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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찢는 채찍, 스승의 인간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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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쉭-!”


지하 암시장 비고 앞 복도의 습한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뱀의 비명과도 같았다.


야벽선의 손에서 뻗어 나온 독사 가죽 채찍(Poisonous Snake Leather Whip)이 허공에서 기괴한 궤적을 그리며 휘몰아쳤다. 채찍 끝에 실린 살기는 초일류 상위 경지의 음전한 마공이었다. 그 칼날 같은 바람이 주저앉은 야설화의 얼굴을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야설화는 머리를 감싸 쥔 채 비명을 질렀다.


가시 돋친 채찍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그녀의 등 가죽 밑에 숨겨진 끔찍한 고문 흉터(Hidden Torture Scars)들이 다시금 불에 달군 인하로 지져지는 듯한 극심한 환각 통증이 뇌리를 난도질했다. 어린 시절, 어두운 밀실에 갇혀 이복언니 야벽선에게 밤낮으로 채찍질을 당하며 마공의 도구로 학대받았던 기억이 그녀의 전신 경맥을 딱딱하게 얼려버렸다.


절정 상위의 강대한 무공을 지녔음에도, 영혼을 갉아먹는 트라우마 앞에서는 단 한 푼의 내력조차 운기할 수 없었다. 야설화는 그저 눈을 감은 채, 다가올 가혹한 고통을 기다리며 파르르 떨 뿐이었다.


‘피할 수 없다.’


그 찰나의 순간, 한시우의 심안(Mind's Eye)이 움직였다.


기경폐절(Meridian Rupture)의 육체. 단전은 텅 비어 있고, 스스로는 단 한 푼의 진기조차 부릴 수 없는 나약한 몸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천지간의 모든 기 흐름과 채찍의 궤적을 찰나의 순간에 완벽하게 읽어내고 있었다.


야벽선의 채찍은 정밀하게 야설화의 뺨과 어깨를 찢어발기려 하고 있었다. 무공이 없는 서생의 몸으로 저 가혹한 공격을 막아설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초식 무력화 기술을 전개하려 해도, 기경폐절의 신체적 한계로 인해 이미 한 박자가 늦은 상태였다.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육신을 방패로 삼는 것.


‘설화야, 너는 더 이상 버림받은 도구가 아니다.’


한시우는 망설임 없이 발끝에 힘을 주었다. 내력의 소모 없이 오직 신체의 무게 중심 이동과 보폭의 기묘한 기하학적 변화만으로 시각적 착시를 유도하는 환영보법(Illusionary Footwork)이 전개되었다.


스스슥-!


안개 속에서 푸른 나비가 날아오르듯, 한시우의 신형이 흐릿하게 잔상을 남기며 야설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절반쯤 은빛 백발로 변해버린 머리카락이 지하의 붉은 등불 아래에서 쓸쓸하고도 고결하게 휘날렸다.


그리고.


철썩-!


둔탁하고도 살벌한 파공음이 비고 앞 복도를 거칠게 흔들었다.


“윽……!”


한시우의 창백한 입술 사이로 처절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독사 가죽 채찍의 날카로운 돌기들이 한시우의 얇은 청색 도포를 단숨에 찢어발겼다. 그의 넓은 어깨부터 등 전체를 사선으로 가르는 가혹한 타격. 살가죽이 터져 나가며 붉은 선혈이 허공으로 분수처럼 뿜어졌다.


과거 설하율을 정화할 때 새겨졌던 심장의 마기 흉터가 격렬한 충격에 반응해 요동쳤다. 전신 경맥이 뒤틀리는 가혹한 통증이 몰려오며, 한시우는 참지 못하고 대량의 각혈을 쏟아냈다.


“컥……!”


바닥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무릎이 꺾이고 시야가 암전되려 했지만, 한시우는 이빨을 악물며 버텨냈다.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주저앉아 있는 야설화의 머리를 자신의 창백한 가슴팍으로 꼭 끌어안았다.


따뜻하고, 비린내 나는 온기가 야설화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괜찮다…… 설화야. 스승이…… 여기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거라.”


한시우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안에 담긴 온정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손끝의 검푸른 독기 상처가 남은 손으로 야설화의 떨리는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야설화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의 뺨에 튄 것은 차가운 지하의 물방울이 아니었다. 뜨겁고, 비린내 나는…… 스승의 붉은 피였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머리카락 절반이 백발이 되었던 고결한 스승이, 이제는 자신 같은 마교의 더러운 도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인간 방패가 되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스승의 찢어진 도포 틈새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려 그녀의 옷자락을 붉게 적셔갔다.


그 처절한 광경을 목격한 순간.


야설화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야벽선에 대한 공포와 고문의 트라우마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며 깨어졌다.


경악.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단적인 분노와 비틀린 독점욕이었다.


나 때문에. 나 같은 쓰레기를 지키기 위해, 내 유일한 구원자이자 하늘이신 스승님이 피를 흘렸다. 저 더러운 년의 채찍에 스승님의 고결한 육신이 찢겨 나갔다.


“아…… 아아…… 아아아아!”


야설화의 입술 사이로 짐승 같은 괴성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투명하던 칠흑빛 눈동자가 순식간에 핏빛처럼 붉은 광기로 물들어갔다. 단전 깊은 곳, 굳게 닫혀 있던 암영마기(Dark Shadow Qi)의 봉인이 스승의 피 냄새에 반응해 폭풍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주변의 붉은 등불 빛이 순식간에 어둠에 잠식당해 흐려졌다. 지하 비고 앞 복도 전체의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괴수의 발톱처럼 꿈틀거리며 야벽선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감히…… 감히 내 스승님을 다치게 해……? 죽여버리겠어. 찢어 죽여서 어둠 속에 묻어버릴 거야!”


야설화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갑고 음산한 암영마기가 지하 암시장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승리를 확신하며 비열하게 웃던 야벽선의 얼굴이 서서히 경악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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