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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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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차가운 백합 정제유의 향이 코끝을 찔렀지만, 체내의 마력 회로는 여전히 뒤틀린 채 불타는 듯한 통증을 뱉어내고 있었다. 입안에 고인 비릿한 피 맛을 삼키며 데미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은빛 제비궁의 낡은 천장 아래, 약제사 클로에가 사색이 된 얼굴로 그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고 있었다.


"황자님! 정신이 드십니까? 심장이 완전히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클로에의 다급한 목소리에 데미안은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옆에 서 있던 서기 루카스 역시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손을 꼭 쥐었다. 자하르와의 결투에서 영혼 공조율을 30%까지 끌어올린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마력 회로 폐색율은 이미 85%라는 위험 수치에 도달해 있었고, 심장은 삐걱거리며 불규칙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다. 제비궁의 낡은 정문 너머로 쇠사슬이 바닥을 끄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거친 군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문이 거칠게 열리며 황국 최고 사법부의 집행관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손에는 붉은색 인장이 찍힌 체포 영장이 들려 있었다.


"제3황자 데미안. 그대는 도서관 앞 광장에서 이종족의 사악한 마력을 부려 황성을 더럽히고 황명을 위반했다. 재상 각하의 고발에 따라, 그대를 '이단 강령술 및 반역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이게 무슨 짓이냐! 황자님은 지금 거동조차 힘드시다!" 가웨인 경이 대검을 움켜쥐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집행관들은 완강했다.


데미안은 가웨인의 검을 살며시 밀어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머릿속의 '정신 장벽 강도(Mental Shield Class 2)'가 가동되며 밀려오는 고통을 이성 너머로 격리했다.


"괜찮다, 가웨인 경. 재상 바르톨로메오가 드디어 사법부라는 칼을 뽑아 들었군. 저들이 판 함정이라면, 내가 직접 그 함정의 아가리를 찢어주지. 루카스, 준비한 가방을 챙겨라. 정의의 전당으로 간다."


***


황국 최고 재판소, '정의의 전당'.


하늘 높이 솟은 대리석 기둥들과 거대한 정의의 여신 석상이 위압감을 뿜어내는 이곳은 황국 사법의 심장부였다. 하지만 오늘 이곳은 오직 한 명의 병약한 황자를 단두대로 보내기 위한 도살장으로 변해 있었다.


피고석에 휠체어를 탄 채 들어선 데미안. 그의 왼쪽 눈동자는 미세하게 금빛으로 물들어 기이한 오드아이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방청석의 가장 높은 곳에는 보랏빛 장포를 입은 재상 바르톨로메오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재판장석에 앉은 수석 재판관 피터 법관이 거만하게 의사봉을 두드렸다.


탕! 탕! 탕!


"정숙하라! 피고 데미안은 이종족 용인족의 마력을 신체에 받아들여 황국의 법도를 더럽히고, 국가 기밀을 유출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 재판장은 피고의 죄질이 극도로 무겁다 판단하여, 황국 특별 사법 조례에 의거해 피고의 황자 자격을 일시 정지하고 변론의 기회를 박탈한 채 즉각적인 이단 심판을 선고하려 한다!"


시작하자마자 변론권 박탈이라니. 피터 법관은 재상의 충직한 사냥개답게 절차적 정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재판을 속전속결로 끝내려 했다. 방청석의 귀족들이 비웃음을 흘렸다. 마력도 없는 쓰레기 황자의 최후를 비웃는 소리였다.


데미안은 각혈을 참아내며 하얀 손수건으로 입가를 훔쳤다. 그의 눈빛은 오히려 서늘하게 빛났다.


"이의 있습니다, 피터 법관."


"닥치라! 피고에게는 발언권이 없다 선포했다!" 피터가 의사봉을 치켜들며 소리쳤.


데미안은 휠체어 테이블 위에 낡았으나 형형한 백색 광채를 뿜어내는 물건을 꺼내 올렸다. 그것은 은퇴한 수석 대법관 요한이 그에게 넘겨준 '요한 대법관의 사법 인장'이었다.


"황국 건국 헌법 제12조. 전임 수석 대법관의 공식 사법 인장을 소지한 전권 대리인은 황실의 기소에 대해 '특별 변론권'을 발동할 수 있으며, 이 권한은 현직 재판관의 직권으로 제한할 수 없다. 피터 법관, 당신이 내 변론을 거부하는 것은 황국의 초대 사법 헌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법 반역 행위요."


순간, 법정 내부를 채우고 있던 수도 대법관 회의의 법관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요한 대법관의 인장은 사법부 내 온건파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상징이었다. 피터 법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방청석의 재상 바르톨로메오가 차갑게 읊조렸다. "하찮은 인장 하나로 대역죄를 덮으려 드는구나. 증거도 없는 모함으로 법정을 모독한다면, 이 자리에서 사설 기사단을 동원해 즉각 영혼을 소멸시키겠다."


재상의 손짓에 법정 경계선 밖에 대기하던 무장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며 살기를 뿜었다. 압도적인 7성급 마력의 위압감이 데미안의 숨통을 조여왔다. 심장이 비명을 질렀고, 시야가 일시적으로 흐려졌다.


하지만 데미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현대 법정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변호사였다.


"바르톨로메오 재상. 이곳은 '정의의 전당'이오. 정의의 전당 내 폭력 절대 금지령을 잊었소? 이 성역 내부에서 무력을 행사하려는 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사법부 자체의 결계 마법에 의해 영혼이 강제로 봉인될 것이오. 기사들을 물러 세우시오. 아니면 내 앞에서 먼저 소멸해 보시겠소?"


동시에 데미안은 목소리에 기하학적인 백색 파동을 얹었다. '사법적 발언권(Judicial Voice)'의 권능이었다.


웅――!


맑고 투명한 마력 파동이 법정 전체를 휩쓸었다. 재상과 기사들이 내뿜던 파괴적인 에테르의 위압감이 데미안의 목소리 한 번에 거짓말처럼 상쇄되며 사라졌다. 장내의 모든 소음이 씻겨 내려간 듯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내가 이단 마력을 부렸다고 기소했지?" 데미안이 피터 법관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마력은 이단이 아니라, 재상과 제1황자가 공모해 납치한 용인족 대장군 바르칸의 영혼이 내 심장에 안착하며 발현된 '서약 마법'이오. 그리고 내가 이 마력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지."


데미안이 품 안에서 또 하나의 서류 뭉치를 꺼냈다. 그것은 소멸한 주치의 레온의 비밀 진료 기록부 사본이었다.


"이것은 주치의 레온이 남긴 비밀 진료 기록부요. 재상 바르톨로메오의 사주를 받아 내 약탕에 '만성 지체 마비 독저주초'를 장기간 주입해 왔다는 상세한 기록이 적혀 있지. 내가 병약했던 것은 선천적 무능이 아니라, 재상이 저지른 조직적인 황실 독살 음모의 결과였소!"


법정이 발칵 뒤집혔다. 법관들과 배심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피터 법관은 다급하게 의사봉을 두드렸다. "근거 없는 위조 문서다! 기각한다! 당장 재판을 종결하겠다!"


"아직 끝이 아니오." 데미안이 차갑게 미소 지으며 루카스의 가방에서 묵직한 가죽 장부 원본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마테오 상단이 목숨을 걸고 밀수한, 재상의 불법 레드클리프 광산 비자금 세무 장부였다.


"인과율적 증거 우선 원칙에 따라, 여기 더 확실한 물리적 증거가 있소. 재상 바르톨로메오가 용인족과의 전쟁을 억지로 유도한 진짜 이유. 국경의 레드클리프 마력 광산에서 불법으로 에테르 원석을 채굴해 막대한 비자금을 챙기던 자신의 범죄를 전쟁의 혼란 속에 묻어버리기 위함이었소. 이 장부에는 재상의 사설 상회 인장과 뇌물 수수 내역이 완벽히 기록되어 있지. 피터 법관, 당신의 이름도 가득하더군."


"이, 이단자의 궤변이다! 당장 저자를 끌어내려라!" 피터 법관이 이성을 잃고 소리치며 재판을 강제 기각하기 위해 마법 의사봉을 내리치려 했다.


데미안은 요한 대법관의 사법 인장을 들어, 법정 중앙의 세무 장부 원본 위에 단호하게 날인했다.


쿵!


그 순간, 법정 지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정의의 여신 석상 저울이 피처럼 붉은 빛을 내뿜으며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인과율의 백색 사슬들이 법정 바닥을 뚫고 솟구쳐 나와 허공을 가르며 피터 법관과 재상을 압박했다.


"아, 아아아아!"


피터 법관이 의사봉을 내리치려던 손이 허공에서 얼어붙었다. 그가 쥔 마법 의사봉이 정의의 여신이 보증하는 초월적인 인과율적 공명을 버티지 못하고 쩍쩍 갈라지더니, 이내 수만 개의 파편으로 박살 나며 법정 바닥으로 흩어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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