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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와 저승사자 인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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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성 신관 10층 경영기획실의 아침은 지독한 커피 향과 함께 시작되었다.


하지만 평화로워야 할 탕비실은 이미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K-믹스커피의 악마적인 단맛에 중독된 마족들이 매일 아침 탕비실로 구름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하급 고블린부터 상급 데몬까지, 종이컵을 하나씩 손에 쥐고 카페인 수치를 올리기 위해 아우성을 치는 풍경은 지옥의 한 장면치고는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었다.


문제는 그 중독의 부작용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는 점이다.


“실장님, 큰일입니다! 키익! 군사부의 오크 훈련병들이 밤새 믹스커피를 훔쳐 마시고 흥분해서 연병장 바닥을 전부 뒤엎어 놨습니다! 밤샘 야근을 자처하며 탕비실 비품을 무단으로 털어가는 놈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직속 인턴 고블린 똑똑이가 마법 행정 태블릿을 들고 허겁지겁 뛰어오며 보고했다. 은하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당류와 고농축 카페인의 자극을 이기지 못한 마족들이 밤샘 야근을 ‘자발적 전투 수련’이라 우기며 탕비실을 약탈하고 있었다. 이른바 마왕성 사상 최악의 ‘야근 인플레이션’이자 근태 붕괴 사태였다.


“복리후생을 제공했더니 기강을 무너뜨리는군요. 역시 채찍 없는 당근은 버릇없는 직원을 만들 뿐이에요.”


은하의 서늘한 안경알 너머로 이성적인 독기가 번뜩였다. 주말 출근과 야근을 혐오하는 그녀에게, 사원들이 밤새 마왕성을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꼴은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게다가 소중한 K-믹스커피의 재고가 무서운 속도로 바닥나고 있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은하는 즉시 태블릿을 켜고 새로운 사내 법률을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중에 푸른 격자창이 명멸했다.


[마왕성 근로기준법 제50조: 마왕성 주 52시간 근무제 선포]


“야근은 사전 승인을 받은 자만 가능합니다. 오후 6시 이후 마왕성 내부의 모든 마력 온수기와 탕비실 전력을 강제로 차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는 자들을 물리적으로 처단할 강력한 집행관을 임명하죠.”


은하가 선택한 인물은 마왕성 지하 깊은 곳에서 출근 기록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데스나이트, ‘카론’이었다.


카론은 과거 인간계 제국의 황실 수석 행정관 출신이었다. 생전에 나라의 모든 행정 문서를 처리하기 위해 7일 연속 철야 근무를 하다가 책상 위에서 펜을 쥔 채 과로사(過勞死)한 비참한 과거를 지닌 영혼이었다. 그 한이 어찌나 깊었는지, 죽어서 언데드 데스나이트가 된 후에도 야근과 과로에 발작적인 혐오감을 보이는 지독한 근태 원칙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은하는 그를 경영기획실 산하 ‘마왕성 인사부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카론 부장님. 오늘부터 오후 6시 이후 마왕성에 남아 있는 모든 미퇴근자들을 강제로 퇴근시키십시오. 거부하는 자들은 사내 규율 위반으로 즉시 징계합니다.”


검은 갑옷을 입고 가슴에 ‘인사팀장 카론’이라는 아크릴 명찰을 달고 있던 거구의 데스나이트가 안광을 퍼렇게 빛내며 고개를 숙였다.


“과로사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제 관할 하에 무단 야근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퇴근을 거부하는 자들의 영혼을 거두어 집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


카론의 등 뒤로 차가운 저승의 서리가 피어올랐다. 진짜 저승사자가 인사팀장으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


오후 6시 5분.


공식적인 퇴근 시간인 6시를 단 5분 넘긴 시각, 마왕성 최전방 전투 연병장에서는 여전히 거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더 빠르게 휘둘러라! 전사들이여, 밤은 길다! 야간 추가 훈련을 통해 인간들의 목을 벨 힘을 길러야 한다!”


거구의 오크 전사이자 군사부장인 바르가스가 거대한 마법 도끼 블러드액스를 붕붕 휘두르며 부하 오크들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훈련병들은 이미 하루 종일 이어진 강행군과 믹스커피의 부작용으로 눈이 헵번하게 풀린 채 헉헉대고 있었다.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무단 야근 강요였다.


스스스슥—.


그때, 연병장 사방에서 차가운 밤안개와 함께 검은 갑옷을 입은 무리들이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인사부 소속 데스나이트 순찰대, 즉 ‘주 52시간 수호자’들이었다.


그들의 맨 앞에는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 카론 인사부장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불타는 보라색 마력의 삼단봉과 출근 카드를 찍지 않으면 영혼을 태워버린다는 ‘지옥의 근태 관리기’가 쥐어져 있었다.


“오후 6시 5분입니다. 군사부장 바르가스. 귀 부서는 사전 야근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즉시 훈련을 중단하고 전원 퇴근 카드를 찍고 귀가하십시오.”


카론의 목소리가 연병장 전체를 서늘하게 얼려버렸다.


바르가스는 도끼를 바닥에 쿵 찍으며 이마의 핏대를 세웠다.


“인사부 따위가 군사 행동을 간섭하느냐! 전사들에게 퇴근이란 없다! 오직 승리만이 있을 뿐! 방해하면 이 도끼로 네놈의 해골을 쪼개버리겠다!”


바르가스가 으르렁거리며 도끼를 치켜들었다. 거구의 오크 전사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연병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카론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품속에서 붉은색 마력이 불타오르는 특수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사내 규정 제88조, 시말서 누적 삼진아웃제 규정에 의거하여 경고합니다. 무단 야간 근무 강요 및 지시 불이행. 이 ‘시말서 전용 붉은 양피지’를 받아 드십시오. 거짓을 적거나 작성을 거부할 시 귀하의 영혼에 징벌적 화상이 부여될 것입니다.”


“닥쳐라! 이 뼈다귀 놈이!”


바르가스가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거대한 블러드액스가 카론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엄청난 마력 폭풍이 연병장의 흙먼지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타아앙—!


지옥의 근태 관리기와 불타는 삼단봉이 교차하며 바르가스의 도끼날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보라색 불꽃과 붉은 마력이 공중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며 불꽃을 튀겼다. 데스나이트 로드인 카론의 완력은 오크 군단장인 바르가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퇴근은…… 신성한 권리입니다.”


카론의 푸른 안광이 율법을 수호하는 신관처럼 엄숙하게 타올랐다.


그 대치 상황의 바로 뒤편, 어둠 속에서 은테 안경을 치켜올린 유은하가 소리 없이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마법 행정 태블릿’이 들려 있었고, 화면 속 엑셀 시트에는 바르가스의 이름이 붉은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바르가스 군사부장님. 사내 규정 위반 현장이 실시간 채증되었습니다.”


은하가 태블릿 화면을 톡 두드렸다.


[군사부장 바르가스: 무단 야근 지시 및 인사부 집행 방해. 근태 벌점 10점 부과. 당월 기본급 10% 실시간 감봉 고지서 발송 완료.]


지잉—!


바르가스의 품속에 있던 사원증 목걸이가 붉게 타오르며 실시간 감봉 통지서가 홀로그램으로 공중에 떠올랐다. 숫자로 때리는 지독한 ‘금융 치료’의 시작이었다. 바르가스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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