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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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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검은 그림자들이 쇠뇌의 시위를 당기는 순간, 데미안의 금안이 번뜩였다.


허공을 가르는 수십 개의 붉은 선. 그것은 단순한 시각적 잔상이 아니었다. 오직 데미안의 왼쪽 눈, 용인족의 마력과 인과율의 궤적이 얽혀 만들어낸 ‘인과율의 붉은 실 시야’가 포착한 죽음의 궤적이었다.


“가웨인 경, 왼쪽 삼십 도! 바르그, 루카스를 데리고 마차 밑으로!”


데미안의 가냘프지만 명징한 목소리가 광장의 소음을 뚫고 울려 퍼졌다. 물리적인 마력이 전혀 없는 무성(0성)의 육체였지만, 그의 두뇌는 현대의 국제 분쟁 전문 변호사로서 단련된 초고속 연산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쉬이익! 팍, 파파팍!


시위를 떠난 쇠뇌의 화살들이 공기를 찢으며 쏟아졌다. 가웨인 경은 데미안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가문의 서약 검을 휘둘렀다. 푸른빛 강철 투기가 반구형의 궤적을 그리며 쏟아지는 화살들을 쳐냈다. 쇠촉이 부딪히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화살에 묻은 검푸른 독액이 대리석 바닥을 부식시키며 매캐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와 동시에 바르그가 초인적인 신체 능력으로 루카스의 덜미를 잡아채 휠체어 뒤편, 마부 한스가 급히 몰고 온 외교 마차의 음영 속으로 몸을 숨겼다.


“자객이다! 지붕 위에 자객들이 있다!”


“평화의 황자님을 지켜라!”


데미안의 세금 폭탄 폭로로 인해 이미 황태자파와 재상에게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던 백성들이 일제히 소리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천 명의 군중이 만들어낸 거대한 혼란은 역설적으로 지붕 위 암살단들의 추가 조준을 완벽하게 가로막는 시각적 장벽이 되었다.


“전하, 몸을 굽히십시오!”


가웨인 경이 데미안의 휠체어를 단숨에 들어 올려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바르그와 루카스가 신속하게 그 뒤를 따랐고, 늙은 마부 한스는 채찍을 후려치며 군중의 틈새를 뚫고 맹렬하게 마차를 몰았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데미안은 참았던 각혈을 쏟아냈다. 하얀 손수건이 순식간에 붉은 피로 물들었다. 체내 마력 회로 폐색율 85%. 심장이 터질 것처럼 고동쳤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히려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아, 하아…… 재상이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렸군. 광장에서 백성들의 여론을 잃었으니,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목숨을 노릴 터다.”


“전하, 뺨의 상처가 깊습니다. 일단 제비궁으로 돌아가 치료를 하셔야 합니다.”


클로에가 조제해 둔 마력 중화수를 건네며 루카스가 울먹였다. 데미안은 뺨에 흐르는 피를 손가락으로 훔쳐내며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아니, 이 상처는 내일 사법 재판에서 재상의 숨통을 끊을 가장 완벽한 동정 여론의 물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재상 바르톨로메오가 가진 사법적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고 그를 반역죄로 기소하려면, 황국 건국 초기에 신들과 맺었던 ‘최초의 만국 평화 조약 원본’이 필요하다.”


“그것은…… 황성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한다는 철혈의 문서고에 보관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곳은 황제와 재상의 허가 없이는 황족조차 접근할 수 없는 절대 금지 구역입니다.”


루카스의 말에 데미안은 품 안에서 요한 대법관의 사법 인장을 꺼내 들었다.


“합법적인 절차로는 들어갈 수 없겠지. 그렇다면 비공식적인 경로를 뚫어야 한다.”


그날 밤, 깊은 어둠이 내린 황성의 은밀한 모퉁이에서 한 사내가 데미안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실 중앙 기록실의 보조 서기, 시몬이었다. 먼지 묻은 앞치마를 두른 채 소심하게 주변을 살피던 시몬은 데미안의 마차가 멈춰 서자 극도로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왔.


“황, 황자 전하…… 정말로 그곳에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발각되는 즉시 저뿐만 아니라 전하께서도 반역죄로 몰려 영혼 소멸 형벌을 받게 됩니다.”


“시몬.”


데미안이 휠체어에 앉은 채 차분하게 시몬의 눈을 응시했다.


“자네는 왜곡되는 역사와 권력자들의 비리를 바로잡고 싶다고 했지. 재상이 전쟁을 일으켜 이 제국을 피로 물들이게 방관할 셈인가? 법과 조약이 무력 위에 서는 세상을 만들려면, 지금 이 순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네.”


데미안의 눈빛에 서린 압도적인 이성과 정의감에 시몬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품 안에서 마법 경보를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시종의 비밀 열쇠’를 꺼내 들었다.


“지하 감옥 뒤편의 폐쇄된 하수구를 통해 철혈의 문서고 최하층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습니다. 밤에는 경비병들의 순찰이 뜸하지만, 내부의 고대 마법 장벽은 살아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시몬의 안내에 따라 데미안, 가웨인 경, 그리고 루카스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발을 들였다.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지하 통로를 지나자, 마침내 거대한 철제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몬이 비밀 열쇠를 자물쇠에 꽂고 마력을 주입하자,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철혈의 문서고.


수백 년 동안 축적된 황국의 더럽고 잔혹한 비밀 계약서들과 금서들이 보관된 금지구역이었다. 사방을 가득 채운 거대한 책장들은 마치 침묵하는 거인들처럼 서 있었고, 대기 중에는 정제되지 않은 고밀도의 에테르 마력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루카스, 시몬. 서둘러라. 최초의 만국 평화 조약 수식이 적힌 고대 양피지 롤을 찾아야 한다.”


데미안은 인과율의 시야를 발동했다. 그의 왼쪽 금안이 빛나자, 수만 권의 문서들 사이에서 미세하게 백색으로 공명하는 인과의 실타래가 포착되었다. 문서고 가장 깊은 곳, 초대 황제의 초상화 아래에 위치한 비밀 보관함이었다.


“저기다.”


루카스가 급히 달려가 보관함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려던 바로 그 순간.


스으으으…….


문서고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바닥에 깔린 어둠이 액체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속에서 형체 없는 검은 연기 같은 오라가 피어올랐다.


“전하, 뒤로 물러서십시오!”


가웨인 경이 본능적으로 살기를 포착하고 데미안의 앞을 막아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보랏빛 눈동자들. 재상 바르톨로메오가 보낸 최정예 암살자, ‘그림자 이빨’이었다. 그들은 소리도 없이 공기를 가르며 데미안의 심장을 향해 흑암의 단검을 찔러왔다.


깡――!


가웨인의 대검이 단검의 궤적을 정확히 쳐냈다. 엄청난 마력 충격파가 지하 서고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자객들은 물러서지 않고 즉각 ‘그림자 분신 마법’을 전개했다. 사방에서 똑같은 형상을 한 보랏빛 눈동자 수십 개가 가웨인의 시야를 교란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이……!”


가웨인은 마력을 모아 넓은 범위의 횡베기를 시도했다. 강철 투기가 책장들을 쓸어버릴 듯 폭발했으나, 그것은 모두 허공을 가르는 환영일 뿐이었다. 오히려 가웨인의 마력만 낭비되었고, 진짜 살수의 칼날은 가웨인의 빈틈을 노려 그의 뒤편에서 소리 없이 들이닥쳤.


‘틀렸다. 눈에 보이는 허상을 쫓아선 이길 수 없다.’


데미안은 피눈물이 흐르는 고통을 참아내며 왼쪽 눈의 인과율 시야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시야에 수많은 가짜 실타래들 사이에서 오직 단 하나, 진짜 살의를 품고 뻗어 나오는 핏빛 인과의 실이 선명하게 보였다.


“가웨인 경! 왼쪽 기둥 뒤, 그림자가 꺾이는 세 번째 책장 아래가 진짜다! 그곳을 베어라!”


데미안의 날카로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가웨인은 단 일초의 의심도 없이 데미안의 지시 방향으로 전 투기를 집중했다. 부러지지 않는 대검이 푸른 섬광을 발하며 기둥 뒤의 허공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컥……!”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진짜 자객의 본체가 검기를 정면으로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다. 진짜가 타격을 입자 사방을 메우고 있던 수십 개의 그림자 분신들이 물거품처럼 소멸했다.


하지만 자객의 수장은 쓰러지기 직전, 최후의 발악으로 가웨인의 어깨를 향해 독이 묻은 흑암의 단검을 던졌다. 챙! 가웨인이 단검을 쳐냈으나, 칼날의 끝이 그의 어깨 가죽을 미세하게 스쳐 지나갔다.


“가웨인 경!”


루카스가 비명을 질렀다. 가웨인은 어깨의 통증을 무시한 채, 쓰러진 자객들의 숨통을 완벽히 끊어놓았다. 그의 낡은 갑옷 위로 검푸른 독소가 번지기 시작하며 가벼운 중독 증상으로 전신이 미세하게 떨렸다.


“괜찮습니다, 전하…… 이까짓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두르십시오.”


데미안은 입술을 깨물며 보관함으로 휠체어를 움직였다. 보관함 내부에는 은빛으로 미세하게 빛나는 고대 양피지 롤이 잠들어 있었다. 데미안이 손을 뻗어 양피지를 만지는 순간, 최초의 조약에 각인된 세계 근원의 마력이 그의 기형적인 마력 회로를 강하게 압박했다. 심장이 비명을 질렀고, 전신에 마비 증상이 찾아왔다.


“전하!”


“손대지 마라. 내가 직접 열어야 한다.”


데미안은 정신 장벽 Class 2를 전개해 몰아치는 한계 통증을 격리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대 양피지 롤을 펼쳐 들었다.


스으으으…….


양피지가 열리자, 그 표면에 새겨진 고대 신성 문자들이 데미안의 왼쪽 금안과 공명하며 스스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만국 고대 언어 통달’의 권능이 작동하며, 역사 속에서 영구히 봉인되어 있던 태초의 진실이 데미안의 뇌리에 직접 각인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평화 조약의 문구가 아니었다. 조약의 이면, 신들이 인간과 이종족의 피로 새겨놓은 거대한 인과의 사슬 뒤에 숨겨진 우주적 금기 기록이었다.


[……만국의 평화 조약이 완전히 파기되고 지상의 필멸자들이 전면전을 개시하는 순간,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창세신의 정화 프로토콜’이 강제 작동한다. 정화의 폭풍은 지상의 모든 생명(인류와 이종족 전체)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고 세계를 태초의 무(無)로 초기화할 것이다.]


“이럴 수가…….”


데미안의 눈동자가 극도의 충격으로 흔들렸다.


자신이 막으려 했던 전쟁은 단순한 영토 싸움이 아니었다. 조약이 파기되는 순간, 이세계 전체가 신의 손에 의해 멸망당하는 절대적인 파멸의 방아쇠였던 것이다.


그 순간, 문서고 내부의 고대 마법 장벽이 요동치며 사방의 책장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붕괴하는 천장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폭주가 데미안의 기형 회로를 덮쳐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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