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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굴의 숨 막히는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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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이 남긴 비명은 협곡의 차가운 눈바람 속으로 허망하게 흩어졌다. 부러진 검날의 파편들이 눈밭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가운데, 단우현은 쓰러진 사파 단원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던 투박한 손을 천천히 놓았다. 털썩 하며 힘없이 쓰러지는 단원의 품에서 피에 젖은 벽사목 팽이를 회수한 우현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가라앉아 있었다. 조필의 자백은 가혹했다. 막내 윤서가 갇힌 곳은 흑석산 중턱에 굳게 폐쇄된 금지 구역, ‘흑석굴(黑石窟)’이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비열한 책사 귀삼이 단우현을 유인하기 위해 굴 내부에 유독한 석탄 가스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우현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현은 묵묵히 묵철 쇠망치를 손목의 가죽 끈에 다시 한번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흑석산의 거친 바위벽을 타고 흑석굴의 입구를 향해 폭풍처럼 내달렸다. 내력이 봉인된 거구는 오직 순수한 외공인 무진강체공(無盡剛體功)의 힘만으로 대지를 딛고 도약했다. 디디는 바위마다 깊은 균열이 가며 눈더미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어났으나, 우현은 단 한 순간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 가스를 마시며 울부짖고 있을 여덟 살짜리 막내딸의 얼굴만이 가득했다.


마침내 도달한 흑석굴의 입구는 두꺼운 철창과 거대한 화강암 바위로 굳게 폐쇄되어 있었다. 과거 가스 폭발 사고로 수많은 광부들이 산 채로 매장당한 비극의 현장답게, 입구 주변에는 음산하고 매캐한 기운이 자욱하게 감돌고 있었다. 철창 사이의 좁은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공기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탁했고, 썩은 이끼와 유황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 우현은 망설임 없이 철창 앞으로 걸어 나갔다.


키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어깨 근육이 가죽 앞치마 아래서 터질 듯 팽창했다. 우현은 양손으로 두꺼운 흑철 철창살을 움켜쥐었다. 내력을 쓰지 않는 순수한 아귀힘만으로 쇠를 찢어발기겠다는 무모한 시도였다. 무진강체공의 극의가 전신에 전개되며, 그의 피부 위로 묵직한 무쇠의 어두운 광채가 서렸다.


끼이이익! 쾅!


소름 끼치는 금속 마찰음과 함께, 수십 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흑철 창살이 우현의 무시무시한 완력에 의해 바깥쪽으로 기이하게 구부러지며 찢겨 나갔다. 틈새가 벌어지자마자 우현은 거구를 들이밀어 흑석굴 내부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동굴 내부는 빛 한 점 없는 절대적인 암흑이었다. 폭발 위험이 있는 유독가스 때문에 횃불을 켤 수도 없었고, 내력이 봉인된 우현에게는 야시(夜視)의 안광을 부릴 여유도 없었다. 우현은 오직 피부에 닿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과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지형의 고저 차에 의지해 어둠 속을 걸어 내려갔다.


습하고 차가운 냉기가 전신을 감싸 안았다. 동굴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한 가스 안개가 우현의 호흡기를 사정없이 침투해 들어왔다. 석탄재와 유독 가스가 기도를 태우는 듯한 가혹한 통증이 일어났다. 우현은 전신의 기혈을 강제로 수축시켜 호흡을 극도로 제어했다. 모공을 닫고 폐로 들어오는 가스를 차단하는 무진강체공의 신체 제어술이었다. 그의 거구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거대한 철상(鐵像)처럼 어둠 속을 헤쳐나갔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굴 내부 깊숙이 내려갈수록 시작되었다.


뼛속을 파고드는 가혹한 서리가 척추를 타고 흘러들어 단전에 굳건히 묶여 있던 한독(寒毒)의 냉기를 자극했다. 과거 처형인 시절 마셨던 수많은 원혼들의 원망과 극독이 얽혀 만들어진 고질적인 내상이었다. 동굴의 습한 냉기가 도화선이 되어, 단전 깊은 곳에서 얼어붙어 있던 서리꽃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크윽……!’


우현은 가슴을 움켜쥐며 바위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전신의 피부가 눈부시게 창백해지며 입술이 푸르게 변해갔고,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차가운 서리가 뿜어져 나왔다. 손가락 끝의 감각이 마비되며 쇠망치를 쥔 오른손의 아귀힘이 스르륵 풀려나갔다. 굳어가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기 위해 단전의 천근봉 봉인을 흔들며 미약한 진기를 끌어올리려 한 찰나, 가혹한 역류가 일어났다.


쿨럭!


우현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독혈이 눈밭 같은 동굴 바닥 위로 뿜어져 나왔다. 독혈은 바닥에 닿자마자 찌르르 소리를 내며 차갑게 얼어붙었다. 내력을 무리하게 운용하려 한 대가였다. 전신의 경맥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우현은 머리를 바위벽에 짓찧으며 괴로워했다. 사방에서 과거 자신이 목을 베었던 충신들과 대역죄인들의 원망 어린 환청이 귀를 찔렀다.


이성을 잃고 폭주하려는 살기와 한독 속에서, 우현은 지관 스님에게 배웠던 불가 비전의 ‘정심주 호흡법(靜心呪)’을 떠올렸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굳어가는 가슴 위에 두 손을 모았다. 나직하고 규칙적인 불가 염불의 호흡이 그의 폐부를 채우기 시작했다. 들끓던 검붉은 살기가 정심주의 맑고 평온한 기류에 의해 차분히 가라앉았고, 요동치던 한독의 냉기가 심맥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단전 주변에 억지로 묶어 봉인했다. 내력을 쓰지 못하는 완벽한 쇠약 상태가 되었으나, 심장의 온기만큼은 겨우 지켜낼 수 있었다.


우현은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묵철 쇠망치를 다시 굳게 쥐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시각이 차단된 어둠 속에서, 우현은 자신의 초감각 탐지술인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동굴 벽면을 타고 흐르는 미세한 물방울 소리, 거친 바람이 틈새를 스치는 풍음, 그리고 자신의 Ragged한 심장박동 소리 너머의 소리를 들으려 애썼다.


모든 소음이 마음속 장막 뒤로 사라진 찰나.


두근. 두근.


저 깊은 갱도 최하층, 두꺼운 철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심장박동 소리가 우현의 청각에 걸려들었다. 극도로 쇠약하고 떨리는, 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여덟 살 아이의 심장박동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주 미세한, 물기 어린 흐느낌.


“아저씨…… 우현 아저씨…… 추워요…….”


윤서의 목소리였다.


우현의 안구가 순간적으로 붉은 빛을 발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자식을 향한 처절한 부성애가 들끓어 오르며, 굳어 있던 전신의 근육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우현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고통을 무진강체의 정신력으로 무시한 채, 그는 윤서의 목소리가 들리는 갱도 끝자락을 향해 필사적으로 걸음을 옮겼.


푸른 석탄 가스 안개가 일렁이는 갱도의 모퉁이를 돌아서자, 저 멀리 갱도 최하층 비밀 감옥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길목에는 어둠을 밝히는 횃불의 주황빛 일렁임 너머로, 두 개의 검은 실루엣이 단단히 버티고 서 있었다. 곱추 같은 체구에 쥐새끼 같은 수염을 기른 사파의 책사 귀삼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흔들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핏빛 대도를 어깨에 멘 채 미친개 같은 눈빛을 번뜩이는 행동대장 광표가 서 있었다.


광표는 우현의 푸르게 질린 입술과 창백해진 안색을 보며 잔혹한 광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붉은 대도 ‘혈인도’를 치켜들며, 단우현의 무방비해진 목덜미를 정면으로 조준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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