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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의 대가, 숲을 가르는 추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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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숲 외곽, 제국의 남부 수색대 임시 주둔지는 깊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횃불의 붉은 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가죽 군막 안쪽, 거친 지도가 펼쳐진 탁자 앞에 선 하급 기사단장 바르토는 탐욕으로 가득 찬 눈빛을 빛내며 지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거칠게 내리찍었다.


그 손가락 끝이 가리킨 곳은 안개의 숲 깊은 골짜기, 바로 윤태오의 오두막이 숨겨진 정확한 좌표였다.


“틀림없겠지, 카일?”


바르토가 곁에 선 창백한 안색의 젊은 약제사에게 물었다. 카일은 자수정 시험관을 흔들며 오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마을의 약초꾼 칠성 놈이 가져온 정보는 정교했습니다. 그 수수하고 가난한 약사 녀석이 최근 구입한 약재들의 양과 종류를 대조해 본 결과, 은빛 신수의 내상을 치료하기 위한 비전 처방이 확실합니다. 오두막의 위치는 숲의 결계가 왜곡되는 중심점, 바로 이곳입니다.”


바르토의 거친 숨소리가 군막 안을 채웠다. 드디어 제국 마탑과 황실이 그토록 갈망하던 은빛 신수 여왕의 목덜미를 움켜쥘 기회가 온 것이다. 당장이라도 정예 은빛 기사단을 이끌고 숲을 짓밟고 싶었지만, 곁에서 지켜보던 부단장 케인의 눈빛에 서린 묘한 야심을 눈치챈 바르토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공적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특히 눈엣가시 같은 케인에게는 단 한 조각의 영광도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케인 부단장. 그대는 기사단 본대를 이끌고 숲 외곽의 봉쇄선을 유지하라.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장벽을 세우는 거다. 오두막 수색은 내가 직접 이끄는 별동대가 진행하겠다.”


“……단장님 뜻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케인은 고개를 숙였으나, 그의 은빛 갑옷 아래로 차가운 조소가 스쳐 지나갔다. 바르토가 탐욕에 눈이 멀어 독자 행동을 취하려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르토 역시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군대를 움직이기 전, 제국 마탑의 생체 학자 헬만이 보낸 최정예 살수를 은밀히 먼저 기동시키기로 결심했다. 군대의 요란한 행진 소리에 신수가 눈치를 채고 지하 무덤으로 숨어버리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군막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검은 가죽 밀착 슈트를 입은 기괴한 형상이 소리 없이 솟아올랐다. 눈동자조차 붉은빛으로 번뜩이는 사내, 마탑 직속의 A급 살수 ‘섀도우 베일’이었다.


“섀도우 베일. 안개의 숲 깊은 곳으로 침투하라.”


바르토가 나직하게 명령했다.


“그 건방진 약사 놈의 목을 베고, 신수의 힘을 완전히 동결시켜 생포해 와라. 저항이 심하다면 약사 놈의 팔다리를 잘라서라도 신수의 위치를 불게 만들어라.”


섀도우 베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스르륵 녹아내리듯 사라졌을 뿐이었다. 살기를 완벽히 지운 채 안개의 숲을 가르는 소리 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오두막을 향해 초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안개의 숲 한가운데 위치한 태오의 오두막은 기묘할 정도로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벽난로에서는 참나무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따뜻한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고, 솥 안에서는 야생 버섯과 산토끼 고기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수프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오두막 천장과 벽면에 빽빽하게 걸린 푸른 늑대풀과 은빛 안개 버섯들의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공기 중에 가득 배어 있었다.


“태오 형, 이 약초들은 전부 건조대로 옮겨둘까요?”


주근깨 가득한 얼굴의 수습 약초꾼 소년 한스가 청동 절구를 품에 안은 채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물었다. 한스는 태오를 친형 이상으로 믿고 따르는 순박한 조수였다. 태오는 골절된 갈비뼈의 통증으로 인해 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따뜻하게 미소를 지었다.


“응, 한스. 바람이 잘 통하는 북쪽 건조대에 걸어두렴. 수분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약효가 반감되니까 정교하게 분류해야 해.”


“걱정 마세요! 형한테 배운 대로 오차 없이 해낼게요. 나중에 저도 형처럼 다친 생명들을 부작용 없이 치료하는 위대한 약사가 될 거예요!”


한스는 가슴을 펴며 자랑스럽게 대답한 뒤, 헐렁한 소매를 걷어붙이고 약초 바구니를 부지런히 나르기 시작했다. 태오는 그런 한스의 대견한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욱신거리는 자신의 오른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실비아의 첫 외출이었던 은빛 여울에서의 대치 상황. 사냥개들의 추적에 긴장한 실비아가 무의식중에 손톱을 세우는 바람에 태오의 오른손바닥에는 세 줄기의 깊은 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흰 붕대로 촘촘하게 감아두었지만, 손가락을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붉은 피가 가늘게 배어 나왔다.


“태오…….”


오두막 구석, 어두운 그늘에 앉아 있던 실비아가 나직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


그녀는 가죽 장인 마가렛이 제작해 준 검은색 마력 차단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의 깃을 끝까지 올리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덕분에 은빛 귀와 풍성한 꼬리는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지만, 후드 틈새로 드러난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태오를 향한 미안함과 애절함이 가득 차 있었다.


실비아는 슬그머니 다가와 태오의 부상당한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녀의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살결이 닿자 손바닥의 통증이 신기하게도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아직도 아파……? 나 때문에…… 내가 참지 못해서 다치게 했어.”


그녀의 은빛 꼬리가 코트 안쪽에서 죄책감으로 인해 아래로 축 처진 채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태오는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그녀의 코트 후드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실비아. 이 정도 상처는 약초 연고만 바르면 금방 아물어. 오히려 네가 은빛 여울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이성을 유지해 준 덕분에 우리 둘 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잖아.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정말……?”


“그럼. 내 목숨을 걸고 약속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그 사냥꾼들의 우리로 돌아가게 하지 않겠다고. 이 정도 상처는 그 약속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태오의 다정하고 단호한 눈빛에 실비아의 황금빛 눈동자가 영롱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태오의 손바닥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비비며 골골송을 부르듯 낮게 숨을 몰아쉬었다. 평생 학대와 증오 속에서만 살아왔던 신수 여왕의 영혼이, 평범한 인간 약사의 헌신적인 온기 앞에서 완전히 무장 해제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의 이면에서, 보이지 않는 어둠이 이미 오두막의 지붕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스스스.


오두막 천장의 낡은 나무 틈새로 미세한 먼지가 소리 없이 떨어졌다. 너무나도 미세하여 예민한 수인인 실비아조차 벽난로의 장작 타는 소리와 한스의 수다에 묻혀 감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두막 뒤편 비밀 약초밭과 천장 구석에 서식하던 태오의 충직한 파수꾼, 거대한 마수 ‘그물거미’는 달랐다.


그물거미는 천장 대들보 구석에서 여덟 개의 보랏빛 안광을 조용히 빛내며 대기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고 있었다. 오두막의 결계막이 기묘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숲의 안개와 위장막을 우회하여, 기척을 완전히 차단한 무언가가 지붕 위에 내려앉은 것이다.


툭.


그물거미가 천장에서 소리 없이 실을 뽑아내며 이상 진동이 느껴지는 대들보 중앙으로 기어 올라갔다. 어두운 대들보 틈새, 그림자 속에서 기괴한 가죽 슈트를 입은 사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그물거미의 눈에 포착되었다. 섀도우 베일이었다.


그는 마탑의 암영 살상 호흡법을 기동하여 심장박동과 체온, 심지어 마력의 흐름까지 완벽한 무(無)의 상태로 위장하고 있었다.


그물거미가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잭을 퇴격시킬 때 썼던 환각성 독실 그물을 섀도우 베일을 향해 소리 없이 뿜어냈다. 보랏빛의 끈적이는 거미줄이 암살자의 전신을 뒤덮으려던 찰나였다.


서걱.


어둠 속에서 반사광조차 흐려진 흑철 단검이 찰나의 궤적을 그렸다. 섀도우 베일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단검을 휘둘러 그물거미의 정화 거미줄을 단숨에 조각내 버렸다. 마탑의 특수 제련 기술로 만들어진 흑철 단검은 거미줄에 서린 미세한 마력 결계를 소리 없이 부식시키며 베어냈다.


치익!


그물거미가 부상을 입고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섀도우 베일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차가운 암영 마력이 거미의 등껍질을 직격했다. 그물거미는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얼어붙은 듯 바닥 구석으로 툭 떨어져 무력화되었다.


장작이 타오르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음도 나지 않은 완벽한 침묵의 기습이었다.


하지만 태오의 오두막은 그가 지은 치유의 성벽이었다.


태오가 한스가 끓여온 허브 차를 마시기 위해 낡은 나무 잔을 오른손으로 쥐려던 순간이었다. 다친 손가락의 통증 때문에 잔을 쥐는 속도가 미세하게 느려진 그 찰나, 태오의 시야 구석에서 기묘한 이질감이 감지되었다.


그의 눈동자가 갈색에서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으로 번뜩이며 본능적으로 ‘신수 감정안(Beast Eye)’이 기동했다.


태오의 시야가 순식간에 녹색의 정밀한 격자망으로 뒤덮였다. 실비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안정적인 상태창과 한스의 순박한 마력 파동을 지나, 천장의 어두운 대들보를 훑는 순간.


태오의 뇌리가 얼어붙는 듯한 충격과 함께, 시야 전체가 광기 어린 붉은색 경고등으로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위험! 극도의 살기 감지!]

[살기 수치: 99%]

[적대 개체: 섀도우 베일 (제국 마탑 직속 A급 살수)]

[현재 거리: 2.1미터 위 - 강하 중]


‘살수……?!’


태오의 동공이 극도로 축소되었다. 칠성의 배신이 불러온 파멸의 그림자가 이미 머리 위에 도달해 있었다. 생각할 시간은 단 0.1초도 없었다. 무력이 없는 약사였지만, 수많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내며 다져진 태오의 직관과 위기 대처 능력이 그의 몸을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한스! 실비아! 엎드려!”


태오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찻잔을 쥔 손을 뒤로 젖히고, 자신의 몸을 바닥을 향해 거칠게 던졌다.


콰아아아앙!


동시에 오두막의 단단한 참나무 천장이 폭발하듯 박살 나며 거대한 먼지 구름과 목재 파편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칠흑 같은 어둠의 형상이 천장을 뚫고 번개처럼 강하했다.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흑철 단검이 태오의 정수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태오가 찰나의 순간에 몸을 뒤로 젖히지 않았다면 머리가 관통당해 즉사했을 치명적인 궤적이었다.


서걱!


“윽……!”


피할 틈도 없이, 차가운 흑철의 칼날이 태오의 왼쪽 쇄골과 어깨 가죽을 깊숙이 찢어발겼다. 린넨 약사복이 붉게 물들며 뜨거운 선혈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어깨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과 함께 태오의 몸이 바닥으로 사정없이 굴렀.


“태오!”


실비아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순식간에 분노로 뒤덮이며 코트 안쪽에서 은빛 오라가 뿜어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섀도우 베일은 기계처럼 냉혹하고 빨랐다. 그는 첫 기습이 빗나갔음을 인지하자마자,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목을 비틀어 바닥에 쓰러진 태오의 심장을 향해 연속 찌르기 참격을 내리꽂았다.


쉬이익!


빛도 소리도 없는 죽음의 칼날이 태오의 가슴팍을 향해 짓쳐 들었다. 쇄골의 자상으로 인해 왼팔을 움직일 수 없고, 오른손마저 부상당한 태오는 좁은 오두막 바닥에서 독 안에 든 쥐처럼 살수의 최종 일격에 완벽하게 노출되고 말았다.


그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태오의 눈앞으로 다가오는 검은 칼날의 끝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정적 속에서, 태오는 자신의 품 안에서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실비아의 푸른 목걸이를 느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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