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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위조범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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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하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지하 하수도의 공기는 병약한 데미안의 허파를 가차 없이 찔러댔다. 휠체어에 앉은 데미안은 연신 마른기침을 터뜨리며 클로에가 쥐여준 약선 수건으로 입가를 꾹 눌렀다. 수건에 적셔진 은빛 백합 정제유의 알싸한 향이 아니었다면, 하수도의 독한 악취와 오염된 에테르 가스에 벌써 마력 회로가 완전히 폐색되었을 터였다. 체내 마력 회로 괴사율 85%. 언제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 같은 몸을 이끌고, 그는 수도 룬가르드의 밑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전하, 몸을 더 웅크리십시오. 이 아래는 빛 한 조각조차 제국 의회의 감시망에 걸릴 수 있는 무법 지대입니다.”


로이가 이끄는 하층민 정보 길드 ‘쥐굴’의 꼬마 정보원이 소리 죽여 속삭였다. 쥐굴의 고아들이 안내하는 이 지하 하수도는 수도의 화려한 지상과는 완전히 격리된 어둠의 미궁이었다.


데미안의 바로 옆에는 은빛 털을 곤두세운 거구의 늑대 수인족 전사, 바르그가 소리 없이 벽을 짚으며 걷고 있었다. 바르그의 목덜미와 사지에는 족쇄의 흉터가 선명했지만, 데미안이 하사한 은빛 손목 보호대가 그의 야수 마력을 안정적으로 통제해주고 있었다. 바르그는 코를 몇 번 킁킁거리더니,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나직하게 으르렁거렸다.


“전하, 멀지 않은 곳에서 아주 불쾌한 냄새가 납니다. 쇠 비린내와…… 썩은 마력이 뒤섞인 냄새. 영락없는 흑마법의 흔적입니다. 위조 전문가 이반의 잉크 냄새가 확실합니다.”


“추적할 수 있겠나, 바르그?”


데미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오른쪽 흑안과 왼쪽 금안의 오드아이가 어둠 속에서 기이하게 안광을 발했다.


“제 코를 믿으십시오. 투기장의 사슬조차 저를 가두지 못했습니다. 이깟 하수도의 악취 따위는 전하를 기만한 쥐새끼의 냄새를 가리지 못합니다.”


바르그는 자신을 짐승이 아닌 대등한 주권자로 인정하고 해방해 준 데미안을 향해 평생의 절대적 충성을 맹세한 상태였다. 그는 가웨인 경이 제비궁 외곽에서 친위대의 이목을 끄는 동안, 데미안의 가장 확실한 사냥개가 되어 음지의 추적을 전담하고 있었다.


그들이 쥐굴의 미로를 따라 깊숙이 들어섰을 때, 하수도의 벽면이 기묘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대기 중의 마나가 기괴하게 뒤틀리며 물리적인 왜곡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반의 은신처 초입이었다.


“멈추게.”


데미안이 휠체어 바퀴를 잡으며 낮게 경고했다. 그는 마른 손가락을 뻗어 하수도의 젖은 벽면을 살짝 만졌다.


스으으으――


그의 손끝이 대리석 표면에 닿는 순간, 손가락 끝에서 미세하고 찌릿한 마력 진동이 울려 퍼졌다. ‘거짓 탐지 진동 감각’이 발동한 것이었다. 이 감각은 계약서의 위조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 인위적으로 심어진 ‘기만적인 마법 법칙’의 진동까지 시각화하듯 머릿속에 전달해주었다.


데미안의 시야 속에서 하수도 바닥과 벽면에 얽혀 있는 보랏빛 마력 실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밟는 순간 침입자의 육체를 구속하고 경보를 울리는 ‘그림자 덫’이었다.


“바르그, 왼쪽으로 세 걸음 이동한 뒤 튀어나온 녹슨 파이프를 딛고 넘어가게. 바닥의 고인 물은 밟지 마라. 물 표면에 흑마법의 기만 서약 결계가 깔려 있다.”


바르그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데미안의 지시대로 몸을 날렸다. 거구의 몸집임에도 불구하고 야수적인 민첩함으로 덫의 경계를 완벽히 우회했다. 휠체어를 탄 데미안 역시 바르그의 보조를 받아 결계의 맹점만을 밟으며 전진했다. 위조범 이반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겹겹이 쳐놓은 흑마법 함정들이, 데미안의 현대적 논리 분석과 특수 지각 능력 앞에서는 그저 조잡한 미로찾기 수준에 불과했다.


마침내 굳게 닫힌 낡은 철문 앞에 도달했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촛불 빛과 함께 비릿한 약재 타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르그가 데미안의 눈짓을 받자마자, 은빛 오라를 폭발시키며 철문을 통째로 걷어찼다.


쾅――!


철문이 굉음과 함께 뜯겨 나가며 먼지구덩이 속으로 처박혔다.


방 안은 기괴한 마법 도구들과 수백 장의 위조 양피지,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기묘한 액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방 중앙의 책상 앞에는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마른 사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자빠졌다. 그가 바로 실비아에게 고용되어 데미안의 마력 서명을 조작한 가짜 기밀 조약서를 만든 흑마법사, 이반이었다.


“누, 누구냐! 내 함정을 어떻게 뚫고……!”


이반이 비명을 지르며 책상 위의 물건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그의 평생의 보물이자 온갖 계약을 왜곡하는 ‘그림자 잉크 펜’이었다. 이반은 황급히 공중에 펜을 휘두르며 가짜 조약 마법식을 급조하려 했다. 데미안이 소환할지도 모르는 백색 조약의 사슬을 부식시키고 무력화하려는 저주 수식이었다.


데미안은 이반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파동을 느끼며, 펜촉이 공기를 가를 때 발생하는 기만적인 진동을 포착했다.


“바르그, 펜을 쥔 오른손 목뼈를 꺾어라! 종이에 잉크가 닿으면 안 된다!”


데미안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바르그의 신형이 탄환처럼 허공을 갈랐. 6성급 수인족 전사의 속도는 이반의 조잡한 마법 캐스팅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빨랐다.


“크아악!”


이반의 비명과 함께 뼈가 어긋나는 불쾌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바르그가 이반의 오른팔을 그대로 꺾어 바닥에 메치고, 그의 손에서 떨어지는 그림자 잉크 펜을 공중에서 낚아챘다. 이반은 바닥에 엎어진 채 고통으로 전신을 떨며 발악했다.


“이, 이 괴물 같은 수인 놈이…… 전하, 저는 그저 의뢰를 받았을 뿐입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데미안은 휠체어를 천천히 굴려 이반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의 오드아이 안광이 바닥에 엎어진 위조범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데미안은 바닥에 흩어진 위조된 국경 영토 할양 조약서의 원본 동판을 휠체어 바퀴로 지그시 밟았다.


“이반. 자네의 그 뛰어난 손재주 덕분에 내가 황국의 주적으로 몰려 단두대 앞에 서게 생겼네. 3일의 기한 중 이제 이틀이 남았지. 자네를 고용하고 내 마력 흔적을 넘겨준 배후가 누구인지 자네의 입으로 직접 말하게.”


이반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로 흔들렸다. 그는 입을 열려 했으나, 순간 그의 가슴팍에 새겨진 검은 낙인이 불길하게 요동치며 이반의 목줄기를 죄어왔다. 이반은 피를 토하며 목을 움켜쥐었다.


“말할 수…… 끄윽, 없습니다! 말하는 순간 제 영혼이 타버리는 흑마법 침묵 서약이 걸려 있어요! 그, 그 영애의 이름을 발설하면 저는 그 자리에서 죽습니다!”


실비아가 심어둔 최종 안전장치였다. 배후를 누설하려 하면 영혼을 강제로 태워버리는 저주.


데미안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변호사 시절, 비밀유지조약(NDA) 뒤에 숨어 진실을 은폐하려던 수많은 범죄자들을 상대해 보았다. 그리고 이세계의 마법 계약 또한, 결국 일종의 ‘법률적 계약’에 불과했다.


데미안은 손을 뻗어 이반의 이마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의 기형적인 마력 회로를 우회하여, 그의 영혼에 각인된 성국 혈통의 미세한 신성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영혼의 트라우마 기억 스캔(Soul's Trauma Memory Scan).’


이반의 영혼 깊은 곳, 그가 평생 숨겨왔던 비참하고 어두운 과거의 기억들이 데미안의 뇌리로 역류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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