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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맞추는 깐깐한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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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간, 간수장님께 짚단 교체 결재를요? 제 목이 먼저 날아갈 겁니다!”


초임 간수 서필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흑뢰 감옥의 지배자이자 잔혹한 마두인 조태독에게 가서 ‘인질이 자리가 불편하다고 하니 깨끗한 짚단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호랑이 아가리에 스스로 대가리를 밀어 넣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휠체어에 앉아 단정하게 도포 깃을 정돈한 이현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서필 간수. 귀하는 자꾸 본질을 흐리는군요. 내가 지금 무리한 사치를 요구하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인질의 ‘최소한의 생존 환경 보장’에 관한 문제입니다. 눅눅하게 썩은 짚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곰팡이 포자는 내 연약한 호흡기를 자극해 즉각적인 각혈 발작을 유발할 것입니다. 내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면, 조태독 간수장이 귀하의 목을 곱게 살려둘 것 같습니까?”


“그, 그건…….”


“귀하의 생명줄은 조태독의 성질머리가 아니라, 내 폐포의 건강 상태에 매여 있습니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하십시오. 당장 결재판을 들고 가 조태독의 도장을 받아오란 말입니다.”


이현의 목소리에는 전생에 대기업 HR 실장으로서 수천 명의 노조원들을 말빨 하나로 압도하던 깐깐한 권위가 실려 있었다. 서필은 이현의 논리 정연한 가스라이팅에 뇌가 완전히 정지한 채, 침을 꿀꺽 삼키며 결재판을 가슴에 꼭 껴안았다.


바로 그 순간, 특별실의 굳게 닫힌 철문이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거칠게 열렸다.


쿵!


“어떤 놈이 아침부터 감옥 안에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느냐!”


거친 호통 소리와 함께 흑뢰 감옥의 베테랑 간수이자 야간 순찰 조장인 조평식이 방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험상궂은 얼굴에는 굵은 칼자국이 나 있었고, 몸에 걸친 가죽 갑옷에서는 시퍼런 이류 고수의 내공 기세가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서필은 조평식의 기세에 눌려 힉 소리를 내며 구석으로 찌그러졌다.


조평식은 이현의 침상 머리맡에 걸려 있는 ‘특제 이중 가습 젖은 수건’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흥, 황자 나부랭이가 인질로 잡혀왔으면 얌전히 쥐죽은 듯이 있을 것이지, 감히 하급 간수를 부려먹으며 수건 장난질을 해? 게다가 뭐? 마른 짚단을 내놓으라고 결재를 요구해? 여기가 네놈의 황실 안방인 줄 아느냐!”


조평식이 패도적인 마공의 기운을 드러내며 이현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거대한 덩치가 내뿜는 압박감은 보통 사람이라면 숨도 쉬지 못하고 기절할 수준이었다. 무공이 전혀 없는 이현의 유리몸으로서는 그 기세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기침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콜록, 콜록……!”


이현은 가볍게 기침을 토해내며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휠체어에 몸을 깊숙이 기댄 채,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조평식의 신체를 예리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현의 특수 능력인 ‘안색 분석 진단술’이 가동되는 순간이었다.


이현의 시선이 조평식의 걸음걸이와 신체 균형을 정밀하게 훑어 내렸다.


방 안으로 들어올 때 미세하게 왼쪽 다리를 끄는 걸음걸이.

서 있을 때 왼쪽 골반이 위로 치켜 올라가며 척추 라인이 오른쪽으로 비뚤어지게 기우는 현상.

그리고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왼쪽 눈썹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찰나의 순간.


이현의 머릿속에 전생에 수많은 만성 질환에 시달리던 직장인들을 면담하며 쌓은 의학적 데이터와 해부학적 지식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


‘이 자…… 전형적인 L4-L5(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추간판 탈출증이군. 게다가 좌골신경이 심하게 눌려 이상근까지 굳어버린 상태야. 마교의 무식한 마공을 수련하느라 뼈를 깎는 고통을 내공으로 억누르고 있었겠지.’


진단을 끝낸 이현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조평식 조장님. 지금 나를 위협하며 목소리를 높이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뭐라? 이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조평식이 주먹을 꽉 쥐며 당장이라도 이현의 휠체어를 부숴버릴 듯이 살기를 뿜었다. 하지만 이현은 태연하게 그의 왼쪽 다리를 가리켰다.


“귀하의 왼쪽 다리 뒤쪽, 정확히 엉덩이 밑바닥부터 허벅지 뒤편을 타고 내려가 장딴지까지 찌릿찌릿하게 번지는 불쾌한 통증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밤에 순찰을 돌며 차가운 지하 바람을 맞을 때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발가락 끝까지 마비되는 듯한 고통이 찾아오겠지요.”


조평식의 주먹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그의 험상궂은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네, 네놈이 그것을 어떻게……!”


그것은 조평식이 평생 숨겨온 치명적인 비밀이었다. 약육강식의 마교에서 육체적 결함은 곧 도태를 의미했다. 만성 좌골신경통과 디스크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조태독이나 본산에 알려지면, 그는 즉시 현직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터였다.


조평식은 다급히 내공을 끌어올려 허리의 통증을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이현은 한심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찼다.


“어리석군요. 뒤틀린 뼈와 굳어버린 근육 사이에 낀 신경에 대고 무식하게 내공의 열기를 불어넣다니요. 그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내공을 쓰면 쓸수록 신경의 염증은 더 심해지고, 결국에는 다리를 영영 쓰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으, 으윽……!”


조평식은 이현의 깐깐한 팩트 폭행에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최근 들어 내공으로 통증을 억누른 날이면 다음 날 아침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방사통이 극심해지던 참이었다.


이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척추 디스크 도수치료 포섭술’을 시전하기로 결심했다. 이 무식한 마두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선, 현대식 재활 치료의 물리적인 기적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서필 간수, 결재판은 잠시 내려놓고 이리 오십시오.”


“예, 예? 전하?”


“조평식 조장님을 침상 위에 똑바로 눕히십시오. 하늘을 보고 눕게 만드란 말입니다.”


조평식은 당황하여 한 걸음 물러섰다.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감히 황자 놈이 내 몸에 손을 대려 해?”


“귀하의 평생 지병을 단 몇 분 만에 씻은 듯이 가라앉혀 주겠다는 뜻입니다. 내게 무공이 없다는 것은 귀하가 가장 잘 알 텐데, 무엇이 두려워 피하십니까?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이현의 당당하고 오만한 태도에 조평식은 자기도 모르게 압도당했다. 확실히 무공이 전혀 없는 창백한 황자가 자신을 해칠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허리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이 뼈를 찌르고 있었다.


조평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쭈뼛쭈뼛 이현의 침상 위에 누웠. 썩은 짚단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통증이 더 급했다.


“좋다…… 만약 나를 기만했다면 네놈의 가습기 수건이고 뭐고 전부 찢어발겨 버릴 것이다.”


“잔말 말고 힘이나 빼십시오.”


이현은 휠체어를 침상 옆으로 바짝 붙였다. 비록 몸은 약해 직접 힘을 쓸 수는 없었지만, 전생의 정밀한 스트레칭 각도만큼은 뇌리에 칼같이 저장되어 있었다. 이현은 서필을 조종해 시술을 진행했다.


“서필 간수, 조 조장님의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려 무릎을 90도로 굽히십시오. 그리고 그 발목을 오른쪽 무릎 위에 가로질러 얹으십시오.”


서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평식의 거대한 다리를 들어 올려 자세를 잡았다. 전형적인 숫자 ‘4’ 모양의 이상근 스트레칭 자세였다.


“그다음, 조 조장님의 오른쪽 허벅지 뒤편을 양손으로 잡고, 가슴 쪽으로 천천히 잡아당기게 하십시오. 조 조장님, 귀하는 절대로 허리나 엉덩이에 힘을 주면 안 됩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쉴 때 몸을 이완하십시오.”


조평식은 반신반의하며 이현의 지시대로 숨을 내뱉었다. 서필이 힘을 주어 조평식의 오른쪽 다리를 가슴 쪽으로 지긋이 밀어붙였다.


바로 그 순간.


“어, 억……! 으아아아악!”


조평식의 입에서 기괴하고도 수치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굳어있던 골반 주변 근육과 이상근이 강제로 늘어나며 엄청난 자극이 가해진 것이다. 조평식의 험상궂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고, 눈물 한 방울이 칼자국 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 조 선배님! 죄송합니다!”


서필이 겁을 먹고 손을 놓으려 하자, 이현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놓지 마십시오! 그대로 15초간 유지하십시오! 하나, 둘, 셋…….”


이현은 시계를 보듯 정확한 박자로 숫자를 세었다. 조평식은 골반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침상을 쥐어뜯었다.


그리고 마침내 15초가 지나고, 이현이 나직하게 말했다.


“천천히 다리를 내리십시오.”


서필이 조평식의 다리를 바닥으로 내렸다. 조평식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침상 위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어……? 어라?”


조평식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늘 허리를 찌푸리게 만들던 묵직하고 기분 나쁜 방사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엉덩이 깊은 곳에서 신경을 꽉 쥐고 있던 단단한 매듭이 부드럽게 풀린 듯한 극상의 해방감이 온몸을 감쌌다. 뒤틀려 있던 골반 주변의 진기가 막힘없이 시원하게 순환하기 시작했다.


조평식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제자리에서 허리를 좌우로 크게 돌려보았다.


우두둑!


경쾌한 뼈 소리와 함께, 평생 그를 괴롭히던 좌골신경통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조평식은 자신의 허리를 만져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험상궂은 눈에 감격의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였다.


“이, 이럴 수가…… 내 허리가…… 내 다리가 아프지 않다니! 평생 마공의 반동인 줄 알고 포기하고 살았는데……!”


조평식은 무릎을 꿇고 이현의 휠체어 앞에 넙죽 엎드렸다.


“도인……! 진정한 척추의 도인이십니다! 제가 무식하여 눈앞의 대가를 몰라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험험, 조 조장님. 일어나십시오. 이것은 도술이 아니라 정교한 인체 해부학적 이완법일 뿐입니다.”


이현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올리며, 준비해 둔 대나무 설계도를 펼쳐 보였다.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 귀하의 비뚤어진 척추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평소 앉는 자세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내가 설계한 ‘인체공학적 대나무 안락의자’가 있다면 요추 전만 곡선을 지탱해 주어 다시는 통증이 재발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 눅눅하고 썩은 짚단 바닥 위에서는 그런 고급 의자를 놓아둘 수가 없군요.”


조평식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서필이 들고 있던 결재판을 낚아채듯 빼앗았다.


“짚단! 당장 교체해야 합니다! 어떤 빌어먹을 놈이 도련님의 특별실에 이런 썩은 쓰레기를 깔아둔단 말입니까! 제가 당장 간수장실로 달려가 조태독 그 무식한 대머리 놈의 도장을 찍어오겠습니다! 안 찍어주면 제가 파업이라도 일으킬 것입니다!”


“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이현이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 바로 그 순간.


특별실 철문 틈새로 흑뢰 감옥의 전임 의원이자 평생 무림인들의 뼈를 맞추며 살아온 백무진이 peek하고 들어와 있었다. 그는 은침 통을 든 채, 흑뢰 최고의 베테랑 간수 조평식이 무공도 없는 가련한 황자 인질 앞에 무릎을 꿇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기괴한 광경을 목격하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 경악했다.


“저, 저것이 무슨 주술이란 말인가……!”


백무진의 손에 들린 은침이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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