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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일교 외나무다리의 포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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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낙일곡의 거대한 협곡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려는 듯 사납게 몰아치고 있었다. 하늘은 칠흑 같은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벼락이 칠 때마다 깎아지른 절벽의 형상이 푸르스름한 안광처럼 번뜩였다.


혁련풍은 의식을 잃은 소삼을 등에 업고, 덜덜 떠는 아칠의 손을 단단히 쥔 채 진흙탕을 밟으며 나아갔다. 소년의 온몸은 이미 상처투성이였다. 왼쪽 어깨의 깊은 자상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려 회색 삼베옷을 붉게 물들였고, 가슴의 화상 상처는 차가운 빗물이 닿을 때마다 살가죽이 뜯겨 나가는 듯한 극통을 선사했다. 최근 살수 귀영의 비수에 스쳤던 오른쪽 뺨의 상처 역시 독기의 잔상이 남아 안면을 마비시키려 했으나, 혁련풍은 화경(化境)의 관문을 돌파하며 재건된 단전의 청풍 진기로 이를 억누르고 있었다.


‘경맥 재건 - 화경 관문(境脈 再建 - 化境 關門).’


단전이 파괴되었던 폐인에서 대자연의 풍기를 경맥으로 삼아 부활한 기적의 힘. 하지만 급격하게 재구성된 기맥은 아직 완전히 안착하지 않아, 진기를 운용할 때마다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수반되었다.


혁련풍은 품속 깊은 곳에 스승 풍노인이 남긴 대나무 피리가 젖은 채 보관되어 있는 것을 느꼈다. 진흙과 핏물에 오염된 피리는 소년의 심장 박동과 함께 은은한 진동을 일으키며, 그의 요동치는 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유일한 정신적 버팀목이었다.


“풍, 풍 형…… 저기 앞이에요. 낙일교가 보여요.”


아칠이 빗물을 훔쳐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낙일교(落日橋).


낙일곡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출구이자, 밧줄 몇 가닥에 나무판자를 조잡하게 엮어 만든 외나무다리였다. 다리 아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고, 불어오는 거센 칼바람에 다리는 미친 듯이 요동치며 삐걱거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혁련풍의 ‘풍령 3성’ 극성의 초감각이 사방 20보 안의 공간을 수묵화처럼 그려냈다. 빗방울이 대지에 부딪히는 진동, 바람이 밧줄을 긁고 지나가는 파동, 그리고…… 다리 길목을 가득 메운 적들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까지.


“장님 놈이 정말로 괴물들을 이끌고 여기까지 기어왔구나!”


쇳소리가 섞인 날카로운 목소리가 폭풍우를 뚫고 울려 퍼졌다. 낙일곡의 순찰대장 사공태(사공태)였다. 사공태는 단단한 철갑을 두른 정예 순찰대원들을 이끌고 다리 초입에 삼중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도망자를 포박하기 위한 특제 철망 탄환(鐵網彈丸)을 장전한 무거운 쇠뇌들이 쥐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방어선 너머, 다리 밧줄 위에는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이 대환도(大環刀)를 쥔 채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마철이 혁련풍의 탈출을 막기 위해 임시로 고용한 용병대장 강호필(강호필)과 그의 잔혹한 칼잡이들이었다.


“사공 대장, 저 장님 놈의 목에 걸린 현상금은 내 몫이네. 다리 위로 들어서기만 하면 내 대환도가 저놈의 목줄기를 단숨에 잘라버릴 터이니 걱정 말게.”


강호필이 묵직한 대환도를 어깨에 걸치며 잔인하게 웃었다. 대도에 달린 철제 고리들이 흔들릴 때마다 짤랑거리는 기분 나쁜 마찰음이 빗소리 사이로 흘러나왔다.


혁련풍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조용히 소삼을 다리 초입의 단단한 바위벽 뒤에 눕히고, 아칠의 어깨를 짚었다.


“아칠아, 소삼이를 지켜라.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바위 뒤에서 벗어나지 마라.”


“풍 형…… 하지만 저들은 너무 많아요! 다리도 저렇게 흔들리는데…….”


“바람이 부는 곳이다. 바람이 부는 곳에서는 내가 지지 않는다.”


혁련풍의 목소리는 폭풍우 속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평온하고 단호했다. 그는 품속에서 자루와 반쪽짜리 날만 남은 가문의 신검, 부러진 청풍검(靑風劍)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스우우웅.


검이 뽑히는 순간, 혁련풍의 전신에서 투명한 청풍의 진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부러진 검끝에서 3치 길이의 무형풍인(無形風刃)이 날카롭게 기류를 찢으며 일렁였다.


“건방진 장님 놈이 고철 조각을 들고 허세를 부리는구나! 쏴라! 다리를 자르고 포박해라!”


사공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예 무사들이 일제히 쇠뇌의 시위를 당겼.


피융! 피융! 콰아아앙!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사방에서 도망자 포박용 철망 탄환들이 가차 없이 날아들었다. 강철 덫과 그물이 얽힌 무거운 탄환들이 혁련풍의 퇴로와 진로를 완전히 차단하며 덮쳐왔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좁은 다리 길목에서 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그물에 얽혀 뼈가 으스러졌을 터였다.


하지만 혁련풍은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풍령 3성 감각은 철망이 공기를 밀어내며 만드는 미세한 진공의 소용돌이와 바람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바람은 막히는 곳에서 솟구친다. 기류의 상승을 타라.’


혁련풍의 발끝이 대지를 가볍게 찼다.


‘일류 초입 - 어풍보(馭風步).’


그의 신형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며 허공으로 수직 도약했다. 폭풍우가 협곡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는 거센 상승 기류를 완벽하게 타고 넘은 것이다. 콰아아앙! 강철 그물들은 혁련풍의 발밑 허공을 거칠게 긁으며 바닥 석판에 박혀 박살이 났다.


“무, 무엇이냐! 장님이 허공을 날았다고?”


사공태가 경악하여 외치는 사이, 혁련풍은 이미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요동치는 낙일교 외나무다리 밧줄 위에 소리 없이 착지했다. 발소리조차 나지 않는 완벽한 무음의 경공이었다.


“이 기회주의자 놈들! 다리 위에서 저놈을 포위해라! 사방을 에워싸고 베어버려라!”


용병대장 강호필이 대환도를 휘두르며 다리 중앙으로 먼저 뛰어들었다. 그의 뒤를 따라 수십 명의 잔혹한 용병들이 쇠사슬과 대도를 휘두르며 밧줄 다리 위로 들이닥쳤다. 거센 비바람에 다리가 좌우로 거세게 흔들렸지만, 살귀들은 익숙한 듯 무게중심을 잡으며 혁련풍의 사각지대를 향해 좁혀왔다.


“죽어라, 눈먼 괴물 놈아!”


강호필의 대환도가 빗줄기를 가르며 혁련풍의 머리를 향해 연속 참격을 가해왔다. 웅웅거리는 도환의 울림과 함께, 수십 자루의 검날이 그물망처럼 혁련풍의 전신을 에워쌌다.


혁련풍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단전의 청풍 진기를 부러진 청풍검 끝으로 집중시켰다.


‘백렬편격(百裂偏擊).’


타타타타탕—!


폭풍우 치는 심연 위에서 보이지 않는 속도로 푸른 검막(劍幕)이 형성되었다. 혁련풍은 적들의 검날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았다. 칼날이 다가오는 순간, 그 예리한 측면의 진동 중심부만을 가볍게 툭툭 쳐내며 튕겨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채찍이 수십 자루의 무기를 연속해서 편격하는 듯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윽! 내 검이……!”


“무슨 검이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묵직하단 말이냐!”


용병들이 경악하며 비틀거렸다. 편격당할 때마다 손목 경맥을 타고 역류하는 강한 반탄력에 그들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졌다.


혁련풍은 다리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다리가 우측으로 크게 휘어지는 찰나, 소년은 발끝으로 밧줄을 미세하게 튕겨 기류의 파동을 일으켰다. 적들의 디딤발 아래로 흐르는 바람의 결을 꺾어버린 것이다.


“으아아악!”


중심을 잃은 용병 두 명이 비명을 지르며 밧줄 다리 옆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아래로 추락했다. 그들의 비명 소리는 거센 폭풍우 소리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잔꾀를 부리는구나!”


강호필이 분노로 안광을 빛내며 대환도를 양손으로 쥐고 파괴적인 횡참을 날렸다. 그의 참격은 빗줄기를 통째로 증발시킬 듯 강맹한 내력을 품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다리 초입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풍 형! 살려주세요!”


사공태의 무사 한 명이 혁련풍과의 대결을 피해 바위 뒤에 숨어 있던 아칠과 소삼을 향해 창을 겨누고 돌진한 것이다.


‘아칠이……!’


혁련풍의 심안통 지도 위에 동생의 위기가 붉은 선으로 투사되었다. 순간적으로 소년의 평정심이 흔들렸고, 그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혁련풍은 급히 몸을 돌려 아칠을 향해 날아드는 창날을 향해 부러진 검을 투척하듯 휘둘러 쳐냈다.


칭—!


창날은 부러졌으나, 그 대가는 가혹했다.


강호필의 묵직한 대환도가 혁련풍의 방어가 비어버린 가슴을 그대로 스쳐 지나간 것이다.


서걱!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혁련풍의 회색 삼베옷이 찢어지고, 그 안쪽에 숨겨 입었던 조잡한 가죽 가슴 가리개(가죽 가슴 가리개)가 강한 충격을 흡수하며 마디마디 균열을 일으키며 박살이 났다. 가죽 흉갑이 심장을 보호해 주었으나, 대도의 강맹한 내력 타격은 고스란히 소년의 가슴뼈로 전달되었다.


“커헉……!”


혁련풍의 입에서 뜨거운 선혈이 울컥 쏟아졌다. 가슴의 화상 상처가 다시 파열되며 전신 경맥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엄습했다. 폭풍 속에서 무리하게 기류를 제어하느라 단전의 청풍 진기 역시 급격하게 소모되어 기맥이 거칠게 요동쳤다.


“하하하! 상처를 입었구나! 저놈도 결국 피를 흘리는 인간일 뿐이다! 일제히 찔러라!”


강호필이 승기를 잡았다는 듯 소리치며 남은 용병들과 함께 혁련풍을 향해 좁혀왔다. 사방에서 날카로운 검날들이 소년의 전신을 꿰뚫기 위해 짓눌러왔다.


빗물이 소년의 백색 삼베천을 타고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품속의 대나무 피리가 그의 가슴뼈 통증과 공명하며 차가운 진동을 전해왔다. 스승 풍노인의 마지막 유언이 뇌리를 스쳤다.


‘검을 쥔 자는 무릎을 꿇지 않는다.’


혁련풍의 눈먼 안광 너머로 차갑고 고요한 투지가 다시금 번뜩였다. 그는 부러진 청풍검을 곧게 세웠다. 비바람이 그의 검끝을 축으로 삼아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강호필이 이끄는 수십 명의 용병들이 쇠사슬과 대도를 휘두르며 다리 중앙의 혁련풍을 포위하자, 혁련풍은 빗자루를 버리고 오직 부러진 청풍검 한 자루를 곧게 세운 채 적들을 향해 단 한 걸음을 내딛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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