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Enchanter2

거짓의 그물망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자, 전하…… 제발 목숨만은…….”


임시 관사의 어두운 복도 바닥에 무릎을 꿇은 베르너 시종장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그의 목덜미를 휘감은 백색의 ‘조약의 사슬’은 실체화된 인과율의 물리적 압박이었다. 마력이 전혀 없는 제3황자 데미안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이 사슬이 자신을 당장이라도 교살할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데미안이 읊조린 황실 법령 제42조 ‘황실 가례 연좌제’의 서늘한 구속력이 그의 영혼을 완벽히 옭아맸다.


데미안은 휠체어에 앉아 베르너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왼쪽 눈동자는 용인족 대장군 바르칸의 영혼 동조 영향으로 인해 차가운 금빛(金眼)으로 물들어 있었고, 오른쪽 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은 흑색이었다. 기이한 오드아이의 시선이 베르너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꿰뚫었다.


“베르너 경. 자네가 황비 세실리아와 재상 바르톨로메오 사이에서 정보를 거래하며 축적한 그 막대한 비자금은 이미 내 손안에 있네. 마테오 대행수의 상단 장부 사본이 황실 사법원에 제출되는 순간, 자네의 가문은 흔적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걸세. 황비가 자네를 지켜줄 것 같나? 아니, 그녀는 자네의 목을 가장 먼저 베어 꼬리를 자를 걸세.”


데미안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전생에 국제 분쟁 전문 변호사 이서준으로서 수많은 기업 거물들을 협상 테이블에서 굴복시켰던 그 냉철한 이성이 이세계의 황자 데미안의 육체를 통해 완벽히 구현되고 있었다.


“살려주십시오, 전하!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제발 가문만은…… 제 자식들만은 살려주십시오!”


베르너는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애걸했다. 그의 오만했던 태도는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강약약강의 표본인 시종장에게 데미안은 이제 황실의 수치스러운 폐물이 아닌,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거대한 지배자였다.


“좋네. 자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데미안은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였다. 베르너의 목을 조이던 백색의 사슬이 미세한 에테르 입자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베르너는 목을 움켜쥐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당장 재상 바르톨로메오에게 밀서를 보내게. 내가 국경 지대에서 각혈을 하며 쓰러졌고, 마력 회로가 완전히 폐색되어 가사 상태에 빠졌다고 보고하게. 내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경 조인식에 제3황자 데미안은 참석할 수 없으며, 목숨이 경각에 달해 움직이지 못한다는 내용을 아주 상세히 적어서 말일세.”


베르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그것은 재상 각하를 기만하는…….”


“기만하지 않으면 자네가 죽네.”


데미안의 서늘한 단언에 베르너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장 밀서를 작성하여 재상 각하의 전령에게 보내겠습니다. 제비궁의 감시망도 전하께서 위독하신 것처럼 완벽히 위장하겠습니다!”


“가서 작성하게. 가웨인 경이 자네의 펜 끝을 지켜볼 걸세.”


데미안의 지시에 문가에 서 있던 가웨인 경이 묵직한 발걸음으로 베르너의 덜미를 잡아챘다. 완벽히 해독된 6성급 최정상 기사의 위압감이 베르너의 어깨를 짓눌렀다. 베르너는 가웨인의 감시하에 가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비틀거리며 복도 저편으로 끌려갔다.


복도에 홀로 남은 데미안은 참았던 가벼운 기침을 뱉어냈다. 하얀 손수건에 묻어난 핏자국이 희미했다. 세계수의 정화 가루 덕분에 마력 회로의 폭주는 가라앉았으나, 여전히 괴사율은 80% 수준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심장에 가해지는 미세한 통증을 느끼며 데미안은 휠체어 바퀴를 돌려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 안에는 서기 루카스가 두꺼운 양피지 롤과 서류 더미를 쌓아둔 채 기다리고 있었다. 루카스의 잉크 묻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데미안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루카스는 안경을 고쳐 쓰며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황자 전하, 베르너 시종장은…… 포섭하셨습니까?”


“삼중 첩자로 완벽히 옭아맸네. 이제 재상 바르톨로메오는 내가 위독하여 국경에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겠지.”


데미안은 휠체어를 책상 앞으로 바짝 붙였다. 책상 위에는 최초의 만국 평화 조약 원본 양피지가 은은한 백색 광채를 내뿜으며 펼쳐져 있었다.


“루카스. 이제 우리가 밤새 해야 할 진짜 작업은 내일 조인식에 쓰일 개정 조약서 초안을 완성하는 것이네. 적들이 방심한 틈을 타, 그들의 탐욕을 법적으로 완전히 옭아맬 함정을 파야 하네.”


루카스는 데미안의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전하, 재상과 제1황자 에드워드가 군대를 움직여 국경 광산을 선제 점령하려 할 텐데, 정말 조약서 한 장으로 그 대군을 막을 수 있습니까? 물리적인 군사력 앞에서는 법률 문서도 한낱 종이 조각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데미안은 루카스를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전생의 변호사 시절, 법의 힘을 불신하던 수많은 의뢰인들이 던졌던 질문과 똑같았다.


“루카스. 이세계의 ‘만국 조약’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네. 그것은 세계의 근원 마력이 보증하는 절대적인 계약 마법이지. 위반 시 영혼이 소멸하는 강제력이 있네. 적들이 아무리 강력한 무력을 지녔다 해도, 그 무력의 대가들이 스스로 계약서에 서명하게 만든다면 물리 법칙보다 강한 인과의 사슬이 그들을 묶을 걸세. 이것이 바로 비대칭 정보와 사법적 규칙을 활용한 외교전이네.”


데미안은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정교하게 세공된 깃펜과 은빛 잉크병을 꺼냈다. ‘정령의 잉크와 깃펜’이었다. 고대 신전의 사제들이 사용했다는 이 신성한 서약 도구는 서명자의 영혼 마력을 양피지에 직접 각인시키는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아론 교수가 분석한 고대 계약 마법 수식을 이 개정 조약서에 이식해야 하네. 핵심은 ‘서약 불이행에 따른 영혼 소멸 법칙’일세.”


데미안은 깃펜을 잉크에 적셔 양피지 위에 정교한 법률 문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현대 계약법의 ‘조건부 해제’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고대 마법식과 융합하는 지적 연산이 그의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전개되었다.


“제1조, 레드클리프 마력 광산의 공동 개발 구역 지정. 제2조, 채굴된 에테르의 균등 분배 및 관세 면제. 그리고…… 제12조.”


데미안의 깃펜 끝이 양피지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정령의 잉크가 닿는 자리마다 은빛 마력 기포가 아른거리며 양피지 속으로 스며들었다.


“‘본 조약에 서명한 당사자가 상호 합의 없이 국경 지대에 군사를 무단 배치하거나 선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조약 수호 정령의 권능에 의해 서약자의 영혼 코어를 즉시 폐색하여 강제 소멸시킨다.’ 이 조항을 고대 계약 마법 언어로 위장하여 조약서의 여백 마법진 속에 숨겨두어야 하네.”


루카스는 데미안이 구술하는 마법 수식과 법률 문구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필사하기 시작했다. 데미안의 곁에서 법률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었지만, 현대의 치밀한 계약서 설계 능력과 고대 마법의 결합은 그에게 경외감을 넘어선 공포를 선사했다.


“전하…… 이 조항이 성립된다면, 재상과 제1황자가 국경을 침공하는 순간 그들의 영혼은 물리 법칙에 의해 즉시 분쇄되겠군요.”


“그렇네. 그들이 조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그들의 목에 보이지 않는 사슬을 채우는 셈이지. 적들은 나를 병약하고 무능한 황자라 여겨 방심하고 서명할 걸세. 그 방심이 그들의 영원한 무덤이 될 것이네.”


데미안은 밤새도록 루카스와 함께 조약서의 세부 독소 조항 방어 마법식을 설계했다. 마력 회로가 뒤틀린 육체적 한계 때문에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밀려왔고, 몇 번이나 코피가 흘러내렸지만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정신 장벽(Mental Shield Class 2)을 한계까지 가동하며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


같은 시각, 황성 중심부에 위치한 재상 바르톨로메오의 화려한 저택.


어두운 집무실 안에서 재상은 보랏빛 장포를 걸친 채 베르너 시종장이 보낸 밀서를 읽고 있었다.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비열한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결국 쓰러졌군. 나약한 폐물 황자 놈.”


재상은 밀서를 탁자 위에 내던지며 낮게 웃었다.


“용인족 대장군의 영혼을 몸에 강제로 안착시켰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마력이 전혀 없는 뒤틀린 회로로 8성급 무인의 영혼 압박을 버텨낼 리가 없지. 베르너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가사 상태에 빠져 숨만 붙어 있는 수준이라더군.”


집무실 구석의 어둠 속에서 철갑을 두른 거구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제1황자 에드워드였다. 그의 차가운 금발이 횃불 빛을 받아 살기 어린 빛을 발했다.


“데미안이 내일 국경 조인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용인족 놈들은 조약 파기로 받아들이고 폭주하겠군. 재상, 계획을 앞당겨야겠소.”


“그렇습니다, 황자 전하.”


재상의 눈빛에 탐욕이 번뜩였다.


“데미안이 위독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을 빌미로, 용인족이 먼저 조약을 파기하고 도발했다고 선동할 것입니다. 국경의 로만 백작에게 사병들을 대기시키라 명했습니다. 황자 전하의 철혈 친위대 역시 국경 지대로 즉각 출정시켜 레드클리프 마력 광산을 선제 점령하십시오. 전쟁의 명분은 이미 우리 손안에 있습니다.”


“좋다. 나약한 동생 놈이 판을 깔아주었으니, 제국의 영토를 무력으로 넓히고 그 광산의 에테르를 독점할 기회다.”


에드워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을 나섰다. 재상 바르톨로메오는 즉각 전령을 불러 국경 지대의 사병들과 로만 백작에게 침공 대기 명령을 전송하도록 지시했다. 적들은 데미안이 쳐놓은 거짓의 그물망 속으로 완벽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


동이 터오는 새벽, 임시 사절단 관사의 집무실.


루카스는 마지막 은빛 잉크 한 방울을 조약서 원본에 떨어뜨리며 필사를 마쳤다. 정령의 잉크와 깃펜이 내뿜던 백색 마력이 양피지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며 조약서는 평범한 가죽 문서처럼 모습을 바꾸었다.


“완성…… 했습니다, 전하.”


루카스는 밤샘 연산으로 극심한 마력 피로를 느껴 책상 위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그의 안경 너머로 지친 기색이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성취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데미안의 사상과 사법 지식을 계승하며 행정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순간이었다.


그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하녀 미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마법 통신 거울이 들려 있었다.


“황자 전하! 방금 황성 내부의 연락책으로부터 긴급 첩보가 도착했습니다. 재상 바르톨로메오가 베르너의 밀서를 받고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제1황자 에드워드의 군대와 국경의 로만 백작 사병들에게 ‘침공 대기 및 선제 도발’ 명령이 공식 하달되었다고 합니다!”


미나의 보고에 루카스는 사색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적들이 정말로 군사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조인식장이 전쟁터로 변할 것입니다!”


하지만 데미안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 차가운 승리의 미소가 번졌다. 적들의 모든 탐욕과 군사적 폭주가 자신이 설계한 인과의 그물망 안에서 정확히 박동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움직여 주는군. 탐욕에 눈이 멀어 법의 그물망이 자신들의 목을 조이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데미안은 조용히 양손으로 휠체어의 팔걸이를 짚었다. 그의 병약한 몸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가슴속 깊은 곳에서 고동치는 ‘서약의 심장’이 그의 육체에 강인한 생명력을 강제로 불어넣었다.


스스슥.


데미안은 천천히, 그러나 꼿꼿하게 휠체어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백발이 새벽녘 창문으로 들어오는 푸른 빛을 받아 신비롭게 휘날렸고, 오드아이의 금안이 번뜩였다.


“가웨인 경, 바르그. 외교 마차를 준비하게.”


데미안은 완성된 개정 조약서 원본을 품에 소중히 안았다.


“적들이 군대의 칼날을 믿고 날뛸 때, 우리는 법과 조약의 사슬로 그들의 영혼을 묶어버릴 것이네. 황성의 비밀 탈출로를 통해 즉시 국경으로 출발한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