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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에 새겨진 피의 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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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들의 짖음 소리가 석실 입구 통로를 타고 기괴하게 증폭되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피에 굶주린 날카로운 포효. 좁고 습한 청풍동(聽風洞)의 바위벽에 부딪힌 소리는 수십 배의 음파가 되어 혁련풍의 고막을 사정없이 후벼팠다.


“풍, 풍 형…… 개들이, 사냥개들이 오고 있어요!”


아칠이 혁련풍의 해진 삼베옷 소매를 잡고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혁련풍의 등 뒤에 업힌 소삼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미약한 숨결만을 불규칙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혁련풍은 움직일 수 없었다.


“으윽……!”


소년의 턱끝에서 핏방울과 함께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무명 검객의 유골 반지에서 뿜어져 나온 얼음처럼 차가운 풍기(風氣)가 그의 손가락을 타고 전신 경맥으로 무자비하게 밀려들고 있었다. 파열되어 고사 직전이었던 단전 주위의 가짜 기맥들이 갑작스러운 대자연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팽창했다.


가슴에 입은 뜨거운 화상 상처는 차가운 풍기와 충돌하며 살가죽이 찢어지는 듯한 극통을 유발했고, 왼쪽 어깨의 깊은 자상에서는 붉은 선혈이 다시 배어 나와 삼베옷을 적셨다. 뜨거운 화기와 차가운 한독이 몸 안에서 격렬하게 부딪치는 주화입마의 경계.


‘지금 움직이면 기맥이 영구히 파열된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혁련풍은 지 노인에게 배웠던 수식 호흡 규칙(數息呼吸)을 전개했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의 박자를 나노 단위로 쪼개어 세며, 심장 박동수를 분당 삼십 회 이하로 강제로 끌어내렸다. 전신의 혈류가 느려지자, 폭주하려던 진기가 미세하게 가라앉으며 유골 반지의 차가운 기운이 그의 단전 내부로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석실 바깥쪽 통로에서 들려오던 사냥개들의 울부짖음이 기이하게 멈췄다.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맹견들이 내뿜는 거친 심박 소리와 쇠사슬이 바닥을 끄는 짤랑거림은 여전히 동굴 입구 부근에 고여 있었다.


‘입구를…… 메우고 있다.’


풍령 3성의 초감각이 활성화된 혁련풍의 귀에 둔탁한 마찰음이 포착되었다. 무거운 진흙과 바위들이 동굴 입구의 틈새를 촘촘히 가로막는 소리였다. 사마철과 부조장 황표의 목소리가 바람의 미세한 떨림을 타고 석실 안쪽까지 흘러들었다.


“입구를 완벽히 진흙으로 밀봉해라! 쥐새끼 한 마리도 숨 쉴 틈을 주지 마라!”


사마철의 잔혹한 명령에 이어, 황표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독초를 태워라. 연기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도록 풀무질을 해라! 저 눈먼 괴물 놈과 노예 놈들을 동굴 안에서 통째로 고사시켜 버리는 거다!”


치익, 치이익.


무언가 타들어 가는 불길의 마찰음과 함께, 매캐하고 씁쓸한 독초의 연기가 좁은 바위 틈새를 타고 석실 내부로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했다. 붉은 화공의 연기가 고요하던 청풍동의 정적을 깨뜨리며 공기를 검게 물들였다.


“콜록! 콜록……! 풍 형, 연기가……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아칠이 가슴을 부여잡고 격렬하게 기침을 토해냈다. 독초 연기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강한 독성을 품고 있었다. 의식을 잃고 있던 소삼의 호흡 역시 급격하게 거칠어지며 목덜미의 핏대가 검푸르게 솟아올랐.


시간이 없었다. 독무 연기가 석실을 가득 채우기 전에 탈출구를 찾거나 기류를 제어해야 했다.


혁련풍은 굳어 있던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전신 경맥이 비명을 질렀지만, 왼손으로 아칠을 끌어당겨 바위벽의 가장 깊고 기압이 높은 안전지대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뻗어 등 뒤 바위벽에 새겨진 청풍청청결 원본 벽화(聽風聽聽訣 原本 壁畵)를 더듬었다.


손끝에 닿는 거친 칼자국들.


백 년 전 선조가 피로 새겼다는 검흔(劍痕)들이 손가락 지문을 타고 뇌리로 투사되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혁련풍에게 벽화는 거대한 입체 지도와 같았다.


그는 과거 장서각의 먼지 구덩이 속에서 서고 관리인 마 노인(마 노인)이 그의 손바닥에 한자의 획을 써주며 가르쳐 주었던 고대 문자 해석법을 떠올렸다.


‘바람은 소리를 남기고, 검은 바람을 가른다. 귀로 세상을 보고 마음으로 검을 쥐어라…….’


마 노인의 까칠한 손길이 기억 속에서 스쳐 지나가며, 벽화의 무질서해 보이던 칼자국들이 하나의 거대한 심법 구결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유골 반지가 가슴속 부러진 청풍검(靑風劍)과 공명하며, 벽화의 검흔들 속에 숨겨진 진기 운행 경로를 그의 머릿속에 푸른 선으로 그려내었다.


조급함이 화를 불렀다.


혁련풍은 연기가 폐부를 조여오자, 서둘러 단전의 미약한 진기를 끌어올려 벽화를 정면으로 타격해 진식을 강제로 부수려 했다.


쿵-!


그 순간, 벽화에 깃들어 있던 선조의 강렬한 잔류 검기가 소년의 미숙한 진기를 사정없이 밀어냈다.


“컥……!”


강력한 반탄력에 밀려 혁련풍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가슴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내상과 함께 입가로 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졌다. 무리한 진기 bộc발로 인해 단전의 화기가 다시 폭주하며 가슴의 화상 상처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덮쳤다.


“풍 형! 안 돼요! 제발 일어나세요!”


아칠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 혁련풍을 붙잡고 오열했다. 아칠의 목구멍에서도 이미 검은 피비린내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연기는 이제 석실 천장까지 가득 메우며 산소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었다.


혁련풍은 이빨을 악물고 다시 바닥을 짚었다.


‘아니야. 힘으로 부수는 것이 아니다. 선조의 검흔은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흐름을 가리키는 이정표다.’


그는 차갑게 식어가는 이성으로 벽화의 마지막 검흔들을 다시 더듬었다. 반지를 낀 손가락 끝이 벽화의 가장 깊은 칼자국 홈에 머물렀다.


그 순간, 머릿속 심안통의 지도가 완벽하게 반전되었다.


연기가 들어오는 방향의 반대편, 깎아지른 듯한 바위벽 아래쪽에서 미세한 기압의 균열이 감지되었다. 바람이 아주 미세하게 빨려 들어가는 구멍. 그것은 외부의 절벽과 통하는 자연의 숨구멍이자, 벽화의 모든 검흔들이 일직선으로 가리키고 있는 최종 공명점이었다.


“아칠…… 조금만 참아라.”


혁련풍은 품속에서 자루만 남은 부러진 청풍검(靑風劍)을 뽑아 들었다.


날카로운 날은 없었지만, 반지를 매개로 흘러든 차가운 풍기가 검자루를 통해 투명한 바람의 궤적을 형성했다. 소년은 전신의 남은 공력을 부러진 검끝으로 집중시켰다. 가슴의 화상과 어깨의 자상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검끝은 흔들림 없이 바위벽의 정확한 좌표를 겨냥했다.


“풍뢰(風雷)…….”


바람의 흐름을 쪼개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석실 내부의 소음을 일순간 소거했다. 혁련풍은 신속하게 부러진 검을 벽면의 균열점을 향해 내질렀다.


콰아아앙-!


부러진 청풍검 끝이 바위벽의 약점인 기류 구멍을 강타하는 순간, 단단하던 석벽이 맑은 파열음과 함께 깨어지며 주먹만 한 바람 구멍이 외부 절벽을 향해 뚫렸다.


세찬 외부의 계곡풍이 구멍을 타고 휘몰아쳐 들어오며 석실 내부를 가득 채우던 검은 독무 연기를 순식간에 입구 쪽으로 거세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폐부로 흘러들자 아칠과 소삼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생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동굴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진흙벽 너머에서 무거운 바위들이 치워지는 둔탁한 소음이 들려왔다.


연기가 밖으로 역류하자, 입구에서 대기하던 황표와 무사들이 당황하여 직접 동굴 내부로 침투하기 위해 봉쇄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횃불의 붉은 불빛이 안개 낀 동굴 통로를 타고 서서히 좁혀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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