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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비밀 서킷을 폐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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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황금 두루마리를 밀어 넣는 신태호의 손길은 지극히 기계적이었다. 천하를 오싹하게 만들던 일류 살수 흑살무가 마당 진흙 구덩이에 처박혀 읍소를 하고 있건만, 태호의 머릿속은 오직 하나, ‘시간 외 수당’과 ‘현장 단속 예산’의 효율적 집행에 대해서만 굴러가고 있었다.


“과장님, 정말로 지금 움직이실 겁니까?”


부하 순경 김철수가 찌러진 가죽 장갑을 고쳐 끼며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시선은 흑살무의 품속에서 적출된 황금빛 비밀 서킷 초대장으로 향해 있었다. 성주 독고위의 인장과 브로커 사공팔의 비밀 표식이 번쩍이는 그 불온한 물건 말이다.


“철수 씨.”


태호가 노란색 안전모의 턱끈을 단단히 조여 매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공무원의 가장 큰 적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이월 예산’입니다. 오늘 밤 배정된 단속 자금과 청정 비선유가 아직 한참 남아 있어요. 게다가 이 초대장에 적힌 개최 시각은 바로 지금입니다. 범죄가 대규모일수록 과태료 고지서의 가치는 복리로 뛰는 법이지요. 마만수 대원, 순찰 마차 시동 거십시오.”


“예, 과장님! 엔진 예열 완료했습니다!”


저편에서 덩치가 집채만 한 견인 대원 마만수가 우람한 팔뚝을 흔들며 대답했다. 양아버지 신동수가 대장간에서 군용 마차의 뼈대를 개조해 만든 ‘특수 개조 순찰 마차’의 배기구에서 고성능 청정 비선유가 연소되며 빨갛고 파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붕에 달린 경광등 결계가 번쩍이자, 마당 전체가 일시적으로 화려한 사이렌 불빛에 휩싸였다.


태호는 포박된 흑살무를 대원들에게 인계한 뒤, 지체 없이 순찰 마차의 조종석에 올랐다. 황도 종친회와 연결된 비밀 신호 발신기의 꼬리가 잡히기 전에, 천도성 하늘을 썩게 만들던 비밀 서킷을 통째로 날려버려야 했다.


* * *


천도성 외곽, 수시로 날카로운 자연 번개가 내리쳐 일반 수도자들은 접근조차 꺼리는 험난한 ‘뇌신곡 공역’.


하지만 오늘 밤, 이 공포의 골짜기는 오만한 가문 자제들의 불법 축제로 터져 나갈 듯 들끓고 있었다. 계곡의 험난한 상승 기류를 타고 수십 자루의 화려한 불법 개조 비검들이 귀를 찢는 굉음을 내지르며 대기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초록색 비단옷을 입은 레이싱 브로커 사공팔이 서 있었다.


“자자! 다들 베팅 장부 확인하시고! 이번 경기는 소요파 소가주 임소백의 대리 레이서와 백초당 자제의 일대일 혈투입니다! 판돈만 상급 영석 만 개가 넘습니다!”


사공팔의 외침에 도박판 포주 전돈만이 황금빛 장부를 만지작거리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등 뒤에 대기 중인 호화 수송 마차에는 오늘 밤 걷어 들인 천문학적인 도박 판돈과, 성주 독고위에게 상납할 뇌물 차명 계좌가 적힌 비밀 장부가 보관되어 있었다.


“사공 형, 단속반 놈들이 들이닥치진 않겠지? 요즘 그 미친 딱지 순경 놈 때문에 천도성 상공이 아주 흉흉하던데.”


전돈만이 걱정스레 묻자, 사공팔이 코웃음을 쳤다.


“걱정 말게. 그 뺑소니범 장철웅 장로를 잡은 건 단순한 우연일 뿐이야. 게다가 여기는 자연 번개가 치는 뇌신곡일세. 범인 순경 놈들이 이런 위험한 공역에 무슨 수로 들어오겠나? 들어오는 순간 번개에 맞아 비검째로 타버릴 걸세.”


사공팔이 확신에 차 깃발을 들어 올렸다.


“레이서들, 이륙 준비! 신호에 맞춰 광속으로 질주해라!”


그의 외침과 함께 불법 개조된 비검들의 엔진이 굉음을 내뿜으며 붉은 스파크를 튀겼다. 소가주들의 비검들이 막 이륙하여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계곡 사이를 질주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삐이이이이이이익—!


갑자기 뇌신곡의 어두운 하늘을 반으로 쪼개듯, 기괴하고 우렁찬 사이렌 소리가 골짜기 전체를 뒤흔들었다. 묘음각 전인 금아랑이 튜닝해 준 바로 그 지독하고 뻔뻔한 단속 경보음이었다.


“뭐, 뭐야?! 이 해괴한 소리는!”


사공팔이 당황하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안개와 번개 구름을 뚫고, 사방에 빨갛고 파란 경광등 불빛을 요란하게 번쩍이는 특수 개조 순찰 마차가 무서운 속도로 강하하고 있었다. 마차의 확성 결계를 통해, 태호의 정중하면서도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도성 치안대 공중교통과입니다. 도로교통법 제5조 및 제46조 위반. 무허가 공중 집단 레이싱 및 사설 도박 행위 현장을 적발했습니다. 모든 운전자는 즉시 비검의 시동을 끄고 지상으로 착륙하십시오. 불응 시 즉결 처분 및 차량 강제 압수가 집행됩니다.”


“단, 단속반이다! 미친 딱지 순경이 정말로 여기까지 쫓아왔다!”


도박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공팔이 비명을 지르며 레이서들을 향해 손짓했다.


“사방으로 흩어져라! 저들의 순찰 마차는 무거워서 뇌신곡의 좁은 계곡 경로를 따라오지 못한다! 도주로를 쪼개서 달아나!”


그의 지시에 폭주 레이서들이 비검의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초고속 비검이라면 범인 순경들의 느려 터진 마차 따위는 비웃으며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수십 자루의 비검들이 붉고 푸른 섬광을 뿜으며 사방의 좁은 협곡 사이로 광속 도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태호는 이미 그들의 도주 경로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 푸른 영력이 집중되며 ‘영력 주파수 투시안’이 작동했다. 비검들이 내뿜는 영맥의 타는 냄새와 기류의 흔들림이 태호의 시야에 AR 증강현실처럼 선명한 붉은색 도주 선으로 그려졌다.


“철수 씨, 지금입니다. 도주로 차단 결계 전개하십시오.”


“예, 과장님! 과속 방지턱 장비 투하!”


김철수가 순찰 마차 조종석의 레버를 당겼다. 마차 하단에서 노란색 마법 큐브 세 개가 허공으로 떨어지더니, 도주하는 비검들의 바로 전방 허공에서 거대한 노란색 격자무늬 장막으로 펼쳐졌다.


‘과속 방지턱 결계 전개’ 신통이었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신나게 계곡을 빠져나가려던 선두 비검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고밀도의 기류 장벽에 정면으로 닿았다.


덜컹! 콰당!


“악! 내 비검이 왜 이래!”

“방지턱이 왜 공중에 설치되어 있는 거야!”


선두 비검이 덜컹거리며 제어력을 잃고 허공에서 팽이처럼 돌기 시작하자, 뒤따라오던 후미 비검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앙! 쾅! 덜컹!


“아이고, 내 한정판 비검이!”

“내 다리! 내 엉덩이!”


공중에서 오색 스파크가 터지며 화려한 불법 개조 비검들이 도미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 추돌을 일으켰다. 오만한 가문 자제들이 비검 위에서 중심을 잃고 허공으로 튕겨 나가 비명을 지르며 진흙 바닥으로 추락했다. 뇌신곡의 밤하늘은 순식간에 추락하는 수도자들과 비검 파편들로 가득 찬 아수라장 코미디 무대로 변모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들이……!”


사공팔이 그 참상을 보고 이빨을 갈며 도망치려 했으나, 태호의 주파수 투시안은 그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사공팔 씨, 속도 위반 및 불법 서킷 개설 주동 혐의로 벌점 100점 추가입니다.”


태호가 손가락 끝으로 ‘추적식 과태료 빨간 딱지’를 튕겼다. 붉은 섬광을 뿜으며 날아간 딱지가 사공팔의 이마에 찰떡처럼 달라붙었다. 딱지가 붙는 순간 그의 체내 영맥이 강제로 동결되며 사공팔은 비검 위에서 굳어버린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편, 도박판 포주 전돈만은 판돈과 성주의 비밀 뇌물 장부가 가득 실린 호화 수송 마차를 몰고 계곡 구석의 비밀 수로를 통해 탈출하려 발악하고 있었다.


“비켜라! 이 마차는 성주님의 사적 자산이다! 감히 누구도 손댈 수 없다!”


전돈만이 채찍을 휘두르며 마차의 엔진을 폭발적으로 가동했다. 마차가 수면 위를 저공비행하며 무서운 속도로 도망치려 하자, 마만수가 순찰 마차 난간으로 나섰다.


“성주 할아버지가 와도 불법 차량은 무조건 견인이다!”


마만수가 우람한 팔뚝을 휘둘러 ‘자기 흡수 합금’이 내장된 ‘강제 견인 영석 쇠사슬’을 던졌다. 사슬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도망치던 호화 마차의 후면 차축을 단단히 휘감았다.


스파아아아크!


마차의 화려한 방어막 결계와 영맥 엔진이 사슬에 닿는 순간, 거대한 불꽃과 함께 모든 영력이 사슬을 타고 대지로 강제 방전되기 시작했다.


“어, 어라? 마차 시동이 왜 꺼져! 영력이 안 흘러!”


전돈만이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비행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호화 마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수면 위 진흙 밭으로 곤두박질쳤다. 마만수가 사슬을 잡아당기자, 거대한 마차가 순찰 마차 뒤편으로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질질 끌려왔.


태호는 순찰 마차에서 내려 진흙탕에 처박힌 전돈만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머리에 쓰인 노란색 안전모와 야광 도포는 뇌신곡의 벼락 속에서도 흠집 하나 없이 번쩍이고 있었다.


“전돈만 씨.”


태호가 정중하게 서류 수첩을 펼치며 맑은 눈의 광인 미소를 지었다.


“불법 도박 개설 방조 및 가압류 대상 차량 무단 운행 혐의입니다. 그리고 압수 수색 영장에 의거, 이 마차에 적재된 모든 화물과 장부를 압수합니다.”


김철수가 마차의 비밀 수납고를 해체하여 황금빛 가죽 장부 한 권을 찾아내 태호에게 건넸다. 장부를 펼치자, 성주 독고위가 사공팔과 전돈만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십만 영석의 뇌물을 받아 보관하던 비밀 차명 계좌 목록과 친필 계약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성주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을 최종 치명타 물증이었다.


“완벽하군요. 이걸로 성주 독고위의 법적 기소는 끝났습니다.”


태호가 장부를 품에 넣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뇌신곡 상공의 번개 구름이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지며, 계곡 전체를 짓누르는 압도적이고 음산한 살기가 폭발했다.


쿠구구구구궁—!


하늘을 올려다본 김철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뇌신곡의 기류를 찢으며, 수백 명의 중무장한 군사들이 어검을 탄 채 적청색 경광등이 켜진 단속반을 삼중으로 포위하며 하강하고 있었다. 그들의 갑옷에는 성주부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성주 독고위가 자신의 비리가 완전히 털렸음을 직감하고, 단속반을 무력으로 말살하기 위해 성주부의 정예 호위대 전체를 움직인 것이었다.


“치안대 공중교통과는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성주의 장부를 반환하라! 불응 시 반역죄로 현장에서 즉각 참수한다!”


호위대장의 벼락같은 호통이 계곡을 울리는 가운데, 수백 자루의 서슬 퍼런 검끝이 일제히 태호의 심장을 겨누었다. 절체절명의 거대한 군사적 위압감이 단속반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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