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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함대의 추격과 조타수 발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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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팽의 하부 발사관이 열리며, 푸른색 에너지를 발산하는 거대한 중력 그물망 탄두들이 아스트라에아를 향해 소리 없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진공의 우주 공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한우의 뇌세포를 직접 관통하고 있는 뉴럴 헬름은 그 파괴적인 위상 변화를 비명 지르듯 실시간 경고음으로 변환해 흘려보냈다.


지직, 파지직!


[위험: 전방 궤도 영역에 다중 중력 인력장 형성 중. 포획 확률 98.4%.]

[보조 추진 연료 잔량: 1.8%. 현 전력 및 연료 상태로는 회피 궤적 도출 불가.]


“하, 하필이면 연료가 이 모양일 때……!”


한우는 조종 레버를 당기기 위해 반사적으로 왼팔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왼쪽 어깨와 팔은 얼음처럼 차갑게 죽어 있었다. 손가락 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동조율 10%를 돌파하여 아스트라에아의 센서망을 연동한 대가로 치른 신체적 마비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마치 감각이 완전히 거세된 강철 덩어리가 어깨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한우는 충혈된 오른손만으로 조종간을 꽉 쥐었다. 태양혈의 양자 포트 커넥터가 과열되면서 피가 섞인 땀이 눈가로 흘러내려 시야를 흐렸다.


“형! 저 파란 그물망이 함선을 덮치려고 해! 어떡해, 움직여야 해!”


콘솔 뒤에 엎드린 토비가 사색이 된 얼굴로 울부짖었다. 어깨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방울이 무중력에 가까운 브릿지 공간에 둥둥 떠다녔다. 요셉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우의 마비된 왼팔을 절망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동조율이 부족합니다, 함장님.”


아테나의 홀로그램이 전면에 차갑게 명멸했다.


“현재의 동조 단계인 ‘센서망 연동(10%)’만으로는 이 거대한 선체의 보조 추진기들을 정밀 제어할 수 없습니다. 추진 제어 권한을 획득하려면 동조율을 최소 15%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함장님의 뇌파 상태에서 추가 동조를 감행할 경우, 자아 붕괴 및 완전한 전신 마비의 위험이—”


“시끄러워!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해야지!”


한우가 이빨을 악물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기계 직관’이 폭주하듯 돌아갔다. 1.8% 남은 보조 연료를 비대칭으로 미세하게 분사해 중력망의 중심점을 우회하는 경로. 오른손 하나와 오직 뇌파의 강제 연산만으로 그 궤적을 그려내야 했다.


그가 뉴럴 헬름의 동조 자극 트리거를 오른손 손가락으로 억지로 눌렀다. 뇌 깊숙한 곳으로 은빛 미세 침들이 사정없이 파고들며 척수를 타고 고압 전류가 흘렀다.


“아아아아악!”


뇌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 속에서 한우의 목덜미를 타고 푸른색 반물질 흉터가 번개 모양으로 흘러내렸다. 그 가혹한 등가교환의 대가로, 그의 머릿속에서 어린 시절 본가 저택의 따뜻했던 화로 옆에서 누군가와 함께 웃었던 기억 한 조각이 연기처럼 지워져 소멸했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공허함이 가슴을 후벼팠지만, 그 슬픔을 인지하기도 전에 함선의 추진 계통 제어권이 그의 뇌신경망 속으로 강제로 연동되었다.


[보고: 아스트라에아 동조율 15% 돌파. ‘추진 제어’ 권한 획득.]


“하지만 조타 장치가 미완성입니다. 함장님의 마비된 신체로는 이 정도의 중력 가속도를 물리적으로 제어할 조타 연산력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아테나의 경고는 사실이었다. 추진 장치들은 그의 뇌파에 반응하기 시작했으나, 왼손을 쓸 수 없는 한우로서는 물리적인 조종간의 세밀한 기동 압력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조종간이 격렬하게 떨리며 그의 오른손 손목을 꺾어놓을 듯 요동쳤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쿵! 쿵!


브릿지 하부의 비상 해치 방향에서 육중한 군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셉과 토비가 경계하며 고개를 돌리는 찰나, 해치가 거칠게 열리며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에 거친 흉터와 기이한 문신이 가득한 사내. 붉은 안대로 한쪽 눈을 가리고, 거친 가죽 옷과 쇠사슬 장식을 걸친 사내가 브릿지 중앙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양손에는 우주선 조종간 전용 미끄럼 방지 전술 장갑이 빳빳하게 쥐어져 있었다.


“이 애송이가 함장인가? 조타 장치가 다 죽어가는 고대 유령선을 몰고 잘도 대기권을 뚫었군.”


사내가 거칠고 호쾌한 목소리로 웃으며 조종석 옆으로 다가왔다.


“너는…… 발칸?”


요셉이 눈을 부릅떴다.


“남작의 광산에서 노예로 죽어가던 해적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냐!”


“지상에서 바르도 녀석이 폭동을 일으켰을 때 간수들 목을 꺾고 탈출했지. 이 배의 이륙 진동을 느끼고 하부 화물창에 숨어들었는데, 우주에 올라오자마자 남작 놈의 블랙 팽이 턱밑까지 들이닥칠 줄이야.”


발칸은 한쪽 눈을 번뜩이며 한우의 마비된 왼팔과 피가 흐르는 태양혈 포트를 응시했다. 그의 시선이 한우의 오른손이 쥔 조종간과 뇌파 연결선으로 향했다.


“함장, 왼손이 완전히 맛이 갔군. 조종간을 제대로 쥐지도 못하면서 뇌파로 엔진만 쥐어짜면 선체가 찢어진다. 비켜봐, 조타는 내가 잡는다.”


“너를 어떻게 믿지?”


한우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발칸은 코웃음을 치며 수동 조종석의 보조 조타 장치 레버를 움켜쥐었다.


“믿지 마라. 하지만 저 푸른 그물망에 걸리는 순간, 우리 모두 남작의 광산에서 평생 노예로 썩다가 해체될 거다. 나는 그 꼴은 죽어도 못 본다. 내가 키를 잡을 테니, 네 그 잘난 양자 인지인지 뭔지로 회피 경로를 내 뇌에 직접 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블랙 팽이 발사한 중력 그물망 탄두들이 사방에서 인력장을 전개하며 아스트라에아의 선체를 조여오고 있었다. 푸른색 중력의 사슬이 함선의 외벽 장갑을 옭아매기 위해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찰나였다.


“좋다, 발칸. 조타를 넘긴다.”


한우는 오른손의 접지 포트를 콘솔의 동조 링크에 깊숙이 밀어 넣으며 뇌파의 주파수를 발칸의 보조 콘솔로 바이패스했다.


우웅—!


발칸의 전술 장갑을 통해 아스트라에아의 생체 유기 신경망이 연결되었다. 발칸의 한쪽 눈이 경외감으로 확장되었다.


“이거 미쳤군…… 함선의 관성 제어 장치가 내 손가락 끝에 직접 와닿는 느낌이야!”


“잡담할 시간 없다. 경로 전송한다!”


한우는 동조율 15%의 연산력을 극한으로 쥐어짜 블랙 팽이 전개한 중력 그물망의 인력 곡률을 역연산했다. 그의 뇌 속 3D 홀로그램 지도 위에 푸른 그물망의 인력이 서로 상쇄되는 아주 미세한 물리적 틈새가 주황색 선으로 그려졌고, 그 데이터가 발칸의 뇌신경으로 직접 전송되었다.


“보조 추진 연료 1.8%뿐이다.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어.”


“연료가 1.8%나 남았다고? 해적선에선 0.5%만 남겨두고도 성계를 이탈했다! 간다, 함장!”


발칸이 호쾌하게 소리치며 조종간을 좌측으로 극한까지 꺾는 동시에, 비상 엔진 과부하 밸브를 수동으로 개방했다.


파지직! 콰아아앙!


아스트라에아의 좌현 보조 스러스터가 남은 액화 수소 연료를 폭발적으로 연소하며 백색 가스를 뿜어냈다. 선체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중력망의 인력권 경계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경고: 선체 우측에 가해지는 중력 인력 수치 급증. 장갑 프레임 비틀림 발생.]


우현 장갑판이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관성 마찰력이 브릿지 내부의 크루들을 덮쳤다. 하지만 발칸의 손은 조종간 위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그는 한우가 송신해 준 중력 상쇄 좌표를 정확히 밟으며 나아갔다.


“지금이다, 함장! 뒤편을 잡는다! 보조 엔진 과부하 급회전, ‘피봇 스핀(Pivot Spin)’ 가동!”


발칸이 오른발로 비상 제동 스위치를 밟는 동시에 우현 스러스터를 역분사했다.


콰르르릉—!


관성의 법칙을 완벽히 무시한 변칙 기동이었다. 맹렬한 속도로 전진하던 거대한 아스트라에아가 전방에 푸른 역분사 불꽃을 품으며 우뚝 멈춰 서는 듯하더니,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빙글 돌며 동체를 180도 급반전시켰다.


슈우우웅! 콰앙!


아스트라에아를 포획하려던 푸른색 중력 그물망이 뒤틀린 동체의 궤적을 비껴가며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추격해 오던 남작의 사설 전투선 두 대가 아스트라에아의 관성을 무시한 급제동에 대처하지 못하고 서로 정면충돌했다.


거대한 불꽃이 우주 공간에서 소리 없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고철 파편을 흩뿌렸다.


“하하하! 봤느냐, 이 제국의 똥개들아!”


발칸이 가죽 옷을 펄럭이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감격할 시간은 없었다. 기함 블랙 팽이 포위망을 좁히며 주포의 타키온 포탄을 장전하고 있었다. 주포 제어 시스템이 여전히 잠겨 있는 아스트라에아로서는 정면 승부가 불가능했다.


“발칸! 전방 11시 방향, 소행성 지대로 들어간다!”


한우가 소리쳤다. 관측창 너머로 무수한 암석과 고철 쓰레기 파편들이 소용돌이치는 ‘타르타로스 잔해 고리’의 좁은 틈새들이 보였다.


“미쳤군, 저 좁은 틈으로 이 거함을 밀어 넣겠다고? 마음에 든다!”


발칸은 비대칭 스러스터 분사를 유지하며 아스트라에아의 선체를 잔해 고리의 좁은 균열 사이로 미끄러지듯 밀어 넣었다. 거대한 암석들이 선체 측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블랙 팽의 장거리 포격들이 소행성들에 부딪혀 사방에서 무의미한 폭발을 일으켰다.


간발의 차이로 사설 함대의 1차 포위망을 돌파하는 순간이었다. 토비와 요셉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려 했다.


웅—!


하지만 아스트라에아의 양자 센서망에 기이할 정도로 정교하고 빠른 고속 열원이 포착되었다.


잔해 고리의 어둠을 찢으며 나타난 것은 붉은색 외피에 날렵한 유선형 날개를 가진 고속 정찰기였다. 남작이 고용한 귀족가 출신의 천재 파일럿, 카밀라가 모는 ‘실프(Sylph)’였다.


실프는 소행성들의 불규칙한 흐름을 비웃듯 우아하고 날카로운 궤적으로 장애물들을 피해 가며 아스트라에아의 취약한 후미 엔진실을 정확히 조준했다.


피이이잉—!


실프의 하부에서 발사된 고정밀 광학 저격 탄두가 소행성 사이를 관통하여 아스트라에아의 우측 보조 추진기를 향해 똑바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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