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낙일곡, 어둠 속의 탈출로
삼십 여 자루의 강철 검날들이 안개 속에서 차가운 빛을 발하며 혁련풍의 전신을 겨냥하는 순간, 소년은 품 안의 아칠을 단단히 안아 쥐었다.
제1광구 채굴장 입구의 공터는 팽조의 처참한 비명과 함께 얼어붙은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손목 경맥이 영구히 파괴된 채 바닥을 뒹구는 간수장의 모습을 본 수색 무사들의 눈에 경악과 살기가 동시에 스쳤다. 비천한 장님 노예가 종문의 간수를 불구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굴욕이자, 즉시 처단해야 할 반역이었다.
“저 장님 개새끼를 죽여라! 장로회에 보고하기 전에 목을 베어야 한다!”
무사들의 외침과 함께 삼십 여 자루의 검날이 안개를 찢으며 혁련풍의 전방위 사각지대를 향해 일제히 쏘아져 들어왔.
혁련풍의 귀가 미세하게 쫑긋거렸다. 사방에서 공기를 가르고 들어오는 검풍의 파열음들이 뇌릿속에 투명한 수묵화처럼 그려졌다. 그러나 소년의 신체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가마터에서 뜨거운 청풍검을 가슴에 품었을 때 입은 화상 상처가 움직일 때마다 삼베옷 안쪽에서 찢어지며 불덩이를 밀어 넣는 듯한 극통을 유발했고, 방금 전 작두 파편에 긁힌 왼쪽 어깨의 자상에서는 검붉은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삼베옷을 적시고 있었다. 뼈마디마다 스며든 만검총의 한독(寒毒)이 무릎 관절을 시큰거리게 만들었다.
‘단전의 가짜 기맥을 더 쥐어짜야 한다. 여기서 쓰러지면 아칠도, 나도 죽는다.’
혁련풍은 지 노인에게 터득한 수식 호흡(數息呼吸)을 전개하며 전신의 요동치는 피를 강제로 가라앉혔다. 그리고 오른손에 쥔, 이미 반쯤 갈라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단단한 대나무 빗자루를 크게 휘둘렀.
회피 기술, 청소풍(掃風)!
소년의 신형이 대나무 빗자루를 축으로 삼아 지면을 쓸며 전광석화처럼 회전했다. 빗자루 끝이 바닥의 날카로운 현철 가루와 마른 흙먼지를 긁어모아 거대한 모래바람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기류 제어 기술인 풍사술(風沙術)의 응용이었다.
콰아아아아!
순식간에 일어난 흙먼지 폭풍이 안개와 뒤섞이며 수색 무사들의 눈과 얼굴을 덮쳤다.
“으악! 눈이……!”
“사방이 보이지 않는다! 조심해라!”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혁련풍은 어풍보(馭風步) 경공을 발동했다. 발끝으로 바람의 상승 기류를 타며 포위망의 머리 위 허공으로 가볍게 날아올랐다. 왼쪽 어깨의 자상이 찢어지며 뜨거운 선혈이 뿜어져 나왔지만, 소년은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차갑게 얼려버렸다.
혁련풍은 포위망을 단숨에 돌파한 뒤, 아칠을 품에 안은 채 주조소 방향으로 신속하게 질주했다. 주조소 내부에는 자신을 위해 뺨을 맞아가며 비밀 야철을 도왔던 벙어리 소년 소삼이 부상당한 채 쓰러져 있을 터였다.
“소삼이…… 소삼이를 데려가야 한다.”
품 안의 아칠이 울먹이며 혁련풍의 찢어진 삼베옷 자락을 움켜쥐었다. 혁련풍은 대답 대신 무음보(無音步)를 전개해 소리 없이 주조소 외곽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주조소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소삼은 혁련풍의 발소리를 진동으로 느끼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혁련풍은 망설임 없이 소삼을 왼팔로 안아 올렸다. 양어깨와 가슴에 가해지는 무게와 극통이 전신 경맥을 끊어놓을 듯 밀려왔지만, 소년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낙일곡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청동 종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다.
둥-! 둥-! 둥-!
그것은 낙일곡 관리단의 비상 소집령이자, 조장 사마철(사마철)의 분노가 담긴 포효의 시작이었다.
“낙일곡의 모든 출구를 폐쇄하라! 삼중 바리케이드를 전개하고, 쥐새끼 한 마리도 계곡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 장님 노예 놈이 반역을 일으켰다!”
사마철의 목소리가 확성 장치를 타고 낙일곡의 절벽 사방으로 메아리쳤다. 수백 명의 외문 무사들과 도망자를 추적하는 전문 수색대인 사풍대가 식인 사냥개들을 이끌고 제1광구 광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낙일곡 정문인 낙일문은 거대한 무쇠 빗장이 걸리며 완전히 봉쇄되었다. 이제 지상으로 통하는 도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혁련풍은 안개 자욱한 계곡의 협곡 지대로 몸을 숨겼다. 그의 머릿속 심안(心眼) 지도가 빠르게 회전했다. 지상 출구가 막혔다면, 갈 곳은 오직 한 곳뿐이었다. 낙일곡 가장 깊은 절벽 틈새에 숨겨진 금지된 비경, 기류가 복잡하게 뒤틀려 일반인은 진입 즉시 길을 잃고 아사하는 ‘청풍동(靑風洞)’ 동굴이었다.
‘청풍동으로 가야 한다. 그곳의 뒤틀린 기류 속이라면 사마철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어.’
그러나 뒤편에서 들려오는 거친 짐승의 으르렁거림이 소년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사풍대의 정예 추적 무사들을 이끄는 순찰대장 사공태(사공태)와 그의 사냥개들이 밀려오는 안개를 뚫고 좁혀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혁련풍의 왼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가 대지의 마른 낙엽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 피비린내를 맡은 식인 사냥개들이 흥분하여 날카로운 짖음 소리를 내뿜었다. 사공태의 차가운 명령조 목소리가 협곡의 바위벽을 타고 들려왔다.
“피비린내가 동쪽 계곡으로 이어져 있다. 사냥개들을 풀어라! 도망자의 다리를 물어뜯어라!”
바람을 타고 수십 마리의 사냥개들이 발톱으로 바위를 긁으며 달려오는 소리가 포착되었다. 혁련풍은 자신의 피비린내가 추적의 확실한 이정표가 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달아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적들의 후각을 교란해야 했다.
혁련풍은 멈춰 서서 갈라진 단단한 대나무 빗자루를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전신의 가짜 기맥을 넓히며 바람의 흐름을 인지하는 풍문 1성의 초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협곡을 타고 아래에서 위로 불어오는 거센 계곡풍의 주파수가 소년의 피부 모공을 스쳤다.
‘바람은 동쪽에서 서쪽 절벽으로 분다. 이 바람의 결을 비틀어야 한다.’
혁련풍은 대나무 빗자루를 지면에 대고 전신을 강하게 회전시켰다. 빗자루 끝이 바닥의 현철 모래와 마른 흙을 허공으로 뿌리며, 계곡풍의 방향을 강제로 뒤틀어버리는 기류 제어 장벽을 형성했다. 소년의 왼쪽 어깨 자상에서 비산한 피비린내가 뒤틀린 바람을 타고 서쪽 절벽의 막다른 낭떠러지 방향으로 흩날려 퍼져나갔다.
“컹! 컹! 컹!”
사냥개들이 갑자기 방향을 잃고 서쪽 절벽을 향해 미친 듯이 짖으며 달려갔다. 사공태의 수색대 역시 사냥개들의 뒤를 따라 서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찰나의 지략으로 적들의 후각을 완벽히 기만한 것이다.
“이쪽이다. 서둘러야 해.”
혁련풍은 아칠과 소삼을 단단히 안아 쥐고 청풍동이 위치한 북쪽 절벽의 좁은 바위 틈새를 향해 무음보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가슴의 화상 상처가 완전히 찢어져 삼베옷 속으로 뜨거운 진물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소년은 정신을 집중해 수식 호흡을 유지했다. 심장 박동수를 분당 삼십 회 이하로 떨어뜨려 자신의 기척을 안개 속으로 완벽히 지워버렸다.
그러나 순찰대장 사공태는 만만한 적수가 아니었다. 서쪽 절벽 끝이 낭떠러지임을 확인한 사공태는 자신이 장님의 기만에 놀아났음을 즉각 깨달았다.
“속았다! 도망자는 북쪽 절벽으로 향하고 있다! 특제 철망 탄환을 준비하라!”
사공태의 날카로운 호령과 함께, 철갑 무사들이 들고 있던 무거운 쇠뇌 장치들이 태엽 감기는 소리를 냈다.
지잉! 탁!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거대한 무쇠 탄환 세 발의 파열음이 혁련풍의 귀에 포착되었다. 탄환들은 허공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며 날카로운 강철 가시가 박힌 거대한 철망으로 변해 혁련풍의 퇴로를 그물처럼 에워쌌다. 사공태의 특제 철망 탄환이었다.
철망이 낙하하는 궤적은 혁련풍이 피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넘어서 있었다. 양손에 아이들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는 신법의 전개에 한계가 있었다.
‘빗자루를 버려야 한다.’
혁련풍은 결단했다. 그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단단한 대나무 빗자루를 허공을 향해 강하게 던져 올렸다. 이류 경지의 바람 진기가 실린 빗자루 대가 회전하며 날아오는 철망의 중심부를 받아냈다.
콰드득-!
강철 철망이 빗자루 대를 감아쥐며 바닥 석판으로 무겁게 낙하했다. 일상의 수련 도구이자 훌륭한 방패막이였던 대나무 빗자루가 철망의 무게에 짓눌려 완전히 박살 나 유실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칠과 소삼은 철망의 날카로운 가시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빗자루를 버렸다! 놈은 이제 무기가 없다! 포위해라!”
사공태와 무사들이 횃불을 밝히며 안개 속에서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사냥개들의 이빨 긁히는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무기를 잃은 혁련풍은 이제 북쪽 절벽의 깎아지른 바위벽 앞에 완전히 가로막혀 고립되었다. 사방은 거대한 돌벽이었고, 퇴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장님 노예 놈, 이제 끝이다. 순순히 무릎을 꿇어라!”
사공태의 무사들이 방패를 앞세우며 좁은 협곡 입구를 완전히 차단했다. 사냥개들이 침을 흘리며 혁련풍의 다리를 향해 도약하려 이빨을 드러냈다.
위기의 순간, 혁련풍은 품속에서 스승 풍노인이 남겨주었던 유산이자 작은 구리 방울인 청풍령(聽風鈴)을 꺼내 들었다. 소년은 단전의 파괴된 상처 틈새로 자연의 차가운 풍기를 억지로 짜내어 청풍령의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강하게 튕겼다.
댕-!
맑고 영롱한 구리 방울 소리가 협곡 전체를 진동시켰다.
그 소리는 인간의 귀에는 평범한 방울 소리로 들렸으나, 극도로 발달한 청각을 지닌 사냥개들에게는 고막을 찢어발기는 잔혹한 음파의 폭풍이었다. 청풍령과 혁련풍의 바람 진기가 결합하여 발생한 초고음의 진동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깨갱! 갱! 갱!”
도약하려던 사냥개들이 일제히 귀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사냥개들의 갑작스러운 발작에 사공태와 수색 무사들의 진식이 일순간 흐트러지며 대혼란이 발생했다.
“이, 이게 무슨 소리냐! 사냥개들을 통제하라!”
사공태가 당황하여 소리치는 찰나, 혁련풍은 머릿속 심안통의 지도를 극한으로 활성화했다. 눈앞의 거대한 북쪽 절벽 바위벽은 완벽하게 막힌 것이 아니었다. 대자연의 거센 칼바람이 바위벽의 미세한 틈새를 통과하며 내는 극미세한 공명음이 소년의 귀에 포착되었다.
‘바람이 벽 내부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이 뒤가 청풍동의 진짜 입구다.’
바람이 통하는 바위벽 틈새의 미세한 공명 주파수가 혁련풍의 뇌리에 투명한 선으로 그려졌다. 소년은 품 안의 아칠과 소삼을 내려놓고, 단전의 남은 진기를 오른손바닥으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바위벽의 고유 진동수와 자신의 바람 진기 주파수를 완벽하게 일치시키며, 거대한 바위벽의 특정 균열 지점을 향해 손바닥을 강하게 밀어 넣었다.
스으으으으…….
놀랍게도 아무런 마찰 소음도 없이, 수천 근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벽이 옆으로 서서히 미끄러지며 어둡고 축축한 청풍동의 입구를 드러냈다. 내부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음풍이 뿜어져 나왔다.
“도망자가 바위를 열었다! 사격하라!”
사공태가 경악하며 소리쳤고, 무사들이 일제히 쇠뇌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들이 비바람을 뚫고 쏘아져 들어오는 일촉즉발의 순간, 혁련풍은 아칠과 소삼을 안개 속에서 청풍동 내부로 신속하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바위 틈새로 몸을 던졌다.
쿠구구구궁-!
혁련풍이 안쪽의 돌 빗장을 당기자, 거대한 바위벽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웅장한 소리와 함께 청풍동 입구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바깥의 횃불 불빛과 무사들의 외침 소리가 단숨에 차단되며, 동굴 내부는 빛 한 점 없는 완벽한 암흑과 뒤틀린 칼바람 소리로 가득 찼다.
“하아…… 하아……”
혁련풍은 차가운 동굴 바닥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왼쪽 어깨의 자상과 가슴의 화상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을 적셨고, 전신의 기력이 완전히 바닥나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일상의 무기였던 대나무 빗자루는 유실되었고, 이제 소년의 손에는 자루만 남은 부러진 청풍검만이 품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아칠과 소삼의 가쁜 호흡 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뒤틀린 음풍의 소용돌이가 동굴 깊은 곳에서부터 스산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동굴 깊은 곳에서부터 슥, 슥 하는 기이하고 무거운 짐승의 발톱 긁는 소리가 혁련풍의 풍령 3성 감각에 포착되었다. 무언가 거대하고 음산한 존재가 어둠 속에서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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