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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롭스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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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이익—!


태양혈 양자 포트에서 역류한 푸른빛의 스파크가 강한우의 망막을 피빛으로 물들였다. 뇌신경을 타고 사정없이 흘러드는 거대하고 정체불명의 고주파 파동. 그것은 아스트라에아의 생체 컴퓨터 깊은 곳, 잠들어 있던 고대 선구자의 유기 회로망이 그의 정신을 향해 뻗어온 차가운 사슬이었다.


“으아아아악!”


한우는 머리를 감싸 쥐며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뉴럴 헬름의 미세 침들이 척추를 뚫고 뇌척수액을 직접 자극하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뒤틀었다. 동조율 15% 돌파의 대가로 이미 감각이 사라진 왼쪽 어깨와 팔은 제어할 수 없는 납덩이가 되어 시트 옆으로 툭 떨어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왼쪽 허벅지부터 비복근을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마비의 전조가 그의 다리를 무겁게 옭아맸다.


[경고: 함장의 뇌파 불안정. 양자 공명 노이즈 임계치 초과.]

[선내 산소 농도: 9.1%. 생명 유지 장치 가동 전력 부족.]


아테나의 차가운 경고음이 이명과 뒤섞여 귓전을 때렸다. 브릿지 내부의 온도는 이미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관측창에 낀 두꺼운 성에 너머로 카밀라의 정찰기 ‘실프’가 방출하는 타키온 격자망이 소행성 파편들 사이를 집요하게 훑는 모습이 보였다.


“함장! 이대로 숨만 죽이고 있다간 질식사하거나 저 정찰기 년의 포격에 가루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수석 조타수 발칸이 경직되어 가는 손으로 조종간을 쥔 채 이빨을 갈았다. 그의 거구조차 극심한 저체온증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단 하나뿐이었다. 성계 외곽의 삼엄한 봉쇄망 중 유일한 경계선 공백이자, 모든 양자 레이더와 스캐너가 무력화되는 금단의 지대.


‘사이클롭스 전자기 폭풍’.


“사이클롭스로…… 들어간다.”


한우가 입술을 깨물며 피 섞인 침을 뱉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미쳤군! 거긴 제국 근위대 정찰함조차 진입 즉시 시스템이 타버려 소멸하는 지옥이야! 동력 1%도 없는 이 유령선으로 거길 들어가겠다고?”


발칸이 소리쳤지만, 부함장 엘레나가 군청색 제복의 깃을 여미며 단호하게 한우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눈빛에는 제국 근위대 시절 겪었던 수많은 실전의 노련함이 서려 있었다.


“아니, 방법이 있습니다. 제국 황실 근위대의 비상 전술 프로토콜 중 하나인 ‘EMP 저항 임시 회로 구성법(EMP-Resistant Temporary Circuit Configuration)’입니다.”


엘레나는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양자 검 ‘에스텔’을 비껴 차며 브릿지 하부의 배전반을 가리켰다.


“사이클롭스의 초고주파 전자기 간섭은 함선의 첨단 양자 광섬유 회로를 타고 들어가 메인 연산 코어를 태워버립니다. 그렇다면 아스트라에아의 주요 전력 배선망을 물리적으로 단선시키고, 전자기 간섭에 무관한 구식 구리 도선과 수동 나이프 스위치로 우회 회로를 구성해야 합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전류 흐름은 폭풍의 EMP로도 마비시킬 수 없습니다.”


“구식 구리 도선이라니? 이 생체 군함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발칸의 질문에 한우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작업 벨트에 채워진 방전된 옴니-렌치를 만지며 대답했다.


“하부 기계실 예비 부품 도크에 있어. 타르타로스 야적장에서 수집한 제국 구식 군함의 구리 버스바(Busbar)들…… 토비, 기계실로 가서 장과 함께 수동 우회 스위치를 올려라. 왼손은 쓸 수 없으니 내가 뇌파로 직접 보조 전력의 흐름을 조율하마.”


“알았어, 형! 조금만 참아!”


토비가 아픈 어깨를 움켜쥐고 기계실로 달려갔다. 한우는 뉴럴 헬름을 통해 뇌파의 대역폭을 극소화했다. 아테나 AI의 연산 자원을 오직 보조 스러스터의 수동 반응성에만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다. 머릿속에서 시각적 정보가 사라지고, 오직 차가운 전자기의 흐름만이 양자 인지 2성의 감각을 통해 3차원 격자로 그려졌다.


쿵—!


아스트라에아가 사이클롭스 전자기 폭풍의 바깥 고리에 진입하는 순간, 선체가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보라색과 푸른색의 거대한 플라즈마 번개들이 관측창 너머에서 촉수처럼 날뛰며 선체를 때렸다. 강력한 EMP 충격이 함선을 덮치자 메인 실드가 순식간에 마비되며 스파크가 브릿지 콘솔 위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실드 발생기가 과열되고 있습니다! 시스템 역류 발생!”


아테나의 비명이 뇌파를 타고 흐르는 순간, 한우는 실드를 강제로 차단했다. 실드를 과부하 가동해 폭풍을 버티려 했던 1차 시도는 실드 발전기가 폭발하기 직전의 임계 온도에 도달하며 처참히 실패했다. 선체의 전면 광학 렌즈의 30%가 영구 파손되며 외부 관측 시야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수동 스위치 가동! 구리 회로 연결 완료!”


기계실에서 토비의 무선이 들려온 것과 동시에, 한우는 자신의 태양혈 포트를 통해 미세한 생체 전류를 우회 전선망으로 흘려보냈다. 타들어 가는 뇌신경의 아픔을 호흡법으로 억누르며, 그는 인공 중력 장치를 수동 제어로 전환했다.


“발칸, 지금이다! 관성 비행 궤적을 유지해!”


“으랴아아아! 이 손맛이지!”


발칸이 거구의 몸을 조종간에 밀착시키며 소리쳤다. 모든 자동 항법 장치가 먹통이 된 암흑 속에서, 아스트라에아는 오직 발칸의 야생적인 중력 감응 기법과 한우의 양자 인지 능력에 의존해 비행했다. 한우의 머릿속 3D 스크린에 폭풍 속에서 무작위로 흔들리는 소행성 파편들과 거대 암석들의 질량이 노란색 중력 흐름선으로 그려졌다.


“우현 15도, 거대 암석 접근! 스러스터 미세 분사!”


“치익—!”


보조 스러스터가 푸른 불꽃을 뿜으며 관성을 깨뜨렸다. 아스트라에아는 거대 소행성의 표면을 단 몇 센티미터 차이로 스쳐 지나가며 나선형으로 회전했다. 중력 벡터 계산 정밀화 기법이 폭풍 속 물리적 파멸의 틈새를 정교하게 쪼개어 항로를 개척해 나갔다.


선체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엘레나는 흔들림 없이 한우의 조종석 옆을 지켰다. 그의 태양혈에서 흐르는 피를 군청색 소매로 닦아내던 그녀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제국 근위대 백부장 시절, 실각당한 진짜 이유를 알고 싶습니까?”


한우는 오버클럭으로 인한 이명 속에서도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황실 지하 깊은 곳, 빛조차 닿지 않는 심연에 봉인된 고대 초인공지능 ‘데우스’의 존재를 보았습니다. 황제는 자신의 육체를 기계화하고 우주 전체의 영혼을 데이터화하려는 ‘오메가 프로토콜’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 추악한 진실을 엿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헤르만 대령은 내게 반역죄의 누명을 씌워 이 변방으로 유배 보냈지요.”


엘레나의 눈동자에 서린 서늘한 복수심이 푸른 스파크의 빛을 받아 번뜩였다.


“당신의 선친 강태성 총감 역시 그 음모의 핵심 무기 설계를 거부하다 처형당한 겁니다. 한우 씨, 우리는 같은 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 고백은 한우의 가슴속 깊은 곳에 존재하던 불확정성의 안개를 걷어내며, 복수의 대상을 황실 전체로 확장시키는 강력한 인과의 고리를 완성했다.


“돌파한다……!”


한우가 마지막 생체 전류를 엔진 밸브에 밀어 넣었다. 아스트라에아는 소행성들의 중력 인력을 징검다리 삼아 사이클롭스 폭풍의 가혹한 장벽을 무서운 속도로 관통했다. 마침내 전자기의 비명이 가라앉고, 선체를 때리던 플라즈마 불꽃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바깥 고리를 통과해 비교적 간섭이 적은 고요한 ‘폭풍의 눈’ 구역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브릿지 내부의 비상등이 주황색으로 돌아오며 함선의 양자 센서가 일시적으로 복구되었다.


“살았군…….”


발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종간에서 손을 떼려던 찰나였다.


삐이이이이—!


일시 복구된 레이더 스크린 위로, 수십 개의 붉은색 적대적 타키온 신호가 폭풍의 눈 내벽을 가득 메우며 일제히 점등하기 시작했다.


“함장! 레이더에 다중 락온 신호 감지! 이 신호 패턴은…… 크림슨 팽 해적단입니다!”


레오의 비명 같은 외침이 브릿지를 찢었다. 폭풍의 눈 한가운데, 거대한 우주 해적 함대가 아스트라에아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한 채 포신을 청백색으로 충전하며 매복해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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