강백.”


태호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소요파 소가주 임소백의 비검에서 나온 위조 통행증 역시 그의 솜씨가 분명해. 뇌신곡의 대치가 끝나기 전에 그의 비밀 위조 공방을 기습한다.”


***


천도성 하급 주거지 구석, 조용하고 음침한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화선문 풍의 화려한 화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그림 액자들이 가득한 예술가들의 공방이었으나, 그 지하실 깊은 곳에서는 붉은 영력 스파크와 먹물 향기가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하하하! 보아라! 이 완벽한 필치와 기가 막힌 영성 주파수의 조화를! 이것은 단순한 위조가 아니다! 하늘의 질서마저 기만하는 극상의 예술이란 말이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예술가 풍의 청년, 화강백이 붓을 들고 광소하며 허공에 떠 있는 비검 번호판에 정교한 영성 문양을 그려 넣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수십 장의 가짜 비행 면허증과 성주부 위조 통행패들이 널려 있었다.


“이 번호판만 있으면 그 미친 딱지 순경 놈이 설치한 속도 카메라도 먹통이 되지! 내 신기묘필결(신기묘필결)의 마법 은폐 진법을 저 조잡한 철제 상자가 어찌 꿰뚫어 보겠느냐!”


그가 자신의 천재성에 취해 붓을 휘두르던 바로 그 순간.


쿵—!


지하 공방의 무거운 목재 문이 단번에 박살 나며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야광 반사 도포를 엑스자로 동여맨 태호가 경광봉을 든 채 걸어 들어왔다.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입니다. 제국 사법령 제82조 위반. 공식 번호판 위조, 무면허 비행 방조, 및 위조 공문서 유통 혐의로 화선문 화강백 씨를 현행범 체포합니다.”


“무, 무어냐! 이 무식한 딱지 순경 놈들이 감히 예술의 전당에 발을 들여!”


화강백이 경악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곁에 서 있던 김철수가 수갑을 꺼내 들고 기세 좋게 소리쳤다.


“순순히 포박당해라, 위조범 놈아! 너희 일당의 유통 경로는 이미 다 파악했다!”


김철수가 일반 포획 그물을 펼치며 화강백을 향해 짓쳐 들었다. 하지만 화강백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실체화 붓을 허공에 휘둘렀.


“어리석은 범인 놈들! 내 그림의 깊이를 따라올 수 있겠느냐! 신기묘필결, 환영 분신!”


화강백이 허공에 광속으로 붓질을 하자, 그의 몸이 세 개로 분사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김철수는 진짜 화강백인 줄 알고 왼쪽 분신을 향해 그물을 던졌으나, 그물이 닿는 순간 분신은 하얀 연기와 먹물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어, 어라? 가짜잖아!”


김철수가 당황해 균형을 잃고 화실 캔버스 더미 위로 꼴사납게 처박혔다.


“하하하! 멍청한 놈들! 나를 잡으려면 백 년은 더 닦고 오너라!”


화강백이 벽면에 그려져 있던 거대한 그림 수레를 향해 실체화 영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벽에 그려진 그림이 물리적인 실체로 튀어나오며 공중에 둥실 떠올랐. 화강백은 날렵하게 그 그림 수레에 올라타며, 태호를 향해 먹물 가루 폭탄을 투척했다.


퍼엉—!


지하 공방이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이며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화강백은 수레의 영성 날개를 펄럭이며 깨진 천장 유리창을 뚫고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과장님! 죄송합니다! 놓쳤습니다!”


먹물 연기 속에서 기침을 하며 일어난 김철수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태호는 침착하게 마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


“아직 놓치지 않았다. 철수야, 마차 전면 유리창 닦아라.”


화강백이 투척한 먹물 폭탄의 일부가 순찰 마차의 전면 유리에 검게 들러붙어 물리적 시야를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다. 김철수가 다급히 와이퍼를 작동시켰으나 끈적한 마법 먹물은 쉽게 닦이지 않았다.


태호는 와이퍼를 끄고 눈가에 영력을 집중했다.


‘영력 주파수 투시안, 가동.’


태호의 동공이 순간 적청색 경광등 빛깔로 번뜩였다. 물리적인 검은 먹물 장막은 그의 시야에서 투명하게 사라지고, 오직 밤하늘 위를 도망치는 그림 수레의 진동 주파수와 화강백의 영맥 흐름이 선명한 붉은색 실선 궤적으로 아지랭이처럼 피어올랐다.


화강백은 공중 도로로 진입해 도망치며 실체화 붓으로 수레 주변에 구름 모양의 은혜 마법 진법을 칠했다. 단속 카메라의 신호 주파수를 왜곡시켜 자신을 일반 구름으로 오인하게 만들려는 얄팍한 수작이었다.


“하하! 이 안개와 구름 속에서 내 그림 수레를 어찌 찾겠느냐!”


하지만 태호의 투시안에는 그 은혜 마법 진법의 왜곡 파동 자체가 위조 번호판의 고유 진동으로 선명하게 박제되어 보였다.


“속도 위반 및 무등록 비행 차량, 도주 경로 특정 완료.”


태호는 순찰 마차를 가속해 화강백의 그림 수레 배후 50미터까지 바짝 추격했다. 마차 문을 열고 세찬 바람을 맞으며, 태호는 품속에서 가죽 고지서철을 꺼냈다. 그의 손끝에 붉은색 ‘추적식 과태료 빨간 딱지’가 한 장 쥐어졌다.


“과태료 딱지 던지기.”


태호가 손목의 스냅을 가볍게 튕겼다. 손끝을 떠난 빨간 딱지 부적이 인과율의 붉은 섬광을 뿜으며 허공에 정밀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화강백이 뒤를 돌아보고 비웃으며 붓을 휘둘러 방어 검막을 치려 했으나, 딱지는 물리적 궤적을 왜곡하며 검막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그림 수레의 핵심 방향타에 정확하게 달라붙었다.


찰칵—!


인과율의 잠금 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


“무등록 위조 차량 적발. 인과율에 의거, 비행 장비의 영맥 흐름을 강제 동결합니다.”


“어, 어라? 수레의 날개가 왜 안 움직이지? 내 영력이 왜 잠기는 거야!”


화강백이 경악하며 붓을 마구 흔들었으나, 딱지가 붙은 부분부터 그림 수레가 다시 축축한 먹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비행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그림 수레는 허공에서 몇 바퀴를 돌더니, 동문 광장 구석에 쌓여 있던 거대한 퇴비 더미 위로 정확하게 처박혔다.


푸스스스슥—!


“커헉! 퉤! 퉤! 이게 무슨 냄새야!”


화강백이 구린내 나는 퇴비 구덩이 속에서 온몸에 지저분한 지푸라기와 오물을 뒤집어쓴 채 비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그의 화려하던 도포는 누런 퇴비 범벅이 되었고, 자부심 넘치던 손가락에는 오물이 가득 묻어 있었다.


태호가 순찰 마차를 안전하게 착륙시키고 그 앞으로 걸어왔다. 노란색 안전모를 가볍게 만지며, 태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죽 장부를 펼쳤다.


“피의자 화강백 씨. 현 시간부로 사문서 위조, 공무집행방해, 및 무면허 비행 죄로 정식 체포합니다. 징수해야 할 위조 번호판 유통 벌금은 총 상급 영석 5,000개입니다.”


“오, 오천 영석?! 미쳤느냐! 내 전재산을 다 털어도 백 영석도 안 나온단 말이다! 예술가의 주머니를 털어봤자 먼지뿐이다!”


화강백이 퇴비 더미 위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태호는 기다렸다는 듯 서늘하고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벌금을 납부할 영석이 없으시군요. 제국 사법령 제150조 및 도로교통법 특별 조례. 벌금 미납자는 가산세가 붙기 전에 즉각적인 강제 노역 형벌로 대체 집행할 수 있습니다.”


태호가 마차 뒤편에서 신동수가 대량 제작해 둔 ‘야광 영력 도료’ 드럼통과 빗자루처럼 거대한 무쇠 솔 붓을 꺼내 화강백의 발앞에 던졌다.


“화선문의 수석 제자이시니 붓질에는 도가 트셨겠지요. 벌금 5,000영석에 해당하는 노동 일수는 천도성 동문 대로 전체의 차선 그리기 도색 작업입니다. 이 야광 도료를 사용해 도로 중앙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황금색 중앙선을 그리십시오.”


“내, 내가 화선문의 천재 화가이거늘! 감히 이 빗자루 같은 솔로 길바닥에 낙서를 하란 말이냐! 이것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다!”


화강백이 자존심 상해하며 소리쳤으나, 태호가 이마에 빨간 딱지를 갖다 대려 하자 겁을 먹고 다급히 무쇠 솔을 쥐었다.


“그리겠습니다! 그리면 되잖습니까!”


잠시 후, 천도성 동문 앞 대로 한복판.


수많은 평민 마부들과 배달 수도자들이 지나가며 구경하는 가운데, 화선문의 천재 화가 화강백이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채 울먹이며 길바닥에 황금색 야광 도료를 칠하고 있었다.


“흑흑…… 왜 내가 길바닥에 일직선을 그려야 하는가…… 내 붓은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태어난 것인데…….”


태호는 그 옆에 서서 경광봉으로 주행선을 가리키며 엄격하게 지시했다.


“화강백 씨, 선이 미세하게 삐뚤어졌습니다. 1인치라도 흐트러지면 도로 기물 파손죄로 벌금 50영석이 추가됩니다. 똑바로 곧게 칠하십시오. 이 황금색 차선은 향후 천도성 최초의 ‘우측통행 의무화’를 구현할 중요한 시각적 도로 자재가 될 겁니다.”


“지독한 악마 같은 순경 놈…… 흑흑.”


화강백이 눈물을 훔치며 다시 빗자루 솔을 움직였다.


바로 그때, 주변의 감시 눈길이 뜸해진 틈을 타 화강백이 칠하던 솔을 멈추고 태호의 발목 쪽으로 은밀히 다가왔다. 그의 눈빛에 순간 진지하고 음산한 기운이 서렸다.


“저기…… 교통과장 나리.”


“작업 중 잡담은 벌점 부과 대상입니다.”


“아니, 진짜 중요한 정보요! 내 목숨을 걸고 하는 소리요! 내 형량을 완전히 면제해 준다면 아주 기가 막힌 정보를 주겠소.”


태호가 조용히 경광봉을 내리며 그를 응시했다.


“내용을 듣고 판단하겠습니다.”


화강백이 침을 꿀컥 삼키며, 주변에 성주부 호위대원들이 천벌 번개 때문에 멀리서 대치 중인 것을 확인한 뒤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소요파 가주 임진태가…… 오늘 밤 대규모 영석 밀수를 감행할 예정이오. 단순한 밀수가 아니오. 성주 독고위가 직접 묵인해 주기로 약속하고, 자신들만 다니던 ‘성주 전용 백운 하늘길’의 모든 영성 감지 결계를 일시적으로 꺼두기로 합의했소. 그들은 당신이 설치한 동문 속도 카메라를 완전히 우회해서 황도로 밀수선을 보낼 계획이오.”


태호의 맑았던 눈동자가 순간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성주 전용 백운 하늘길. 그리고 성주와 소요파의 직접적인 밀수 공조.


위평관의 표적 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성주부의 목줄을 완전히 끊어버릴 최종 결전의 무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태호의 입가에 차갑고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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