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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 소굴의 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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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소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비틀렸다. 단전이 파괴되어 전신의 기혈이 마비되었음에도, 그의 눈빛에 서린 잔혹한 탐욕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제 목숨을 쥐고 흔드는 거구의 대장장이를 향해 조소하듯 핏물을 내뿜었다.


“쿨럭…… 으흐흐. 바보 같은 놈. 한극초를 구했다고 좋아할 것 없다. 내가 네놈이 오기 전, 이미 그 계집아이의 몸속에 우리 독문의 가장 치명적인 마비 약물인 빙정독액(氷晶毒液)을 주입해 두었으니까! 사흘이다. 사흘 안에 내 해독제가 없다면, 그 아이의 심장은 얼음 조각처럼 산산조각 나 깨져버릴 것이다!”


사마소의 비열한 음성이 음풍곡의 음산한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단우현의 안구가 순간적으로 붉게 물들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십수 년간 억눌러두었던 가혹한 처형인의 살기가 폭풍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오른손목에 가죽 끈으로 단단히 묶인 묵철 쇠망치가 주인의 살기에 반응하듯 웅웅거리며 미세하게 떨렸다. 당장이라도 이 간사한 약사의 목덜미를 베어 넘기고 머리뼈를 바스러뜨리고 싶었다. 참수대 위에서 수많은 대역죄인들의 목을 벨 때 느끼던 그 비정하고 차가운 흥분이 그의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솟구쳤다.


하지만 안방 문틈 너머에서 신음하던 여덟 살짜리 윤서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아이들 앞에서는 결코 피를 흘리지 않겠노라, 참수당한 충신 임회남의 무덤가에서 맹세했던 스스로의 계율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우현은 핏빛으로 타오르던 안광을 억누르며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말을 잃어버린 벙어리였기에, 분노조차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이빨을 악물 뿐이었다. 쩍쩍 갈라지는 아귀힘에 쇠망치의 자루가 비명을 질렀다.


“흐흐흐…… 분하냐? 분하겠지! 하지만 나를 죽인다면 그 아이도 함께 지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사마소는 우현이 불살의 제약에 묶여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동결된 전신을 억지로 비틀며, 가슴팍 옷자락 속에 숨겨둔 마지막 기기관문의 끈을 입으로 물어당겼다.


틱.


가느다란 기계음과 함께, 음풍곡 가장 깊은 늪지대인 ‘독사 소굴’의 바닥이 거칠게 뒤틀렸다.


스스스스스!


소름 끼치는 마찰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썩은 흙바닥과 이끼 낀 바위 틈새에서 푸르스름한 안개를 뚫고 수천 마리의 붉은 사독 뱀들과 쇳독을 품은 쇳독 뱀들이 사방에서 기어 나왔다. 그것들은 사마소가 평생을 바쳐 양식해 온 독사 소굴의 최종 병기들이었다. 뱀들의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무수한 별처럼 번뜩였다.


쉭! 쉭!


사방에서 날아드는 독사들의 맹렬한 공세가 시작되었다. 우현은 품속 비단 주머니에 넣은 한극초(寒極草)를 왼손으로 소중히 움켜쥐었다. 아이를 살릴 유일한 영약이 뱀들의 사독에 오염되거나 훼손되어서는 안 되었다. 우현은 한극초를 제 가슴팍 깊숙이 밀어 넣고 가죽 앞치마로 단단히 덮었다.


그와 동시에 수십 마리의 독사들이 그의 발목과 허벅지를 향해 쇄도했다.


우현은 내공을 쓰지 않고 오직 순수한 육체 제어술인 무진강체공(無盡剛體功)의 힘만으로 버텼다. 전신의 가죽과 근육을 순간적으로 수축시켜 무쇠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독사들의 날카로운 이빨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찢고 피부에 닿았으나, 깡깡! 하는 기이한 쇳소리만 낼 뿐 단단한 강체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러나 뱀들의 수는 끝이 없었다. 수천 마리의 뱀들이 거대한 붉은 해일처럼 우현의 거구를 덮쳐왔다. 그들이 내뿜는 끈적한 사독의 기운과 음풍곡의 뼛속까지 시려오는 차가운 안개가 뒤섞여 계곡 전체의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그 순간, 우현의 체내에 잠재되어 있던 고질적인 한독(寒毒)이 가혹한 냉기와 사독의 침투에 반응하여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크으윽……!’


우현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얼음 송곳이 심장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일어났다. 단전에 단단히 박혀 있던 금기 심법 ‘천근봉’의 봉인이 흔들리며, 억눌려 있던 차가운 기운이 역류했다. 그의 하얗게 질린 입술 사이로 서리 같은 입김이 뿜어져 나왔고, 오른쪽 뺨의 깊은 도상 흉터가 퍼렇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의 피부 위로 푸르스름한 서리가 끼었다. 혈관 속의 피가 얼어붙으며 쩍쩍 갈라지는 물리적인 통증이 전신을 엄습했다. 양다리의 관절이 마비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쇠망치를 쥔 오른손의 아귀힘마저 스르륵 풀려나갔다.


수천 마리의 독사들이 무방비 상태가 된 우현의 거구를 타고 올라와 그의 장포와 가죽 앞치마를 물고 뜯기 시작했다. 비록 강체공 덕분에 이빨은 튕겨 나갔으나, 뱀들의 몸뚱이에서 뿜어지는 치명적인 쇳독과 사독이 살갗의 미세한 땀구멍을 통해 체내로 침투했다. 외독과 내독이 결합하자 한독의 폭주가 극에 달했다. 우현은 묵철 쇠망치를 지팡이 삼아 대지에 겨우 지탱한 채, 무릎을 꿇고 검붉은 피를 바닥에 토해냈다. 피가 차가운 진흙 바닥에 닿자마자 푸른 얼음 조각으로 변하며 서서히 굳어갔.


시야가 붉고 검게 흐려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죽음의 정적이 그의 영혼을 좀먹어 들어왔다.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윤서가 기다리고 있다. 내가 죽으면 그 아이들의 목숨은…….’


자괴감과 절망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평생 충신들의 목을 베어 온 죄인이 감히 속죄를 꿈꾸었기에 하늘이 내리는 벌인가 싶었다. 사마소는 마비된 얼굴로 광소를 터뜨리며 그의 파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절체절명의 혼돈 속에서, 우현의 머릿속에 맑고 온화한 목소리 하나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시주, 마음속의 피비린내는 스스로를 찌르는 칼날이 될 뿐입니다. 숨을 비우고,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십시오. 살기가 걷히면, 비로소 사람을 살리는 참된 보법이 보일 것입니다.’


과거 대장간에 들러 물 한 잔을 마시고 조용히 정심주(靜心呪) 호흡법을 건네주었던 불가 탁발승, 지관 스님의 맑은 눈빛이 뇌리를 스쳤다.


우현은 요동치던 눈동자를 지그시 감았다. 그는 폭주하는 한독과 살기에 맞서 싸우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지관 스님이 전수해 준 정심주의 묵직한 호흡을 시작했다.


후우우우…….


그가 차가운 숨을 길게 내뱉자, 마음을 지배하던 검붉은 살인마의 살기가 투명하게 정화되며 가라앉았다. 들끓던 진기가 가라앉자, 역류하던 한독의 냉기가 갈 길을 잃고 단전 주변으로 부드럽게 모여들었다. 우현은 그 차가운 기운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심주의 불가 기운으로 냉기를 감싸 안아, 자신의 오른손목에 연결된 묵철 쇠망치 끝으로 강제로 흘려보냈다.


체내의 가혹한 한독을 무기 외부로 역류시켜 방출하는, 생명을 건 최후의 도박이었다.


우현이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살인마의 핏빛이 아니었다. 소림의 정종 기운이 깃든 투명하고 맑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는 대지에 박혀 있던 묵철 쇠망치를 오른손아귀 힘으로 움켜쥐었다. 내공의 흐름이 망치 머리로 집중되자, 쇠망치의 검은 표면 위로 푸르스름한 서리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


말 한마디 없는 벙어리의 침묵 속에서, 우현은 쇠망치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가 대지를 향해 전력으로 내리쳤다.


쿠우우우우웅!


음풍곡 전체가 뒤흔들리는 가공할 폭음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 진동은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망치 끝이 대지에 닿는 찰나, 우현의 체내에서 역류한 가혹한 한독의 냉기가 한독빙화(寒極冰華)의 기적으로 폭발했다. 망치 머리를 중심으로 푸른 서리꽃 모양의 가공할 냉기 폭풍이 사방 백 보를 향해 맹렬하게 뻗어 나갔다.


콰과과과극!


대지를 뒤덮고 있던 수천 마리의 독사들이 푸른 냉기 폭풍에 휩쓸리는 순간,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하얗게 얼어붙었다. 뱀들의 붉은 안광이 서리 속에 갇혀 차갑게 식어갔고, 축축하던 늪지대 전체가 순식간에 은빛의 거대한 얼음 빙판으로 뒤바뀌었다.


“아…… 아아……!”


바닥에 누워 있던 사마소 역시 냉기 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푸른 얼음이 순식간에 그의 무릎과 가슴, 그리고 목덜미까지 집어삼켰다. 사마소는 눈동자 가득 극도의 경악과 공포를 담은 채, 온몸이 하얗게 얼어붙어 완벽한 얼음 조각상으로 변해버렸다.


음풍곡을 가득 채우고 있던 푸르스름한 독안개마저 얼어붙어 하얀 눈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계곡 전체가 기이할 정도로 고요하고 차가운 은빛의 무덤으로 변했다.


우현은 쇠망치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가혹한 한독빙화를 전개한 대가로 온몸의 경맥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그의 전신은 시체처럼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붉은 서리 기운을 품은 채 더욱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얼어붙은 사마소의 조각상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묵철 쇠망치 자루 끝으로 사마소의 얼어붙은 가슴팍을 가볍게 툭 쳤다.


바스스스.


얼음 조각상이 깨져내리며 사마소의 품속에서 작은 청동 병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병 표면에는 독문의 문양과 함께 ‘빙정(氷晶)’이라는 글귀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윤서의 목숨을 구할 진짜 해독 약물이었다.


우현은 굳어가는 손가락으로 청동 병을 소중히 주워 품속 한극초 옆에 밀어 넣었다. 드디어 아이를 살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우현은 묵철 쇠망치를 어깨에 짊어지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쓸쓸히 얼어붙은 음풍곡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이 디딜 때마다 서리 낀 눈밭 위로 검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차갑게 얼어붙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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