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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점수가 낳은 밥그릇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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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독이 이빨을 갈며 물러간 뒤, 흑뢰 감옥 제3호 특별실에는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백무진이 써 붙인 ‘위독 진단서’의 시퍼런 권위 앞에 간수장조차 감히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 그러나 이현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철컥, 소리와 함께 특별실의 배식구가 열리더니 안으로 나무 식판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그 위에 놓인 것은 정체불명의 회색 진흙 같은 덩어리였다. 시큼하고 퀴퀴한 악취가 코를 찔렀고, 표면에는 정체불명의 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현은 휠체어에 앉은 채 그 식판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예민한 호흡기가 즉각 반응하며 콜록거리는 기침이 터져 나왔다.


“콜록! 콜록……! 서필 간수.”


“예, 예! 전하! 어디 불편하십니까? 가습 수건을 더 적셔 올까요?”


서필이 사색이 되어 달려오자, 이현은 숟가락으로 그 회색 덩어리를 툭 건드렸다. 끈적한 점성을 띠며 늘어나는 꼴꿀이죽을 보며 이현의 미간이 칼날처럼 좁아졌다.


“이것이 무엇이지?”


“아…… 그것은 흑뢰의 표준 배식인 꿀꿀이죽입니다. 죄수들과 하급 간수들이 매일 먹는 식사이지요.”


“식사?”


이현의 목소리가 한층 차가워졌다. 전생에 대한민국 대기업의 까칠한 HR 실장으로서 수많은 구내식당 위생 감사를 진두지휘했던 그의 눈에,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생화학 무기에 가까웠다.


“이것은 음식이 아니다. 대장균과 곰팡이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배양액이지. 탄수화물은 부패했고, 단백질은 흔적조차 없으며, 지방은 산패되어 악취를 풍기고 있다. 인간의 신체라는 정밀한 기계를 가동하기 위한 연료로서는 최악의 불량품이다.”


이현은 숟가락을 식판 위로 툭 던졌다. 맑고 경쾌한 쇳소리가 특별실 안에 울려 퍼졌다.


“오늘부로 나는 단식 투쟁을 선언한다.”


“히, 히익! 단식이라니요! 전하, 안 됩니다! 안 그래도 병약하신 몸인데 하루만 굶으셔도 진기가 다해 급사하실 수 있습니다! 전하가 죽으면 제 목은 즉시 날아간다고요!”


서필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이현은 휠체어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이 독극물을 먹고 장염으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결과는 같다. 오히려 단식을 통해 나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주방의 비위생적 관행을 고발하겠다. 당장 이 감옥의 주방 담당자를 내 앞으로 대령해라.”


서필은 이현의 깐깐한 기세에 압도되어 침을 꿀컥 삼켰다. 황자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것은 조태독이 아니라, 이 병약하고 예민한 인질 자신이었다. 서필은 즉시 주방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쿵쾅거리는 거친 발소리와 함께 흑뢰의 주방 책임자인 배영태가 들이닥쳤다. 거구의 몸에 때가 잔뜩 묻은 앞치마를 두른 그는, 한 손에 거대한 무쇠 국자를 든 채 씩씩대고 있었다.


“어떤 배부른 황자 놈이 마교의 밥상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정을 부리느냐! 인질로 잡혀왔으면 주는 대로 처먹을 것이지, 감히 신성한 주방의 노고를 능멸해?”


배영태가 무쇠 국자를 휘두르며 살기를 뿜어냈다. 삼류 무공이지만 식칼과 국자를 다루는 힘만큼은 일품인 마두였다. 그러나 이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의 특수 능력인 ‘안색 분석 진단술’로 배영태의 안색을 훑었다.


‘눈 밑의 짙은 다크서클, 황달 기가 도는 안구,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오른손 손목. 주방의 환기 시설이 엉망이라 일산화탄소에 만성 중독된 상태군. 게다가 무거운 무쇠 솥을 하루 종일 저어대느라 손목 건초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영태 간수. 귀하는 지금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수명을 깎아 먹으며 교단 자산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뭐, 뭐라? 내 수명을 깎아?”


“귀하의 눈을 보십시오. 누렇게 뜬 안구는 주방 내부의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아 독기(가스)를 매일 들이마셨음을 증명합니다. 게다가 손목의 미세한 떨림은 힘줄이 한계에 달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뜻이지요. 이런 신체 상태로 끓여낸 음식이 제대로 된 영양을 담고 있겠습니까? 귀하는 지금 교단의 인적 자원들을 서서히 독살하고 있는 배임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독, 독살이라니! 내가 언제!”


배영태가 국자를 치켜들며 반발하려 했지만, 이현은 품속에서 정밀하게 작성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이현이 직접 작성한 ‘식자재 품질 표준화 및 영양 분석표’였다.


“보십시오. 무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근육의 손실을 막아줄 단백질과 진기를 유지할 양질의 탄수화물입니다. 그러나 귀하가 끓인 꿀꿀이죽은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폐기물입니다. 단백질 함량 0%, 나트륨은 기준치의 5배 초과. 이것을 매일 먹는 하급 간수들의 근육이 녹아내리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귀하는 요리사입니까, 아니면 무식한 사형집행인입니까?”


‘요리사’라는 단어에 배영태의 몸이 굳었다.

사실 그는 마교에서 살육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방으로 좌천된 인물이었다. 장로들은 그를 ‘단순히 가마솥이나 젓는 일꾼’으로 무시했고, 죄수들은 그가 만든 밥을 개밥 취급했다. 단 한 번도 누구에게 ‘요리사’로서 존중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병약한 황자는 그의 신체 고통을 정확히 짚어내고, 영양이라는 정밀한 수치를 통해 그의 노동이 지닌 가치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분석해 주고 있었다.


“요…… 리사?”


“그렇습니다. 요리는 단순 노동이 아닙니다. 인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고귀한 화학적 연금술이자, 흑뢰 감옥이라는 조직을 가동하는 최고의 원동력입니다. 배영태 간수, 평생 무식하게 솥이나 젓는 일꾼으로 남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이 감옥의 모든 이들의 생명을 지탱하는 진정한 ‘급식 조리 위원장’으로 거듭나시겠습니까?”


이현의 깐깐하면서도 품격 있는 목소리가 배영태의 심장을 강타했다. 전생의 HR 실장 시절, 낙오된 직원들의 가슴속 열정을 자극해 우수 사원으로 탈바꿈시키던 동기부여 기술이 마교의 마두에게 완벽히 통하는 순간이었다.


배영태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그는 무쇠 국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내가…… 내가 끓이던 것은 개밥이 아니라, 연금술이어야 했다! 스승님! 아니, 처장님! 저를 요리사로 만들어 주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당장 주방의 꿀꿀이죽 솥을 때려 부수고, 내가 지시하는 ‘식자재 품질 표준화’ 지침에 따라 요리를 시작하십시오.”


배영태는 즉시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는 주방 보조들이 보는 앞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던 대형 가마솥을 화염 주방 기공의 열기로 내리쳐 반으로 쪼개버렸다.

콰아아앙!


“오늘부로 개밥은 끝이다! 주방 보조들은 전원 머리에 하얀 위생모를 쓰고, 식도를 뜨거운 물에 고온 소독해라!”


배영태는 머리에 칼같이 다려진 하얀 위생모를 쓰고, 이현이 하사한 영양 분석표를 주방 벽면에 붙여두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낙오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요리 거장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는 외부 보급상 장한수를 통해 긴급 공수한 신선한 ‘저염식 영양 닭가슴살’을 도마 위에 올렸다.


스스스슥! 팍! 팍!


그의 백마도법이 가동되자, 닭가슴살과 신선한 채소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1푼(약 3mm) 두께로 칼같이 썰려 나갔다. 주방 보조들은 배영태의 신들린 듯한 정밀한 칼질과 닭가슴살의 무게를 저울로 1푼 단위까지 맞추는 극적인 모습에 압도당해 깊은 경외심을 품고 일렬로 도열했다.


몇 시간 후, 흑뢰 감옥 전체에 은은하고 고소한 고기 냄새와 맑은 박하 향이 퍼져 나갔.


이현의 특별실로 배달된 것은 맑은 보리차와 함께 정갈하게 쪄낸 저염식 닭가슴살 샐러드였다. 이현은 만족스러운 듯 젓가락을 들었다.


음식의 기막힌 냄새를 맡은 흑뢰의 흉포한 죄수들이 식당 철창을 붙잡고 침을 흘리며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무슨 냄새냐! 고기다! 고기 냄새야!”


“나도 저것을 먹고 싶다! 배영태! 당장 내게도 저 음식을 내놓아라!”


이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즉시 ‘위생 평점 배식 통제’ 시스템을 선포했다. 특별실 앞 게시판에 ‘흑뢰 감옥 위생 및 방역 수칙 10조’ 벽보가 붙었다.


“오늘부로 식사 전 소독 비누로 손을 씻지 않는 자는 배식에서 제외한다. 각 방의 위생 평점이 기준치 미만일 경우, 저염식 영양 식단은 제공되지 않으며 오직 맹물만 지급될 것이다.”


이현의 깐깐한 행정 명령에 죄수들은 격분했다.


“무슨 개소리냐! 우리가 왜 마교 감옥에서 손을 씻어야 한단 말이냐!”


몇몇 덩치 큰 사파 무뢰한 죄수들이 손을 씻지 않은 채 밥그릇을 강제로 뺏으려 주방 앞으로 난입했다. 그러나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붉은 완장을 찬 조평식과 서필의 단단한 몽둥이 찜질이었다.


“이 무식한 놈들! 위원장님의 위생 수칙을 어기고 감옥에 장염을 퍼뜨리려 하느냐! 손을 씻지 않는 자는 밥을 먹을 자격이 없다!”


조평식의 꼿꼿한 허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도적인 기세에 난동을 부리던 죄수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결국 굶주림과 맛있는 닭가슴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흉포한 마두 죄수들이, 밥을 먹기 위해 자발적으로 우물가로 달려가 유황 비누로 손가락 사이사이를 싹싹 씻기 시작했다.


감옥 내부가 순식간에 향기로운 비누 냄새와 청결한 질서로 가득 차기 시작한 것이다.


배식처 안쪽에서, 배영태는 이현이 그려준 영양 분석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저울 위의 닭가슴살 무게를 소수점 단위까지 맞추고 있었다.


“정확히 120근의 단백질이다. 1푼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의 뒤로 주방 보조들이 위생모를 깊숙이 눌러쓴 채, 마치 천상의 비급을 전수받는 듯한 엄숙하고도 깊은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배영태의 저울을 바라보며 도열해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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