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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래의 산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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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아아…….”


짙은 보랏빛 안개를 찢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기괴하리만치 아름다웠다. 그것은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었다. 고막을 지나 뇌수막을 직접 흔들고, 척수를 타고 내려가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물리적인 파동이었다.


쿠구구구궁!


스타라이트 호의 거대한 목재 용골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의 뼈대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내는 불협화음이 선체 전체로 퍼져나갔다. 공진(Resonance) 현상이었다. 세이렌들의 노랫소리가 가진 주파수가 스타라이트 호의 스프루스 목재 용골이 가진 고유 진동수와 정확하게 맞물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대포 한 발 맞지 않고도 배의 뼈대가 스스로의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날 터였다.


“으아아악! 내 몸이…… 내 몸이 녹아내린다!”


갑판 위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독성 포자의 환각에 시달리던 선원들이 세이렌의 초음파 노래가 더해지자 완벽하게 이성을 잃었다. 딕은 갑판 바닥을 손톱이 깨지도록 긁어대며 피를 흘렸고, 그림은 허공을 향해 무의미하게 쇠사슬을 휘둘렀다. 조타실의 토비 역시 양눈이 뒤집힌 채 키를 쥔 손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선장님…… 머리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토비가 거품을 물며 쓰러지려 하자, 칼리는 결정화된 오른손으로 소년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세 손가락이 황동 결정으로 변해버린 차갑고 딱딱한 감각이 토비의 어깨뼈를 파고들었다. 그 물리적인 중압감이 소년의 흐려지던 신경을 억지로 붙잡았다.


“눈을 감아라, 토비. 그리고 내 심장박동의 리듬에 네 호흡을 맞춰라. 뇌로 유입되는 가짜 파동에 주파수를 빼앗기지 마라.”


칼리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의 심박수는 여전히 분당 50회를 유지하고 있었다.


칼리는 안대를 벗은 양안을 들어 전방을 응시했다. 그의 멀어버린 두 눈에서는 푸른색 중력의 은하 안광이 소용돌이치며 칠흑 같은 어둠을 투시하고 있었다. 시각이 차단된 그에게는 보랏빛 안개도, 세이렌들이 뿜어내는 현란한 광학적 환각도 아무런 노이즈가 되지 못했다. 오직 순수한 물리학적 역학의 세계만이 그의 뇌리에 전개되었다.


‘심해 파동 청취(深海波動聽取), 가동.’


칼리는 고대 황동 중력 망원경의 경통을 돌려 전방의 보이지 않는 음파의 궤적을 조준했다. 망원경의 푸른 렌즈를 통과한 세상은 기하학적인 파동의 그리드로 재구성되었다. 공기와 물이라는 매질을 타고 전파되는 세이렌의 노래는, 공기 분자를 압축하고 팽창시키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중력적 밀도 변위’의 띠로 시각화되었다.


‘진동수 f = 142.8Hz. 파장 λ = 10.5미터. 음압 레벨 110데시벨. 대칭성을 가진 사인파(Sine Wave)의 중첩.’


칼리의 이성적인 뇌가 찰나의 순간에 음파의 물리적 상수를 계산해 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세이렌의 노래가 가진 숨겨진 비밀을 간파했다.


‘이것은 단순한 저주가 아니다. 음파의 골과 마루가 굴절되는 지점이 정확히 해저 암초의 경계선과 일치하고 있다. 주파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역은…… 거대 괴수가 잠들어 있는 심해 해곡의 위치다. 노래 그 자체가 바다 밑바닥을 투사하는 음파 중력 지도(세이렌의 노래의 정체)였군.’


진상을 깨달은 칼리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스타라이트 호의 용골 공명 지수가 이미 임계치인 85%에 도달해 있었다. 선체 하부에서 쩌억, 하는 불길한 목재 균열음이 들려왔다.


칼리는 망원경을 꽉 쥐며 마력을 연산 회로에 주입했다.


“스펠 크래킹(術式解體).”


칼리는 망원경 끝부분의 초점을 세이렌들의 음파 마법진이 교차하는 공기 중의 중심 노드(Node)에 고정했다. 그곳은 수많은 파동이 서로 대칭을 이루며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기하학적 핵심점이었다. 칼리는 굳어버린 황동 손가락 끝으로 망원경의 경통을 툭 쳤다. 미세한 중력 충격파가 허공을 타고 날아가 음파 마법진의 대칭축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깡-!


허공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이명이 일었다. 대칭성이 깨진 세이렌의 음파 마법진이 순간적으로 뒤틀리며 주파수의 진폭이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스타라이트 호의 용골을 찢으려던 공진 현상이 일시적으로 상쇄되었다.


“소냐! 들리나!”


칼리는 조타실의 스피킹 튜브를 향해 소리쳤다. 엔진실에서 기계를 붙잡고 신음하던 소냐가 간신히 대답했다.


“선장……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무슨 지시야?”


“에테르 엔진의 회전 진동수를 즉시 142.8Hz로 강제 조정해라! 그리고 엔진 배기구를 수면 하부 방향으로 개방해라! 당장!”


“142.8Hz……? 알았어, 기어를 물리적으로 역회전시켜서 진동수를 맞출게!”


엔진실에서 소냐가 무거운 만능 렌치를 휘두르며 에테르 배터리의 출력 기어를 강제로 조율하기 시작했다. 기어 이빨이 어긋나며 쇠깎이는 비명이 일었지만, 소냐는 칼리의 계산을 단 1%도 의심하지 않았다.


쿠우우우웅-!


스타라이트 호의 하부 배기구에서 대량의 에테르 가스와 함께 강력한 역진동 파동이 방출되었다. 그것은 세이렌의 노랫소리와 주파수는 완벽히 일치하지만, 위상(Phase)이 정확히 180도 반대인 역위상 파동(Anti-phase Wave)이었다.


파동 역학의 기본 법칙. 마루와 골이 만나면 에너지는 상쇄된다. 상쇄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의 시작이었다.


스으으으으…….


거짓말처럼 배를 찢어발기려던 기괴한 노랫소리가 소멸하기 시작했다. 공기를 가득 채웠던 음파의 압박감이 순식간에 제로(Zero)로 수렴해 갔다. 스타라이트 호 주변 반경 50미터 이내의 수면은 마치 거울처럼 납작하고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완벽한 물리적 침묵이었다.


“하아…… 하아……”


갑판 위에서 피를 흘리며 날뛰던 선원들이 마법에서 풀려난 듯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었다. 토비 역시 초점을 되찾은 눈으로 조타실 창밖을 바라보았다. 환각 포자의 보랏빛 안개마저 역위상 진동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노래가…… 멈췄어?”


토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침묵은 길지 않았다. 스타라이트 호가 정박한 푸른 노래의 암초 해역 사방에서, 잔잔해진 수면을 뚫고 푸른색 비늘을 가진 존재들이 하나둘 솟구쳐 올랐다. 세이렌 족 영토 정찰대였다.


그들의 중심에는 푸른색 비늘로 덮인 긴 꼬리와 아름다운 상반신을 가진 여전사, 수호대장 라미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산호초 바위 위에 걸터앉아, 스타라이트 호를 향해 날카로운 가시 창을 겨누고 있었다. 라미아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에는 인간에게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극도의 경악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침입자 인간들이 어떻게 우리의 성스러운 노래를 무력화한 거지? 바다의 법칙을 더럽히는 교단의 하수인들인가?”


라미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잔잔한 수면을 타고 울려 퍼졌다. 세이렌 전사들이 수중에서 꼬리를 흔들며 스타라이트 호의 파손된 우현 선체를 포위해 들어왔다.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칼리는 천천히 조타실 문을 열고 갑판 난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안대를 벗은 그의 양안에서 푸른 은하 안광이 라미아를 향해 부드럽게 투사되었다. 그는 칼이나 무기를 쥐지 않은 채, 오직 황동 망원경만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우리는 태양 교단의 하수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의 낙인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자들입니다.”


칼리의 차분한 목소리에 라미아는 미세하게 창끝을 떨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인간들은 늘 탐욕스럽게 바다의 성강석을 채굴하고 독성 에테르를 방출해 우리 영토를 더럽혔다! 우리의 노래에 짓눌려 암초에 처박히는 것이 너희의 운명이다!”


“당신들의 노래는 저주가 아닙니다.”


칼리가 조용히 망원경을 들어 올렸다.


“그 노래는 해저의 깊이를 알려주는 파동이며, 전방 120미터 아래에 가라앉은 칼날 암초의 실루엣을 그리는 지도입니다. 그리고…… 방금 당신들이 부른 멜로디의 마지막 소절, 주파수가 280Hz까지 치솟았던 순간은 이 암초 밑바닥 해곡에 레비아탄의 둥지가 도사리고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였지요. 맞습니까?”


“……!!”


라미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가시 창이 크게 흔들렸다. 세이렌 족이 수백 년 동안 동족들 사이에서만 비밀리에 전수해 온 노래의 정체를, 단 한 번 들은 인간이, 그것도 앞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 완벽하게 해독해 낸 것이다.


“너…… 너는 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바다의 심장 소리를 읽어내는 거냐?”


라미아가 경외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칼리의 오른손에 쥔 고대 황동 망원경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에 머물렀다. 그것은 아주 먼 옛날, 자신들의 선조들과 교류했던 고대 천문학자들의 신표였다.


칼리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우리는 그저 길을 지나갈 뿐입니다. 교단의 사슬을 깨부수고 사라진 진짜 별빛을 되찾기 위해 항해하는 나침반을 따르고 있습니다.”


라미아는 한참 동안 칼리의 푸른 은하 안광과 황동 망원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가시 창을 등 뒤로 거두었다. 주변을 포위하던 세이렌 전사들도 수중으로 꼬리를 감추며 물러섰다.


“별을 되찾으려는 자라니…… 미친 소리 같지만, 네 눈에 깃든 은하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군.”


라미아가 바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스타라이트 호의 갑판 근처 수면 위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아름답고 푸른 산호 조각을 떼어내 갑판 위로 가볍게 던졌다.


툭.


그것은 주변의 물살을 강제로 안정시키는 강력한 마력을 품은 세이렌의 푸른 산호였다.


“가라, 눈먼 항해사여. 네 지혜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우리 영해의 통과를 허락하마. 그리고 그 산호를 가져가라. 네가 가려는 서쪽 끝 깊은 해곡에는 배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치고 있으니, 그 조각이 없다면 용골이 먼저 버티지 못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장.”


칼리가 손을 뻗어 갑판 위에 떨어진 푸른 산호를 조심스럽게 주워 올렸다. 산호가 손에 닿는 순간, 주변의 불규칙한 해류 진동이 강제로 평탄화되는 신비로운 중력 안정 반응이 느껴졌다. 향후 기함의 수평을 유지해 줄 수중 정밀 지로스코프의 완벽한 핵이 될 자원이었다.


바로 그 순간.


칼리의 코트 품속 깊은 곳에 보관되어 있던 오리온의 나침반이 맹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잉-!


나침반의 바늘이 지구의 자기장을 완전히 무시한 채, 안개 분지 너머 서쪽 끝자락의 칠흑 같은 심해 해곡을 향해 정확하게 고정되며 붉은 빛을 뿜어냈다. 바다 밑바닥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중력원의 존재.


마침내 첫 번째 고대 성소, ‘오리온의 침소’의 입구가 그 웅장한 중력적 실루엣을 드러내며 칼리의 뇌내 지도 위에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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