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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동의 어두운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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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발톱 긁는 소리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순간, 혁련풍은 품속의 부러진 청풍검 자루를 쥔 손가락에 미세하게 힘을 주었다.


“스스스슥, 스슥.”


칠흑 같은 암흑이 지배하는 청풍동 내부. 빛 한 점 들지 않는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규칙적이었다. 거대한 짐승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단단한 바닥을 긁어내리는 듯한 마찰음. 공포에 질린 아칠이 혁련풍의 찢어진 삼베옷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소삼은 팽조에게 당한 구타의 여파로 혁련풍의 등에 업힌 채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혁련풍은 호흡을 멈추고 온 신경을 귀와 온몸의 모공으로 집중했다. 풍령 3성의 초감각이 활성화되자, 동굴 내부를 가득 채운 차가운 공기의 떨림이 한 가닥 실선이 되어 그의 머릿속 심안통(心眼通) 지도 위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건 짐승의 발톱 소리가 아니다.’


소년의 입술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것은 생명체의 기척이 아니었다. 청풍동 내부의 복잡하게 뒤틀린 음풍(陰風)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 틈새를 통과하며 바위 표면을 사정없이 긁어내리는 자연의 기괴한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천장이 무너진다!’


심안통에 포착된 동굴 천장의 기압이 급격하게 압축되고 있었다. 뒤틀린 기류의 마찰로 인해 균열이 가 있던 거대한 암석들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찰나의 순간, 소년의 귀에 돌가루가 바스러지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포착되었다.


“엎드려!”


혁련풍은 소삼을 업은 채 왼손으로 아칠의 목덜미를 낚아채며 앞으로 몸을 던졌다. 단전의 가짜 기맥을 억지로 쥐어짜며 어풍보의 기류를 발끝에 실었다.


콰구구구궁-!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머리통만 한 바위 수십 개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면이 격렬하게 흔들렸고, 자욱한 돌가루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바위가 부딪치며 뿜어낸 충격파가 좁은 동굴 벽을 타고 반사되어 혁련풍의 고막을 사정없이 때렸다.


“아윽……!”


귀가 찢어질 듯한 이명과 소음이 밀려들자 소년의 뇌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시각을 잃은 대가로 극대화된 청각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가슴의 화상 상처가 완전히 찢어지며 뜨거운 진물이 삼베옷을 적셨고, 왼쪽 어깨의 깊은 자상에서는 선혈이 다시 배어 나왔다. 만검총 심연에서 누적된 차가운 한독(寒毒)이 뼈마디를 쑤셔왔다. 소년은 억지로 피비린내를 삼키며 바닥을 짚었다.


“풍 형…… 괜찮아요?”


아칠이 기침을 해대며 물었다. 혁련풍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지금은 아픔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낙석으로 인해 그들이 들어왔던 입구 쪽은 완전히 차단되었고, 동굴 내부의 기류는 더욱 사납게 뒤틀리고 있었다. 먼지가 가득 찬 공기는 숨통을 조여왔고, 이대로 있다가는 질식하거나 또 다른 낙석에 깔려 죽을 것이 뻔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뒤틀린 소용돌이 속에서는 방향을 잡을 수 없어.’


사방에서 불어오는 음풍의 울음소리가 심안통의 공간 지도를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소리가 사방의 바위벽에 부딪쳐 반사되는 탓에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절벽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혁련풍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식 호흡을 전개했다. 심장 박동을 가라앉히고 오직 모공의 기압 감각에 의지했다.


그때, 격렬한 소음의 틈새를 뚫고 아주 이질적인 바람의 결이 느껴졌다.


다른 바람들은 동굴 벽을 맴돌며 거칠게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 오직 한 줄기 미세한 순풍(順風)만이 바위벽의 좁은 틈새를 향해 일직선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고여 있는 바람이 아니라, 어딘가 탁 트인 공간을 향해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바람의 맥이었다.


“내 옷자락을 놓치지 마라.”


혁련풍은 아칠의 손을 단단히 잡고, 등에 업힌 소삼의 무게를 지탱하며 그 순풍의 궤적을 쫓아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을 디딜 때마다 뼈마디가 시큰거리는 극통이 밀려왔지만, 소년은 이빨을 악물고 묵묵히 걸었다.


바위 틈새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험난했다. 날카로운 돌출부들이 소년의 찢어진 삼베옷을 긁어내렸지만, 혁련풍은 오직 머릿속에 그려진 바람의 실선만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 마침내 좁은 통로를 완전히 빠져나가는 순간, 사납게 휘몰아치던 음풍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기이할 정도의 정적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


그곳은 거대한 원형의 비밀 석실(비밀 석실)이었다.


바람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중심부에서 둥글게 고이는 천혜의 요충지. 심안통으로 그려진 석실의 중심에는 정좌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는 형체가 포착되었다. 혁련풍은 경계하며 멈춰 섰다. 숨소리도, 심장 박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백 년의 세월 동안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굳어버린 차가운 뼈마디의 기척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백 년 전, 천검종의 위선에 맞서다 이곳에 고독하게 잠든 선대 검성, 무명 검객(무명 검객)의 유골이었다.


혁련풍은 무언의 경외감을 느끼며 유골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유골의 등 뒤 바위벽에는 수많은 칼자국들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었다. 칼날이 바위를 깎아낼 때 담겼던 강렬한 검의(劍意)가 세월이 흘렀음에도 미세한 바람의 떨림이 되어 벽면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가문의 잃어버린 비전, 청풍청청결 원본 벽화(청풍청청결 원본 벽화)였다.


소년은 떨리는 손을 뻗어 벽화의 칼자국 홈을 손가락 끝으로 더듬었다. 선조들이 새겨놓은 정교한 검로의 흐름이 손가락 지문을 타고 그의 파열된 단전으로 흘러들어와 기이한 진동을 일으켰다. 가짜 기맥들이 그 진동에 반응해 은은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유골의 해골 손가락 끝에 끼워져 있던 낡은 청옥 반지—무명 검객의 유골 반지(무명 검객의 유골 반지)가 혁련풍의 가슴 품속에 있는 부러진 청풍검 자루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웅- 웅-”


나노 단위의 미세한 금속성 울림이 석실 내부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혁련풍이 반지에 손을 가까이 대는 순간, 청옥 반지가 기이한 인력에 이끌리듯 유골의 손가락에서 빠져나와 소년의 손가락 끝으로 빨려 들어가듯 결합했다.


찰칵.


반지가 손가락에 완전히 끼워지는 찰나, 얼음처럼 차가운 대자연의 순수한 풍기가 반지를 매개로 혁련풍의 전신 경맥을 타고 폭풍처럼 몰아쳤다. 단전 내부의 파괴된 상처들이 그 기운과 맞물려 격렬하게 요동치며 소년의 온몸이 굳어버렸다. 주화입마에 준하는 극통이었으나, 동시에 끊어졌던 가문의 영혼이 다시 이어지는 듯한 신비로운 진동이었다.


바로 그 순간, 석실 바깥쪽 청풍동 입구 방향에서 웅웅거리는 동굴의 울림을 뚫고 날카로운 음성이 포착되었다.


“왈! 왈! 컹! 컹!”


그것은 사마철의 맹견들이 내뿜는, 피에 굶주린 날카로운 포효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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