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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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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직, 지지지직!


공기 중의 수분이 타들어 가는 비릿한 오존 냄새가 자욱한 안개 사이로 급격히 퍼져 나갔다. 쿠르트의 기함 갑판에 거치된 특수 작살총, 그 거대한 구리 포신 끝에서 소용돌이치는 청색 스파크는 단순한 불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고농도 에테르 전류가 한계까지 압축되어 뿜어내는 파괴적인 광기였다.


“장님 녀석, 어디 이것도 피해 보시지! 발사해라!”


쿠르트의 잔인한 폭소와 함께 구리 포신이 요동쳤다.


콰아아앙-!


고막을 찢는 격발음과 함께, 푸른 전류를 온몸에 휘감은 거대한 강철 작살이 안개를 가르며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조준점은 정확히 스타라이트 호의 심장부인 에테르 엔진룸이었다. 이 거리에서 격발된 고압 전류 작살은 단단한 목조 선체를 관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엔진의 에테르 연료와 공명하여 함선 전체를 공중분해 시킬 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선장님!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키가……!”


조타 키를 움켜쥔 토비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뒤틀렸다. 쇠사슬은 풀려났으나 급격한 회전의 여파로 타기실의 기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선체 우측으로 쏠린 질량 때문에 물리적인 회피 기동은 이미 한계를 초과한 상태였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은빛 안대 아래, 칼리의 감은 눈앞에 펼쳐진 푸른색 중력 그리드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정밀한 수치와 궤적으로 분해되고 있었다.


‘작살의 질량 120킬로그램. 방출 에너지 약 45,000줄. 탄속 초속 85미터. 도달까지 남은 시간 0.58초.’


물리적인 조타로는 절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공간의 물리 법칙을 뒤트는 수밖에 없었다.


칼리는 오른손에 무겁게 쥐어진 고대 황동 중력 망원경의 경통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끝의 황동 결정들이 망원경의 차가운 금속 표면과 격렬하게 진동하며 그의 마력 회로를 빨아들였다. 영혼이 깎여 나가는 듯한 둔탁한 통증이 팔뚝을 타고 올라왔지만, 칼리는 심박수를 분당 50회로 고정시켰다. 이성적 계산을 흐리는 감정의 동요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오리온의 인력이여, 내 연산의 좌표에 고정되어라.’


칼리는 망원경의 초점을 스타라이트 호 전방 35미터 허공의 한 점에 맞추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이었지만, 칼리의 뇌내 지도에서는 가장 완벽한 인력의 중심점으로 지정되었다.


“성좌의 인력 점멸(引力點滅).”


웅-!


순간적으로 칼리가 지정한 전방 허공의 공간 좌표가 왜곡되며, 빛조차 빨아들일 듯한 칠흑 같은 푸른색 미세 인력 점이 생성되었다. 공간의 밀도가 무한대로 압축되며 발생한 인공적인 인력의 핵이었다.


쿠구구구궁!


스타라이트 호 전체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이끌리듯 전방을 향해 폭발적으로 끌려 들어갔다. 배 전체가 물리적인 관성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채,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공중으로 수십 미터를 도약하며 비행했다. 그것은 항해가 아니라, 공간을 접어 달리는 기적에 가까운 기동이었다.


키이이이이잉-!


쿠르트가 발사한 고압 전류 작살은 스타라이트 호가 방금 전까지 머물던 허공을 무력하게 가르며 지나갔다. 작살은 스타라이트 호의 선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배후에 서 있던 거대한 고대 폐선의 썩은 용골 벽에 정면으로 내리꽂혔다.


콰르릉-! 쾅!


작살에 흐르던 청색 스파크가 폐선에 잔존하던 에테르 찌꺼기와 반응하여 거대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무너져 내리는 수십 톤의 목재 파편들이 바다로 쏟아지며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배가… 배가 순간 이동을 했다고?!”


인양선 갑판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쿠르트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맹인 항해사가 이끄는 낡은 탐사선이 공간의 법칙을 비틀어 자신의 필살격을 피해 버린 것이다.


스타라이트 호는 인력 점이 소멸함과 동시에 수면 위로 쿵 소리를 내며 안착했다.


“흐윽, 흑……!”


토비는 키를 잡은 채 과호흡으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배 전체가 순간적으로 중력을 잃고 날아올랐을 때의 충격으로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소냐 역시 정비실 벽에 몸을 부딪쳐 신음하면서도, 조타실 계단을 뛰어 올라와 칼리를 바라보았다.


“칼리! 방금 그건 대체…… 망원경의 기어가 과부하로 타오르고 있어!”


소냐의 말대로 칼리의 오른손에 들린 황동 망원경의 경통 틈새에서 미세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간의 관성을 강제로 꺾은 대가로 내부 정밀 기어들의 마찰이 극에 달해 내구도가 급감한 것이다. 칼리의 오른손가락 세 개는 이제 완전히 황동처럼 단단하게 굳어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칼리는 아픔을 내색하지 않은 채 차갑게 명령했다.


“소냐, 냉각수를 기어박스에 직접 주입해라. 내구도가 5% 감소했다. 아직 두 번은 더 버틸 수 있어. 토비, 키를 좌현 15도로 유지하고 전속력으로 전진해라.”


“하, 하지만 선장님! 전방은 유령선들이 완전히 뒤엉켜 막혀 있는 막다른 길입니다! 더 들어가면 포위당해요!”


“지시대로 해라. 저들이 우리를 미궁 구석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칼리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철저한 평정심에 토비는 침을 삼키며 다시 키를 꽉 움켜쥐었다.


“알겠습니다! 좌현 15도, 전진!”


스타라이트 호는 파손된 난간을 흔들며 썩어가는 고대 함선들의 좁은 틈새로 깊숙이 기어들어 갔다.


배후에서 이를 지켜보던 쿠르트의 얼굴에 다시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스타라이트 호의 기동이 일회성 기적에 불과했으며, 현재 배의 손상이 심각해 도망칠 곳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하하하! 멍청한 장님 놈, 스스로 무덤으로 기어들어 가는구나! 아군 함선 2척은 좌우로 분산되어 협곡 입구를 차단해라! 기함은 놈들의 뒤를 바짝 쫓는다! 그물망을 좁혀서 뼈째로 씹어 삼켜 주마!”


검은 소금 청소부단의 소형 인양선 2척이 안개 속에서 빠르게 갈라져 스타라이트 호의 좌우 퇴로를 완벽히 봉쇄했다. 쿠르트의 기함은 묵직한 패들 소리를 내며 스타라이트 호의 후미를 압박해 왔다. 그들은 사방이 수십 미터 높이의 폐선 잔해 더미로 둘러싸인 막다른 미궁 구석으로 스타라이트 호를 완전히 몰아넣었다.


“포수 덩컨! 대포를 준비해라! 적들의 기함을 조준해!”


갑판장 덩컨이 구식 함포의 포문을 열고 소리쳤다. 그러나 자욱한 독성 안개와 어둠 때문에 적함의 정확한 위치를 육안으로 잡을 수 없었다. 포탄을 쏴도 빗나갈 확률이 90%가 넘었다.


“덩컨, 사격을 중지해라. 일반적인 함포로는 저 철갑 인양선의 장갑을 뚫을 수 없다. 화력의 낭비다.”


칼리가 조타실 난간에 기대어 차갑게 제지했다.


“하지만 선장님! 이대로 가만히 서서 당할 수는 없습니다!”


“가만히 당하지 않는다. 저들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 것이다.”


칼리는 망원경을 눈에 대고 미궁 바닥의 해류 흐름을 정밀하게 관측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탄도 중력 계산법’의 복잡한 기하학 공식들이 실시간으로 전개되었다.


유령선들의 미궁은 수백 년 동안 침몰한 선박들이 특수한 해저 인력에 의해 쌓여 만들어진 장소다. 즉, 이 미궁의 중심부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역중력 소용돌이 지점이 존재했다. 수많은 폐목재와 무거운 쇠붙이 잔해들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며 쌓여 있는, 일종의 ‘중력적 화약고’였다.


칼리의 투시안이 쿠르트의 기함과 좌우 협공선들이 진입하고 있는 정확한 좌표를 포착했다. 그들의 위치는 바로 거대한 고대 폐선 탑들의 무게 중심이 맞물려 있는 균열점 바로 위였다.


‘질량 평형 상태 완료. 외부에서 가해지는 아주 미세한 인력 변화만으로도 이 균열점은 붕괴한다.’


칼리의 입술 끝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현대 물리학의 구조 역학과 중력 평형 이론이 이 세계의 마도 법칙과 완벽하게 맞물리는 순간이었다.


“토비, 지금이다. 엔진 출력을 제로로 낮추고, 배를 완전히 정지시켜라.”


“예?! 여기서 멈추면 저들의 충돌 사격에 고스란히……!”


“멈춰라. 그리고 모두 갑판 바닥에 몸을 밀착해라.”


칼리의 단호한 명령에 스타라이트 호가 급격히 속도를 줄이며 미궁 한가운데에 우뚝 멈춰 섰다.


그 모습을 본 쿠르트가 기함 갑판에서 광기 어린 소리로 외쳤다.


“포기했구나, 쥐새끼들! 그대로 받아 버려라!”


쿠르트의 기함과 좌우의 인양선들이 전속력으로 스타라이트 호를 향해 돌진해 왔다. 거리는 단 30미터. 그들의 돌격 관성은 이미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극대화되어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칼리가 망원경의 경통을 끝까지 돌렸다. 그의 양안에서 푸른 중력의 은하가 맹렬히 소용돌이쳤다.


“인력의 덫(引力之陷阱), 중첩 전개.”


웅-! 웅-! 웅-!


쿠르트의 함선 3척이 교차하는 미궁 바닥의 해저 균열점 중심부에, 칼리가 계산해 낸 초고밀도 중력 구체 3개가 동시에 투사되었다. 순간적으로 해당 구역의 중력 상수가 평소의 30배로 폭증하며, 공간 자체가 검푸른색 소용돌이를 그리며 아래로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콰자자자작-!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수십 톤 무게의 고대 유령선 잔해 더미들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폐선 탑들이 갑작스러운 초고중력의 인력에 이끌려 중심을 잃고 균열점을 향해 무섭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갑자기 배가 왜 이래! 키가 안 돌아가! 아래에서 뭔가가 잡아당기고 있다!”


쿠르트의 조타수가 비명을 질렀다. 인양선들의 프로펠러와 키 주변에 형성된 초고중력장은 함선의 조타력을 완전히 상실시켰다. 돌격 관성에 몸을 실었던 적함들은 제동력을 잃은 채, 칼리가 파놓은 중력의 소용돌이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 돼! 피해라! 후진해!”


쿠르트가 절규하며 난간을 붙잡았으나 이미 늦어 있었다.


콰아아아앙-! 콰작! 쿠구구궁!


좌우에서 돌진하던 소형 인양선 2척이 중력의 인력에 이끌려 서로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고, 결국 전면으로 정면 충돌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파괴된 목재와 강철 파편들이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머리 위에서 무너져 내리는 고대 폐선들의 거대한 용골 잔해 더미에 깔려 그대로 바다 밑바닥으로 침몰했다.


쿠르트의 기함 역시 무너지는 거대한 돛대 더미와 충돌하며 우현 장갑이 완전히 박살 났다. 배는 소용돌이치는 중력의 덫 한가운데 갇혀 서서히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용골이 쪼개지는 굉음을 냈다.


“장님 녀석…… 네놈이 감히 나를……!”


침몰하는 기함 갑판 위에서 쿠르트가 피를 토하며 칼리를 향해 검을 겨누려 했으나, 머리 위로 떨어진 수십 톤짜리 고대 선박의 무쇠 닻 잔해에 깔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수장되었다.


자욱한 안개와 먼지 속에서 격렬했던 폭발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검은 소금 청소부단의 함대는 단 한 번의 직접적인 포격도 없이, 자신들이 자랑하던 지형적 포위망과 돌격 관성에 의해 완벽하게 자멸했다. 미궁의 뒤엉킨 잔해들을 역용한 칼리의 기하학적 지략이 거둔 완벽한 압승이었다.


“……살았다.”


토비가 키를 놓아주며 갑판 바닥에 주저앉았다. 선원들은 사방에 가득한 적함들의 잔해와 무너진 유령선 탑들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눈앞의 눈먼 소년 항해사가 보여준 능력이 이제는 단순한 기적을 넘어 경외심 가득한 신앙으로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칼리는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망원경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오른손 전체가 차갑게 식어 굳어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했다.


“소냐, 인양 크레인을 가동해라. 침몰하는 쿠르트의 기함에서 특수 작살총 장비와 에테르 부품들을 즉시 회수해라. 우리의 무장을 보강하는 데 쓸 수 있을 거다.”


“응! 바로 준비할게!”


소냐는 흥분된 목소리로 선원들을 이끌고 인양 작업을 개시했다. 쿠르트의 함선에서 뜯어낸 구리 포신과 에테르 증폭 장치들은 향후 스타라이트 호의 마도 중력포를 강화할 귀중한 자원이 될 터였다.


그 사이, 칼리는 중력 투시안을 가동해 무너진 잔해 더미의 가장 깊은 바닥을 투시했다.


그곳, 수백 년 동안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한 고대 천문학자의 침몰선 제단 유적지 중심부에서 극도로 순수하고 강력한 중력 파동이 감지되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해류를 미세하게 끌어당기는 기묘한 인력의 근원이었다.


“그림, 나와 함께 밑바닥 선창으로 내려간다. 인양할 진짜 보물이 그곳에 있다.”


칼리는 그림의 부축을 받으며 스타라이트 호 최하층 선창의 배수구를 통해, 반쯤 가라앉은 고대 침몰선의 제단 방으로 진입했다. 사방이 썩어가는 고대 목재와 이끼로 가득 찬 방 한가운데, 석조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의 중앙에는 자욱한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푸른 빛을 발산하는 주먹만 한 크기의 결정체가 박혀 있었다. 주변 공간의 중력을 미세하게 비틀며 공전하듯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광물.


‘성좌의 눈물 결정.’


망원경의 깨진 첫 번째 렌즈를 수리하고 봉인을 해제할 유일한 핵심 재료였다.


그리고 그 결정의 바로 옆에는, 황동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기하학적 바늘과 천구도가 음각된 고대의 나침반이 놓여 있었다. 자성(磁性) 대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고대 중력 성소의 위치를 가리키도록 설계된 전설적인 유물이었다.


‘오리온의 나침반.’


칼리는 차갑게 굳어버린 오른손 대신, 아직 온전한 왼손을 뻗어 제단 위의 나침반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스으으으-!


차가운 황동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칼리의 영혼 회로 전체가 나침반 내부의 고대 마력과 격렬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침반의 바늘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자기장이나 이 세계의 뒤틀린 광원 에너지를 완전히 무시한 채, 바늘은 자욱한 안개 너머 서쪽의 특정 중력 좌표를 가리키며 맹렬히 고정되었다. 그것은 사라진 첫 번째 성소, ‘오리온의 침소’가 잠들어 있는 정확한 좌표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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