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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코트의 소녀, 첫 번째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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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의 어둠 속에서 칠성과 부단장 케인의 밀고 거래를 목격한 태오는 심장이 터질 듯한 폭주를 억누르며 안개의 숲으로 달렸다. 갈비뼈가 어긋나는 듯한 극통이 가슴을 짓눌렀고, 과도한 정화의 피 소모로 인해 시야가 수시로 흐려졌다. 하지만 지금 쓰러질 수는 없었다. 케인의 정예 추적조가 오두막을 덮치기 전에 어떻게든 실비아를 단속하고 방어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다행히 대장간을 떠나기 직전, 로건의 은밀한 도움으로 가죽 장인 마가렛의 작업실에 숨겨져 있던 ‘마력 차단 가죽 코트’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제국군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품에 안고 온 칠흑 같은 가죽 코트. 그것이 지금 실비아의 몸에 입혀져 있었다.


“어때, 실비아?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


태오는 오두막 뒤편, 안개의 숲 중간 구역에 위치한 ‘은빛 여울’의 바위에 앉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비아는 자신의 몸을 감싼 고대 바다뱀 가죽 재질의 코트를 신기한 듯 만져보고 있었다. 마가렛이 밤새도록 벼려낸 특제 안감이 덧대어진 코트는 그녀가 지닌 신수 여왕의 마력 파동을 단 한 톨도 외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코트의 깊은 후드 아래로 살짝 드러난 실비아의 얼굴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녀의 모습이었다. 머리 위로 쫑긋 솟아 있던 은빛 늑대 귀와 엉덩이 뒤에서 살랑이던 풍성한 꼬리는 코트 안쪽으로 완벽하게 감춰져 있었다. 이제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평범한 인간 소녀의 모습이었다.


“……따뜻해, 태오.”


실비아가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작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초반의 날 선 경계심이나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태오를 향한 깊은 신뢰와 맹목적인 애착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평생을 제국의 차가운 쇠사슬과 가혹한 채찍질 속에서 살아온 그녀였다. 인간이 자신에게 건네는 온기라고는 고문 도구의 열기뿐이었던 실비아에게, 태오가 선물한 이 부드럽고 따뜻한 가죽 코트는 단순한 의복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허락된 첫 번째 ‘자유’이자,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성벽과도 같았다.


태오는 가방을 열어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간식을 꺼냈다. 안개의 숲 깊은 곳에서 채집한 단맛이 도는 약초 열매를 꿀에 절여 말린 달콤한 간식이었다.


“이거 먹어봐. 몸 안의 기혈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실비아는 태오가 건넨 간식을 조심스럽게 받아 입에 넣었다. 달콤하고 따뜻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자, 그녀의 은빛 꼬리가 코트 안쪽에서 주체하지 못하고 세차게 흔들리는 것이 겉으로도 보였다. 인간의 음식을 먹으며 이토록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태오는 갈비뼈의 통증마저 잠시 잊은 채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 이런 맛은 처음이야.”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


여울의 물소리는 맑고 청아하게 흐르고 있었고, 사방을 둘러싼 정화 이끼들은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실비아의 잔여 열병을 부드럽게 식혀주고 있었다. 오두막 주변의 팽팽한 긴장감에서 벗어나 찾아온 짧은 평화.


실비아는 슬그머니 태오의 곁으로 다가앉더니, 머리를 그의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뉘었다.


“태오…… 내 곁에 평생 있어 줄 거지? 날 다시는 그 어두운 곳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애절하게 태오를 올려다보았다. 상처받은 신수 여왕이 오직 단 한 명의 인간에게 자신의 영혼을 온전히 의탁하는 순간이었다. 태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은발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나직하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그 사냥꾼들의 우리로 돌아가게 하지 않아.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진심 어린 속삭임에 실비아의 가슴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인간에 대한 마지막 증오의 파편이 녹아내렸다. 그녀는 태오의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그를 평생의 반려로 맞이하겠다는 영혼의 맹세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그러나 그 달콤한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스스슥.


여울 건너편, 짙은 안개 장막 너머의 수풀 속에서 이질적인 기척이 느껴졌다.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낮게 으르렁거리는 맹수의 기척이 여울의 맑은 공기를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태오의 신수 감정안이 본능적으로 기동했다. 시야가 녹색으로 물들며 건너편 수풀 속의 붉은 살기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보였다.


[살기 감지: 75%]

[적대 개체: 섀도우 하운드 3마리, 제국 조련사 크라우스]


‘벌써 여기까지 추적망이 뻗친 건가!’


태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칠성의 밀고를 받은 케인의 본대가 움직이기 전에, 사냥개 조련사 크라우스의 정찰조가 먼저 여울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검은 가죽 마스크를 쓰고 굵은 채찍을 쥔 음침한 사내, 크라우스였다. 그의 발밑에는 보랏빛 안광을 뿜어내며 침을 흘리는 거대한 마수 사냥개 ‘섀도우 하운드’ 세 마리가 사납게 콧김을 뿜고 있었다.


“킁, 킁…… 분명 이 근처에서 신수의 미세한 마력 냄새가 났다. 샅샅이 뒤져라!”


크라우스가 채찍을 매섭게 후려치며 하운드들에게 여울 주변의 냄새를 맡도록 지시했다. 하운드들이 코를 땅에 박고 태오와 실비아가 앉아 있는 바위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실비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분노로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가죽 코트 안쪽에서 은빛 오라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손끝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났다.


“인간 놈들…… 내가 전부 찢어 죽여버리겠어.”


그녀가 당장이라도 여울을 뛰어넘어 크라우스를 도륙하려 야수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마력을 방출하면 코트의 차단 결계가 과부하로 깨어질 뿐만 아니라, 숲 외곽에 대기 중인 바르토의 본대에게 위치를 광고하는 꼴이 된다.


“안 돼, 실비아! 참아야 해!”


태오는 반사적으로 실비아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순간적인 긴장으로 인해 실비아의 손톱이 돋아나 태오의 손바닥을 깊게 긁었다.


윽!


차가운 통증과 함께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태오는 손을 놓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붉게 물든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목소리에 자신의 맑은 정화 마력을 싣기 시작했다. 가문의 비전인 ‘영혼 공명 안정법’이었다.


“실비아, 내 목소리를 들어. 나를 봐. 괜찮아. 저들은 우리를 보지 못해. 그러니까 제발…… 이성을 잃지 마.”


태오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따뜻하고 부드러운 금빛 음파가 실비아의 귀를 감싸 안았다. 그 성스러운 파동이 그녀의 뇌파를 강제로 동조시키며 들끓던 야성과 분노를 빠르게 가라앉혔다. 실비아의 눈동자가 서서히 맑은 황금빛으로 돌아왔고, 돋아났던 발톱이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태오.”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태오의 품에 의지했다.


하지만 하운드들은 이미 여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물살이 흐르고 있어 직접적인 냄새 추적은 어려워 보였지만, 마수 특유의 예리한 감각으로 지맥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한 듯했다. 이대로라면 발각은 시간문제였다. 물리적인 무력이 없는 태오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약학적 기만뿐이었다.


태오는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약초 가방 깊숙한 곳에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환각 성분이 가득한 ‘은빛 안개 버섯’ 가루가 들어 있었다.


태오는 여울 위를 흐르는 바람의 방향을 빠르게 분석했다. 현재 바람은 태오가 서 있는 바위 뒤편에서 크라우스가 있는 여울 건너편으로 일정하게 불고 있었다. 최적의 기류였다.


“가라.”


태오는 주머니의 끈을 풀고, 은빛 안개 버섯 가루를 바람 속에 가볍게 뿌렸다.


은은한 은빛을 띠는 미세한 포자 가루들이 여울의 물안개와 뒤섞여 건너편 수풀 속으로 소리 없이 흘러 들어갔다. 물안개로 위장한 환각 연막이 하운드들의 코와 눈을 완벽하게 덮쳤다.


“낑……? 깽!”


순간, 가장 앞에 서 있던 하운드가 갑자기 머리를 흔들며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은빛 안개 버섯의 강력한 환각 성분이 하운드의 후각 신경을 마비시키고 뇌에 극심한 혼란을 유발한 것이다. 하운드들의 시야에는 눈앞의 동료들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거대한 괴수로 보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왈! 왈!


하운드 세 마리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광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성을 잃고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자멸적인 칼부림을 벌였다.


“이, 이놈들이 미쳤나! 왜 지들끼리 싸우는 거야! 멈춰! 내 채찍 맛을 보고 싶은 거냐!”


크라우스가 당황하여 가죽 채찍을 미친 듯이 휘둘렀지만, 환각에 빠진 마수들은 주인의 명령조차 듣지 않고 피를 흘리며 엉켜 싸웠다. 여울 건너편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금이야. 실비아, 가자.”


태오는 실비아의 손을 꼭 쥔 채, 소리 없이 바위 그늘을 벗어나 오두막 방면의 안전한 안개 속으로 신속하게 몸을 숨겼다. 뒤편에서 크라우스의 분노에 찬 비명과 사냥개들의 처절한 비명이 멀어져 갔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오두막의 결계 안쪽으로 복귀한 태오와 실비아. 태오는 참았던 갈비뼈의 통증으로 인해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오른손바닥에는 실비아의 손톱에 긁힌 세 줄기의 붉은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실비아는 태오의 피 묻은 손을 보며 안절부절못한 채 눈물을 글썽였다.


“미안해, 태오…… 나 때문에 다쳤어. 내가 참지 못해서…….”


태오는 창백한 얼굴로 잔잔하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니야, 네가 이성을 찾아준 덕분에 우리 둘 다 살 수 있었어. 고마워, 실비아.”


그 따뜻한 위로에 실비아는 태오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그의 셔츠를 꼭 쥐었다. 비록 크라우스의 정찰조는 기만술로 따돌렸지만, 태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크라우스가 여울 주변에서 신수의 흔적을 확신하고 본대에 보고하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이제 바르토 기사단 전체가 이 은빛 여울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혀올 것이 분명했다. 오두막의 안전지대가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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