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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물든 오아시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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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치이익—!


대지를 집어삼킬 듯한 기분 나쁜 기화음이 좁은 동굴 통로를 따라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코를 찌르는 강렬한 황산의 자극취와 썩은 석유계 기름 냄새가 바람을 타고 폐부 깊숙이 박혀왔다.


방금 전, 지하 깊은 곳의 수맥을 강제로 끌어올려 고대 바오밥 나무 정령 ‘바움’을 소생시켰던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뒤틀린 지맥의 틈새,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파헤쳐 놓은 동굴 하층부의 불법 채굴지 방향에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은 대지의 축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 낳은 가장 추악한 배설물, 시커먼 화학 폐기물이었다.


[경고! 던전 1층 수맥에 강산성 화학 폐기물 대량 유입 감지!]

[오염 물질 분석: 황산(Sulfuric Acid), 폐기름, 카드뮴, 납, 미세 플라스틱 분진]

[위험도: 극대(Extreme) - 1층 생태계의 원천인 ‘생명의 우물’ 오아시스로 급속 유입 중!]


머릿속을 때리는 가이아의 기계적인 경고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영혼 코어의 중심부가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나는 마력 실가닥을 오염원이 뿜어져 나오는 바위 틈새로 급히 뻗었다.


지맥 너머, 어두운 인간들의 채굴지 구석이 내 흐릿한 탐지 권능망에 걸려들었다.


그곳에는 두꺼운 보호 장갑과 방독면을 쓴 사내가 서 있었다. 블랙스톤 길드의 불법 오염 인부, 독고철이었다. 그는 사설 대부업자 사공팔에게 두둑한 뒷돈을 받은 대가로, 지상에서 몰래 수입한 유독성 화학 폐기물 드럼통들을 지하 수맥 입구에 무단으로 방류하고 있었다.


“에이, 퉤! 냄새 한 번 고약하네. 뭐, 지하에 대충 흘려보내면 지상에서는 알 바 아니니까. 블랙스톤 놈들도 마석만 캐면 그만이라지 않았나?”


독고철은 빈 드럼통을 발로 툭 차서 어둠 속으로 굴려 버리며 비열하게 낄낄댔다. 그의 무책임한 발길질 한 번에, 수백 년 동안 침묵하며 스스로를 정화해 온 고대 던전의 동맥이 무참히 찢겨 나가고 있었다.


학자로서, 그리고 이 대지의 의지로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지상의 자연을 콘크리트로 덮고 강물을 썩히던 인간들의 잔인한 오만함이, 이 신비로운 지하 세계에서까지 똑같이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분노를 터트릴 시간조차 사치였다. 시커먼 오염수는 대지의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며, 1층 생태계의 유일한 식수원이자 젖줄인 ‘생명의 우물’ 오아시스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격하고 있었다.


“끼에에엑—!”


오염수가 흘러가는 길목 주변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검은 기름때와 산성 연기가 수풀을 덮치자, 갈증에 목이 말라 물가로 다가왔던 하급 동굴 쥐들과 작은 초식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염된 물을 들이켠 몇몇 야생 동물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며 광포화(Wildness)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이성을 잃고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동족상잔의 참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겨우 균형을 잡아가던 1층 하위 먹이사슬의 기초가 밑바닥부터 붕괴하고 있었다.


‘안 돼…… 여기서 오아시스가 오염되면 모든 것이 끝이다.’


오아시스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었다. 1층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과 고블린, 슬라임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자, 던전의 마력이 순환하는 심장과 같은 곳이었다. 이곳이 썩어버린다면 던전은 영원히 회복 불가능한 죽은 땅이 될 터였다.


나는 다급히 마력을 모으려 했다. 하지만 영혼 코어의 상태창이 붉게 점멸했다.


[현재 코어 잔여 마력: 4%]

[알림: 수호목 ‘바움’의 강제 소생 여파로 코어 외벽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마력의 과도한 급제동 시 영혼 소멸의 위험이 있습니다.]


겨우 4%의 마력. 이 미약한 힘으로는 저 거대한 오염수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막아설 수도, 대지의 자정 작용을 광역으로 펼칠 수도 없었다. 무기력함이 영혼을 짓눌렀다. 내가 무형의 의지 상태로 허공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오아시스 유입구 방향에서 기묘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말랑말랑하고 투명한 푸른빛의 물체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아기 슬라임 물이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거대 여과 슬라임 맑음이와 ‘물이 슬라임 정화단’의 수백 마리 동생들이었다.


녀석들은 오염수가 뿜어내는 지독한 화학 악취와 가스에도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맑은 수맥을 지키기 위해, 오아시스로 들어오는 좁은 바위 목구멍을 향해 스스로의 몸을 던지고 있었다.


출렁, 출렁!


지름 1.5m에 달하는 거대한 하늘빛 슬라임 맑음이가 가장 먼저 협소한 수로 입구에 몸을 꽉 끼워 넣었다. 자신의 몸뚱이 자체를 오염수를 막아서는 거대한 ‘생체 정수 필터’로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물이 역시 맑음이의 바로 옆에 몸을 밀착시키며 작은 몸을 넓게 펼쳤다. 슬라임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오염수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투명 장벽을 형성했다.


치이이이익—!


마침내 시커먼 광산 폐수와 유독성 기름때가 슬라임들의 장벽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피이이이유……!”

“끼이이이익—!”


동시에 끔찍한 슬라임들의 비명이 온 동굴을 가득 채웠다. 강산성의 황산 성분이 슬라임들의 연약한 표피에 닿자마자 하얀 독 가스를 피워 올리며 살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투명하고 아름답던 맑음이의 하늘빛 몸뚱이가 순식간에 누렇게 변색되며 타들어 갔다.


녀석들의 내부에 존재하던 정밀한 여과 장치인 모래와 이끼 필터들이 화학 물질에 오염되어 검게 부식되어 갔다.


‘물이! 맑음이! 안 돼, 당장 물러서!’


나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마력 실가닥을 뻗었다. 어떻게든 오염 물질을 물리적으로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액체 상태로 흘러드는 오염원을 육체가 없는 마력 가닥만으로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억지로 기름때를 뭉쳐 밖으로 던지려 할 때마다 내 미약한 마력만 허공에서 흩어지며 고갈될 뿐이었다.


[잔여 마력: 3%…… 2%……]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며 내 영혼 코어의 불꽃이 위태롭게 깜빡였다. 의식이 흐려지는 극통 속에서도 슬라임들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물이 슬라임 정화단은 온몸의 표피가 산성 독극물에 녹아내려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결코 유입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녀석들은 자신들이 밀려나면 뒤편의 오아시스가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창조하고 살려준 위대한 어버이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그 여린 생명들이 온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피유우…… 피유우우……!”


물이의 투명한 몸속 중심부에서 반짝이던 푸른 마력의 핵이 보였다. 그 맑고 깨끗하던 핵 주변으로 시커먼 기름때와 카드뮴 성분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오염 물질이 핵의 표면을 갉아먹을 때마다 물이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진동했다.


쩍—.


내 심장이 멈추는 듯한 기묘한 파열음이 내 영혼을 관통했다.


물이의 몸속 깊은 곳, 그 생명의 원천인 정화 핵의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균열의 틈새로 물이가 품고 있던 따뜻한 정화 마력의 푸른 빛이 힘없이 새어 나가며 꺼져갔다.


맑음이 역시 거대한 몸의 절반 이상이 시커먼 타르처럼 오염되어 흐물거리고 있었다. 슬라임 장벽의 붕괴가 임박했다.


[위험! 물이 슬라임 정화단의 생명 유지 한계치 초과!]

[오아시스 수질 정화율: 9%…… 6%…… 3%……]

[알림: 정화 장치 시스템이 마비되며 오아시스 수질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칩니다.]


시커먼 독극물의 잔해가 녹아내리는 슬라임들의 몸뚱이 틈새를 비집고 마침내 ‘생명의 우물’ 맑은 수면 위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가장자리가 시커먼 죽음의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내 최초의 아이이자 가족이었던 물이의 정화 핵의 빛이 완전히 꺼지기 직전, 절망적인 어둠이 던전 전체를 덮쳐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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