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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의 비밀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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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머리 위의 지상에서 울리는 둔탁한 진동이 지하 석벽을 타고 내려와 발바닥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성당 외부의 경보 마법진이 울려 퍼뜨리는 사이렌 소리는 지하 하수도의 좁은 아치형 통로 내부에서 기괴하게 반사되며 고막을 찔렀다. 닫히는 석문 틈새로 스며든 붉은색 에테르 경보의 잔영이 바스케스 신부의 피 묻은 사제복을 물들였다.


“칼리…… 어서 가십시오. 주님의 별빛이 그대들의 앞길을 인도할 것입니다.”


바스케스 신부의 목소리는 온화했으나, 부러진 정문 빗장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그의 두 어깨는 바위처럼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해리스 경비대장의 부하들이 이미 성당 내부로 난입해 비밀 통로의 입구를 두들겨 대고 있었다. 쾅, 쾅 하며 무거운 판금 장갑이 석문을 타격할 때마다 신부의 입술 사이로 한 줄기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칼리는 어둠 속에서 안대 너머로 신부의 질량 분포를 바라보았다. 그의 ‘중력 투시안(重力透視眼)’에 투사된 신부의 실루엣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오래된 지지대와 같았다. 슬픔이나 절망 같은 감정은 그의 뇌내 연산 회로에서 단 1%의 지분도 차지하지 못했다. 오직 생존을 위한 냉철한 물리적 경로 계산만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크.”


칼리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어머니와 리나를 업어라. 신부님이 벌어준 시간은 단 180초에 불과하다. 이 하수도를 빠져나가지 못하면 우리 모두의 질량은 이곳에서 영원히 정지한다.”


“예, 선장님!”


마크는 주저 없이 석궁을 등에 메고,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마리아와 리나를 양팔로 단단히 업어 안았다. 리나는 오빠의 황동 결정화된 오른손을 놓치며 나직하게 신음을 흘렸으나, 칼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바스케스 신부가 열어준 어두운 하수도 통로 내부로 거침없이 발을 디뎠다. 뒤편에서 석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완전히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바스케스 신부가 빗장을 걸어 잠그는 쇳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지하 하수도는 완벽한 암흑이었다. 백 년 동안 오크헤이븐 포구의 오물과 독성 가스가 퇴적되어 굳어진 미로. 일반적인 항해사라면 단 10미터도 전진하지 못하고 유독 가스에 질식하거나 암초 같은 석조 구조물에 머리를 들이받아 사망했을 죽음의 구역이었다.


“선장님, 구식 하수도 지도를 가져왔습니다만…….”


마크가 어둠 속에서 품을 뒤적이며 낡은 양가죽 지도를 꺼내려 했다.


“필요 없다.”


칼리가 손을 들어 마크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 지도는 폐기해라. 오랜 세월 동안 해수의 역류와 오물의 퇴적으로 인해 물리적인 지형이 최소 35% 이상 변형되었다. 그 지도를 따르다가는 막다른 벽에 부딪혀 42초 내에 포위당할 것이다. 나를 따라라.”


칼리는 ‘은빛 중력 안대’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외부의 기만적인 빛이 완전히 차단되자, 뇌내에 전개된 중력 투시안의 파란색 그리드가 더욱 선명하게 요동쳤다. 사방의 석벽에서 뿜어내는 질량의 밀도, 바닥에 고인 빌지 워터의 유체 흐름, 그리고 공기 중에 떠도는 독성 가스의 분자적 무게감이 3차원 홀로그램 지도로 그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시각화되었다.


‘중력 궤적 예측(軌跡豫測), 가동.’


칼리는 발바닥을 축축한 하수도 바닥에 밀착시켰다. 지상에서 경비병들이 군화를 신고 달릴 때 발생하는 미세한 물리적 충격파가 대지를 타고 내려와 그의 발끝으로 전달되었다. 그 저주파의 진동은 칼리의 연산 회로를 거쳐 지상 순찰대원들의 정확한 위치와 이동 속도로 변환되었다.


‘지상 15미터 위, 경비병 12명. 이동 속도 초속 1.5미터. 남동쪽 수로 분기점으로 향하는 중. 우리는 서쪽으로 꺾어야 한다.’


“마크, 왼쪽 수로로 진입한다. 보폭을 30센티미터 줄이고 수면의 마찰 소음을 최소화해라.”


칼리의 정교한 지시에 따라 마크는 소리 없이 물길을 헤쳐 나갔다. 지상의 경비병들이 성당 주변의 하수구 맨홀 뚜껑을 열고 서치라이트의 에테르 빛을 사방으로 비추었지만, 칼리 일행은 이미 그들의 감지 반경을 완전히 벗어난 음영 구역을 따라 유령처럼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한 완벽한 은폐 회피였다.


그러나 하수도의 역사는 그들의 도주를 마냥 허용하지 않았다.


통로가 좁아지는 중반부에 도달했을 때, 칼리의 머릿속 중력 그리드에 기괴한 에너지 불균형 징후가 포착되었다. 머리 위를 받치고 있던 거대한 석조 아치의 균열 틈새로 미세한 모래 더미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상에서 가동된 교단의 무거운 철갑 마차가 성당 광장을 지나가며 발생시킨 엄청난 하중 진동이, 노후화된 지하 아치의 한계 응력을 초과해 버린 것이다.


쿠구구구궁!


“선장님! 천장이 무너집니다!”


마크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후방 역시 이미 미세한 낙석으로 막혀가고 있었다. 붕괴의 중심점은 정확히 마크의 등에 업힌 리나의 머리 위였다. 수십 톤에 달하는 거대한 석조 더미가 중력 가속도 9.8m/s²의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피할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돌덩이들이 리나의 머리를 짓누르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0.8초.


칼리는 심박수를 강제로 낮추었다. 그의 오른손 끝, 이미 황동 결정으로 변해 차갑게 굳어버린 손가락 세 개가 맹렬한 마력 진동을 일으켰다.


‘질량 400킬로그램. 낙하 속도 초속 4미터. 중력 상수를 비틀어라.’


“무중력 회피(無重力回避).”


칼리가 황동 망원경의 끝부분을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돌더미를 향해 조준하고 자신의 마력 핵을 역회전시켰다.


웅-!


낙하하던 돌더미 주변 반경 2미터의 국소적 공간의 중력 상수가 순간적으로 제로(0)로 고정되었다. 떨어지던 거대한 돌더미들이 공기 저항만을 남긴 채 허공에 둥둥 떠올라 정지했다. 물리 법칙을 완전히 부정하는 기괴하고도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마크! 지금이다! 틈새로 뛰어라!”


칼리의 호통에 마크는 이빨을 악물고 몸을 던졌다. 둥둥 떠 있는 거대한 석조 잔해들의 틈새를 마크가 마리아와 리나를 안은 채 번개처럼 통과했다. 그들이 안전 구역으로 넘어간 순간, 칼리는 오른손의 마력 링크를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쿠콰콰콰쾅!


중력의 인력을 다시 부여받은 거대한 돌더미들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하며 먼지 폭풍을 일으켰다. 무너진 잔해들은 그들이 지나온 통로를 완벽하게 메워버렸다. 뒤늦게 통로 입구를 찾아내어 뒤쫓아오던 해리스 경비대의 추격로가 수십 톤의 돌더미 장벽에 막혀 완벽하게 차단되는 순간이었다.


“하아…… 하아……”


칼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무너지는 질량의 인력을 강제로 통제한 대가로, 전신에 얼음장 같은 오한과 마비가 찾아왔다. 그의 오른팔을 타고 황동 결정의 미세한 균열이 어깨 밑바닥까지 따끔거리는 통증을 남기며 번져가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리나가 걱정스러운 듯 칼리의 마비된 손을 다시 잡으려 했으나, 칼리는 차갑게 손을 거두어 품속에 넣었다.


“움직여라. 아직 포구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마지막 수로 분기점을 지나, 마침내 축축하고 비린내가 가득한 바르톨로의 지하 식료품 창고 비밀 해치 밑바닥에 도달했다. 마크가 해치를 밀어 올리자, 썩은 감자 자루와 소금에 절인 청어 냄새가 섞인 둔탁한 공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창고 안쪽에서 뚱뚱한 거구의 늙은 요리사 바르톨로가 촛불 하나를 켠 채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해치가 열리고 칼리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바르톨로의 이 빠진 얼굴에 극적인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오, 칼리! 무사히 살아 돌아왔구나! 마리아, 리나도 다친 곳은 없고? 바스케스 신부님이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듣고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네.”


마리아는 창고 바닥에 주저앉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마크는 무거운 석궁을 내려놓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칼리는 굳어버린 오른손을 코트 안으로 숨긴 채, 차가운 목소리로 바르톨로를 바라보았다.


“안도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르톨로. 포구의 경보가 울렸으니 교단 경비대가 곧 이 변두리 창고 구역까지 수색망을 넓힐 것입니다. 스타라이트 호의 정박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바르톨로는 칼리의 차가운 질문에 안도의 미소를 싹 지우고, 안색을 창백하게 굳혔다. 그의 손에 들린 청동 국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게…… 칼리, 기뻐할 때가 아니라네. 방금 포구 외곽의 밀수꾼들이 전해온 소식인데, 바스카 지부장의 직속 철갑 수색선 2척이 스타라이트 호가 은밀히 숨겨져 있던 ‘맹인의 바위’ 정박지 바로 코앞에 거대한 닻을 내렸다고 하더군. 이미 포구 외곽 출항로 전체에 에테르 그물망이 쳐지기 시작했어.”


그 소식은 지하 창고의 차가운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기함이 포위당했다는 것은, 그들이 오크헤이븐 포구를 영원히 탈출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선고나 다름없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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