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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견 사료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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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사각, 사각.”


경영기획실 구석에서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빗자루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평화롭게 들렸다. 분홍색 레이스 앞치마를 질끈 동여맨 거구의 오크 족장 가르크가 굵은 눈물을 훔치며 바닥의 검은 토너 가루를 쓸어내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하던 뼈 몽둥이는 문틀 옆에 얌전히 기대어 놓은 채였다.


그 모습을 경영기획실 문틈으로 지켜보던 군사부장 바르가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조용히 침을 삼켰다. 무력 제일주의를 외치던 오크 부족장이 고작 ‘식량 지원 예산 동결’이라는 종이 한 장의 위협 앞에 저렇게 완벽한 청소 요원으로 갱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하지만 유은하는 감상에 젖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드워프제 사무용 메쉬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손가락 터널 증후군이 도진 손목을 가볍게 돌렸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가상의 푸른색 엑셀 격자창을 응시했다.


“자, 가르크 부족장의 기물 파손 건은 대체 노동 계약으로 정리가 되었고…….”


은하가 마법 행정 태블릿을 톡톡 두드리자, 화면의 ‘예산 삭감 및 실사’ 폴더가 열리며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이는 다음 파일이 나타났다.


[군사부 산하 지옥견 사료비 청구 내역서]


은하의 안경 렌즈 너머로 차가운 이성의 빛이 번뜩였다.


“지옥견 500마리 분량의 월간 사료비가 무려 규격 마정석 주화 30,000개? 시장 단가보다 정확히 3배가 부풀려져 있네. 군사부 예산의 20%가 이 구멍으로 새고 있었어.”


“키익, 실장님! 그 지옥견 사료를 독점 납품하는 자가 바로 ‘지옥견 번식업자 자크’입니다!”


책상 밑에서 조심스럽게 기어 나온 똑똑이 대리가 은하의 눈치를 살피며 싹싹하게 정보를 대령했다.


“자크는 군사부장 바르가스 님과도 아주 오랜 친분이 있는 거물 업자입니다. 지옥견들이 워낙 사납고 강해서 오직 자신만이 공급할 수 있는 ‘특제 고급 영혼 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매달 저렇게 엄청난 금액을 청구하고 있지요.”


“특제 고급 영혼 사료?”


은하는 콧방귀를 꼈다. 전 회사 악덕 최사장이 ‘가족 같은 회사’를 외치며 법인카드로 개인 사치품을 긁어대던 수법과 소름 돋게 일치하는 냄새가 풍겼다.


“똑똑이 대리, 재무부 릴리스 팀장님과 리치 세무사님 소집하세요. 오늘 아주 뼛속까지 탈탈 터는 정밀 회계 감사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


잠시 후, 경영기획실 중회의실의 묵직한 석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대치 전선이 형성되었다.


테이블 맞은편에는 지저분한 가죽 옷을 입고 지옥견의 이빨 자국이 가득한 가죽 장갑을 낀 사육업자 자크가 오만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비린내 나는 wet fur와 생고기 냄새가 풍겼고, 이빨이 몇 개 빠진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키히히, 새로 오신 인간 실장님이 내 사료비 결재를 보류하셨다고 들었소만?”


자크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석조 테이블을 툭툭 치며 거만하게 말했다.


“우리 지옥견들은 마왕성의 최전방 공중 전력이자 수호 야수들이오. 걔들이 하루라도 굶으면 당장 이 기획실 문을 부수고 들어와 네놈들을 뼈째로 씹어 먹을 텐데, 감히 사료비를 깎겠다고?”


그의 위협에 똑똑이 대리는 어깨를 움츠렸지만, 은하의 오른팔인 서큐버스 재무팀장 릴리스는 붉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장부를 탁 소리 나게 덮었다.


“자크 씨, 협박은 통하지 않아요. 재무부의 1차 검토 결과, 귀하가 청구한 사료 단가는 시장 평균 단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습니다. 단식부기로 대조해 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요.”


릴리스가 붉은 가죽 결재판을 펼치며 쏘아붙였지만, 자크는 코방귀를 뀌며 품속에서 화려한 보라색 마력이 깃든 홀로그램 장부를 꺼내 공중에 띄웠다.


“키히히! 단식부기 같은 하찮은 인간들의 계산법으로 내 위대한 사육 장부를 평가하려 들지 마시오! 여기 보시오, 지옥견들의 활동량과 마력 소모량에 따른 사료 소비 공식이 완벽하게 증명되어 있지 않소? 내 장부에는 단 1골드의 오차도 없소!”


공중에 떠오른 보라색 홀로그램 장부는 현란한 마법 기호와 복잡한 수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전통적인 단식부기로는 도저히 오차를 잡아낼 수 없도록 설계된 고도의 ‘마법 교란 장막’이었다.


실제로 릴리스가 주판을 튕기며 숫자를 대조하려 하자, 홀로그램의 마법 파장이 숫자를 미세하게 왜곡시키며 연산을 방해했다. 릴리스의 이마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실장님…… 숫자가 자꾸 움직여요. 단식부기로는 이 장막을 뚫고 실제 오차를 잡아내는 게 불가능합니다.”


자크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비열하게 웃어댔다.


“거 보시오! 내 장부는 완벽하오! 당장 규격 마정석 주화 30,000개를 지급하겠다는 결재 도장을 찍으시오!”


그때,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유은하가 믹스커피 텀블러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콧등에 걸친 블루라이트 차단 은테 안경이 푸른빛을 반사하며 서늘하게 빛났다.


“자크 씨.”


은하의 목소리는 지독하리만치 차분했다.


“마법으로 숫자를 가린다고 해서, 회계의 기본 인과율까지 지워질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K-직장인들이 연말정산과 세무 감사를 어떻게 버텨왔는지 전혀 모르시는군요.”


은하가 자리에 서서히 일어섰다. 그녀의 주변으로 서늘한 오피스의 다크서클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리치 세무사님, 장부 분리 준비해 주세요.”


“크크크…… 드디어 엑셀의 여왕께서 시동을 거시는군요. 이 늙은이의 뼈마디가 벌써부터 흥분으로 떨립니다.”


구식 돋보기안경을 겹쳐 쓴 해골 리치 세무사가 손가락 뼈마디를 요란하게 튕기며 은하의 뒤로 섰다.


“가동합니다. 복식부기 크로스 체크(Double-entry Bookkeeping Cross-Check).”


은하가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 광속으로 타이핑을 시작했다.


스스스스—!


회의실 전체가 푸른색 디지털 엑셀 격자막으로 뒤덮였다. 자크가 펼쳐놓은 보라색 홀로그램 장부가 푸른 격자막에 닿는 순간, 마법 교란 장막이 쩍쩍 갈라지며 본래의 건조한 숫자들로 강제 분해되기 시작했다.


“어, 어버버? 내 마법 장막이 왜 분해되는 거지?”


자크가 당황해 소리쳤지만, 은하의 연산은 멈추지 않았다.


“복식부기의 기본은 차변(Debit)과 대변(Credit)의 일치입니다. 자크 씨가 제출한 장부는 자산과 비용을 한 군데에 뭉뚱그려 놓은 조잡한 눈속임에 불과해요. 자, 이 장부를 5대 계정 과목인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으로 분리하겠습니다.”


푸른 격자창 위에서 자크의 장부 데이터가 일목요연하게 두 개의 열로 나뉘어 정렬되었다. 왼쪽에는 자크가 청구한 비용(사료비), 오른쪽에는 그 비용을 집행하기 위해 소모된 실제 자재의 유출 경로가 선으로 연결되어 나타났다.


“릴리스 팀장님, 자크의 사료 창고에서 반출된 실제 사료 포대 구매 영수증을 대조해 주세요.”


“네, 실장님! 한스 상단을 통해 확인한 실제 사료 원가 영수증 데이터를 엑셀 시트에 동기화합니다!”


릴리스가 마법 주판을 튕기자, 한스 상단의 공식 바코드가 찍힌 투명한 세무 데이터가 푸른 격자창 위로 복사 붙여넣기(Ctrl+V) 되었다.


그 순간, 자크의 장부 우측 대변 항목에 수많은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ERROR: 자산 유출 데이터와 비용 청구액 불일치 (오차율 200%)]


“자크 씨, 영수증이 유실되었다고 하셨죠? 하지만 돈의 흐름은 영수증이 없어도 흔적을 남깁니다.”


은하가 안경을 지적으로 치켜올리며 붉게 물든 엑셀 시트를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켰다.


“복식부기 크로스 체크 결과, 귀하가 마왕성 국고에서 청구한 주화 30,000개 중 실제로 사료 구매에 쓰인 돈은 고작 10,000개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20,000개는 어디로 갔을까요?”


“그, 그것은…… 지옥견들이 너무 사나워서 사육 관리비가 추가로……!”


“거짓말하지 마세요.”


은하가 태블릿 화면을 아래로 쓸어내렸다.


“지옥견들의 실제 마릿수와 마력 방출량을 기반으로 한 사료 소비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습니다. 지옥견 500마리가 매일 소비해야 하는 사료의 총량과, 귀하가 실제로 창고에 들여놓은 사료의 총량이 전혀 맞지 않아요. 귀하는 서류상으로만 500마리를 키운다고 보고하고, 실제로는 단 150마리만 사육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350마리 분량의 고급 사료비는 전부 귀하의 개인 비밀 금고로 흘러 들어갔군요.”


“크학?!”


자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10년 동안 완벽하게 숨겨왔던 이중 장부의 실체가, 단 반나절 만에 엑셀 수식 몇 번으로 완벽하게 발가벗겨진 것이다.


“이, 이건 음모요! 내 지옥견들이 당장 네년의 목구멍을 찢어버리게 만들겠다!”


막다른 길에 몰린 자크가 이성을 잃고 품속에서 뼈로 만든 호루라기를 꺼내 불려 했다. 지옥견들을 기획실로 호출해 무력으로 감사단을 몰살하려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하지만 은하가 결재 서류 위에 붉은색 인크를 묻힌 반려 도장을 들어 올렸다.


“사내 규정 위반 및 허위 청구 적발. 기안서 반려 규칙을 발동합니다.”


쾅—!


은하가 자크의 사료비 청구 기안서에 반려(REJECT) 도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그 순간, 도장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색 마법 결계가 자크의 온몸을 휘감았다. 인과율의 속박이 작동하면서 자크가 호루라기를 불려던 손가락이 돌처럼 굳어버렸고, 그의 몸속에 흐르던 마력이 일시적으로 50% 감쇄되며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끄아아악! 내, 내 마력이……!”


“또한, 독점 납품업자의 비리와 불투명한 자금 집행을 근절하기 위해, 오늘부로 마왕성 자재 조달 경쟁 입찰제(경쟁 입찰제)를 선포합니다.”


은하가 새로운 행정 문서를 자크의 코앞에 던졌다.


“자크 씨의 독점 납품권은 영구 박탈됩니다. 앞으로 지옥견 사료는 한스 상단을 포함한 3개 이상의 외부 상단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장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하겠습니다. 귀하가 빼돌린 횡령금은 전액 압류 및 국고로 강제 귀속됩니다.”


“이, 이 사악한 인간 년이……! 날 파산시킬 셈이냐!”


자크가 피를 토하듯 절규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인사부장 카론이 이끄는 데스나이트 순찰대원들이 차가운 철갑 소리를 내며 진입했다.


“사내 규정 위반자 자크. 지하 감옥으로 연행하여 횡령 재산 실사 및 시말서 작성 형에 처한다.”


카론의 차가운 명령에 데스나이트들이 자크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아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거 놓아라! 군사부장 바르가스 님! 무기고 소장님! 나 좀 살려주시오! 끄아아아악!”


자크가 횡령 혐의로 비명을 지르며 질질 끌려가는 그 순간, 회의실 구석에서 이 모든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던 무기고 소장의 얼굴이 흙빛을 넘어 사색이 되었다. 소장은 자신의 품속에 숨겨둔 무기 재고 대장을 쥔 손을 부르르 떨며, 은하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자크의 횡령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막대한 뒷돈을 챙겨왔던 배후의 꼬리가 밟히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그때, 릴리스가 자크가 남겨두고 간 개인 비밀 장부의 찢어진 모서리를 마법 돋보기로 정밀 분석하다가 숨을 들이켰다.


“실장님…… 이것 좀 보세요.”


릴리스가 목소리를 낮추며 은하의 귓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자크의 개인 비자금 세탁 계좌 구석에서 아주 기묘한 거래 흔적이 발견되었어요. 마왕성 내부의 고위 귀족 세력이 인간계 교황청 소속 타락 기사단장에게 정기적으로 마정석을 밀수하고 자금을 세탁해 온 이중 장부의 흔적이에요…….”


은하의 눈동자가 안경 너머로 가늘어졌다. 마왕성 내부의 단순한 횡령 사건이, 인간계 교황청과의 거대한 종교적 밀수 유착이라는 초차원적인 음모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재미있어지네…….”


은하가 믹스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이 꼬리들을 전부 밟아서, 마왕성 예산을 갉아먹는 기생충들을 아주 뿌리째 뽑아내 주겠어.”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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