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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장의 무뢰한들, 무공 없는 스승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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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봉의 아침은 푸르른 대나무 숲 사이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과 함께 시작되었다. 잎사귀마다 맺힌 천지정기 이슬이 영롱하게 빛나며 대지를 적셨고, 은은한 대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수련장 한편에 마련된 돌상에 앉아 따뜻한 차를 들이켜던 한시우는 가벼운 기침을 토해냈다.


“콜록, 콜록…….”


기경폐절(奇경폐절) 상태의 단전이 차가운 아침 공기에 반응해 미세하게 욱신거렸다. 전날 밤 주선아의 과감한 대시와 그로 인해 폭발했던 제자들의 무시무시한 질투를 수습하느라 소모한 정신력이 몸에 무리를 준 모양이었다. 한시우가 창백한 안색으로 손목의 찰과상을 매만지자, 수련장 중앙에서 목검을 쥐고 있던 첫째 제자 설하율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설하율은 즉각 수련을 멈추고 한시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눈부신 은발을 단정하게 묶어 내린 그녀의 투명한 빙백빛 눈동자에는 걱정과 애정이 가득 차 있었다.


“스승님, 안색이 또 창백하십니다. 어젯밤 그 무례한 상단 계집 때문에 무리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내력을 불어넣어…….”


“아니다, 하율아. 내력이 없는 내 몸에 강맹한 기운을 밀어 넣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저 바람이 조금 차서 그렇다.”


한시우가 온화한 미소로 그녀의 말을 만류하자, 설하율은 입술을 깨물며 그의 도포 자락을 조심스럽게 꽉 쥐었다. 스승을 향한 그녀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마당 한구석에서는 둘째 야설화가 요염한 자태로 대나무 기둥에 기대어 한시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셋째 염초아는 만독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스승의 관심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막내 독고란 역시 무표정한 인형 같은 얼굴로 목검을 꼭 쥔 채 한시우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있었다.


네 명의 마교 교주의 딸들이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며 집착하는 이 비현실적인 일상. 한시우가 제자들의 머리를 한 명씩 쓰다듬어 주며 청운검결(Cheongun Sword Sutra)의 기초 초식을 지도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수련장을 둘러싸고 있던 울창한 대나무 울타리가 거칠게 부서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휘날렸다. 정적을 깨뜨리는 무자비한 파괴 소리에 제자들의 눈빛이 단숨에 날카롭게 변했다.


“여기가 그 마교의 밀정들을 숨겨두었다는 초라한 약초꾼의 소굴이냐?”


먼지 구름을 헤치며 나타난 자는 붉고 푸른 청성파의 무사 검포를 걸친 거구의 사내였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험악한 흉터와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닌 그는 바로 청성파의 무력 행동대장, 학진(Hak-jin)이었다. 그의 뒤로는 열두 명의 무장한 청성파 무사들이 칼자루를 쥔 채 수련장 안으로 난입했다.


학진은 마당 중앙에 서서 가소롭다는 듯 침을 뱉더니, 무자비한 발길질로 수련용 목검들이 거치되어 있던 나무 거치대를 걷어찼다.


와르르릉!


나무 거치대가 부서지며 제자들이 매일 땀 흘려 닦았던 목검들이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학진은 그중 설하율의 이름이 새겨진 목검 하나를 밟아 짓뭉개며 삐딱하게 웃었다.


“소문이 무성하기에 대단한 고수가 숨어있는 줄 알았건만, 내력 한 푼 없는 폐물 새끼가 기생오라비 같은 낯짝을 하고 계집년들을 끼고 놀아나고 있었군. 한시우, 네놈이 조덕필 장로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 청운봉에서 불법으로 약초를 채집하며 마교의 밀정들과 내통하고 있다는 고발이 접수되었다. 당장 이 봉우리를 비우고 기어 나가지 않는다면, 네놈과 여기 있는 년들의 사지를 잘라 관청에 넘기겠다!”


그 순간, 수련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설하율의 은발 끝자락에서 푸른 성에가 피어올랐고, 그녀의 눈동자가 차가운 빙백마기(Ice Demon Qi)의 영향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야설화의 발끝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일렁이며 대지를 침식해 들어갔고, 염초아의 손끝에서는 치명적인 보랏빛 독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막내 독고란 역시 묵직한 철검을 쥐고 당장이라도 학진의 목을 베어버릴 듯한 기세를 뿜어냈다.


자신들의 유일한 구원이자 신성한 성역인 스승 한시우를 모욕한 자들을 향한 마교 후예들의 잔혹한 살의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안 된다. 여기서 제자들이 마공을 드러내 무력을 쓰는 순간, 조덕필이 쳐둔 덫에 걸려들게 된다.’


한시우는 심안(Mind's Eye)을 가동해 제자들의 단전 내부에서 거세게 요동치는 마기의 흐름을 포착했다. 그는 즉각 설하율의 차가워진 어깨 위로 따뜻한 손길을 얹었다. 스승의 부드럽고 온화한 체온이 닿는 순간, 설하율의 몸을 감싸던 가혹한 한기가 봄눈 녹듯 단숨에 사라졌다.


“모두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서거라.”


한시우의 나직하고 단호한 명령에, 폭주하기 직전이었던 마교의 딸들이 거짓말처럼 기세를 누르고 무릎을 꿇었다. 한시우는 창백하지만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학진의 앞으로 걸어 나갔. 그의 수수한 청색 도포가 아침 바람에 휘날렸다.


“학진 대장, 정파의 명문이라 자처하는 청성파가 무고한 은거지에 난입해 기물을 파괴하고 협박을 일삼다니, 무림맹의 법률이 우스운 모양이군. 조덕필 장로가 보급 차단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무력으로 나를 쫓아내려 하는가?”


학진은 한시우에게서 아무런 내력도 느껴지지 않자 코방귀를 뀌며 자신의 거대한 벽력도(霹靂刀)를 뽑아 들었다. 붉은색 내력이 칼날을 감싸며 웅웅거리는 파괴적인 소리를 냈다.


“법률? 이 검은 땅의 지배권은 청성파에 있다! 네놈 같은 폐물 서생이 주둥이를 놀려대는 것도 여기까지다. 네놈의 그 건방진 혀를 잘라주마!”


학진이 거대한 벽력도를 대각선으로 휘두르며 한시우의 목덜미를 겨냥해 들이닥쳤다. 일류 중위 경지의 묵직하고 거친 참격이었다.


초식 대결의 시작이었다. 한시우의 심안(Mind's Eye)이 극대화되어 발동했다. 그의 맑은 눈동자에 학진의 어깨 근육 수축 정도, 발의 무게 중심 이동, 그리고 칼날을 따라 흐르는 내력의 미세한 궤적이 0.1초 먼저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스윽.


한시우는 반 보 뒤로 가볍게 물러섰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벽력도의 칼날이 그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터무니없이 가벼운 회피에 학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피했느냐!”


학진이 분노하며 벽력도법(霹靂刀法)의 연속 초식을 전개했다. 사방을 찢어발기는 거친 칼날의 폭풍이 한시우를 덮쳤다. 그러나 한시우는 무공이 없는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전성기 시절 몸에 새겨진 완벽한 회피 궤적을 뇌리에서 끄집어냈다.


그는 초식 무력화(Form Neutralization) 기술을 전개했다. 내력의 소모 없이 오직 신체의 미세한 각도 조절과 보폭의 변화만으로 적의 칼날을 유유히 흘려보냈다. 학진의 칼날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한시우는 나비처럼 우아하게 신형을 꺾으며 단 한 번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끄으으! 내력을 쓰지 못하는 약초꾼 새끼가 어떻게 내 검로를 다 읽는단 말이냐!”


Frustrated한 학진이 내력을 폭발시키며 칼을 가로로 길게 휘둘렀다. 붉은색 강기가 파동이 되어 수련장 전체를 쓸어버릴 듯한 범위 공격이었다. 내력이 없는 한시우가 정면으로 맞으면 육체가 으스러질 위기였다.


하지만 한시우는 당황하지 않고 수련장 옆에 심어진 대나무의 탄력을 이용했다. 그는 가볍게 몸을 날려 탄력 있는 대나무 줄기를 딛고 뒤로 튕겨 나갔다. 학진의 패도적인 강기가 허공을 가르며 대지를 폭발시켰으나, 한시우는 이미 그 범위를 완벽히 벗어나 가볍게 착지해 있었다.


“이것이 청성파가 자랑하는 벽력도의 이치인가? 초식의 시작점과 끝점이 너무 멀어 빈틈이 태산 같고, 내력에만 의존하여 스스로의 균형을 잃고 있군. 참으로 조잡하기 짝이 없다.”


한시우의 냉철하고 깊이 있는 지적에 학진은 머리에 피가 솟구쳤다.


“죽여버리겠다!”


학진이 이성을 잃고 모든 내력을 칼끝에 모아 일직선으로 들이쳤다. 방어가 불가능한 극속의 찌르기 초식이었다.


하지만 한시우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진의 안쪽 품으로 glide하듯 파고들었다. 속도를 겨루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힘의 궤적을 완벽히 역이용하는 신기였다.


학진의 거대한 벽력도가 한시우의 어깨를 찌르기 직전, 한시우의 가녀린 오른손 검지 손가락 끝이 학진의 오른손 손목 안쪽 맥점(태연혈)을 가볍게 타격했다.


탁.


그것은 내력이 실리지 않은, 깃털처럼 가벼운 접촉이었다. 하지만 학진의 뇌리에는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학진이 방출하려던 폭발적인 내력이 한시우가 차단한 맥점에 걸려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끄아아아악!”


학진이 비명을 지르며 오른팔을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역류한 자신의 내력에 의해 팔의 경맥이 뒤틀려 완벽하게 마비된 것이었다. 그의 손에서 떨어진 거대한 벽력도가 흙바닥에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한시우는 내력 한 푼 쓰지 않고 오직 초식의 모순과 맥점 차단만으로 일류 중위의 고수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것은 과거 정파 제일검 시절 보여주었던 청운일검(Single Sword of Cheongun)의 완벽한 이치이자 무공 없는 스승의 위엄이었다.


“돌아가라. 그리고 조덕필에게 전하거라. 정파의 명분을 더럽히며 무력으로 나를 압박하려 든다면, 다음에는 그가 가진 모든 도덕적 치부를 무림맹 총단에 고발할 것이다.”


한시우의 초연하고 깊은 눈빛에 기가 질린 학진은 마비된 팔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괴, 괴물 같은 새끼……! 무공을 잃었다는 건 다 거짓말이었나? 철수해라! 당장 철수해!”


학진과 청성파 무사들은 부서진 자존심을 움켜쥔 채 청운봉 아래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듯 물러갔다. 수련장에는 마침내 고요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학진 일당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한시우의 굳건했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윽……!”


한시우는 가슴을 부여잡고 깊은 기침과 함께 한 줄기 어두운 선혈을 바닥에 쏟아냈다. 내력 없이 초식 무력화를 시전하고 현천진침의 잔향을 가동한 대가로, 그의 파괴된 단전이 거세게 공명하며 극심한 각혈과 통증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그의 창백한 뺨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스승님!”


제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시우를 향해 달려왔다. 특히 설하율은 바람처럼 다가와 쓰러지는 한시우의 몸을 자신의 품에 꼭 안았다. 스승의 따뜻한 피가 그녀의 하얀 소매를 적셨다.


설하율은 스승의 흐려지는 눈동자와 백발로 변해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숨이 막힐 듯한 극단적인 공포와 맹목적인 애정을 각성했다. 스승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를 광기 어린 연정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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