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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우의 비밀 장부와 추악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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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뒤틀리며, 숨겨진 암기를 살포하기 위해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찰나, 혁련풍의 손목이 바람보다 빠르게 회전했다.


귀영이 왼손으로 품속의 독침 연막탄을 쥐어 터뜨리기도 전이었다. 부러진 청풍검(靑風劍) 끝에서 벼려진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 무형풍인(無形風刃)이 허공을 가르며 소리 없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서걱.


기괴한 마찰음조차 없었다. 귀영의 왼손 손목 경맥이 정교하게 잘려 나가며 피가 울컥 솟구쳤다. 손끝의 감각이 완전히 끊어진 살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덜덜 떨리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잘린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가 목숨과 바꾸려 했던 독침 연막탄이 차가운 바닥으로 맥없이 굴러떨어졌다.


“아, 아아……!”


귀영의 심장 박동 소리가 분당 백오십 번을 넘기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평생 어둠 속에서 살생을 일삼던 일류 살수의 눈동자에, 생전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각인되었다. 시각을 잃은 장님 소년의 검끝은 여전히 그의 목줄기 앞 3치 거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미세하게 일렁이는 바람의 기류가 그의 목 가죽을 얇게 베어내며 선혈을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혁련풍은 삼베천 아래 먼 눈을 감은 채, 차갑게 속삭였다.


“독고백이 보냈나.”


귀영은 대답하는 대신 입안에 숨겨둔 독약을 깨물려 턱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혁련풍의 심안통(心眼通)은 그의 턱근육이 긴장하는 미세한 진동마저 놓치지 않았다. 혁련풍이 청풍검의 자루 끝으로 귀영의 턱관절을 가볍게 때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귀영의 턱이 어긋나며 붉은 피와 함께 독약 주머니가 바닥으로 뱉어졌다.


“내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방법은 없다. 대답해라. 본산에서 보낸 살수가 너 하나뿐인가.”


귀영은 턱이 어긋난 상태로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기괴하게 웃었다.


“흐, 흐흐…… 장님 놈이…… 가문의 신검을 쥐고도…… 고작 낙일곡의 쓰레기 더미에서…… 죽어갈 운명인 것을…….”


더 이상의 심문은 무의미했다. 혁련풍은 묵묵히 손목을 돌렸다. 부러진 청풍검 끝의 무형풍인이 귀영의 심장을 소리 없이 관통했다. 살수의 심장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다 이내 완벽한 정적 속으로 사라졌다. 혁련풍은 그의 품을 뒤져 본산의 표식과 몇 개의 해독 약재를 챙긴 뒤, 시신을 청풍동 깊은 바위 틈새로 밀어 넣었다.


오른쪽 뺨의 비수 스침 상처가 욱신거렸다. 살수가 묻혀둔 미세한 독기가 기혈을 타고 흐르려 했으나, 혁련풍은 즉시 수식 호흡(數息呼吸)을 전개해 얼굴 부근의 맥상을 동결시켰다. 가슴의 화상 상처와 왼쪽 어깨의 자상 역시 찢어지는 고통을 유발했지만, 소년은 이를 악물고 통증을 내면의 차가운 한독(寒毒)으로 억눌렀다.


‘살수가 나를 찾아내 청풍동까지 침투했다는 것은, 이미 낙일곡 내부의 수색망이 좁혀질 대로 좁혀졌다는 뜻이다. 소삼과 아칠을 데리고 이곳을 무사히 탈출하려면, 적들의 동태와 탈출로의 경비 상태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낙일곡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집사 제갈우(제갈우)의 집무실에 숨겨진 비밀이 필요했다. 팽 노인이 언급했던 가문의 부러진 철기들의 행방, 그리고 독고백의 음모가 담긴 기록이 그곳에 있을 터였다.


혁련풍은 품속에 풍노인의 대나무 피리를 단단히 챙겨 넣은 뒤, 소리 없이 청풍동 밖으로 몸을 날렸다.


* * *


깊은 밤, 낙일곡 중심부에 솟아오른 목조 타워인 ‘제4호 감시초소 및 집무실’ 주변은 삼엄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비바람이 한 차례 쓸고 간 뒤라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고, 횃불을 든 순찰 무사들이 철갑을 짤랑거리며 일정한 간격으로 초소 주위를 돌고 있었다. 혁련풍은 초소 외곽의 어두운 진흙바닥 위에 엎드린 채 온몸의 모공을 열었다.


풍령 3성의 초감각이 사방 20보 안의 모든 소리를 분리해 냈다.


터벅, 터벅. 무사들의 무거운 장화 발소리 주파수. 분당 예순다섯 번으로 일정하게 뛰는 그들의 심박 소리. 바람이 목조 타워의 나무 틈새를 지나며 내는 스산한 울음소리까지 머릿속 심안통 지도 위에 투명한 수묵화처럼 그려졌다.


혁련풍은 발바닥과 지면의 마찰 소리를 기류 속으로 녹여내는 무음보(無音步) 신법을 전개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바닥의 자갈이나 흙먼지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소년은 바람의 흐름이 가장 강해지는 찰나를 기다려, 경비병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백을 뚫고 타워 2층의 집무실 창문 아래로 스며들었다.


창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공기의 흐름을 읽었다. 내부에 사람은 없었다. 다만 제갈우가 피워둔 값비싼 침향의 퀴퀴하고 매운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


혁련풍은 가볍게 몸을 띄워 창틀을 넘었다. 깃털이 내려앉듯, 단 한 톨의 소리도 내지 않은 완벽한 침투였다.


집무실 내부에는 고급스러운 자단목 책상과 서책들이 가득했다. 비천한 광부들과 노예들의 고혈을 짜내어 채운 화려함이었다. 혁련풍은 소리 없이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눈먼 소년의 손가락 끝이 책상 표면과 서랍의 이음새를 물 흐르듯 더듬기 시작했다.


딸깍.


책상 밑바닥을 만지던 중, 미세하게 튀어나온 기문 진식의 구리 선이 손가락 끝에 걸렸다. 비밀 함정 진식(비밀 함정 진식)이었다. 만약 이 서랍을 강제로 열었다면, 구리 선이 끊어지며 초소 전체에 거대한 경보 종소리가 울려 퍼졌을 터였다.


혁련풍은 침착하게 숨을 가라앉혔다. 그는 단전의 가짜 기맥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바람의 진기를 손가락 끝으로 보냈다. 구리 선에 가해지는 장력을 기류의 압력으로 완벽하게 대체한 뒤, 청풍검 끝으로 구리 선의 연결 마디를 소리 없이 잘라내었다. 팽팽하던 기류가 부드럽게 풀리며 진식이 무력화되었다.


스르륵.


서랍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 안에는 가죽으로 단단히 묶인 두꺼운 장부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제갈우의 비밀 이중 장부(제갈우의 비밀 이중 장부).’


혁련풍은 장부를 꺼내 들고 가죽 표면을 더듬었다. 장부의 종이는 일반 한지가 아니었다. 쇠가루를 섞어 만든 먹물로 글씨를 써 내려간 탓에, 글자마다 미세하게 튀어나온 철의 높낮이가 존재했다. 눈먼 소년의 지문이 글자 위를 스치며 머릿속으로 글자들을 빠르게 번역해 나가기 시작했다.


[백련강 검날 파편 삼백 근, 강남 양주성 검기각(검기각) 송출.]

[가문 몰락 당시 회수한 청풍세가의 비전 주조 철기 조각 오십 장, 밀무역로 오구(오구) 편으로 이송 완료.]


제갈우의 철기 밀무역(제갈우의 철기 밀무역)의 추악한 실체가 소년의 손끝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낙일곡의 고철 야적장에 뒹구는 부러진 검들이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었다. 제갈우는 명검들의 파편과 가문의 유산들을 빼돌려 강남의 암시장에 불법으로 팔아넘기며 막대한 자금을 축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혁련풍의 심장을 멈추게 만든 것은 장부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밀지 조각이었다.


[독고 장문인의 밀명. 혁련세가의 신검 청풍검(靑風劍)의 본체를 용광로에 녹여 얻은 신철을 기반으로, 천검봉의 신검대에서 최종 신검 ‘천신검(천신검)’의 형상을 주조함. 주조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낙일곡의 잔류 검기를 추가 수렴할 것.]


가짜 신검의 주조 음모(가짜 신검의 주조 음모)의 추악한 진실이었다.


독고백은 가문의 신검을 보관한 것이 아니었다. 가문을 몰살하고 빼앗은 청풍검을 가차 없이 녹여, 자신의 위선적인 권력을 상징할 가짜 신검 천신검을 만드는 제물로 삼았던 것이다. 낙일곡에 버려진 수많은 부러진 검들은 그 주조 과정에서 실패해 버려진 영혼들의 잔해였다.


“독고백……!”


혁련풍의 입에서 핏빛 서린 나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분당 예순 번을 유지하던 심장 박동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단전의 가짜 기맥이 폭주하려 했다. 가슴의 화상 상처가 타들어 가듯 뜨거워졌고, 오른쪽 뺨의 자상에서 피 한 방울이 다시 배어 나왔다. 소년은 장부를 쥔 손가락뼈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바로 그 순간, 집무실 밖 목조 복도 너머에서 둔탁하고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가죽 장화가 바닥을 짓밟는 소리, 그리고 허리춤에서 철제 고리들이 거칠게 짤랑거리는 둔탁한 진동. 혁련풍의 귀가 미세하게 쫑긋거렸다.


‘사마철(사마철)이다.’


그의 옆에는 황표(황표)의 거칠고 불안정한 숨소리도 함께 섞여 있었다. 혁련풍은 즉시 비밀 장부를 소매 속 깊은 곳에 밀어 넣고, 무음보와 수식 호흡을 극도로 전개해 집무실 구석의 거대한 자단목 책장 뒤 음영 지대로 몸을 숨겼다. 전신의 기척을 완전히 지워 가구의 일부처럼 녹아드는 극의의 은신이었다.


스르륵.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사마철과 황표가 안으로 들어섰다.


사마철의 전신에서는 가학적이고 잔인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끝에 강철 침이 박힌 한철채찍이 쥐여져 있었고, 채찍이 바닥을 긁으며 스산한 금속음을 내뿜었다.


“제갈 집사님은 아직 본산에서 내려오지 않으셨나?”


사마철이 집무실 책상 위를 훑어보며 황표에게 거칠게 물었다.


“예, 조장님. 본산의 살수 귀영이 청풍동으로 들어갔으니 곧 소식이 올 터입니다.”


황표의 목소리는 혁련풍에게 패배했던 공포의 잔상이 남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마철은 비웃음을 흘리며 한철채찍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 석판이 미세하게 갈라졌다.


“귀영의 소식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 눈먼 병신 놈이 소삼과 아칠을 데리고 청풍동에 숨어 있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끌어내면 된다.”


사마철의 입꼬리가 잔인하게 치솟았다.


“그 장님 놈을 평생 돌봐주던 공동묘지의 늙은 묘지기, 풍노인(풍노인) 놈을 이미 생포해 두었다.”


책장 뒤 어둠 속에서, 혁련풍의 심장이 일순간 멈추는 듯한 극심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다. 소년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황표, 지금 당장 무사들을 이끌고 공동묘지로 가라. 그 늙은이 놈을 포박해 마당에 꿇려놓고, 놈이 보는 앞에서 오막살이에 불을 질러라! 온 계곡에 불길이 치솟으면, 제 사부 놈이 타 죽어가는 소리를 듣고 그 장님 새끼도 기어 나올 수밖에 없을 터!”


사마철의 잔인한 음성이 좁은 집무실 벽을 타고 차갑게 메아리쳤다. 소매 속 장부를 움켜쥔 혁련풍의 눈먼 안광 너머로, 투명하고 서늘한 청풍의 살기가 폭풍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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