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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의 방패, 면책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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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은빛 제비궁의 육중한 정문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처참하게 부서져 내렸다. 부서진 참나무 파편들이 비산하는 가운데, 어둠을 뚫고 거대한 철갑의 무리가 들이닥쳤. 황실 친위대의 상징인 황금 사자 문양이 새겨진 투구와 육중한 중장갑이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기계적이고 차가운 군화 소리가 제비궁의 정원을 사정없이 짓밟으며 집무실 문턱 앞까지 밀려들었다. 친위대의 중심에는 전신에서 압도적인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거구의 기사단장, 루돌프 경이 서 있었다. 그의 7성급 최정상 기사 특유의 마력 위압이 공기를 납처럼 무겁게 짓눌렀다.


“황자 전하, 무장을 해제하고 체포에 응하십시오!”


루돌프 경의 사자후가 집무실의 유리창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그의 손에는 붉은색 황실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양피지, 황제 헤르만의 친필 서명이 담긴 반역 혐의 체포 영장이 들려 있었다.


“비켜라, 가웨인 경. 그리고 수인족의 천한 짐승놈아. 황명을 가로막는 자는 그 자리에서 반역죄로 즉결 처형하겠다!”


친위대 기사들이 일제히 창끝을 세우며 압박해 들어왔다. 그 서슬 퍼런 칼날들 앞을 거구의 사내가 거대한 방패로 가로막았다. 제비궁의 문지기 브루노였다. 브루노는 바위 같은 어깨를 꼿꼿이 세운 채, 가웨인 경에게 전수받은 투기를 방패에 실어 굳건히 버텼다. 그의 손에 쥔 경보의 철방패가 적들의 마력 압박에 반응하여 낮게 웅웅거렸다.


“이곳은 제3황자 데미안 전하의 처소다! 황명이라 할지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단 난입은 허용할 수 없다!”


브루노의 외침과 동시에, 가웨인 경이 검을 스릉, 하며 뽑아 들었다. 그의 검신에는 여전히 비명의 계곡에서 바르칸의 마력을 견뎌내며 새겨진 미세한 균열이 가 있어 위태로운 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가웨인의 눈빛만큼은 타협 없는 강철과 같았다.


그 옆에서는 은빛 털을 거칠게 세운 수인족 전사 바르그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은빛 오라를 뿜어냈다. 그의 야수적 본능이 당장이라도 루돌프 경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라 울부짖고 있었다. 바르그는 자신을 짐승이 아닌 주권자로 대우해 준 유일한 주군, 데미안을 위해 온몸의 피를 쏟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일촉즉발. 당장이라도 피비린내 나는 참극이 터질 것 같은 침묵이 흐르는 순간, 휠체어 바퀴가 대리석 바닥을 구르는 나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물러서라, 브루노. 가웨인 경, 그리고 바르그.”


나직하지만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친위대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휠체어를 몰고 앞으로 나선 사내, 제3황자 데미안이었다. 그의 백발은 밤바람에 가볍게 흔들렸고, 오른쪽 흑안과 용인족의 마력이 각인된 왼쪽 금안의 오드아이가 달빛 속에서 기이하게 번뜩였다. 체내 마력 회로 괴사율은 여전히 85% 한계 상태를 가리키며 그의 가슴을 옥죄고 있었으나, 그의 이성은 얼음처럼 명징했다.


데미안은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하얀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뺨에 남은 붉은 상처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그의 뒤틀린 기형 회로 속에서 친모 아리아 황녀의 성국 혈통 마력이 정화 가루의 잔여 기운과 미세하게 반응하여 잔잔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르그가 야수적 살기를 억누르며 데미안의 휠체어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데미안이 바르그의 어깨에 마른 손을 얹어 그의 분노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바르그는 자신을 억누르는 주군의 손길에서 깊은 신뢰를 느끼며 살기를 거두었다.


“루돌프 경.”


데미안이 휠체어에서 상체를 꼿꼿이 세우며 루돌프 경을 응시했다.


“자네가 들고 있는 그 영장은 황국의 영토 내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단순한 행정 문서에 불과하네. 황제 폐하의 서명이 담겼다 한들, 내 손에 들린 이 조약서보다 상위에 설 수는 없지.”


데미안이 품 안에서 태고의 신들과 이종족 수장들이 피로 서약한 ‘최초의 만국 평화 조약 원본 양피지’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스으으으――


양피지가 데미안의 손끝에 닿는 순간, 은은하면서도 압도적인 백색 신성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순결한 마력의 결계가 제비궁의 집무실 입구를 감싸 안으며, 루돌프 경이 뿜어내던 7성급 기사 투기를 단숨에 무력화시켰다.


“만국 평화 조약 제1조 제3항, ‘조약의 서약 대리인은 만국 사법 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 어떤 국가의 사법적 구금이나 처벌로부터 절대적인 신변 보장을 받는다’고 명시되어 있네. 이것이 바로 ‘만국 외교 면책 특권 1급’일세.”


데미안의 목소리에 사법적 발언권의 마력 파동이 실려 기사들의 영혼에 직접 내리꽂혔. 친위대 기사들이 당황하여 서로 눈치를 보며 창끝을 내렸다.


“황국의 법률 위에 만국 조약이 존재하네. 황제라 할지라도, 신들이 보증한 이 조약의 서약 보증인인 나를 사법적 절차 없이 체포할 수는 없네. 만약 자네가 이 결계를 넘어 나에게 칼을 들이대는 순간, 그것은 황국이 이세계 전체를 상대로 평화 조약을 파기하겠다는 공식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네. 그 대가를 자네의 그 얄팍한 충성심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루돌프 경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의 완고한 원칙주의적 지성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데미안의 말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최초의 조약서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 사슬의 마력이 루돌프 경이 쥔 검과 마력 코어를 강하게 압착하며 그의 투기를 강제로 억제하고 있었다. 조약 위반 시 영혼이 소멸한다는 고대 신들의 계약 법칙이 그의 본능을 경고하고 있었다.


“크으윽……!”


루돌프 경은 이를 악물며 검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매서운 적개심이 서려 있었다. 그는 품 안에서 위조된 국경 영토 할양 조약서 사본을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면책 특권으로 신변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황국의 명예를 더럽힌 매국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실비아 영애와 레오폴드 전하께서 제출하신 이 위조 계약서에 전하의 마력 서명이 각인되어 있는 한, 전하는 황국의 주적입니다!”


루돌프 경이 휠체어에 앉은 데미안을 내려다보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3일입니다. 면책 특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뿐입니다. 3일 내에 이 조약서가 위조되었음을 법적으로 증명해 내지 못하신다면, 저는 황명에 따라 제비궁 전체를 반역의 온상으로 삼아 소탕할 것입니다!”


루돌프 경이 몸을 돌려 친위대를 이끌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육중한 철갑의 무리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부서진 문틀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만이 불어왔다.


“턱……!”


긴장이 풀리는 순간, 데미안의 서약의 심장이 거세게 고동치며 극심한 통증이 그의 가슴을 덮쳤다. 데미안은 휠체어 등받이에 기대며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클로에가 비명을 지르며 해독 약병을 들고 다가왔고, 가웨인 경이 무릎을 꿇으며 그의 마른 손을 잡았다.


데미안은 흐려져 가는 오드아이 눈동자 속에서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이성은 이미 다음 행보를 가리키고 있었다.


3일의 신변 보장 시간은 확보했다. 이제 진짜 위조범인 흑마법사 이반을 잡을 차례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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