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의 첫 번째 눈을 닦다
“깡, 까앙.”
칼리가 오른손 손가락으로 황동 망원경의 경통을 가볍게 두드렸다. 살결의 부드러움은 간데없고, 차갑고 둔탁한 쇳소리만이 선실의 어둠을 갈랐다. 검지, 중지, 약지. 세 개의 손가락은 이제 완벽한 황동 결정으로 변해 있었다. 손톱의 흔적조차 정교하게 깎아낸 금속 부품처럼 변해 버린 손을 보며, 칼리는 안대 너머의 눈을 감았다.
이것이 우주의 배경 중력을 다룬 대가이자, 성좌의 인력을 강림시킨 대가. ‘영혼의 결정화’ 저주였다. 쓸 때마다 깎여 나가는 영혼과 신체. 하지만 칼리의 심박수는 여전히 분당 50회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대 지구의 천문지도학자 한준우였던 그에게, 감정의 동요는 연산의 오차를 낳는 독약에 불과했다.
“칼리, 냉각수는 다 주입했어. 하지만 기어박스의 열화가 너무 심해. 성강석으로 보강하지 않으면 다음번엔 정말로 경통이 터져 나갈 거야.”
선실 문을 열고 들어온 소냐가 검은 기름때 묻은 멜빵바지를 털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은 태엽 렌치가 쥐여 있었다. 소냐의 갈색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엔지니어 특유의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거, 인양해 온 결정을 어떻게 할 거야?”
소냐가 조심스럽게 제단 모양의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공전 진동을 일으키는 주먹만 한 결정체, ‘성좌의 눈물 결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결정이 방출하는 미세한 중력 파동 때문에 상자 주변의 가벼운 먼지들이 공중으로 떠올라 느리게 회전하고 있었다.
“망원경에 결합해야지.”
칼리가 마비된 오른손 대신 왼손을 뻗어 결정을 쥐었다. 순간, 결정에서 흘러나온 푸른 마력 불꽃이 칼리의 양손을 덮쳤다.
“아아악……!”
억눌린 신음이 칼리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전신 세포가 황동으로 변해가는 극심한 결정화 작열통이 뼈마디를 타고 내리쳤다. 뼈가 금속으로 변해 삐걱거리는 느낌, 혈관 속으로 용융된 구리가 흘러드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칼리의 전신이 격렬하게 떨렸다. 처음 결정을 결합했을 때 마력 제어에 실패해 오른팔 전체가 일시적으로 완전히 마비되며 망원경을 놓칠 뻔한 순간이었다.
‘흔들리지 마라. 이성적 관찰을 유지하고, 감정적 동요를 차단하라.’
칼리는 뇌내에서 성좌 수호자의 계율을 되새겼다. 그는 억지로 심박수를 내리누르며, 자신의 영혼 밀도를 망원경의 푸른 렌즈와 일치시키는 ‘영혼 동밀도 동기화’를 전개했다.
지구에서 배운 천체 역학의 궤도 공식들이 뇌내에서 정밀한 기하학적 그리드로 펼쳐졌다. 케플러의 타원 궤도 운동 법칙, 뉴턴의 만유인력 상수가 이 세계의 비틀린 마도 법칙과 공명하며 회로를 형성했다. 칼리의 영혼이 망원경 내부의 황동 기어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폭주하던 푸른 불꽃이 칼리의 차가운 이성에 길들여지며 망원경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찰칵, 하는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망원경의 첫 번째 렌즈를 가로막고 있던 고대의 봉인이 마침내 해제되었다.
[3급 중력 항해사 (하급) 경지 도달.]
머릿속에 시스템 창 따위는 뜨지 않았다. 하지만 칼리는 자신의 영혼 그릇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직감했다. 망원경의 푸른 렌즈가 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깊은 심연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칼리는 천천히 망원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선실 창문을 열고 안개 낀 밤하늘을 조준했다.
“……!”
그의 안대 너머 시야에 기적이 펼쳐졌다. 수백 년 동안 짙은 밤안개와 신수의 탐욕에 가려져 완전히 사라졌던 첫 번째 성좌, ‘오리온’의 거대한 중력 궤적이 푸른 빛의 선으로 선명하게 밤하늘에 그려졌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우주의 물리 법칙과 질량의 흐름을 지탱하는 거대한 중력의 뼈대였다.
동시에 망원경의 렌즈 내부에서 별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거인의 형상, 성좌 수호자 오리온의 사념체가 각성했다. 거인의 목소리가 칼리의 영혼 깊은 곳에 웅장한 진동을 일으키며 하나의 비급을 각인시켰다.
‘우주의 배경 인력을 호흡하라. 그것이 별을 되찾을 첫 번째 열쇠다.’
‘천체 중력 명상법(天體重力瞑想法)’.
별들의 움직임과 자신의 마력 순환 주기를 일치시키는 고대의 공법이 그의 정신에 고스란히 이식되었다. 뇌세포가 터져 나갈 듯한 정보의 과부하가 밀려오자, 칼리는 급히 소냐가 제작해 준 ‘은빛 중력 안대’를 착용했다. 안감에 새겨진 미세한 은실 마법진이 작동하며 쓸모없는 빛 자극과 마력의 노이즈를 차단해 주자, 비로소 그의 뇌가 평정을 찾았다.
“성공했어…… 칼리, 네 경지가 정말로 올라갔어.”
옆에서 지켜보던 소냐가 경탄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칼리는 차갑게 식어버린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세 개가 완벽한 황동 결정으로 변해 물리적 감각을 완전히 잃었지만, 그 대가로 그는 보이지 않는 성좌의 궤도를 볼 수 있는 눈을 얻었다.
그때, 스타라이트 호의 갑판 위에서 은밀한 신호음이 울렸다.
“선장님, 잭이 왔습니다. 혼자 은밀하게 배에 올랐습니다.”
조타실에서 경계를 서던 토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칼리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갑판으로 향했다.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밀수 상인 잭은 평소의 여유로운 미소를 잃은 채, 모피 코트 깃을 바짝 세우고 초조하게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는 칼리를 보자마자 빠르게 다가와 품속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칼리, 자네가 미궁에서 쿠르트를 쓸어버렸다는 소문이 포구에 파다하더군. 하지만 기뻐할 시간은 없네.”
잭이 건넨 것은 오크헤이븐 지부장 바스카의 인장이 찍힌 거액의 현상 수배지였다. 수배지 전면에는 칼리의 인적 사항과 함께 그가 사용하는 고대 망원경의 그림이 상세히 그려져 있었다.
“바스카 지부장이 자네 목에 어마어마한 에테르 코인을 걸었네. 사설 사냥꾼들이 이미 이 해역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야.”
잭이 침을 삼키며 현상 수배지를 뒤집어 칼리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 수배지 뒷면을 보게.”
칼리는 안대 밑의 중력 투시안을 가동해 종이 뒷면에 잉크의 질량 밀도로 새겨진 글자들을 읽어 내려갔다.
거기에는 칼리의 뼈아픈 역린이자, 그가 반드시 지켜야 할 현실적인 경계선인 ‘절벽 끝 오두막’의 정확한 좌표가 적혀 있었다. 양어머니 마리아와 여동생 리나가 숨어 살고 있는 가난한 오두막.
그리고 그 아래에는 붉은색 교단 인장과 함께 차가운 서기체의 글씨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이단의 혈족 마리아와 리나를 체포하여 이단심문소로 압송할 것을 명함. - 경비대장 해리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