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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성과급은 주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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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라!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마왕의 집행장이고 뭐고, 목격자가 없으면 그만이다!”


벨리알 공작의 광기 어린 포효가 지하 3층 임시 감사실의 석조 벽면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의 손에 든 명검 ‘크림슨 팽’의 붉은 검신은 마왕성 중앙 은행의 자산 압류 조치로 인해 마력이 50%나 급감해 탁한 회색빛을 띠고 있었지만, 영주로서의 오만한 살기만큼은 여전히 매서웠다.


콰아아앙! 쿠구구궁!


공작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감사실 밖 복도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천 명의 무장 사병들이 거친 금속음을 내며 밀려들었다. 칠흑 같은 갑옷을 입은 흡혈귀 장교들,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는 오크 용병들, 그리고 공중을 선회하는 가고일 돌격대까지. 벨리알 공작이 은밀하게 육성해 온 북부 정예 사병 3만 명 중 선봉대 2천 명이 감사실의 좁은 입구를 완전히 포위했다.


“실장님, 사병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제 삼단봉으로도 이 인원을 물리적으로 전부 통제하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데스나이트 카론 인사팀장이 번쩍이는 검은 갑옷의 소매를 걷어붙이며 은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손에 쥔 불타는 삼단봉이 파르르 떨리며 차가운 저승의 서리를 뿜어냈지만, 2천 대 1이라는 압도적인 머릿수 앞에서는 언데드 로드조차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릴리스 재무부장 역시 사색이 된 채 은하의 H라인 스커트 자락을 꽉 붙잡았다.


“으으, 실장님! 벨리알 저 영감탱이가 완전히 이판사판으로 나오나 봐요! 자금줄이 묶이니까 아예 우리를 죽여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거예요!”


습격해 오는 사병들의 서슬 퍼런 칼날이 감사실 문턱을 넘어 은하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일촉즉발, 당장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그러나 유은하 실장은 단정한 은테 안경을 가볍게 치켜올릴 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 안에서 밤새 출력해 둔 빳빳한 A4 용지 서류 더미—즉, 벨리알 공작의 ‘이중 장부 적발 채권’ 인쇄본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제레드가 연성해 준 마력 확성 마도구를 쥐었다.


‘월급쟁이 용병들의 가장 큰 약점은 신념이 아니다. 바로 돈이다.’


은하는 확성기의 스위치를 켰다. 삐이익— 하는 날카로운 하울링 소리가 감사실 복도 전체를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돌격하던 오크 전사들과 흡혈귀 기사들이 귀를 틀어쥐며 멈칫했다.


“아, 아. 북부 영지 소속 근로자 여러분, 잠시 안내 말씀 드립니다. 본 감사관은 마왕성 경영기획실장 유은하입니다.”


은하의 건조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마력 확성기를 타고 2천 명의 사병들의 귀에 똑똑히 박혔다.


“네년이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기려는 모양이구나! 쳐라! 당장 그 주둥이를 찢어버려라!”


벨리알 공작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은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류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북부 영지 정예 사병 여러분. 혹시 작년 겨울, 마왕성 본부에서 여러분의 ‘겨울철 특별 방한 보너스’와 ‘막사 난방비 보조금’ 명목으로 대원 1인당 마정석 150개씩 배정했던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 순간, 돌격 대열의 맨 앞줄에 서 있던 거구의 오크 용병 대장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어? 보너스? 난방비?”


오크 대장이 멍청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뒤에 서 있던 흡혈귀 기사들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냐! 우린 작년 겨울에 보조금은커녕, 난방 마석이 부족해서 가죽 갑옷을 세 겹씩 껴입고 덜덜 떨면서 잤는데!”


“맞아! 내 부하 녀석은 발가락에 동상까지 걸렸단 말이다!”


사병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은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횡령 장부의 수치를 확성기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여기 북부 영지 공식 세무 장부 제42조 3항과 실제 자금 집행 내역을 크로스 체크한 결과입니다. 공작님은 작년 11월, 마왕성 재무부로부터 여러분의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총 450만 마정석을 정상 수령하셨습니다. 그러나 해당 자금은 사병들에게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자금의 최종 종착지는 공작님의 개인 취미인 ‘최고급 적마정석 금괴 50개 구매’였습니다. 납품업자는 암시장의 골두 상단, 영수증 번호는 B-9921입니다.”


복도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사병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흔들렸다.


“그, 금괴 50개……? 우리 난방비를 떼먹고 지 혼자 금괴를 사 모았다고?!”


“우린 얼어 죽어가면서 밤새 보초를 섰는데, 공작님은 우리 보너스로 금괴를 사서 개인 금고에 처박아 뒀단 말인가?!”


사병들의 당혹감은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다. 칼을 쥐고 감사실로 들이닥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배신감에 찬 눈빛들이 벨리알 공작을 향했다.


“거, 거짓말이다! 저 간악한 인간 비서 년이 너희를 이간질하기 위해 가짜 서류를 읽는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나는 너희의 영주이자 고용주다!”


벨리알 공작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자산 압류로 마력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사병들의 신뢰까지 잃으면 끝장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은하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쐐기를 박았다.


“이미 재무부 릴리스 팀장님이 공작님의 개인 금고를 합법적으로 압류하여 해당 적마정석 금괴 50개를 전량 확보해 둔 상태입니다. 또한, 공작님은 여러분이 매달 목숨을 걸고 지하 광산에 투입될 때 지급되어야 할 ‘광산 위험 수당’ 마정석 50개마저 장부상에서 교묘하게 누락시켜 횡령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임금 체불과 노동 착취를 당하고 계신 겁니다.”


“크으으으윽……!”


오크 대장의 굵은 힘줄이 이마에 돋아났다. 그는 쥐고 있던 거대한 전투 도끼를 거꾸로 돌려 바닥에 쿵 내리찍었다.


“공작 전하…… 이게 사실입니까? 우리가 목숨 걸고 싸우는 동안, 전하는 우리 성과급으로 금괴를 핥고 계셨단 말입니까?!”


“반역이다! 이 노예 같은 놈들이 감히 고용주에게 대드는 것이냐! 당장 칼을 들어 저 계집의 목을 치지 않으면, 너희 전원의 급여를 한 푼도 주지 않겠다!”


벨리알이 이성을 잃고 핏대를 세우며 협박했다. 그러나 그 협박은 은하가 제정한 ‘법률’ 앞에서는 한낱 무의미한 앙탈에 불과했다.


은하는 마력 확성기의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마계 근로기준법 제4조 및 마왕성 노동법 제12조에 의거하여 선포합니다. 고용주가 정당한 임금 및 성과급을 체불하거나 복리후생 예산을 무단으로 횡령할 경우, 피고용인은 합법적인 ‘단체 파업 및 태업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부로 파업에 돌입하는 모든 사병들에게는 기획실의 특별 지원금을 통해 마왕성 직할령 정규직에 준하는 최저임금을 보장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정규직…… 최저임금 보장?!”


그 순간, 사병들의 대열 사이로 조그만 초록색 그림자들이 신속하게 파고들었다. 이마에 ‘단결 투쟁’이 적힌 붉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지하 임프 노동조합원들이었다. 임프 대장이 이끄는 노조원들은 사병들에게 앙증맞은 손으로 인쇄물들을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임프 노조가 특별 제작한 `[합법적 파업 가이드북: 떼인 성과급 100% 받아내는 법]` 책자였다.


“오크 형님들! 흡혈귀 형님들! 이 책자 좀 보십시오! 유은하 실장님이 제정하신 노동법에 따르면, 우린 더 이상 공짜로 뼈 빠지게 일할 필요가 없습니다! 떼인 돈 다 받을 수 있습니다! 단결 투쟁입니다!”


임프 대장이 확성기를 대고 앙증맞게 소리치자, 사병들은 책자를 받아들고 눈을 반짝였다. 책자에는 파업 시 행동 강령, 태업 방법, 그리고 기획실에 청구할 수 있는 ‘대환 대출’ 신청서 양식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성과급은 주셔야죠, 사장님!”


맨 앞줄의 오크 용병이 도끼를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특별 방한비 횡령이 웬 말이냐! 금괴를 뱉어내라!”


“우리는 오늘부로 파업을 선언한다! 돈 줄 때까지 칼 안 쥐어!”


가고일 돌격대원들은 날개를 접고 복도 바닥에 얌전히 주저앉았고, 흡혈귀 기사들은 칼을 거꾸로 쥐어 벨리알 공작을 향해 겨누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군대가 단 5분 만에 은하가 건넨 ‘노동법’과 ‘성과급 횡령 장부’ 한 장에 감격하여 무자비한 사병에서 열렬한 ‘노동조합 투사’들로 각성해 버린 것이다.


“너, 너희들이 감히 내게…… 내 돈으로 먹여 살린 노예 놈들이 감히!”


벨리알 공작은 자신의 군대에게 역으로 포위당하는 비참한 처지가 되었다. 마력이 50%나 깎인 상태에서 3만 군대의 분노 어린 눈빛을 받자, 공작의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아우, 확성기를 너무 크게 썼더니 귀가 다 먹먹하네.”


은하는 가볍게 귀를 후비며 빳빳한 서류철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옆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카론 인사팀장은 감격 어린 안광을 빛내며 은하를 바라보았다.


“실장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수호하는 법의 힘이 이토록 위대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 사병들의 눈빛에서 생전의 제 열정이 보이는군요.”


“카론 부장님, 감상에 젖을 시간 없습니다. 저기 벨리알 사장님 도망치시네요.”


은하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완전히 고립된 벨리알 공작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집무실 안쪽의 비밀 통로를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체불 고용주의 야반도주는 엄중 처벌 대상입니다.”


카론의 푸른 안광이 매섭게 타올랐다. 비밀 포털이 있는 집무실 안쪽을 향해, 벨리알이 담비 가죽 망토를 휘날리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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