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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의 습격과 전속 집사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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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교 지하 대성전의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고 축축했다. 사방의 해골 석상들이 내뿜는 음습한 마기가 피부를 찔러왔고, 제단 중앙의 [영혼의 우물]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검붉은 소용돌이는 당장이라도 성전 전체를 삼켜버릴 듯 기괴한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허공에 묶인 채 영혼을 흡수당하고 있는 송순이 할머니와 시장 상인들의 창백한 얼굴이 임재희의 심안에 똑똑히 박혔다. 시간이 없었다. 상인들의 생명력이 시시각각 우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스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존재는 지상의 범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천벌교의 전투 총괄 제1장로 무진이 등 뒤에서 뽑아 든 거대한 흑마검, [혼혈마검]은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의 원혼을 머금은 채 검붉은 광채를 뿜어내며 기분 나쁜 맥동을 치고 있었다. 무진이 철가면 너머로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마검을 고쳐 쥐자, 성전 전체가 무너질 듯한 압도적인 살기가 대기를 얼려버렸다.


재희는 가슴의 저독 흉터가 욱신거리는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른손 끝은 이전 가위질의 반동으로 여전히 마비되어 저릿했고, 전신에는 지독한 영적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열반장의 은닉 결계를 수선할 놋쇠 실마저 완전히 고갈된 상황. 외부의 지원을 바랄 수도 없는 이 밀폐된 성전에서 그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서로뿐이었다.


"가소로운 쥐새끼들. 천계에서 쫓겨나 지상의 비천한 범인에게 빌붙어 목숨을 구걸하는 처지가 되었군." 무진의 쇳소리 섞인 음성이 성전에 차갑게 울려 퍼졌다. "그 사악하고 미천한 영혼들을 내 마검의 제물로 바쳐주마."


"집사, 내 뒤로 물러서라!" 아테나가 붉은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양손에는 재희가 놋쇠 가위와 실로 정성껏 보강해 준 분홍색 설거지용 수선 고무장갑이 단단히 끼워져 있었다. 아침에 먹은 특제 흑돼지 주물럭 덕분에 일시적으로 충전된 D급 반신의 무력이 그녀의 전신맥을 타고 폭풍처럼 끓어올랐다.


아테나는 회수한 [아테나의 부러진 청동 방패 조각]을 높이 들어 올렸다. 청동빛 투기가 그녀의 전신을 감싸 안으며 굳건한 방어 장막을 형성했다. "감히 누구 앞을 가로막는 것이냐! 지옥의 사냥개만도 못한 놈이!"


무진은 대답 대신 혼혈마검을 비스듬히 내리쳤다. 검신을 감싸고 있던 검붉은 원혼의 살기가 거대한 참격의 궤적이 되어 아테나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콰아아앙—!


귀를 찢는 듯한 충격음과 함께 청동빛 장막과 검붉은 참격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아테나가 디디고 선 성전 바닥의 석판들이 쩍쩍 갈라지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아테나는 이빨을 악물고 방패 조각을 쥔 손에 힘을 주었으나, 혼혈마검이 방출하는 영혼 흡수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안개가 아테나의 청동빛 투기를 빨아들이듯 급격히 갉아먹기 시작했다.


"으윽……!" 아테나의 신형이 미세하게 뒤로 밀렸다. 수선 고무장갑이 완력을 지탱하며 버텨주었지만, 마검의 부식성 검기는 방패 조각의 표면을 사정없이 갉아먹었다. 그리고 마침내, 방패 중앙의 금이 간 틈새에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렸다.


쩌적! 쩍!


방패 조각에 선명한 균열이 퍼져나갔다. 아테나의 일시적인 D급 투기 충전력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무릎이 꺾이기 일보 직전인 아테나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무진은 아테나가 필사적으로 버티는 이유가 등 뒤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함임을 간파했다. 그의 철가면 너머 붉은 안광이 비열하게 번뜩였다.


"과연 동료를 지키겠다는 나약한 정서가 너를 옭아매는구나. 그렇다면 이쪽은 어떠냐?"


무진이 사악하게 웃으며 마검의 궤적을 억지로 비틀었다. 검붉은 원혼의 참격이 아테나의 방패를 우회하여, 뒤편에 쓰러져 무방비 상태로 숨을 헐떡이던 미네르바와 프레이야를 향해 사정없이 짓쳐 들어갔다.


"안 돼……!" 아테나가 몸을 던지려 했으나, 투기가 급격히 고갈되어 다리가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절망적인 비명이 성전에 메아리쳤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재희의 '오만 수치 감지 심안'이 마검의 살기 궤적을 정밀하게 포착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재희는 아무런 신적 무력도, 마법 방어막도 없는 평범한 인간의 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오만한 여신들을 거두어 보살피는 전속 집사이자, 열반장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이었다. 식구를 버리고 홀로 살아남는 가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네르바 씨, 프레이야 씨!"


재희가 허공을 날아 두 여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푸우욱—!


둔탁하고도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성전을 가득 메웠다.


무진의 사악한 혼혈마검이 재희의 가슴 중앙을 그대로 관통했다. 검붉은 원혼의 독기가 재희의 심장을 찢어발기며 전신맥으로 무자비하게 퍼져나갔다. 차가운 쇠붙이가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감각과 함께, 영혼이 통째로 갉아먹히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가슴의 저독 흉터가 완전히 파괴되듯 타들어 가며 재희의 입가에서 검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이 흘렀다.


"주, 주인님……?" 미네르바의 옥빛 눈동자가 극도로 수축했다. 은빛 안경 너머로 재희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가 그녀의 뺨에 튀었다.


"재희……!" 프레이야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절망적인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재희의 신형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아테나는 굳어버린 채 멍하니 재희를 바라보았고, 어둠 속의 닉스마저 숨을 들이쉬며 절규했다.


무진은 마검을 쥔 채 사악하게 폭소했다. "어리석은 인간 놈. 신들을 지키겠다고 스스로 고기방패가 되다니. 네 영혼은 이 혼혈마검의 가장 맛있는 제물이 될 것이다."


재희의 시야가 급격히 흐려졌다. 심장이 관통당한 고통 속에서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재희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무진을 똑바로 노려보며 이빨을 악물었다.


"내 식구들에게…… 손대지 마라."


그 순간, 재희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마검의 검신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갑자기 무진의 마검이 뜨겁게 달궈진 철판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마검에 갇혀 비명을 지르던 수만 원혼들이 일제히 정화되는 소리였다.


"음……?! 이게 무슨……!" 무진이 경악하며 마검을 빼내려 했으나, 검신은 재희의 가슴에 박힌 채 굳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재희의 몸속에 흐르던 고대 조율자의 혈통—[정화의 피]가 치명상을 계기로 완전히 각성한 것이다.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가 마검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가며, 믿을 수 없는 순백의 은빛 정화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그 찬란한 은빛 광채는 대성전의 검붉은 어둠을 단숨에 몰아내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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