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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그림자의 포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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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산(黑鐵山)의 겨울바람은 칼날보다 매서웠다. 거친 바위산의 틈새를 뚫고 불어오는 바람은 윙윙거리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닮아 있었고, 공기 중에는 탄광 특유의 텁텁한 석탄재와 쇠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협곡. 그 음산한 어둠 속으로 단우현의 거구(巨軀)가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우현의 오른손목에는 두꺼운 가죽 끈으로 단단히 묶인 투박한 ‘묵철 쇠망치’가 쥐여 있었다. 평소 대장간에서 풀무질용 대못을 박거나 벌건 쇳덩이를 두드릴 때 쓰던 무겁고 거친 도구였다. 전설의 참수도인 귀두도(鬼頭刀)는 대장간 마당에 남겨두고 왔다. 아이들의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살생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맹세, 그리고 참수 집행인이라는 잔혹한 과거의 낙인을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그의 마지막 이성이자 고집이었다.


‘윤서야.’


우현의 품안, 낡은 가죽 앞치마 안쪽 주머니에는 피에 젖은 벽사목 팽이가 들어 있었다. 여덟 살짜리 막내 윤서가 납치당하는 순간 아저씨가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떨어뜨렸던 유일한 흔적. 팽이에 얼룩진 붉은 핏방울을 떠올릴 때마다, 우현의 단전 깊은 곳에서 검붉은 살기가 용솟음쳤다. 기경팔맥을 스스로 봉인한 금기 심법 ‘천근봉(千斤封)’이 요동치며 전신에 지독한 한독(寒毒)의 통증을 유발했지만, 그는 어금니를 악물며 그 고통을 짓눌렀. 지금은 아플 시간조차 없었다.


서걱.


우현의 가죽 장화가 눈 덮인 자갈밭을 밟는 순간, 그의 예민한 감각 기관이 사방의 기류 변화를 감지했다. 양 귀의 청각 경맥에 고도로 기운을 집중시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 발동되었다. 윙윙거리는 칼바람 소리를 마음속 장막으로 걷어내자, 머리 위 깎아지른 바위 절벽 틈새에서 느껴지는 불규칙한 심장박동 소리와 가느다란 호흡음들이 선명하게 잡혔다.


단순한 광부들이 아니었다. 살기를 잔뜩 머금은 사파 무인들의 기척이었다.


“……지금이다! 쏘아라!”


협곡 위쪽에서 뱀처럼 날카롭고 비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사방(鐵沙방)의 삼호두, 조필(조필)이었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좌우 절벽 틈새에 매복해 있던 수십 명의 철사방 도객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놓았다.


쉬이이익! 슈우욱!


수십 발의 강철 화살이 핏빛 눈발을 뚫고 검은 장막처럼 우현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좁은 협곡의 외길에서 퇴로는 완벽히 차단되어 있었다. 보통의 일류 무인이라면 신법을 전개해 좌우 바위를 디디며 피했겠지만, 내공이 봉인된 우현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피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수록 윤서의 목숨은 국경 너머 노예 시장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뿐이었다.


우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묵직한 가죽 장화로 대지를 딛으며 전방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그는 왼손으로 숯검댕이가 가득 묻은 두꺼운 ‘낡은 가죽 앞치마’를 거칠게 끌어당겨 얼굴과 가슴의 급소를 가렸다. 동시에, 전신의 근육과 뼈의 밀도를 순간적으로 수축시켜 강철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외공 심법, ‘무진강체공(無盡剛體功)’을 운용했다. 그의 피부 위로 묵직한 무쇠의 어두운 광채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깡! 깡! 퍼억! 지지직!


소름 끼치는 물리적 타격음이 협곡을 뒤흔들었다.


우현의 가죽 앞치마 내부 안감에 덧대어진 얇은 강철판과, 무진강체공으로 무장한 그의 거구에 부딪힌 강철 화살깃들이 힘없이 부러지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살을 뚫어야 할 날카로운 화살촉들은 그의 단단한 피부에 닿는 순간, 마치 바위에 부딪힌 것처럼 찌그러지며 무력하게 눈밭 위로 굴러떨어졌다. 내력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강체(剛體)의 극의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방어력이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화살이 통하지 않는다!”


절벽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조필의 안광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채찍을 쥔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내려가서 베어라! 머릿수로 짓눌러버려!”


조필의 독촉에, 절벽 중턱에 매복해 있던 대여섯 명의 철사방 정예 도객들이 칼을 치켜들고 우현의 머리 위로 뛰어내렸다. 예리하게 벼려진 도검들이 푸르스름한 안개 속에서 살기 어린 궤적을 그리며 우현의 사지를 베어 오려 했다.


우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하강하는 도객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쫓았다.


‘살생은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사부 형천의 냉혹한 가르침과, 품속에 품은 임회남 대감과의 약속이 그의 무거운 망치 자루를 제어했다. 우현은 오른손목에 묶인 묵철 쇠망치를 원형으로 크게 휘둘렀다. 쇳소리를 내며 회전하는 망치의 궤적은 화려한 초식명 대신, 오직 인체의 역학적 틈새와 철의 결을 노리는 정교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병기감별안(兵器감별안)’이 찰나의 순간, 날아오는 도검들의 가장 취약한 중앙 부위(결)를 정확히 간파했다. 대장장이로서 수만 번의 담금질을 하며 터득한 철의 약점이었다.


콰아아앙!


우현의 묵철 쇠망치가 하강하는 도검 다섯 자루의 날을 정확히 맞받아쳤다.


‘병기분쇄(兵器粉碎)’.


쇠망치 머리가 닿는 찰나, 우현의 손목 스냅을 통해 묵직한 진동 경력인 ‘진천경(震天勁)’이 도검 내부로 침투했다.


콰드득! 쨍강! 쨍!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도검 다섯 자루가 동시에 굉음을 내며 사방으로 산산조각 나 비산했다. 눈부신 불꽃과 함께 부러진 쇠파편들이 눈밭 위로 사정없이 흩날렸다. 도검을 쥐고 있던 사파 단원들의 손바닥 가죽이 폭발적인 반동에 찢겨 나가며 핏물이 튀었다.


“크아악!”


“내, 내 칼이……!”


도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균열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무기를 잃고 허둥대는 그들의 틈새로, 우현의 거구가 바람처럼 파고들었다.


우현은 망치를 뒤로 돌려 쥐고, 무거운 쇠망치 자루의 끝부분(柄)으로 도객들의 명치와 무릎 관절을 가볍게 툭, 툭 쳐내렸다. 내력을 싣지 않은 가벼운 타격이었으나, 무진강체공의 순수한 완력이 실린 일격은 그들의 기혈을 완벽히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퍽! 퍽! 털썩!


도객들이 단 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실 끊어진 인형처럼 눈밭 위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피를 흘리는 살생 없이, 오직 적들의 무장만을 해제하고 완벽하게 무력화시킨 비살상의 제압이었다.


협곡의 바닥은 순식간에 쓰러진 단원들과 부러진 검날의 잔해들로 가득 찼다. 차가운 정적이 다시 한번 협곡을 메웠고, 오직 단우현의 거친 호흡 소리만이 낮게 울려 퍼졌다.


우현은 묵묵히 쇠망치를 고쳐 잡으며 절벽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뱀 같은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턱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삼호두 조필이 서 있었다. 조필은 자신의 정예 단원들이 단 한 합 만에 쓰러지고, 그들의 명검이 쇠망치 한 번에 고철 가루가 된 모습을 보고 전의를 완벽히 상실해 가고 있었다.


우현의 붉게 타오르는 안광이 조필의 심장을 꿰뚫듯 박혔다. 벙어리 대장장이의 투박한 실루엣 뒤로, 천 명의 목을 베었던 전설적인 처형인의 검은 그림자가 웅장하게 일어서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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